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7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78화(274/675)
제278화
박정필에게 운석에 대한 정보 수집을 맡긴 후, 다른 길드원에게 내린 지시는 간단했다.
“하고 싶은 거 하시면 됩니다.”
“……정말요?”
“정필 씨한테는 정보 수집을 맡겼다던데, 그럼 저희도…….”
“신경 써주시면 감사하겠지만 수십 명이 단체로 운석에 대해 알아보고 다니면 오히려 수상할 수 있습니다.”
“음,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러니 운석에 대한 건 인지만 해 주시면 됩니다. 공적치를 벌든, 다음 시련을 준비하든, 유흥을 즐기든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이 허튼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길드장……!”
“형님, 그럼 저는…….”
세운이 박정필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인 여태까지의 쉼터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어지간한 모든 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혹시 이번에는 얼마나 머물 생각이신가요?”
“최소 한 달. 전 일단 운석을 처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만약 안 되더라도 석 달 안에는 다음 시련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네 번째 쉼터에서 운석을 부수고 아우터를 전부 처리하긴 했지만, 성공한 곳은 그곳뿐이다.
사막과 얼음 호수에 있는 운석은 아직 건드리지도 못한 상태다.
그것들은 세운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지금의 수준으로 건드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네 번째 쉼터에서 아우터를 처리할 수 있었던 건, 그 이전 시련에서 운석을 부수고 아우터를 수십 조각으로 쪼갰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번에 발견하게 될 운석 역시 처리하기 힘들 가능성이 컸다.
“석 달이라. 알겠습니다!”
“석 달이면 충분하지!”
“우린 뭐부터 할까?”
“당연히 쇼핑이지!”
고개를 끄덕인 길드원들이 밖으로 나갔다.
박정필이면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라면 시간을 허투루 안 쓰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 믿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뼈져 나가고, 일부러 여유를 부리던 유서아가 가까이 다가왔다.
“세운 씨는 어쩔 생각이신가요? 역시 운석에 대해 조사하실 건가요?”
“아니. 운석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커. 위험한 물건인 만큼, 정보를 캐내기도 쉽지 않을 거야. 여러 명이 알아보다가 들킬 가능성이 있어.”
사막에서는 전설로 남아 모래폭풍 속에 숨겨져 있었고, 얼음 호수에서는 그 아래의 차디찬 얼음 속에 봉인되어 있었다.
운석은 어떤 방법으로든 해당 쉼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게 분명했고, 제헤튼의 누군가는 운석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박정필이 제법 능력이 된다고 해도 녀석만 믿기는 힘들었다.
그러니…….
“그럼요?”
“돈을 벌어볼 생각이야.”
박정필이 아래에서부터 뒤지도록 하고 세운은 정보가 위에서 직접 내려오게 할 생각이다.
* * *
다섯 번째 쉼터에 들어오기 전, 세운은 회귀 전의 기억을 되살려 운석이 있을 만한 곳을 추려보았다.
첫 번째는 제헤튼의 자치기구가 모여 있는 내성의 아래.
두 번째는 제헤튼의 앞바다 어딘가.
세 번째는 제헤튼의 지하수로.
다만, 여기서 지하수로는 가능성이 가장 희박했다.
회귀 전에 세운은 몇 가지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지하수로를 둘러본 적 있었는데 딱히 수상한 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은 건 둘.
제헤튼의 내성이나 앞바다인데…….
‘둘 다 함부로 뒤지기는 어려운 곳이지.’
내성은 외부인의 출입을 일절 금지하는 거주민들만의 공간이다.
앞바다는 제헤튼에서 가장 거대한 세 개의 상단이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 함부로 들쑤시다 걸리면 곧바로 수배령이 떨어질 거다.
물론, 귀영보까지 습득한 세운이었기에 어지간하면 들킬 리 없겠지만, 그런 도박보다 좋은 수가 있었다.
‘그놈들이 먼저 찾아오게 하기만 하면 돼.’
내성의 거주민이나 거대 상단이나, 둘 다 돈이 들어오는 곳에 존재한다.
세운이 돈을 벌어 막대한 자금력을 행사한다면 그들이 먼저 어떻게든 접촉을 해 올 것이다.
문제는 돈을 벌 방법인데…….
