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7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74화(270/675)
제274화
“도대체 왜 모니터가 끊긴 겁니까!”
“흐, 흑해는 저희의 관리 범위 밖입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튜닝, 진정하게. 저 말이 맞다네. 에스트롯샤의 반란 이후, 흑해가 된 광휘의 바다는 우리의 관리 범위를 벗어나 있었어.”
“그럴 수가!”
튜닝이 절망했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모니터링이 끊기다니.
흑해.
비록 세운이 스스로 들어간 곳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
그가 트리톤의 종적을 조사해 본 결과, 그 종적의 끝이 바로 이 흑해였다.
그 사실을 알아내자마자 다급히 달려왔는데…… 세운은 이미 흑해로 들어가 버린 이후였다.
“트리톤이 정세운 플레이어를 죽이려 할 겁니다! 그건 명백한 탑의 규율 위반입니다!”
“하지만, 감시할 방법이 없지 않나.”
“제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현장에서 규율 위반을 확인하자마자 제재를…….”
탁.
관리소장의 손에 튜닝의 어깨에 얹어졌다.
그제야 튜닝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현장에 직접 찾아가 규율 위반 현장을 찾아낸다니.
성좌의 규율 위반 이전에, 아무리 전담관이라 해도 관리자가 한 플레이어를 위해 시련에 끼어드는 것부터가 규율 위반이었으니까.
“자네가 어째서 그 플레이어에게 이토록 매달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관리자의 역할을 외면할 생각은 없네.”
“……감사합니다.”
“일단은 지정 모니터 외에 퍼밀리어 몇을 보내보도록 하지.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관리소는 어디까지나 탑의 시련을 관리하고 플레이어의 행동을 감시하는 게 주 업무였다. 그 정해진 규칙을 벗어나는 것은 이유가 무엇이라 하여도 규율 위반이다.
여러 방법으로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튜닝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에는 모니터 안에서 뛰어다니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관리자 역시 성좌 못지않게 전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관리자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가만히 모니터를 지켜보는 것뿐.
하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그 이상에 관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였다.
‘진급.’
현재 튜닝의 자리인 특별 전담관은 직급상으로만 보자면 관리소의 소장과 맞먹는 위치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탑의 윗분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큰 힘을 얻기 위해서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운이 살아야만 한다.
그 순간.
“어? 모, 모니터가 켜졌습니다!”
“뭐? 대체 어떻게…….”
“흑해가…… 정화되고 있습니다!”
서서히 밝아지는 화면.
칠흑같이 어두웠던 흑해에 광채가 스며들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유일하게 소장만이 기억하고 있는, 광휘의 바다 때의 아름다운 빛을 되찾고 있었다.
“세, 세운! 정세운 플레이어는?”
튜닝이 다급하게 흑해의 모니터를 둘러보았다.
찾는 것은 간단했다.
흑해의 가장 깊은 곳.
모니터 안에는 백경의 뼈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그 심해에, 레비아탄의 앞에 선 세운이 비치고 있었다.
“……무사한가 보군.”
“트리톤…… 트리톤은?”
“어? 이상합니다. 트리톤의 별이 감지되지 않습니다.”
“……설마?”
답답함으로 가득 차 있던 튜닝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다들 말도 안 된다며 부정하고 있지만, 그만은 알 수 있었다. 트리톤이 결국 임무에 실패하고 추락했다는 것을.
“아마 곧 올림포스에서 연락이 올 겁니다.”
“그, 그럼 어쩌나?”
“간단합니다.”
튜닝은 자신이 처음 받았던 연락을 회상하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올림포스 소속도 아닌 성좌의 개인 정보를 알려드릴 수는 없다고 회신하면 됩니다.”
* * *
흑해가 정화되는 도중, 세운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다른 시체들과 함께 흑해의 바닥에 가라앉고 있는 트리톤에게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큰 차이는 없겠지만, 괜히 트리톤을 죽였다는 사실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리소의 감시가 복구되기 전에 트리톤을 없애야만 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통신이 복구되자 입을 벌리기 무섭게 입 안으로 들어오는 먹잇감에 입을 다뭅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잇감의 맛에 감탄하며 이게 대체 뭐냐며 정체를 묻습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평생 먹었던 어류 중에서도 이게 제일이라며 행복에 빠져듭니다.
세운이 재촉할 필요도 없이, 베엘제붑은 트리톤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광휘의 바다에 흩어진 신혈 한 방울도 남김없이.
언제 보아도 대단한 능력이다.
– ‘바다의 신, 트리톤’을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수속성 친화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총합 40이나 되는 능력치가 상승했지만, 이는 극히 일부였다.
수속성 친화력이나 저항력처럼 물에 관련된 능력이 대폭 향상된 것은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신성이 차올랐다.
성흔이 기쁜 듯이 붉은빛을 흩뿌렸다.
신을 포식한 만큼 시련에서 구원자로서 신성을 획득할 때와 비교도 안 되게 많은 양의 신성이다.
‘이래도 파멸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체감하기로 신성의 총량이 대략 두 배가량 늘었을까?
엄청난 수치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봤자 트리톤을 상대할 때 사용했던 늑대를 불러내 기껏해야 8~9번의 명령을 하는 게 전부일 터다.
수많은 성좌를 상대하게 될 후일을 위해서라도 얼른 신성의 총량을 늘려 그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필요가 있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광휘의 정수가 사용된 것을 보고 크게 안타까워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래도 광휘의 바다가 가진 아름다움은 썩 볼 만하다며 고개를 까딱입니다.
우웅-
백경의 머리 부근에서 광활한 기운이 일렁였다.
레비아탄의 거대한 힘이 차원을 찢고 탑의 바깥과 연결되었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행위이지만, 광휘의 정수를 통해 일시적으로 차원을 연결한 모양이다.
