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6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72화(268/675)
제272화
“마, 말도 안 돼! 플레이어 따위가 어떻게 내 힘을!”
트리톤은 경악했다.
방금 만든 해류 벽은 저놈을 끝장내기 위해 제대로 만든 벽이었다.
바다의 신인 자신의 신성을 듬뿍 머금은, 바다에서만큼은 그 어느 성좌에 비하더라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강력한 벽이었다.
그런 해류 벽이 고작 플레이어의 공격 한 번에 산산이 뜯겨 사라졌다.
그뿐인가?
뒤이어진 공격 역시 정체 모를 늑대의 포효에 흩어지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상황.
“아무리 마신과 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이건 불가능하다!”
권속인 크라켄이 당한 후, 트리톤은 나름대로 세운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탑에 관여하지 않던 마신들과 계약을 나누어 그 권능을 사용한다는 플레이어.
이전에 아스트라페를 사용한 것 역시 탐욕의 권능을 사용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저 플레이어가 신의 힘을 무마시키는 힘이 있다는 말은 없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 크아아아앙!
너무나도 빠르게 회전하여 머리가 가열될 무렵, 상어를 흩어 보낸 늑대가 트리톤을 향해 뛰어들었다.
카앙!
트리톤은 삼지창을 들어 그 포악한 이빨을 막아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이 힘은 위험하다.
같은 신의 무기가 아니고서야 흠집조차 낼 수 없는 자신의 삼지창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만.
“날 뭐로 보는 거냐!”
트리톤은 기합을 내지르며 늑대를 튕겨냈다.
그의 몸에서 방대한 양의 신성이 뿜어지다 못해 철철 흘러넘쳤다.
주변의 바닷물이 그의 움직임에 동조되어 순풍과도 같은 해류가 만들어졌다.
“내가 바로 포세이돈의 아들! 위대한 바다의 신! 올림포스의 성좌이다!”
삼지창이 움직일 때마다 해류가 크게 꿈틀거렸다.
늑대가 겁도 없이 곧바로 돌진해 오자, 트리톤이 끌려오는 해류를 가득 휘감아 삼지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푸욱!
피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주변의 해류가 퇴로를 완전히 차단한 덕분에 늑대는 꼼짝없이 삼지창에 찔려 몸이 고정되었다.
그러는 중에도 늑대는 검붉은 눈을 부릅뜨며 트리톤을 노려보았다.
“감히 어디서 눈을 부라리는…….”
– 크아아아앙!!
“크흑!”
삼지창에 꿰뚫린 늑대가 최후의 포효를 내질렀다.
늑대의 포효는 트리톤의 공격도 무마시킬 정도로 강력한 신성을 품고 있는 만큼, 근거리에서 별다른 공격이 아닌 포효를 듣는 것만으로도 트리톤은 내부가 진탕되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윤기 나는 상어 비늘이 떨어지고, 그 사이로 신혈이 흘러내린다.
늑대는 쓰러졌지만, 트리톤에게는 상처와 함께 수치심이 남았다.
“고작 플레이어 따위가!”
분노를 터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세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가 향했을 방향은 뻔하다.
트리톤은 해류 벽이 찢어지고 아직까지 해류가 진정되지 않은 전방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흑해의 끈적한 점성에 막혔지만, 바다에서 그의 최속은 섬광처럼 빨랐다.
그렇게 5초도 지나지 않아 트리톤은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백경.
자신조차도 갖지 못한 전설의 괴수의 시체 앞에서 둥근 보석을 들고 있는 세운.
그 순간, 트리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게 보석이 무엇이고,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막아야 한다는 것을.
올림포스에서 희희낙락 평온한 세월을 보내며 잊고 있었던 위기 본능이 되살아났다.
“멈춰라!”
트리톤의 날카로운 삼지창이 세운을 겨누었다.
* * *
‘젠장…….’
트리톤이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보구는 단순히 땅에 내려놓는다고 설치되는 것이 아니다. 이 장소에서도 가장 적합한 위치를 찾아 보구가 활성화할 수 있게 간단한 설치 과정이 필요하다.