‘그거야 간단하지.’
회귀 전, 제헤튼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다양한 상인들을 상대해 봤기에, 제헤튼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빠삭하게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건 의뢰를 수행하는 것이지만, 그거 가지고는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명확하다.
제헤튼에 존재하는 의뢰라고 해 봤자 하수구나 앞바다의 자잘한 몬스터를 정리하는 게 대부분이니까.
‘매매.’
제헤튼에서 가장 큰돈을 버는 방법.
바로, 상인이 되어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다.
이곳은 항구 도시 말고도 무역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상업이 발전되어 있었으니까.
‘본래는 아래서부터 천천히 올라와야겠지만…….’
세운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 때문에 곧바로 찾아온 것이 바로 이곳.
[ 갈매기 부동산 ]부동산이었다.
문을 열자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향긋한 커피 냄새가 느껴졌다.
“어서 오십……시오.”
문 열리는 소리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던 부동산 주인이 세운을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세운이 플레이어. 즉, 외부인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외곽의 거주지를 알아보러 오신 겁니까? 그렇다면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이곳은 도심부의 건물만 관리해서 말입니다.”
플레이어는 대체로 가난하다.
당장 먹고 사는 게 바쁘지, 적당히 돈 좀 벌었다고 해도 부동산에서 건물을 구매할 정도는 아니다.
만약 구매한다고 해도 외곽의 허름한 건물이나 기웃거릴 뿐이다.
그러니 저 사람이 세운을 떨떠름하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중심지에 상가 건물을 하나 사고 싶은데.”
“허, 중심지에 상가 건물이라니. 그게 얼만지나 알고…… 하아……. 자, 여기 보십시오.”
부동산 주인이 작게 ‘친절, 친절…….’이라고 되뇌더니 여러 장의 종이를 보여주었다.
각각 건물의 지도나 크기, 도면, 가격 등. 현재 부동산에서 관리하는 건물들의 목록이었다.
그중에서 그가 가리킨 것은 가장 아래 적혀 있는 가격표.
“일단 매매는 아니실 거고. 당장 월세를 보더라도 보증금만 일천만 포인트가 넘습니다. 상인을 하실 거면 다른 상단 아래로 들어가는 게 나을 겁니다.”
“이게 좋겠군.”
부동산 주인의 조언을 무시하고, 세운이 종이 하나를 선택했다.
이전에 보았던 백경 동상과 가까운 위치의 2층짜리 건물이었는데, 2층이 연금술 가게를 운영하는 터라 냄새나 안전 등의 문제로 싸게 나온 건물이었다.
물론, 싸다고 해도 보증금 1,400만 포인트의 건물. 월세는 한 달에 200만 포인트나 된다.
현재 세운이 시련을 연신 1등으로 공략해 오며 모은 공적치가 2,000만 포인트가 조금 안 된다는 것을 봤을 때,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다.
“……제대로 읽으신 거 맞습니까? 140만이 아니라 1,400만입니다. 계약하시면 첫 달 월세까지 한 번에 지급해야 하니 1,600만 포인트는 즉시 납부하셔야 합니다.”
“첫 달 월세까지 일시금으로 계산하지.”
[ 16,000,000point ]세운의 앞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 올랐다.
다섯 번째 쉼터에서 포인트는 곧 화폐나 다름없다.
시스템이 거래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나 단위 등은 절대 속일 수 없다.
당연하게도, 1,600만 포인트의 금액을 마주한 부동산 주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제, 제가 음료수를 내드렸던가요? 좀 더 좋은 건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목부터 축이고 천천히 둘러보시죠!”
* * *
여러 가게를 둘러보았지만, 선택한 건물은 처음과 같았다.
매매가 아닌 보증금 월세 개념이라 하더라도 중심부 상가들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으니까.
위층에 연금술 가게가 있어서 냄새나 안전에 걱정이 있다지만, 세운에게는 별다른 걱정 없는 것들이었다.
“원래 잡화점으로 사용되는 만큼 기본 세팅은 돼 있습니다만, 실내장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군. 내가 알아서 하지.”
“음, 그럼 일단 청소꾼이라도 조금 불러서……”
“괜찮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클린 샤워’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클린 샤워’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세운이 손바닥을 펼치자 가게 내부에 물보라가 일어났다.