그 안으로.
“여, 여긴!”
“광휘의 바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모습 그대로야…….”
“바다라는 게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다니…….”
튜토리얼의 심해에 머물던 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성좌였다면 당장 자신의 힘을 채우기 급급했을 텐데, 레비아탄은 그 대신 어인들의 터전을 되돌리는 데 힘을 집중하였다.
그중에서는 세운과 제법 많은 말을 섞었던 어인들의 리더, 샥스 역시 존재했다.
그는 세운을 보자마자 털썩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곧이어 머리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빨리 약속을 지켜주시다니!”
샥스의 반응을 보고, 다른 어인들 역시 세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레비아탄이 싱긋 웃으며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어인들에게 본래의 터전을 되찾아주는 것. 그것은 어인들이 원했던 것뿐만 아니라 레비아탄의 바람이기도 했던 것이기에.
“괜찮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흑해에서 행하려던 목표는 끝냈다.
다사다난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질투의 권능이 강화되고 레비아탄이 힘을 되찾음은 물론, 트리톤을 통해 방대한 양의 신성까지 흡수했다.
사유가 밝혀지지 않아도 올림포스는 세운을 의심하고 적대심을 키우겠지만, 그건 나중에 걱정할 문제다.
‘예전과는 다르지.’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든 성장해 성좌들에게 간섭하고 분란을 잠식시켜 신마 대전의 싹을 잘라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강해지면 그만이다.’
지금의 성장세라면 탑의 랭커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아니, 그것을 넘어 초월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플레이어들은 물론 성좌들에게 간섭하는 것 역시 가능해진다.
굳이 귀찮게 성좌들을 다독일 필요 없이, 힘으로 성좌들을 설득하면 그만이다.
그게 훨씬 편하고,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세운이 떠나기 전, 샥스가 세운을 불러 세워, 뒤를 돌아보았다.
보주와 정수의 힘으로 유지되던 레비아탄의 몸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샥스의 진중한 눈빛을 본 레비아탄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로 하거라. 나의 아이여.”
“감사합니다.”
샥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어인들 역시 정착지를 다지는 대신, 샥스를 따라 움직였다.
“최소한 이 바다의 목적지까지는 저희가 안내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 *
그 시각, 디아블로 길드는 세운의 지시에 따라 흑해를 둘러 40층을 건너고 있었다.
다만, 처음처럼 한없이 평화롭고 지루하던 항해는 아니었다.
“포탄 발사!”
쿠궁!
“새로 장전하는 동안 버텨주세요!”
“우현에 새로운 몬스터 출현입니다! 병력 지원 좀 해 주세요!”
“지원할 여력이 없습니다! 당장 이쪽 벽면에 달라붙은 몬스터만 해도 수십 마리입니다!”
“한철 씨!”
“알겠다.”
벌써 몇 시간째 전투를 지속하고 있을까?
차라리 다른 시련처럼 몬스터의 군세가 한 번에 덤벼들면 대범위 공격을 날리기라도 하겠는데, 이곳은 그게 아니었다.
딱 거슬릴 정도의 몬스터만 지속해서 달라붙는다. 쉴 시간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듯이.
덕분에 디아블로 길드원 모두의 얼굴에 짙은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젠장, 좀 쉬자!”
“전방에 몬스터 출현입니다!”
“으아아아악!”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포, 포탄이 다 떨어졌습니다!”
반복되는 전투로 인해 포탄과 같은 소모품이 상당량 떨어졌다.
그나마 여태까지 멀쩡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세운이 인챈트까지 걸어서 만들어 준 대포 덕분이었는데…….
화력이 떨어진 만큼 버티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어요!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우회해서 가야겠어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몬스터가 많아지기 시작한 때는 흑해 주변을 돌기 시작한 이후였다.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라고는 하지만, 목적지가 얼마나 먼지 알 수 없는 이상 이대로는 위험하다.
길드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유서아는 우회를 선택했다.
하지만.
“좌, 좌현에 몬스터 무리 출현! 수가 꽤 많습니다!”
“하필……. 일단은 빼죠! 휴식을 위해서라도 당장 전투는 피해야 합니다!”
“뒤쪽에도 몬스터가 몰려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것 같습니다!”
오른쪽에는 흑해가, 왼쪽과 뒤쪽은 몬스터 무리가.
이대로는 꼼짝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흑해의 어둠이 조금 옅어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어요! 다들 한 번만 더 고생합시다! 앞으로 뚫고 나아가요!”
선택지가 없었다.
아래에서는 필사적으로 노를 젓고, 위에서는 몬스터를 떼어낸다.
소모품이 떨어져 몬스터를 처치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피 냄새를 맡고 몬스터가 모여들자 함선의 주위로 몬스터가 점점 더 늘어났다.
“언니, 어쩌죠?”
“무리하더라도 앞이 아니라 바깥으로 빠져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든 뚫어보겠습니다! 일단은 빠져나가죠!”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씩 의견을 내놓았다.
세운이 돌아올 경우를 대비하여 어지간하면 흑해에 붙어 가고 싶었지만, 이대로는 무리다.
몬스터가 있더라도 이대로 가는 것보다는 왼쪽을 뚫어야만 한다.
그렇게 유서아가 다짐하며 쌍검을 치켜드는 순간.
– 흑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자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콰르르릉-!!
함선의 뒤쪽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바다를 강타했다.
갑작스러운 번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서 감전된 채 몸을 떨며 배를 드러내는 몬스터들.
이미 몇 번이고 보아온 마법이기에, 다들 번개의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챘다.
“고생했다.”
“여기부터는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세운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샥스. 그 뒤로 나타난 어인 군단이 함선을 공격하던 몬스터를 말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