신성의 남은 절반을 대부분 쏟아냈으니 일이 분은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오만이었던 듯하다.
상대는 바다의 신.
파멸의 힘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고작 플레이어가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래도 활약은 했나 보네.’
세운의 생각에 대답하듯 성흔이 웅웅 울려댔다.
세운이 아무리 발악해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던 트리톤의 상어 비늘이 뜯겨 나가거나 자잘한 상처가 나 있었다.
지금은 아문 듯하지만, 비늘을 뚫고 살을 베어 피까지 흘린 흔적이 보였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그게 최후의 수단이었던 모양이지?”
트리톤이 세운에게 창을 겨누었다.
보구를 경계하고 있는 것인지, 파멸의 힘을 경계하고 있는 것인지 섣불리 공격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제 끝이다. 이 자리에서 완전히 끝내주마. 흐하하하, 제법 괜찮은 새싹이었지만 아쉽게 되었군. 본래 소금물에 닿은 새싹은 시들고 마는 법이지.”
“과연 그럴까.”
우웅-
“네, 네놈! 또 무슨 짓을!”
세운이 성흔을 붉혔다.
또 늑대가 나오기라도 할 줄 알았는지 트리톤이 다급하게 주위로 물의 방패를 만들어 냈다.
그사이 세운은 보주를 품에 넣고 아펠리온을 꺼내 들었다.
애초에 신성이 바닥난 지금, 파멸의 힘을 다시 사용할 정도의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기껏해야 광란의 힘을 아주 잠깐 사용하는 게 전부일 것이다.
방금의 성흔을 붉혔던 건 트리톤을 경계하게 만들어 아펠리온을 꺼낼 시간을 벌기 위함일 뿐이었다.
“하! 끝까지 신을 기만하다니! 오만한 놈!”
“속은 놈이 잘못이지.”
“보아하니, 아까 그 힘은 다 떨어진 모양이구나. 네깟놈이 그런 이쑤시개 하나 집어 든다고 신을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 창 몰라? 올림포스의 성좌라면서, 올림포스의 무기도 못 알아보나 보네. 외견만 아니라 머리도 물고기를 닮은 건가.”
“이 자식이!”
트리톤의 삼지창에 해류가 소용돌이친다.
그의 앞에서 굳이 무기를 든 이유는 하나뿐이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레비아탄의 보주를 설치할 시간.
1분…… 아니, 30초라도 벌지 않으면 보주를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세운은 이미 신성도 마나도 바닥난 상태.
여기까지 헤엄치며 신체를 강화하느라 내공도 꽤 많이 소모하였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당연, 탐욕의 권능이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해신의 창, 트리아이나 ]– 올림포스의 최고신 중 하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사용하는 삼지창으로써 대해를 지배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올림포스의 12신.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다는 삼신 중 하나, 바다의 신 포세이돈.
그가 소유한 무기의 힘이 아펠리온에 깃들었다.
우웅-
바로 얼마 전에 아스트라페의 힘을 사용하고 상태가 진정되자마자 그에 맞먹는 힘을 불어넣으니 아펠리온이 힘들다는 듯이 진동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
이 흑해에서 트리톤의 공격에 대항하여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트리아이나가 가장 적절했으니까.
‘부탁한다.’
우웅-
세운은 떨리는 아펠리온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아펠리온이 순응하기라도 하듯이 진동을 낮추고 착실하게 트리아이나의 힘을 받아들였다.
아펠리온의 창끝 옆으로 두 개의 날이 더 생겨나며 삼지창의 형태로 바뀌었다.
곧이어 시꺼먼 흑해에서도 눈에 띄는 영롱한 푸른빛을 일렁였다.
“네, 네놈 설마! 설마 우리 아버지의 무기마저 모욕할 셈이냐!”
트리톤이 분노하며 삼지창을 집어 들었다. 그와 함께 세운 역시 아펠리온을 집어 들었다.
남은 내공을 모두 쥐어짜내 신체를 강화하고, 성흔에 남은 신성마저 한계까지 쥐어 짜낸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두 번째 능력, ‘광란’이 깨어납니다.
