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7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80화(276/675)
제280화
마법 길드, 서펜트(Serpent).
항구 도시에서 유일한 마법 길드로써 마법과 관련된 여러 일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곳이었다.
길드장이 겨우 4서클에 머무르는 만큼 수준은 높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제헤튼에서는 가장 높은 경지의 마법사로 불린다.
그런 만큼 제헤튼에서 마법과 관련하여 그들에게 대드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뭐라? 어떤 놈이야? 감히 우리 마법 길드의 허락도 없이 이쪽 업계에 발을 들여놔?”
바로 오늘.
어디서 굴러들어온 건지도 모를 놈이 그들의 코털을 건드렸다.
허락도 없이 마법 장비를 파는 것도 모자라, 상도덕도 무시하고 기존 시세의 반값에 물건을 내놓다니.
이건 대놓고 마법 길드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꼴이 아닌가?
“내 당장 찾아가 봐야겠다. 안내해라!”
“네!”
마법사가 지팡이와 망토를 포함한 갖가지 마법 무구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섰다.
비록 3서클인 그였지만,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길드장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이 들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
아직 간판조차 달렸지 않아 사람들에게 ‘마법무구점’이라고만 불리고 있는 가게였다.
원래 저렇게 간판도 달지 않은 집은 쉽게 망하게 마련이지만, 저 집은 달랐다.
오히려 간판이 없기에 마법무구점이라고 하면 전부 저 가게를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 그 앞에는 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긴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자신의 가게가 전성기일 때도 보지 못했던 아주 기다란 행렬이.
“어딜……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차린 가게에 이렇게 많은 손님이!”
대충 둘러보니 줄을 서 있는 사람 대부분이 외부인이었다.
평화로운 다섯 번째 쉼터에서 외부인들이란 각종 무구를 팔아주는 소중한 호구. 아니, 고객들.
이대로 손님을 다 뺏기면 매출 폭이 크게 감소하고 말리라.
마술사는 거침없이 가게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자 몇몇 플레이어가 그를 붙잡으려 하였다.
“어어, 거기 줄! 줄 서세요!”
“나이도 있어 보이는 분이 웬 새치기셔? 나잇값 좀 하지.”
“누구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줄 서고 있는 줄 아나. 줄 서쇼! 줄!”
“이것들이 감히! 날 뭐로 보는 거냐!”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하던가?
새치기를 하지 말라는 사람들의 말에 마법사는 오히려 얼굴까지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다들 뭐라 하고 싶었지만, 곧이어 마법사가 내민 거대한 뱀 문양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서펜트 길드.
제헤튼 유일의 마법 길드로써 제법 입김이 센 곳이라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피를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외부인들 주제에. 알아보았으면 얼른 비켜라!”
“쳇, 이래서 내가 거주민들을 싫어한다니까.”
“야야, 참아.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냄새나서 피하지.”
다행히도 플레이어들의 속닥임은 못 들은 모양인지 마법사가 콧대를 세우며 가게 내부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에서도 밖에서 난리 치던 마법사의 소란을 들었는지 다들 행동을 멈추고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이에 마법사가 만족스러운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거냐? 근본도 없는 놈이 만들었다는 쓰레기 같은 마법 무구가! 보나 마나 가격만 낮춘 쓰레기일 게 분명……?”
비록 성장은 포기했지만, 그도 마법사였다. 한평생 인챈트만 해 왔던 만큼 인챈트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가게의 장비들은 모두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것들이었다.
마법진은 섬세하기 그지없고, 마나 역시 완벽에 가깝도록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었다.
마법 역시 그저 평범하게 새긴 게 아니라, 새긴 장비에 따라 변형하여 최적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이 생길 지경.
마법사는 잠시 넋을 놓고 마법진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목을 가다듬었다.
“크, 크흠! 실력은 제법 있는 것 같지만, 감히 우리 서펜트의 허락도 없이 마법 상점을 열다니! 점주 어디 있느냐!”
* * *
‘마법 길드인가.’
당연하게도, 세운은 제헤튼의 마법 길드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거대 상단이나 내성의 간부들에게 신경 쓰느라 그들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들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게 당연했다.
세운이 그들의 밥줄을 대놓고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손님, 무슨 일이신지…….”
“여기 있다.”
가게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해리가 나서보려 하였지만, 세운이 그를 제치고 나왔다.
이런 사람은 직원이 아무리 좋게 타일러도 들어먹지 않고 점주를 찾게 마련이니, 괜히 시간 끌 필요 없이 직접 나서는 게 낫다고 판단되어 나온 것이다.
