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6화(26/675)
제 26화
고창석.
얼마나 다급하게 뛰어왔는지 이마에 땀이 주렁주렁 맺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세운이 원하던 게 들려 있었다.
“아슬아슬했구먼. 좋은 재료를 쓴 만큼 품질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려다 보니 조금 늦었다네.”
“늦긴요. 딱 맞춰주셨습니다.”
“허허, 그거 다행이구먼.”
세운은 고창석에게 건네받은 갑옷을 입어보았다.
체형에 맞게 제작한 것이기에, 조이거나 헐렁한 느낌 없이 딱 들어맞았다. 팔과 허리를 움직여 보아도, 불편한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붉은 늑대 갑옷 ]분류 : 갑옷
등급 : C-
설명 : 레드 울프의 가죽에 원숭이 바위산의 개암석을 박아 넣어 만든 징갑옷. 방어력은 물론, 착용자의 움직임까지 고려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능력 : 1. 붉은 늑대의 송곳니 – 공격력이 10% 상승한다.
2. 늑대의 위협 – 착용자보다 약한 몬스터에게 공포를 유발한다.
3. 바위산의 정수 – 방어력과 내구도가 대폭 상승한다.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한 세운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려 C급 아이템.
마이너스가 붙어 있기도 하고, 원숭이 바위산의 개암석이라는 특별 소재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튜토리얼에서 C급 아이템을 만들어 낸 대장장이라니, 세운으로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였다.
“어때, 좀 마음에 드나?”
“네, 기대 이상으로요.”
“허허, 나도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만든 것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녀석이라네.”
게다가 갑옷에 붙은 능력 중 하나인 ‘붉은 늑대의 송곳니’는 정말 특별했다.
공격력 증가 능력이 방어구에 붙는 것은 정말 드문 경우였으니까.
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세운은, 곧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성좌, ‘금관을 쓴 병사’가 미약하게나마 자신의 기술이 들어갔다며 갑옷의 성능을 보증합니다.
28위의 마왕, 베리스.
그의 기술이 깃들었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하긴, 튜토리얼에서 이 정도의 성좌와 계약하는 것 자체가 흔한 경우는 아니니까.’
성좌는 결코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튜토리얼을 거치며, 마음에 드는 플레이어를 눈여겨보다가 자신의 기대에 충족하는 자에게만 손을 내미는 게 성좌라는 존재였다.
때문에 튜토리얼 초창기에 성좌와 계약하는 건 쉽지 않다.
즉, 이 결과는 고창석의 뛰어난 실력과 세운을 지켜보는 두 마신 덕분에 덩달아 관심을 가지게 된 72 마왕 덕분이기도 했다.
‘이거라면 어지간한 공격은 신경 안 써도 되겠는데.’
열 번째 웨이브의 난이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세운의 장비는 이미 그 어려운 난이도를 한참이나 초월한 수준이었다.
봉인되긴 했으나, 그럼에도 B급 아이템의 힘을 가지고 있는 뒤랑달이나, 보조로 사용할 D+급 단검, D급의 망토, C-급의 갑옷까지.
본래 F급 장비도 구하기 힘든 튜토리얼 첫 번째 장에서는, 그야말로 밸런스가 한참이나 어긋난 존재였다.
“어르신은 얼른 대장간에 대피해 있으시죠.”
“에이, 그럴 수야 있나. 내 걸작이 활약하는 순간을 직관할 수 있는 기회인데 말일세!”
고창석의 눈이 초롱거렸다.
아래로 내려가는 시선을 보아하니 세운이 입은 갑옷만이 아니라, 뒤랑달의 성능도 보고 싶은 게 분명하다.
“그리고 자네가 어련히 잘 막아 줄 텐데 무슨 걱정인가!”
“그럼, 사람들 뒤에 잘 숨어 계세요.”
“그러지.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 기대하겠네.”
고창석은 뒤랑달을 살펴보지 못한 게 아쉬운지 세운의 장비를 마지막으로 훑어본 후, 자리로 돌아갔다.
-마지막, 열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십시오.
마침,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마지막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 * *
꿀꺽.
웨이브가 시작되자, 캠프는 정적에 빠졌다. 옆 사람이 침 삼키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
그도 그럴 게, 이번 웨이브를 준비하며 유서아가 했던 말들 때문이다.
‘보스 몬스터라니.’
‘빨간 몬스터보다 더 강한 몬스터라니, 설마.’
‘그래도 혈랑…… 세운이라고 했나? 그 사람이 왔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보스 몬스터.
처음에는 ‘게임도 아니고, 그럴 리가.’라며 부정했지만 이 세계는 이미 지구에서의 상식을 가뿐히 초월하고 있었다.
당장 눈앞에 떠올라 있는 시스템 메시지만 보아도, 지구였다면 꿈이라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현상이지 않은가?
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잠잠하던 늑대 숲의 수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르릉…….”
동물은 사는 지형에 어울리는 색을 가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아가는 지형에서 모습을 감추며 은밀하게 적을 사냥하거나, 적으로부터 숨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몬스터들은 달랐다.
피같이 새빨간 가죽을 두르고 검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번들거리는 몬스터.
레드 울프였다.
녀석들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몸에서 긴장이 살짝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휴, 레드 울프잖아.”
“그래, 저거보다 더 강한 몬스터라니. 말이 안 되잖아.”
레드 울프.