강화된 신체로 당장에라도 터져나갈 듯한 트리아이나의 힘을 꽉 붙잡았다.
분노에 차 삼지창을 내세우며 다가오는 트리톤을 향해 트리아이나를 내뻗는다.
창을 내지른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조용하고 고요하게. 마치, 트리톤이 아닌 눈앞의 바닷물을 찌르려는 듯이.
푹.
트리톤을 찌른 게 아니었다.
정말, 눈앞의 바닷물이 찔리기라도 한 듯, 묵직한 기분이 느껴졌다.
– 아킬레우스의 창, 아펠리온이 ‘트리아이나’에 잠든 바다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트리아이나’를 통해 ‘심연’이 재현됩니다.
쿠궁!
어깨를 짓누르던 수압이 무거워졌다.
백경의 사체로부터 흘러나온 푸른빛에 의해 밝아졌던 주위가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그나마 세운이 느낀 중력은 극히 일부일 뿐.
트리아이나가 찌른 곳을 중심으로, 트리톤을 향해 대해의 수압이 퍼져나갔다.
“크윽!”
트리톤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삼지창을 들고 있는 것도 버거운지 침음을 흘리며 바닥에 추락해 삼지창을 지팡이처럼 바닥에 꽂았다.
“이건 정말 아버지의……!”
트리톤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공포가 일렁였다.
자신이 극히 어렸을 적에, 말썽을 피우면 포세이돈이 자신에게 내렸던 징벌. 그중 하나가 트리아이나를 통해 만들었던 깊고 무거운 심연 속에 갇히는 것이었다.
당시의 공포가 떠오르며 트리톤의 몸에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다.
“가, 가짜다! 아버지의 힘은 겨우 이따위가 아니었다!”
그래도 성좌는 성좌.
그들은 단순히 육체적 힘만이 강력한 게 아니라 정신력도 플레이어의 수준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패닉 상태에서 빠르게 벗어난 트리톤이 고개를 들었다.
그 즉시 보이는 거대한 소용돌이.
“감히 아버지의 무기를 투창 따위로 사용하다니!”
카아앙!
트리아이나가 날아오며 만들어 낸 지독히 날카로운 와류를 향해 트리톤이 삼지창을 내질렀다.
소용돌이와 소용돌이의 충돌.
그 탓에 주위의 해류가 종잡을 수 없게 일렁거리며 더욱 크고 혼잡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다.
“아버지의 힘은!”
트리톤이 삼지창을 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비록 당장 눈앞에 다가온 트리아이나가 과거의 공포를 떠올리게 했지만, 트리톤은 알고 있었다.
이제는 내놓은 자식이라 불릴 정도로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포세이돈의 힘은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겨우 이따위가 아니다!”
콰광!
촤르르르르-!!
트리톤이 신성을 끌어 올려 삼지창에 담았다.
삼지창의 빛이 트리아이나 보다 진한 푸른빛을 띠더니, 주변의 와류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주변의 해류가 모두 트리톤의 편을 들었다.
와류가 결국 트리아이나를 바닥에 꺼트리는 순간, 트리톤은 느꼈다. 평생 자신을 옭아매던 아버지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자신은 한 단계 위로 성장할 수 있었다.
같은 성좌도 아닌, 고작 플레이어 하나를 상대하며 격을 초월하고 만 것이다.
“흐하하하하하! 고맙구나! 수천 년 동안 넘지 못했던 아버지의 벽을 깨다니! 이게 다 네 덕분이다! 답례로 고통 없이…….”
촤아앗!
트리톤의 몸을 휘감던 해류가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뼛가루로 뒤덮인 시야를 걷어냈다.
그리고 그 뒤에는.
– 흑해에 레비아탄의 보주를 설치하였습니다.
– 흑해가 질투의 마신, 레비아탄의 성소로 인정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잃어버린 격을 되찾습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자신의 성소에 강림합니다.
“죽여주마……?”
무덤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거대한 몸체를 지닌 푸른 뱀. 위대한 칠대 마신 중 하나인 질투의 마신.
레비아탄이 강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