클린 샤워.
본래 몸과 옷을 씻어내는 가벼운 마법이지만, 6서클에 이른 세운의 마나량이라면 그 범위를 확산시켜 가게를 청소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물보라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먼지들.
후우웅-
먼지가 씻겨지자마자 화끈한 열풍이 일어났다.
열풍은 클린 샤워로 인해 젖어 있던 가게를 깔끔하게 말려주었고, 가게는 마치 새것처럼 반짝거리게 되었다.
“마, 마법사셨습니까?”
부동산 주인의 눈이 또 한 번 크게 뜨였다.
제헤튼에도 마법사가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 수나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에 관련된 거라면 분명 장사가 잘될 겁니다! 그럼, 성공 기원하겠습니다!”
가게를 사자마자 세운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무기와 방어구, 장신구와 마나석을 사들이는 일이었다.
굳이 좋은 걸 살 필요는 없었다. 그저 적당한 품질의 양산품을 사들여 가게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작업대에 쌓아두었다.
‘제헤튼에서 가장 돈이 되는 것. 당연히 마법이지.’
마법사의 수가 적고 그마저도 수준이 낮은 만큼, 제헤튼에서 마법과 관련된 물품은 특히 가격이 비싸다.
예를 들자면 연금술을 이용하여 만든 포션이나, 인챈트를 새긴 장비들.
연금술 가게가 바로 위에 있었기에 굳이 연금술을 건드릴 생각은 없다.
그 대신, 디아블로 함선을 만들 때 충분히 연습했던 인챈트를 적용한 생각이다.
사르르-
마나석을 곱게 갈아 가루 형태로 만든다.
이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장검의 검면에 마법 진을 새겨놓고 마나석 가루를 채워 넣는다.
이 잘 새겨진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 넣기만 하면.
– ‘철제 장검’에 ‘샤프니스(Sharpness)’를 인챈트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철제 장검’의 절삭력이 상승합니다.
마법 무기 완성이다.
비록 1서클의 간단한 마법을 새겨넣는 인챈트지만, 보통 마법사라면 이것만으로도 반나절은 걸린다. 그러나 세운은 고작 십 분 만에 하나의 마법 무기를 완성하였다.
게다가, 인챈트의 종류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 ‘루비 목걸이’에 ‘큐어 라이트(Cure light)’를 인챈트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루비 목걸이’로 하루에 다섯 번 ‘큐어 라이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라운드 실드’에 ‘와이드 실드(Wide shield)’를 인챈트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라운드 실드’의 방어력이 상승하고 하루에 두 번 ‘와이드 실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운이 지금까지 탑을 오르며 탐욕의 권능으로 배워왔던 마법들을 인챈트하기 시작했다.
비록 대충 사 온 장비들이라 수준이 낮아 고작해야 1~2서클의 하위 마법밖에 새길 수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항구 도시에는 충분히 희귀한 물품들이다.
‘나중에 어르신한테도 부탁해 놔야겠네.’
행적을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고창석이라면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세운의 말에 바로 대장간을 알아보러 갔을 것이다.
그가 만든 장비라면 같은 재질이라 하여도 매우 높은 성능이 보장되어 있을 거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마법을 새길 수도 있겠지.
‘추가 비용을 받고 주문 제작을 해도 되겠어.’
지금이야 양산형 마법 장비를 만드는 것이라지만, 마법 장비의 사용처는 극히 다양하다.
때문에 스스로에게 맞는 마법을 인챈트하기 위해 거금을 들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그들이 핵심이다. 그런 손님은 단순한 모험가부터 시작해 고위 귀족까지 계급을 가리지 않았으니까.
‘얼마나 걸리려나.’
이 마법 장비들이 바로 미끼.
이대로 제헤튼의 내성에 있는 고위 간부들이나, 거대 상단이 접촉해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러다 분위기를 봐서 운석에 관한 정보를 얻어내면 목표 수행 완료.
물론, 그사이에 들어오는 공적치는 모조리 세운의 것이다.
처음 투자한 1,600만 포인트야 껌값이 될 정도로 탈탈 털어갈 생각이다.
그러던 중.
딸랑-
“뭐야, 여기 잡화점 아니었어?”
세운의 가게에 첫 손님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