“하! 네놈이 점주더냐? 새파랗게 어린 것이 예절도 제대로 못 배운 모양이구나!”
세운을 마주한 순간 마법사가 호통을 시작했다.
“제헤튼에서 마법으로 장사를 하려면 응당 우리 길드에 찾아와 머리부터 숙여야 하거늘! 이래서 외부인이란, 쯧쯧.”
여기서 예절을 모르는 게 대체 누구일까?
마법사가 헛소리를 줄줄 이어갔지만, 세운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클의 차이도 알아보지 못하는 건가.’
보자마자 확인한 마법사의 경지는 고작 3서클.
세운의 서클에 절반밖에 미치지 못했다.
아니, 서클의 수가 절반일 뿐이지 마나의 총량이나 마법의 수준으로 보자면 연못과 호수처럼 큰 차이가 났다.
“듣고 있는 것이냐? 어른이 말하면 대답을 해야지! 본래 외부인은 받아주지 않지만, 실력을 높이 쳐주어 지분과 수익률 조정만 마치면 내 특별히 우리 길드에 넣어주마.”
이런 사람을 말로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해 봤자 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때문에 세운이 선택한 건.
우웅-!
단순히 마나 서클을 회전시키는 것이었다.
여섯 개의 서클이 당장에라도 고위 마법을 내뿜을 것처럼 팽팽하게 회전하며, 주위로 마나를 풍겼다.
그로 인해 세운과 마법사 사이에 마나로 이루어진 기압 차이가 발생하였다.
아무리 마나에 둔감하더라도, 마법사인 이상 격차를 느끼게 마련.
“허억!”
설교를 이어가던 마법사가 말을 멈추고 숨이 막히는 듯 컥컥거렸다. 곧이어 어깨를 짓누르는 압력에 지팡이를 붙잡고 다리를 부들거렸다.
그도 나름 저항하려는 듯이 마나 서클을 회전하였으나, 연못이 호수의 물을 받아낼 수는 없는 법이다.
“그, 그만……!”
파도처럼 넘쳐흐르는 마나에 마법사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 정도면 수준 차이는 충분히 보여줬지만, 세운은 이걸로 만족하지 못했다.
“나한테 할 말이 있을 텐데.”
“미, 미안하다! 미안하니까 그만…… 숨이…… 컥!”
“진심이 담기지 않았어.”
우웅!
“크헉!”
마법사가 무릎을 꿇은 데 이어 지팡이를 놓치고 바닥을 두 손으로 짚었다.
애초에 처음 일어난 압력은 세운의 본 힘이 아니었다. 고작 3서클 마법사를 제압하는 데 온 힘을 다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빠직!
눈에 보이거나 귀로 들리는 건 아니지만, 세운은 마법사의 서클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나 불구가 될 수도 있다.
마법사도 이를 눈치챘는지, 자존심을 버리고 최후까지 버티고 있던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죄송합니다! 제발 그만!”
“이제 좀 진심이 보이는군.”
털썩.
“커헉!”
세운이 서클의 회전을 멈췄다.
광활하게 일렁거리는 마나가 거짓말처럼 흩어지자, 마법사가 물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숨을 다급하게 들이쉬었다.
‘그래도 이대로는 안 끝나겠지.’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지만, 서펜트 길드의 마스터는 따로 있었다.
저자가 포기한다고 해 봤자, 길드 마스터를 꺾지 않는 한 참견은 계속 이어질 거다.
지금처럼 대놓고 들어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어떤 비열한 수로 장사를 방해할지 모른다.
그러니 저런 피라미보다는 길드 마스터를 꺾어야 한다.
“알아들었으면 가서 너희 길드장이나 데려와.”
“허억, 허억……. 저, 저희 길드장은 그리 함부로…….”
“못하겠으면 한 번 더 경험시켜 줄까? 이번에도 네 서클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불러오겠습니다!”
어찌나 다급하게 도망가는지 지팡이를 챙기는 것도 잊은 그.
세운이 해리에게 눈짓하여 지팡이를 챙기게 하였다.
제법 재질이 좋아 보이는 게, 인챈트만 다시 하면 꽤 비싸게 팔 수 있어 보였다.
다시 찾아와도 뭐, 모른 척하면 그만이니까.
“서펜트를 꺾었어!”
“와, 진짜 장난 아닌데? 드디어 서펜트의 독점 시장이 깨지는 건가?”
“얼른 비켜! 여기 더 유명해지기 전에 제대로 된 물건을 골라야 하니까!”
제헤튼 유일의 마법 길드.
서펜트가 꼬리를 내리고 쫓겨났다는 소식에 세운의 가게에는 더욱 많은 플레이어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엉덩이가 무거운 거대 상단도 드디어 세운의 가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 *
세운의 가게는 나날이 발전했다.
