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6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68화(264/675)
제268화
아펠리온의 깃들어 있는 마몬의 보물, 아스트라페.
이는 올림포스의 최고신 제우스의 주 무기였다.
이전에도 올림포스의 12신 중 하나인 아레스의 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다지만, 지금은 그 이상이었다.
당연하게도, 아스트라페의 힘을 받아들인 아펠리온이 당장에라도 터져나갈 듯이 왕왕 울부짖고 있었다.
– 성좌, ‘파도를 부르는 나팔수’가 경악합니다.
– 성좌, ‘파도를 부르는 나팔수’가 도대체 어떻게 그 무기까지 가지고 있는 거냐며 비늘을 쥐어뜯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흔적이 하도 많아 난이도로만 따지면 저게 제일 구하기 쉬웠다며 가볍게 코웃음 칩니다.
아펠리온에게는 미안하지만, 세운은 아펠리온의 한계를 알고 있다.
아무리 진동이 울려도, 세운은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아스트라페의 힘을 밀어 넣었다.
그러던 중, 아펠리온의 진동이 거짓말처럼 뚝 멈춰 들었다.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만 것일까?
아니었다. 아펠리온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하게 보구의 힘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보구의 힘이 100%에 가깝게 깃들자, 오히려 조화가 이루어지며 진동이 잦아든 것이다.
콰아아아앙-!!!
“갸라라라락-!”
타이밍 좋게 크라켄의 몸뚱어리가 위로 붕 떠 올랐다.
집중하느라 말을 못 하고 있었지만, 유서아는 세운의 뜻을 깨닫고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시야에 잡힌 건 오로지 허공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크라켄뿐.
지금의 상태라면 충격을 흡수하는 것도, 바다로 퍼트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두 번째 능력, ‘광란’이 깨어납니다.
안정화가 되었다고 해도, 올림포스 최고신의 힘이 깃든 만큼 어지간한 힘으로는 다루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니 세운은 광란의 힘을 이용하여 신체의 힘을 순간적으로 증폭시켰다.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일순간 대량의 신성을 사용하여 지속시간을 포기한 대신, 힘의 상승량을 대폭 늘렸다.
여태까지 그저 정해진 방식으로만 광란의 힘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
케프리의 방에 있던 파라오를 상대하고, 그 이후에 수많은 전투를 거치며 깨달은 방식이었다.
그렇게 신체의 힘이 최대로 증폭된 순간, 세운이 크라켄을 향해 아스트라페를 집어 던졌다.
– 아킬레우스의 창, 아펠리온이 ‘아스트라페’에 잠든 번개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아스트라페’를 통해 ‘천벌(天伐)’이 재현됩니다.
파직!
“갸르르-그륵?”
일직선으로 날아간 아스트라페가 섬광처럼 크라켄을 꿰뚫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올림포스의 최고신, 제우스의 무기에 꿰뚫렸는데도 크라켄의 몸에는 작은 구멍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단 하나.
섬광이 통과한 부위에 노란빛이 일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쿠구구구-!
먹구름 낀 하늘이 열렸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문이 열리듯이 먹구름이 좌우로 쩍 벌어지며, 그 안에서 수백, 수천의 번개가 보습을 기다렸다.
그것들은 당장에라도 문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것처럼 꿈틀거렸고.
“갸르르-?”
크라켄의 머리에 붙은 노란 빛이 번뜩이는 순간.
콰르르르릉-!!
파지지지지직!!
수천의 번개가 크라켄을 향해 쏟아졌다.
번개의 수가 워낙 많아 번개 세례가 아니라 거대한 번개의 기둥을 보는 듯했다.
– 성좌, ‘파도를 부르는 나팔수’가 넋 나간 표정으로 번개를 바라봅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신의 보구를 다루는 솜씨가 많이 늘었다며 미소를 짓습니다.
이미 충분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크라켄의 몸체는 허공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그저 번개의 원기둥 속에서 고소한 냄새를 내며 타들어 갈 뿐.
재생력?
애초에 크라켄의 재생력은 피부가 촉촉해지는 바다에서만 가속되는 것이지, 저런 허공에서는 무의미하다.
그 탄력 있는 피부라 하여도 번개의 충격을 무마시킬 수 없었고, 허공에 떨어진 탓에 바다로 흘려보낼 수도 없었다.
그 장엄한 번개의 원기둥이 얼마나 유지되었을까?
파직-
천신의 징벌.
