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5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62화(258/675)
제262화
“어디야? 어? 대체 다들 어디 간 거야?”
세운이 괴인들을 상대하고 있을 무렵.
단 하나. 다른 동료들과 동떨어진 채로 흑섬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아귀의 형상을 한 괴인.
말실수로 인해 험악해진 분위기를 피해 동굴 밖으로 나왔다가 의도치 않게 동떨어진 이였다.
“다들 나만 빼고, 어? 뭐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간 거 아냐?”
흑섬을 다 둘러보았지만, 동료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질퍽한 진흙에 빠져들어 들어가지도 못하는 바다를 멍하게 바라본 후, 목욕을 마친 괴인이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흙 목욕이 요즘의 유일한 낙이라지만, 이것도 이제 질렸다.
그렇게 동굴에 다다를 때쯤.
“킁킁! 어? 이것들 설마, 어? 진짜로 나만 빼고 맛있는 거 먹고 있던 거야?”
자극적인 향신료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맡아보는 향기인가?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듯한 끔찍한 산기와는 전혀 다른 향기였다.
냄새만 맡았는데도 혀가 꿈틀거리고 침이 줄줄 새어 나왔다.
“이 나쁜 놈들이! 어? 나 일부러 보낸 거 아냐?”
괴인이 재빠르게 동굴을 향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게 하나 있었다.
자극적인 향신료와 함께 피비린내가 풍겨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신선한 음식에서 나는 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기에는 그 양과 향이 조금 이상했다.
아주 옛날 맡아보았던 그 냄새.
바로, 전장에서 맛보았던 동료의 피 냄새였다.
“……어?”
괴인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다급하기 보다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동굴의 입구를 향했다.
눈앞에 달린 초롱불을 끄고, 발소리를 낮춰 동굴 안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순간.
‘……!!’
쓰러져 있는 동료들의 시체가 보였다.
하나둘도 아닌, 자신을 제외한 흑섬의 동료가 모두 죽어 있었다. 심지어 그들의 리더이며 그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믿고 기다리던 케스까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
질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지만, 범인으로 보이는 이는 당당하게 동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동료들의 시체 사이에 서 있는 인간.
그가 주변을 둘러보자, 동굴 내부가 스산하게 일렁거리더니 날카로운 이빨이 나타나 동료의 시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광경.
다만, 괴인이 놀란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저건 마신의 힘……!’
흑해의 전투에서 레비아탄의 강림을 지켜보았던 그였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동료의 시체를 집어삼키고 있는 저 이빨들이 마신의 권능이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저 인간은 마신의 사도인 것일까? 자신들이 이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무리를 짓기 위해 나타난 것일까?
잘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회전시키던 와중…….
“아직 하나 남아 있었나?”
인간의 시선이 괴인을 향했다.
* * *
포식의 권능을 사용하자마자 어마어마한 능력치가 들어왔다.
과연, 한때 광휘의 바다를 피와 어둠으로 물들였다는 에스트롯샤의 자식들.
시간이 지나 몸 상태가 처참하게 악화하였다고는 하나, 그들의 격은 여전했다.
게다가, 이번에 상승한 것은 비단 능력치만이 아니었다.
– ‘무웅’을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코볼트의 짝귀’가 더욱 강화됩니다.
– 청력이 대폭으로 강화됩니다.
– ‘푸’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놀의 들창코’가 더욱 강화됩니다.
– 후각이 대폭으로 강화됩니다.
…….
세운이 마몬의 보물을 통해 강화한 감각들의 효율이 대폭 증가했다.
후각, 청각 등과 같은 오감은 물론이고 추위나 더위에 대한 저항력, 심지어 이전에 얻은 ‘크리스털 스킨’도 강화되어 방어력까지 대폭 상승했다.
단순히 능력치의 상승에 비교할 바가 안 되는 엄청난 소득.
‘역시 다들 뭔가에 특화되어 있었나 보네.’
푸라는 괴인이 에스트롯샤의 냄새를 맡았을 때 짐작하긴 했지만, 이곳에는 세운 이상으로 다양한 개성을 지닌 괴인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덕분에 안 그래도 예민했던 감각들이 더욱 성장했다.
‘그런데 왜 시련이 안 끝나지?’
괴인들을 모두 죽였기에 당연히 시련이 끝나는 게 정상인데, 시련이 끝나기는커녕 섬을 감싸고 있는 검은 안개조차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떠올리는 도중.
괴인들을 포식하며 강화된 감각에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아직 하나 남아 있었나?”
“흐읍!”
마지막 생존자로 보이는 괴인이 다급하게 머리를 숨기며 숨을 참았지만, 세운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강화된 세운의 후각은 이미 녀석의 몸에서 나는 진흙 냄새와 미약한 비린내를 맡고 있었고, 시각은 어둠 속에서도 삐쭉 튀어나온 녀석의 지느러미를 선명히 노려보고 있었다.
숨을 참는다고 해도 벌렁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로 들려오니, 녀석을 놓칠 리가 없었다.
‘그렇게 강한 놈 같지는 않은데.’
현재 세운의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시크릿 포이즌을 만들어 내느라 마나를 전부 소모했고, 케스와의 전투는 짧지만 강렬했던 만큼 많은 내공을 소모했으니까.
그럼에도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 최소한의 내공은 남아 있었고 질투의 권능이나 탐욕의 권능 같은 힘이 멀쩡하게 남아 있었으니까.
적이 하나라면,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무엇보다…….
