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0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06화(302/675)
제306화
“인간 주제에 어떻게 버티고 있는 것이더냐!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떠들고 있어도 괜찮겠어? 이제 2시간도 안 남았는데.”
자하검결의 양기를 끌어 올려 불꽃을 유지하는 동안, 포션을 마시며 마나를 회복한다.
내공이 모두 떨어졌을 때쯤에 다시금 불꽃을 마법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하여도 결국은 회복 속도보다 소모 속도가 크기에 지속적인 유지는 불가능하지만, 12시간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니 리버는 세운의 태평한 모습을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네놈은 포션을 사용하지 않았느냐! 이건 불공평하다!”
“계약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을 텐데? 처음 포션을 사용할 때 가만히 있었던 것도 너고.”
애초에 이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기에, 세운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뒤집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리버가 세운에게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순간, 세운의 시야가 역전되며 악마의 힘이 스멀거리며 다가왔지만, 세운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계약서 5항. 계약 이행 도중에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간섭하지 않는다.”
“크윽!”
계약서의 내용을 읽자마자 리버의 힘이 멈췄다.
세운에게 공격해 봤자 계약의 불이행으로 계약이 파기될 게 뻔하다.
아무리 대악마라 해도 악마의 계약을 어길 수는 없는 법. 리버는 이대로 손가락 빨며 세운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말고 쪽잠이라도 자두는 게 어때?”
“감질나게 겨우 2시간 쉬는 걸로 뭐가 되겠느냐!”
“그건 네 잘못이지.”
“크아아악!”
세운이 다시 한번 파이어 필드를 화우선형의 불꽃으로 바꿨다.
이대로 마나를 회복해도 절반도 회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안 돼, 쉬어야 해. 이런 미친, 인간 따위가 성공할 줄 알았냐고. 저놈 말대로 쪽잠이라도…….”
결국, 승리를 포기한 리버가 눈과 귀를 막고 휴식을 청했다.
이렇게 급한 상황에서 뜨거운 불길 속에서 휴식을 취하라니, 말도 안 되는 짓이지만.
“그르렁-”
리버는 순식간에 수면에 빠져들었다.
역시 나태의 권속.
하지만, 그의 달콤한 쪽잠은 두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카가가강-!
“허업?”
세운이 휘두른 뒤랑달이 바닥을 긁으며 일어난 소음 때문이다.
남은 시간은 1분 미만.
“일 분이나 남았는데 어째서 깨운 것이더냐!”
“너도 받을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아아, 삼십 초만 더…….”
“뭐, 자신 있으면 그렇게 그러든가.”
리버는 기어코 시간을 꽉꽉 채우더니 단 3초만을 남기고 눈을 떴다.
수백 년 만에 느껴본 나태의 단맛을 애써 떨쳐내기까지 1초.
양 손바닥을 펼치며 화염을 다잡기까지 1초.
천장에서 불꽃이 흘러나오며 세운이 가열하던 화염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기까지 1초.
겨우 3초 만에 세운에게 맡겼던 일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과연, 나태의 권속.
아무리 세운이라 하여도 저런 까다로운 상대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어 보였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자두는 건데…….”
“그러니까 내가 몇 번이고 자라고 했잖아.”
“닥쳐라! 네놈은 대체 정체가 무엇이더냐? 계약은 그저 허울이고 영혼을 챙겨서 일의 강도나 낮추려고 했는데, 정말 계약을 이행할 줄이야!”
“이제 사실대로 말하네.”
“이미 끝나 버렸지 않나! 하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죽이고 싶구나.”
“늦었어.”
정정당당하게 맞붙었을 때 세운의 승률은 희박할 터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강제적으로 능력을 사용해 불길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하니, 이런 상황에서 세운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세운이 저 대악마를 상대로 이길지도 모르고, 불안하다 싶으면 여기서 도망치면 그만이다.
어차피 리버의 활동 구역은 이 공동이 한계였으니까.
“옜다. 네놈 정체가 뭐든, 숨소리도 듣기 싫으니 당장 꺼져라!”
화륵-
반대편 천장에서 화염이 뚝뚝 떨어지더니, 바닥이 녹듯이 무너져 내려 계단을 만들어 냈다.
저렇게 숨겨져 있으니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리버가 귀찮은 듯이 손바닥을 휘휘 저었지만, 세운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냐? 얼른 썩 꺼지지 않고.”
“추가 보상.”
“쳇, 이겼으면 승리에 도취돼서 이 정도는 잊어도 되지 않느냐?”
“그럴 리가. 계약에 따라, 네가 ‘보상’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물건이 아니면 안 될 거야.”
“안다. 악마의 계약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약 위반에 대해서는 내가 네놈보다는 훨씬 잘 알 거다.”
리버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 걸 보니, 무엇을 보상으로 내어줄지 고민하는 듯했다.
“설마, 없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수백 년 동안 여기서 이 짓만 하고 있었는데 내가 뭘 가지고 있겠느냐?”
“그러면 뭐, 영혼을 내주든가.”
“악마 놈.”
“악마는 너고.”
“쳇, 어쩔 수 없구먼.”
리버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품속을 뒤적거리며 작은 돌 같은 걸 꺼내 들었다.
새까만 무광의 돌이었는데, 내부에서 미묘하게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건?”
“유몽석(愉夢石)이다.”
“유몽석?”
“내가 현역 시절이었을 때 꿈을 모아둔 거지. 내 젊음 그 자체나 다름없는 물건이다. 고마운 줄 알아라.”