분명 강한 몬스터였지만, 이미 일곱 번째 웨이브 때 상대했던 몬스터들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늑대를 상대할 때 사용하던 진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때.
“저, 저기!”
“뭐 해? 얼른 진형을…….”
“바위산! 바위산 쪽에!”
“바위산?”
무슨 소리인가 싶어 바위산을 향해 고개를 돌린 사람들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딱딱한 회색빛만이 가득하던 바위산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드 몽키다!”
“어, 어째서?”
“우끼익!”
아홉 번째 웨이브 때 보았던 몬스터.
세운이 극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면, 캠프는 이미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큰 피해를 안겨주었던 상대였다.
지금까지 한 번에 한 곳에서만 몬스터가 나타나던 상식을 깡그리 무시하는 상황이었다.
“그, 그럼 설마!”
몇몇 사람들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레드 울프에 레드 몽키까지 나온 이상, 아직 남은 종류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애석하게도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의 불안 따위를 인식하지 않았고.
두두두두!
“젠장, 레드 보어까지 나타났어!”
“대체 어째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지, 진형은?”
“여러분! 모두 당황하지 마시고 목책 주변에 진형을 꾸려주세요! 수가 많긴 하지만, 이미 이겨본 적이 있는 몬스터들입니다!”
유서아가 다급하게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마지막 웨이브.
세운이 경고를 해 주었고, 미리 준비까지 해 두었지만 그녀 역시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세운 씨가 말한 보스 몬스터는…….’
“아우우우-!!”
유서아가 불행 중 다행이라며 위안을 삼던 중, 그 기대를 가뿐하게 배반하며, 늑대 숲에서 고막을 울릴 정도로 크고 날카로운 하울링이 들려 왔다.
이에 늑대 숲에서 빠져나온 레드 울프들이 자리를 비키며 고개를 조아렸다.
곧이어 숲의 나무 사이로,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났다.
3m는 될 법한 크기, 전신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고 입을 다물고 있음에도 기다란 송곳니가 위협적으로 뻗어 나와 있었다.
-붉은 송곳니, 카닐이 등장하였습니다.
“보, 보스 몬스터!”
결국, 등장하고 말았다. 세운이 예견하였던 보스 몬스터가 말이다.
그 강력하던 레드 울프들이 모두 고개를 조아리는 것만 보아도, 카닐이라는 늑대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쿠구구구-!
“어, 언덕에서도!”
“우끽!”
“바위산에서도!”
-붉은 어금니, 파그가 등장하였습니다.
-붉은 손톱, 야샥이 등장하였습니다.
캠프의 양옆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스 몬스터’급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금세 공포로 물들어 갔다.
“트, 틀렸어.”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리, 리더.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그, 그건…….”
지금까지의 웨이브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유서아에게 몰려들었다.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어서 지시를 내려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유서아는 그들에게 희망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압도적인 전력에 그녀조차도 기선제압을 당하고 만 것이다.
‘세운 씨…….’
그녀가 주먹을 꽉 쥐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리더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캠프의 실질적인 리더는 세운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세운에게 조언을 구할 셈이었다.
미리 상황을 예측한 그라면, 분명 뾰족한 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고개를 돌려보아도 세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전에까지만 해도 이곳에 있었는데.
그녀를 포함한 사람들이 모두 당황하는 순간, 귀신처럼 사라져 버렸다.
“형니이임! 어디 있습니까아! 서, 설마 도망간 건가? 으악, 이 나쁜 놈!”
혹시나 하였는데, 아쉽게도 박정필 역시 세운의 행방은 모르는 듯했다.
이렇게 고민하는 중에도 몬스터들은 캠프를 조금씩 압박해 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
그 순간.
크와아앙-!!
늑대 숲의 앞에서, 늑대의 울부짖음과 함께 붉은 기운이 크게 넘실거렸다.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진하게 형상화된 기운은 핏빛 늑대의 모습을 하고서 붉은 송곳니, 카닐의 옆구리를 잔혹하게 물어뜯었다.
카닐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지만, 대처가 너무 늦었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카닐의 복부가 크게 찢겨 나간 것이다.
가죽을 뚫은 것은 물론, 근육과 복막까지 베어간 잔혹한 일격은 그 안에 담긴 내장마저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붉은 늑대 갑옷’의 능력 ‘늑대의 위협’으로 인해 인근의 레드 울프들이 공포에 빠져듭니다!
-‘회색 늑대 망토’의 능력 ‘위압감’으로 인해 카리스마가 강화되며 적의 공포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자신들의 보스가 중상을 입고 몸을 휘청이자, 카닐을 지키고 있던 늑대들이 공포에 물들어 갔다.
그 당당하던 녀석들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와 반대로, 세운의 공격을 지켜보던 캠프 사람들은 한 줄기의 희망을 느끼고 눈을 반짝거렸다.
“유서아, 강한철.”
“…….”
“세운 씨!”
카닐을 공격했던 붉은 기운의 정체는 바로 세운이었다.
공격이 끝났음에도, 검 위로 흐르고 있는 내공은 아직 피가 부족하다는 듯이 꿀렁거리고 있었다.
세운은 평소와 같이 깊은 눈빛으로 캠프를 바라보며,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음에도, 그 목소리는 캠프 전체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정신 차려.”
“알겠다.”
“네!”
“크아아앙!!”
붉은 송곳니, 카닐.
녀석은 본능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공포심을 이기기 위해, 복부의 상처조차도 잊고 온 힘을 다해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