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6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69화(265/675)
제269화
39층, 그 거대한 바다의 끝.
디아블로 길드는 또 한 번 거대한 폭포의 앞에 도달했다.
“와, 뭐 이리 커?”
“어마무시하네. 진짜…….”
“나이아가라 폭포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나름 세계 각지 이곳저곳 돌아다녀 봤단 말이지. 물론, 아무리 대단한 장관도 탑에서 본 것들에는 비교하지 못하겠지만.”
38층의 끝에서도 보았던 폭포. 아니, 그보다 다섯 배는 더 거대한 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거대한지 저 위에서부터 풍겨오는 물보라로 인해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배가 바로 부서지지 않을까 싶은 위협적인 광경.
다들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와중.
“가자.”
세운이 신호를 날렸다.
다들 긴장되는 마음으로 저마다 잡을 것을 찾았다.
그러는 중에도 선실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배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40층에 도달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가 폭포의 시작점에 닿는 순간.
– 39층의 시련 ‘바다낚시’를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SSS급 어류 ‘크라켄’ 사냥 성공.
– 이 외에도 사냥에 성공한 A급 이상의 해수 다량 확인.
……
– 총 누적 공적치 40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39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시련의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 올랐다.
39층에서 가장 희귀하고 강력한 결과물로 생각되는 크라켄을 사냥한 결과는 당연히 랭킹 1위.
소량이지만 그전에 잡았던 어류들까지 공적치에 반영되어 엄청난 공적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
세운이 이것들을 채 다 읽기도 전에.
솨아아아-!!
“으아아악!”
“올라간다아!”
디아블로 길드의 함선이 폭포를 따라 위로 치솟았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
몸이 붕 뜬 기분과 함께, 함선이 물보라를 뚫고 올라갔다.
사람들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싶었으나, 주변을 둘러보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너무 빠른 속도 탓일까? 찰나로 느껴지는 짧은 시간이 지나자마자, 함선이 폭포의 끝에 도착했다.
돛이 활짝 펴지며 함선이 거짓말처럼 부드럽게 폭포 위의 바다에 착륙했다.
“재밌다!”
“재밌다아!”
“또 탈 수는 없나?”
“아서라. 올라갈 때는 몰라도 내려갈 때는 함선이 박살 나 버릴걸?”
“아니거든! 우리가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었는데. 끄떡없거든!”
다들 멍한 표정을 짓는 사이, 쌍둥이 자매가 제일 신나서 갑판 위를 방방 뛰어다녔다.
둘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박정필의 말이 맞다.
중력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단순한 물리력으로 층을 거슬러 내려갈 수는 없다.
아마 배가 튕겨 나오거나 곧바로 파괴당하고 말리라.
“그나저나 이번에는 또 어떤 시련이려나?”
“보나 마나 뻔하지. 지금까지 10층 단위 시련들은 다 미친 난이도였잖아? 이번에도 뭐, 몬스터가 쏟아지거나 하는 거겠지.”
“그게 가능성이 제일 클 것 같기는 하지.”
“그거라면 걱정 마! 우리 배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으니까! 그치?”
“그치! 우리 배는 완벽하다구!”
다들 시련에 대해 궁금해하던 중, 배가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떠 올랐다.
– 40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망망대해
– 당신은 지도도, 나침판도 없이 끝없는 망망대해에 놓였습니다.
–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망망대해를 지나, 정체 모를 갖가지 위협을 거쳐 항구에 도착하십시오.
“……이게 끝? 그러니까,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그냥 알아서 가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40층의 시련, 망망대해.
길드원 모두 방향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지만, 이번 시련에서 방향 따위는 알려주지 않았다.
알 수 있는 건 단 하나.
방금 올라온 거대한 폭포가 뒤에 있다는 것뿐이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의외로 디아블로 길드원이 아닌 해적 섬에서 만난 플레이어, 해리였다.
“해가 지는 방향에 폭포가 있습니다. 이쪽이 아닌 건 확실하니,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어떻게 생각해 낸 거야? 멋진데!”
“근데 그 방향이 아니라면…….”
“방향이 맞지 않더라도, 반대편에 도착하면 이 폭포처럼 바다의 끝을 알리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하긴 그렇지.”
“거기서 힌트를 찾거나, 그도 아니라면 그 끝을 따라 이동하면 최소한 길을 헤매지는 않을 겁니다.”
최소한의 근거를 이용해 가장 합당한 방향을 찾아낸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가장 적절한 판단이었다.
‘제법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솔직히, 세운은 해적 섬에서 만난 플레이어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36층의 시련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자신들의 능력 부족을 뜻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당연하게도, 바다 테마가 끝나고 쉼터에 들어가는 순간 연을 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해리의 경우는 달랐다.
판단력이 괜찮은 것은 물론, 크라켄의 공격을 막아낼 때 보였던 무력 역시 생각보다 괜찮았다.
– 성좌, ‘붉은 반점의 표범’이 해리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세운뿐만 아니라 솔로몬의 악마 중 하나인 57위의 악마, ‘오세’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오세’라면 마신의 세력에 포함되어 있으니 배신하기도 힘들 터다.
나중에 유서아에게 해리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생각하며, 세운이 그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다.”
“가, 감사합니다!”
“돛을 펼쳐라! 목표는 동쪽!”
“바람도 선선하고 딱 좋네! 얼른 쉼터까지 직진하자고!”