말 그대로 신이 내린 처단과도 같았던 공격이 끝나고, 새까맣게 타들어 간 크라켄의 모습이 드러났다.
체내의 수분이 극도로 증발하여 그 거대하던 몸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였다.
비명도, 꿈틀거림도 보이지 않았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설화를 머금은 크라켄이 사망한 것이다.
– SSS급 어류, 크라켄을 사냥하였습니다.
– 해당 어류를 등록하여 시련을 통과하시겠습니까?
시스템마저 세운의 승리를 인정하고 시련의 통과를 알려주었다.
무려 SSS급의 희귀도.
최소 S급 이상의 희귀도를 원하긴 했지만, 운이 좋아도 SS급 희귀도의 해수 사냥을 목표로 했던 세운에게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다만, 시련이 통과되어도 크라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 ‘크라켄’을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세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였다.
수많은 이빨이 나타나 검게 그을린 크라켄의 몸을 물어뜯었다.
그 성질이 어찌나 급했던지, 크라켄이 바다로 떨어지기도 전에 허공에서 난폭하게 물어뜯고 있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역시 오징어는 바로 구워 먹어야 제맛이라며 감탄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짭짤하게 간이 잘 된 전기구이 오징어의 맛에 만족합니다!
– 성좌, ‘파도를 부르는 나팔수’가 제발 그만하라며 비명을 지릅니다.
– 성좌, ‘파도를 부르는 나팔수’가 지금이라도 멈춰준다면 그 대신 온갖 바다의 진미를 제공해 주겠다며 크라켄을 되돌려 주라며 부탁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크라켄을 한입에 집어삼킵니다.
– 성좌, ‘파도를 부르는 나팔수’가 비명을 지릅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미안하다고 말하며 그래도 바다의 진미는 내줄 수 없겠냐며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상승한 것은 능력치만이 아니었다. 크라켄의 몸체가 뜯겨나가는 만큼, 크라켄에 깃들어 있던 트리톤의 신성이 세운에게 흡수되었다.
우웅-
성흔이 기쁜 듯이 붉은빛을 표했다.
비록 직접 트리톤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트리톤의 격이 격하됐으리라.
‘그나저나, 트리톤이 어째서 나를 공격할 수 있었던 거지?’
트리톤은 올림포스의 성좌.
설령 세운을 노린 게 아니라, 애초에 심어 두었던 자신의 권속을 움직인 거라 하더라도 변명은 되지 않았다.
그가 올림포스의 성좌인 이상, 어떠한 방법으로도 세운을 노리는 것은 탑의 규율을 어기는 행위다.
이 물음에 답을 구하는 방법은 튜닝에게 물어보는 것뿐이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튜닝을 불러내냐는 것인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소 쪽에서 먼저 메시지를 보내왔다.
– 관리소에서 안내해 드립니다.
– 현재 ‘파도를 부르는 나팔, 트리톤’은 올림포스를 탈퇴하여 무소속 상태임을 알립니다.
– 따라서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올림포스의 간섭 불가와 이번 일은 별개임을 알려드립니다.
관리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플레이어의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세운이 지금까지 튜닝을 몇 번이고 보아왔던 건, 세운의 활동이 그만큼이나 특출났기 때문이다.
그게 아닌 이상, 보통은 이런 식으로 시스템 메시지로 통보를 받는 게 대부분이었다.
‘올림포스를 탈퇴했다라.’
저 메시지를 읽는 순간, 세운은 이번 사건의 경우가 전부 이해되었다.
‘나 때문에 올림포스까지 탈퇴하다니. 트리톤이 복수 때문에 그런 짓까지 했을 것 같지는 않고…… 보상을 약속받은 건가.’
솔직히 관리소를 믿고 올림포스는 반쯤 무시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는 편법까지 사용해 가며 이런 짓을 저지를지는 몰랐다.
성좌가 자신의 소속은 탈퇴하는 건 자신의 격을 스스로 깎아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다시 자신의 소속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전과 완전히 같은 격을 획득하기란 불가능하다.
하물며 소속을 탈퇴한 사이 자신의 고유한 신성을 잃게 된다면? 안 그래도 줄어든 격이 더욱 크게 줄어들 것이다.
‘지금처럼 말이지.’
방금 트리톤은 크라켄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신성을 잃어버렸다. 그게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타격이 들어갔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아무리 소속을 탈퇴했다고 해도 직접적인 관여는 불가능할 거다.’