‘저놈만 잡으면 시련은 끝내겠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투라면 얼른 끝내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세운은 망설이지 않고 검을 꺼내 들었다.
“얼른 나오지?”
이쯤이면 자기가 들켰다는 것을 알아챘을 텐데, 괴인은 끝까지 벽 뒤에서 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언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나 싶어 감각을 확대해 보았지만, 따로 느껴지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녀석의 위치가 변한 것도 아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라고 생각한 순간, 녀석이 재빠르게 몸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재빠른 기습에 세운이 다급하게 자세를 잡고 방어를 준비했다.
탐욕의 권능을 통해 어떤 보구를 꺼내쓸까 생각하며 괴인과 마주하자.
“항복하겠습니다! 항복! 항복! 살려주십쇼!”
“……뭐?”
아귀 형태의 괴인이 세운의 앞에 무릎 꿇었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 바닥에 넓적 엎드리더니 절까지 했다.
머리 위로 빼꼼히 드러난 초롱불이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전 어머니! 아니, 그 빌어먹을 X 따위, 관심 없습니다! 살려만 주십쇼!”
이곳의 괴인들은 전부 목숨보다 어머니에 대한 충성심이 더 크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전부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살려둘 필요는 없지.’
현재는 이 녀석을 죽이는 게 가장 확실한 시련의 공략법이다.
게다가, 약해 보인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방금까지 상대한 괴인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뿐. 녀석도 충분히 강할 것이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해산물 요리를 만끽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먹잇감을 보며 침을 흘려댑니다.
저 녀석을 포식하게 된다면 또 새로운 힘이 생겨나거나 강화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에 세운은 녀석의 목숨 구걸을 한 귀로 흘리고 검을 들이댔다.
고개가 여전히 땅에 박혀 있는데도 본능적으로 목숨의 위기를 알아챈 것일까? 녀석이 다급하게 초롱불을 번쩍이며 입을 열었다.
“자, 잠깐! 목숨만 살려주시면 그년이 숨겨둔 보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보루?”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보루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잠시 정보를 알아내고 오겠다며 산란장을 향해 독니를 드러냅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아직 먹을 게 많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며 당신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레비아탄이 알아본다고 했지만, 대충 짐작 가는 게 있었다.
‘숨겨둔 건 자식들만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에스트롯샤는 언젠가 레비아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을 때를 대비하여 자식들을 포함해 여러 안배를 준비해 뒀을 것이다.
산란장에서 찾아낸 레비아탄의 보주가 그중 하나였고, 지금 저 괴인이 말하는 것 역시 그중 하나일 터다.
어차피 죽이는 건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생각을 마친 세운이 괴인의 목을 겨눴던 검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안내해.”
“가, 감사합니다!”
“거짓말이거나, 제대로 된 보물이 아니라면 각오해야 할 거야.”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세운이 굽신거리며 길을 안내하는 괴인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 * *
동굴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수십 개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감각을 확대해 보아도 무언가 느껴지는 게 없는 어두운 미로.
그 속에서 괴인은 덤덤하게 제 길을 찾아냈다.
‘일단은 경계하고 있어야겠지.’
겉으로는 비굴해 보여도 속으로 잔꾀를 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운을 함정으로 끌어들이고 있을 수도 있으니, 방심하지 않고 녀석과 주변의 환경에 집중한다.
“이쪽에는 끈끈이 함정이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함정을 발견했다 싶어 인상을 찌푸리자마자 괴인이 함정을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걱정처럼 세운을 속이려는 건 아닌 듯하다.
그렇게 몇 개의 갈림길을 거쳤을까? 이제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도 힘들 정도로 구분이 어려운 미로였다.
교묘하게 숨겨진 함정 수십 개를 통과하고, 빛이 완전히 사라져 괴인의 초롱불에 시야를 의존했다.
바람 소리마저 사라져 들려오는 건 앞선 괴인과 세운의 발걸음 소리뿐이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보루의 정체를 알아냈다며 미소를 짓습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당신을 응원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혹시 먹을 거냐며 기대에 부풉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넌 그냥 입 닫고 밥이나 먹으라며 부리를 주억거립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알겠다며 먹이에 머리를 처박습니다.
레비아탄의 반응을 보아하니 위험한 물건은 아닌 모양이다.
초롱불을 따라 이동하길 대략 삼십 분.
꽤 긴 시간 동안 미로를 헤맸고, 기압을 통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위에서 은은한 물결 소리가 들려오고, 어둡기만 하던 통로에서 미약한 빛이 생겨났다.
“거의 다 왔습니다!”
괴인의 말과 함께, 코너를 돌자마자 엄청난 빛이 느껴졌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순간적으로 눈을 뜨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저건…….”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오랜만에 마주하는 찬란한 빛에 평온함을 느낍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 찬란한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을 게 아니잖냐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호수처럼 바다가 차 있는 공동의 중심에 오색 빛을 흩뿌리는 보석이 하나가 수면 위에 떠올라 있었다.
회귀 전에 통틀어 보아왔던 보석들을 모두 비교해도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보석.
특히 보석의 빛이 어두운 수면 아래 가라앉는 모습은 그 어떤 미술품보다도 아름다웠다.
“저희가 광휘의 바다를 지배하였을 때 쟁취하였던 보물입니다. 어머니. 아니, 그X은 이걸…….”
괴인의 초롱불이 보석의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
그는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듯 눈빛을 흩트리며 보석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광휘의 정수라 칭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