디아블로 길드원 모두 이미 쉼터에 도착하기라도 한 것처럼 신나게 함선을 움직였다.
하지만, 여기서 오로지 세운만이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저런 생각을 한 플레이어의 수가 한둘이 아니고, 이번 시련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말이다.
* * *
디아블로 길드의 항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배도 튼튼하고 식량도 걱정 없고, 세운이 선실에 만들어 둔 편의시설 덕분에 위생 관리도 쉬웠다.
가끔 몬스터의 습격이 생기기도 했지만, 위협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루한 시간을 덜었다며 좋아하는 이들도 있고, 식량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이들도 있을 지경이었다.
“아~ 평화롭다.”
“대체 이 탑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길래 탑의 중간에 떡하니 바다가 있는 거야? 그것도 이렇게 큰 바다가.”
“저도 생각해 봤습니다만, 아마 층 하나하나가 별개의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데카르트의 좌표계로 유클리드 공간을 따져봤을 때…….”
“아, 난 포기. 낚시나 하러 갈래.”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저렇게 낚시를 하러 가기도 하고, 수련이나 연구를 하는 등, 각자의 취미생활을 질리도록 즐기는 중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해리는 돛대 위에서 망원경을 놓지 않았다.
이미 그가 찾아낸 몬스터의 습격의 수만 열 번에 달했다.
이 오랜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중, 해리가 세운의 시선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내리고 입을 열었다.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이변? 몬스터 습격인가요?”
“아뇨, 몬스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바다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어두워지다니? 태풍이라도 오려는 건가?”
“태풍은 아닙니다. 하늘은 먹구름 하나 없이 잠잠하고, 바람도 불지 않으니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양이 반쯤 흐릿해져 있었다.
먹구름 하나 없는 깨끗한 하늘에, 태양이 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렇게 어두워지다니.
어두워졌다는 표현은 단순히 태양의 조명 때문만이 아니었다.
바다 그 자체가 검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뭐, 뭐지?”
순풍으로 쭉쭉 나아가던 배가 뚝 멈췄다.
주변은 온통 새까만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세운이 돛대 중간에 설치해 둔 라이트 마법진이 아니었다면 당장 눈앞도 보이지 않았으리라.
그 순간, 세운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흑해.’
본래 찬란한 빛이 쏟아지는 광휘의 바다였지만, 에스트롯샤의 반역으로 인해 피와 어둠으로 물든 바다. 마침내 그곳에 도달한 것이다.
“유서아.”
“네?”
“바람은 만들어 줄 테니까, 사람들 이끌고 여길 빠져나가. 바람이 부족해도 노를 저어가면 충분히 나아갈 수 있을 거야.”
“……설마, 여기 남으시려는 건가요?”
“할 일이 있거든. 흑해를 빠져나가면 검은 바다를 피해서 해리가 말한 방향대로 쭉 따라가면 될 거야.”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세운 씨라고 해도 이 바다를 헤엄쳐서 배를 따라오기는 힘들 텐데…….”
“걱정 마. 그리고 지금이야 평화롭지만, 곧 위기가 닥쳐올 테니까 네가 잘 지휘하고.”
“……알겠어요. 시련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부탁한다.”
“네! 맡겨만 주세요!”
유서아는 세운에게 무슨 상황인지 자세히 묻는 대신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탑의 절반 가까이 함께 올라오며 확실히 인지한 것이다. 앞으로 세운이 나아갈 길은 오로지 세운만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괜히 따라가 봤자 민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차라리 자신의 자리에서 디아블로 길드를 올바르게 이끄는 게 더 세운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형니이임! 저도 데려가시면 안 됩니까?”
“정말?”
“……헤헷, 사실 정말 형님을 따라가고 싶지만! 이 길드에는 또 제가 꼭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야, 오빠 필요 없어.”
“어허! 형님, 여긴 제가 잘 맡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십쇼!”
유서아를 제외한 다른 길드원들 역시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세운의 안전을 기원해 주는 것으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강한철이 무뚝뚝하게 ‘늦지 마라.’라고 중얼거리거나 백현이 혹시 괜찮은 샘플이 있으면 가져와달라고 부탁하는 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지만, 세운의 발목을 붙잡는 이는 없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윈드 필드’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자탑의 묘리에 따라 ‘윈드 필드’의 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윈드 필드’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후우우웅!
펄럭!
세운의 마법에 의해 돛이 활짝 펼쳐지고, 우뚝 멈춰 있던 함선이 뒤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흑해의 구역은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거다.
특히 이 함선은 노를 저어서도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기에, 바람이 없어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
“저희는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그래.”
풍덩!
흑해를 빠져나가는 배를 뒤로하고, 세운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곧바로 이전에 사용했던 ‘인어의 아가미’와 ‘머맨의 지느러미’가 펼쳐지며 숨과 움직임을 도와주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흑해의 처참한 광경에 눈을 질끈 감습니다.
드디어, 흑해.
레비아탄의 보주를 설치하여 성소를 세우고, 그녀의 권능을 강화할 때가 왔다.
그리고 저 멀리.
– 성좌, ‘파도를 부르는 나팔수’가 제 발로 아가리에 들어온 당신을 지켜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습니다.
세운이 도착함과 동시에 몰래 흑해에 발을 디딘 성좌가 또 하나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