일단 받아 들긴 했지만, 세운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악마의 계약에 이상이 없는 것을 보아 이 돌이 보상으로의 가치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이런 걸 어디에 써?’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돌을 써먹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마의 계약이 가진 허점이랄까?
리버가 생각하는 보상의 가치와 세운이 생각하는 보상의 가치가 달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세운의 표정이 영 좋지 않자, 리버가 분한 듯이 외쳤다.
“뭘 쓰레기 보듯 보고 있는 게냐! 내가 직접 만든 유몽석이다. 금은보화보다 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단 말이다!”
“어디에 쓰는데?”
“가지고 있으면 아주 좋은 꿈을 꿀 수 있지.”
“쓰레기네.”
“이놈이!”
좋은 꿈을 꾸게 해 주는 돌이라니.
생각했던 보상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보물이었다.
‘아니, 그것도 아닌가?’
잠시 유몽석의 가치를 생각하던 세운이 생각을 전환해 보았다.
당장 이것을 이용하여 전투력을 올리거나 하는 등의 사용은 불가능하지만, 교섭용으로 사용할 요지는 충분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만나러 가는 건 나태의 마신.
달콤한 꿈이라면 충분히 협상 도구가 될 수 있다.
“뭐, 받아들이지.”
“알았으면 얼른 꺼져라. 얼굴도 보기 싫으니.”
유몽석을 품에 넣은 세운이 다음 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았다.
그런데, 착각일까?
“쳇.”
저 멀리에서 아쉬운 듯한 리버의 시선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세운의 영혼을 빼앗지 못해서 억울해하는 것 같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외로움이랄까?
조금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지만, 악마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다.
이번 시련이 가진 특수한 성격 덕분에, 세운은 이번 시련도 1등으로 통과하고 당당하게 다음 층을 향해 움직였다.
* * *
층을 이동하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땀을 줄줄 흘리다가 바람을 쐬니, 피부는 물론 몸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 44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바람의 미궁
– 당신은 전설로 일컬어지던 ‘만로(萬路)의 미궁’에 입장하였습니다.
– 미궁을 탐색하여 다음 미궁을 향한 진입로를 찾아내십시오.
사대 원소의 속성을 지닌 네 개의 미궁.
그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바람의 미궁.
이곳은 지금까지의 미궁들과 다르게 유일하게 벽이 존재하지 않는 미궁이었다.
그 대신.
‘바람의 움직임을 봐도, 바닥이 아예 없는 것 같은데.’
아래가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절벽이 벽 대신 존재하고 있었다.
벽은 그저 길을 막아설 뿐이지만, 절벽은 자칫 떨어지는 순간 꼼짝없이 목숨을 잃게 된다.
게다가 상시 강하고 약한 바람이 무작위로 불어닥치고, 길의 너비도 불규칙해서 가장 위험한 미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니, 이뿐이면 다행이다.
“까아악-!”
바람의 미궁답게, 이곳에는 수많은 비행형 몬스터가 존재한다.
멍청한 놈들은 단순히 머리를 들이밀고 공격을 해 오지만, 똑똑한 놈들은 플레이어들을 절벽에 내모는 식으로 사냥을 진행한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바람을 견디며 몬스터를 상대하는 시련.
아주 조금만 방심해도 목숨을 잃게 되는, 극악의 난이도를 지닌 시련이었다.
“크릉-!”
마침, 세운을 발견한 몬스터가 날개를 접으며 빠르게 다가왔다.
만티코어.
사자의 얼굴에 박쥐의 날개, 전갈의 꼬리를 가진 괴물.
튜토리얼 당시에 세운이 마몬의 보물창고에서 꺼내 백현에게 넘겨주었던 몬스터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막 시련을 시작한 참인데 곧바로 만티코어가 등장하다니.
역시 44층의 시련…… 아니, 나태의 마신에게 향하는 통로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마몬의 창고에서 꺼낸 것보다는 한참 못 미치지만.’
종이 같다고 전투력까지 모두 같은 건 아니었다.
마몬의 보물창고에 있던 만티코어의 사체는 그야말로 최상품.
일반적인 만티코어에 비해 크기나 근력, 날개의 크기 등 모든 것이 강화된 변종이었다.
애초에 평범한 만티코어의 시체가 마몬의 보물창고에 들어가 있었을 리가 없었으니까.
즉, 지금 세운의 눈앞으로 날아오고 있는 놈은.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스걱.
그저 등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에 불과했다.
세운이 휘두른 깔끔한 검격에 만티코어의 몸이 세 갈래로 나누어져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허공에서 기회를 노리며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몬스터들이 흠칫했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세운이 ‘먹잇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럼, 가 볼까.’
바람의 미궁은 벽이 존재하지 않아 시야가 탁 트여 있지만, 그만큼 넓고 이동 경로가 한정되어 있었다.
가끔 비행이나 도약으로 절벽 사이를 건너려는 플레이어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절벽 사이의 난류나 몬스터에 의해 무산되고 만다.
하지만, 이 모두 세운에게는 소용없는 것들이었다.
펄럭!
세운의 등 뒤에 펼쳐진 이카루스의 날개.
난류야 마법으로 극복하면 그만이고, 몬스터야 베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절벽 사이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게 된 시점에서, 바람의 미궁은 세운에게 그 어떤 미궁보다 쉽고 간단한 미궁이 되었다.
“끼오오옷!”
영역을 침범당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는 조류형 몬스터들 사이를 파고들며, 세운의 비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