판의 경우처럼 탑의 규율을 어기고 덤빌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트리톤이라 하여도 판의 추락을 보고도 그런 짓을 반복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야, 무슨 저런 괴물이 다 있어?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죽을 뻔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이제 익숙할 지경이야.”
“하하, 근데 나 방금의 전투로 크라켄의 다리를 사냥했다면서 시련 통과됐는데?”
“어! 나도!”
“저도 그렇습니다.”
크라켄이 워낙 희귀도 높고 까다로운 존재라 그런가?
크라켄 자체는 세운의 타겟으로 인식되었지만, 다리를 상대했던 길드원들 전부 시련을 통과하게 되었다.
“그럼 바로 다음 시련으로 넘어가죠?”
“세운 씨, 괜찮을까요?”
“다들 괜찮겠습니까? 아직 식량도 더 남았고, 더 높은 등급의 해수를 찾아도 될 텐데.”
“으, 처음에나 좋았지. 이제 배 위라면 지긋지긋합니다. 얼른 땅 좀 밟아보고 싶습니다.”
“바로 다음 시련으로 가죠! 얼른 쉼터 가서 제대로 휴식 좀 취하고 싶어요!”
크라켄의 다리는 등급이 A-로 가장 낮은 축에 속했지만, 전부 만족하는 분위기.
게다가 다들 당장에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며 혀를 내두르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그러겠다는데 세운이 굳이 말릴 필요는 없었다.
세운이 원했던 길드원들의 경험 쌓기는 방금의 크라켄 사냥으로 충족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출발!”
디아블로 길드가 이번 테마의 마지막.
바다의 종점인 40층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이럴 수가…….”
39층을 지켜보던 트리톤은 넋이 나간 채로 삼지창을 떨어트렸다.
그와 함께 자신의 권속인 크라켄이 검게 그을린 채 사악한 이빨에 먹혀 사라져 갔다.
“그, 그만! 제발 그만!”
저 크라켄은 보통 크라켄이 아니다.
아직 자신의 신성이 남아 있으니 바다로 돌려내 휴식을 시키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살려낼 수 있다.
처음에는 베엘제붑과 말이 조금 통하나 싶었지만…….
꿀꺽.
크라켄을 완전히 삼켜놓고 바다의 진미를 내놓으라는 베엘제붑의 모습에 트리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시, 신성까지…….”
권속이 죽는다고 하여도 일반적으로는 신성의 절반 정도는 주인 성좌에게 되돌아온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포식의 권능을 거쳐 정세운이라는 플레이어에게 신성이 한 톨도 남김없이 흡수되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
결국, 권속을 통해 자신의 신성 일부분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다른 성좌도 아닌 고작 플레이어 한 명에게 말이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내 소라를! 어떻게 제우스의 번개를! 어떻게 내 크라켄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너무 연속적으로 펼쳐졌던 탓일까?
트리톤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넋을 놓았다.
그러던 중, 문뜩 정신을 차린 트리톤이 머리를 차갑게 식히며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았다.
‘일단 임무는 실패다.’
그뿐만 아니라 신성을 잃고 격이 손상되었다.
이대로 올림포스에 돌아간다면?
본래 지니고 있던 신성의 80%도 회복하지 못하게 될뿐더러, 약속받았던 보상 역시 물 건너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올림포스를 포함한 성좌들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게 뻔하다.
자신의 아버지인 포세이돈은 애초에 트리톤을 버린 자식 취급했으니…….
이대로는 손해가 너무 막심하다.
“어떻게든 저놈을 끝내고 가야 해…….”
트리톤의 눈에 광기가 번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성을 잃은 판단은 아니었다.
이대로 아무런 소득 없이 올림포스로 돌아가 막대한 손해와 경멸의 시선을 감수하는 것과 탑의 규율이고 뭐고, 어떻게든 임무를 완료하여 떳떳하게 탑으로 복귀하는 것.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후자가 더욱 가치 있고, 짜릿했다.
만약 놈의 성흔에서 신성을 되찾을 수 있다면?
전과 같은…… 아니, 판의 신성까지 흡수했을 테니 전보다 더 많은 신성을 가지고 올림포스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40층에는 딱 적절한 곳이 있지.”
본래는 광휘의 바다라 불렸지만, 지금은 피와 어둠으로 물들어 흑해라 불리는 배반의 바다.
놈이 그곳에 온다면, 관리소에 들키기 전에 일을 마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트리톤은 다시금 날카로운 삼지창을 주워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