줄은 처음보다 더욱 길어졌고, 마침 장사를 접은 2층 연금술 가게를 추가로 계약하여 2층 건물을 통째로 이용하게 되었다.
“서펜트 길드를 꺾었다고 하던데, 가격 그대로네?”
“내가 말했잖아, 거기 진짜 바가지 심했다니까? 지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진짜.”
“하긴, 나도 그래서 여태까지 마법 무구 하나도 못 맞췄으니까.”
“그에 비해 여기는 천국이지! 이제 갑옷 하나만 더 맞추면 다음 시련에 올라가도 되겠어.”
아쉬운 점이라면, 여전히 주 고객층이 플레이어에 한정되어 있다는 거였다.
장비 말고도 조명이나 보석 등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냈지만 거주민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펜트 길드의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던 중, 세운에게 꺾이고 돌아가 잠잠하던 서펜트 길드가 드디어 다시 나타났다.
세운이 말한 것처럼 길드 마스터와 함께.
“점주님 계십니까?”
길드 마스터라고 하여 나이가 지긋한 노인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은 남자였다.
경지를 숨기려는 듯이 마나를 가다듬고 있지만, 세운에게는 그의 심장을 둘러싼 네 개의 서클이 선명하게 보였다.
도시에서 유일한 마법 길드의 마스터라는 자가 겨우 4서클이라니. 마법 길드의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는 경지였다.
세운이 작업을 멈추고 나서자 그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소문대로 젊으시군요. 반갑습니다. 서펜트의 길드 마스터, 메로프 머틀이라 합니다.”
“늦었군.”
“하하, 저희 길드가 좀 바빠서 말입니다. 듣자 하니 저희 고드릭 씨가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더군요. 길드장으로서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시간을 끈 만큼 나름대로 계획을 준비한 걸까?
자신을 메로프 머틀이라 소개한 마법사는 화를 내기보다 웃음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둘이 대화를 이어나가자 자연스럽게 주변의 손님들 역시 잠시 쇼핑을 멈추고 대화를 엿들었다.
세운의 가게와 서펜트 길드의 대립은 요즘 제헤튼에서 제일 화젯거리인 이슈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사과의 의미로 좋은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제안?”
“일단, 점주님을 저희 서펜트 길드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것도 간부급으로! 이는 저희 길드의 역사 속에서도 유례없는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기껏 내건 제안이 길드에 받아주는 거라니.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지만, 딱 보아도 뱀처럼 교활하게 생긴 놈이다. 단순히 길드원으로 받아주어 싸움을 멈추려는 생각으로 찾아온 건 아닐 터다.
그런 세운의 예상대로, 메로프가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제안을 이어갔다.
“물론, 길드에 받아들이는 만큼 소정의 수수료는 있어야겠지만…… 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수수료를 받는 만큼 제헤튼에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저희가 잘 보살펴드릴 테니 말입니다!”
메로프가 주목적을 드러냈다.
수수료라니. 적응이고 뭐고, 이미 장사가 성황인데 굳이 수수료를 내서까지 길드에 들어갈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들을 필요도 없는 제안이군.”
“역시 거절이십니까? 이거 아쉽게 됐습니다.”
세운이 곧바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여유롭게 고개를 휘젓는 메로프. 그는 이 상황까지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다음 수를 내걸었다.
“그럼 아쉽게도 당신에게 마나석의 판매를 끊어야겠군요. 저희 마법 길드의 보증 없이 위험한 마법 물품을 만들어내는 자에게 마나석을 팔 수는 없죠.”
이게 메로프가 준비한 가장 큰 수였다.
제헤튼에서 모든 마나석은 서펜트 길드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애초에 마법 길드가 서펜트 길드밖에 없었기에, 모든 상단이 독점으로 마나석을 납품하고 있던 탓이다.
마나석을 구입할 수 없으면? 당연하게도 세운은 더 이상 인챈트를 사용할 수 없었다.
마법진을 그리고 룬어를 새기는 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게 바로 마나석이었으니까.
‘제법 준비하고 왔네.’
서펜트 길드의 길드장.
마법의 경지는 떨어지지만, 제헤튼에서 길드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경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모양이다.
다만, 세운이라고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기다렸던 건 아니다.
곧바로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마나석. 저희 상단에서 납품해 드리겠습니다.”
한 여성이 세운과 메로프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거북이 문양이 그려진 로브.
세운이 기억하는 삼대 거대 상단 중 하나인 블루 터틀.
드디어, 제대로 된 대어가 미끼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