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0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07화(303/675)
제307화
세운의 날개가 바람을 뚫고 쭉쭉 나아간다.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바람의 미궁이 가진 위험성은 세운에게 전혀 위험이 되지 않았다.
물론, 어떠한 방법으로든 절벽을 넘지 못 하게 하려고 절벽 사이에 난류가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 흑탑의 묘리에 따라 ‘윈드 필드’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후우웅!
난류 정도야 더 강한 바람으로 찍어 누르고 나아갈 뿐이다.
이카루스의 날개에 바람 마법까지. 마나의 소모가 극심했지만, 마나가 다 떨어지면 바닥에 착륙하여 잠시 쉬어가면 그만이다.
쉬는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비행으로 바람의 미궁을 이동하는 게 시간상 훨씬 이득이었다.
“끼요옷-!”
“케에–”
물론, 방해물은 난류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허공을 떠다니는 몬스터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거대한 날개로 하늘을 가리는 자이언트 이글이나 구름처럼 뭉게뭉게 다가와 적을 집어삼키는 헝그리 클라우드 등.
탑에 존재하는 비행형 몬스터는 죄다 몰려든 것 같았다.
‘역시, 내가 알던 것과는 난이도가 다르네.’
바람의 미궁은 분명 위협적인 곳이었지만 지형적 위험성이 큰 만큼 몬스터가 그리 강력한 편은 아니었다.
세운이 회귀 전에 경험했던 바람의 미궁은 이렇게 강한 몬스터가 아니라 소드 이글이나 킬러 비처럼 플레이어가 충분히 상대할 만한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었다.
간간이 놈들이 무리를 지어 공격하는 경우는 있어도 저렇게 강한 몬스터들이 득실거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곳은 어떤가?
본래 네임드, 또는 준 보스 몬스터로서 위엄을 풍겨야 할 몬스터들이 일반 몬스터처럼 떠돌고 있었다.
심지어는.
“피요오-!”
“피이-”
“퓌이이-”
일반적인 44층의 시련에서 네임드격으로 불릴 만한 놈들이 무리를 지어 세운을 덮쳐오기까지 한다.
과연, 시스템이 난이도 경고를 알릴 만했다.
펄럭!
위에서부터 급강하하며 세운을 노려오는 수리들을 향해 세운이 날개를 퍼덕이며 아펠리온을 앞으로 내세워 힘차게 위로 날아오른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이 초식, 빙룡승천(氷龍昇天)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까드드득-
세운의 몸이 드릴처럼 회전하며 주위로 냉기를 퍼트린다.
창끝에서 풍겨 나온 냉기가 날카롭게 얼어붙어 나선형으로 세운의 몸을 휘감는다.
곧이어, 세운과 수리들이 정면으로 맞부딪혔고.
카가가각!
수리들의 몸이 얼음에 찢겨 추락한다.
세운의 내공은 여전히 6갑자였지만, 제헤튼에서 수련하며 얻은 깨달음 덕분에 사용하는 무공들의 질적 능력은 놀랍도록 크게 향상했다.
기존의 무공을 사용하더라도, 기존의 위력과는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폭식의 권능을 못 사용하는 건 좀 아쉽네.’
바람의 미궁에서 사냥한 몬스터의 수만 벌써 수십이 넘어간다.
이 모두에게 폭식의 권능을 사용했다면 못 해도 능력치 몇 개는 거뜬히 상승했을 터다.
덤으로 베엘제붑까지 만족시킬 수 있었겠다.
– #####
– #####
하지만, 43층부터 노이즈가 끼기 시작한 성좌들과의 연락은 이미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심지어 길드챗도 열람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건 맞겠지?’
바람의 미궁을 떠다닌 지도 벌써 3시간이 지나간다.
시간이 짧게 느껴질지는 몰라도, 본래 돌아가야 할 절벽들을 모조리 건너뛰고 직행하는 만큼 슬슬 무언가가 보일 때가 되었다.
잠시 고개를 갸웃한 세운이 마나도 회복할 겸 바닥에 착륙하여 다시 한번 벨페고르의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 여긴 바람이 잘 통하니까 환풍구로 쓰면 되겠다!
– 기왕이면 바람이 제일 강한 곳에 설치해야겠지?
–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완성이야!
– 피곤해에! 완성하자마자 침대에 누워야지! 적어도 천년은 꼼짝없이 누워 있을 거야!
여전히 친절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일기장.
세운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바람이 제일 강한 곳’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바람은 확실히 이쪽을 향하고 있는데.’
절벽 사이마다 위치한 난류 때문에 바람의 흐름은 불규칙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바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겠지만, 세운은 강화된 감각으로 간신히 흐름을 찾을 수 있었다.
더 빨리 날아갈 수 있음에도 천천히 비행하며 바람을 따라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세운은 곧 ‘바람이 제일 강한 곳’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무슨, 말 하나하나가 보통 일이 아니네.’
저 멀리, 시야의 끝에서 거대한 바람의 응집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미궁의 끝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대지가 완전히 사라져 텅텅 빈 절벽 끝으로 토네이도가 멈추지 않고 꿈틀거린다.
물의 미궁에서도 그 거대한 호수를 만들어 놓고 ‘너무 많이 부셨나?’라는 말로 퉁쳤던 벨페고르였으니까, 이해는 간다.
‘마법으로 억누르는 것도 불가능하겠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단순무식하게 토네이도를 뚫고 들어가는 것.
어차피 중심의 ‘태풍의 눈’까지만 파고 들어가면 바람도 견딜 만해지고 45층으로 향하는 통로도 보일 터다.
꽈악.
세운이 아펠리온의 손잡이가 비틀 듯이 꽉 쥐었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단전의 내공을 차갑게 물들였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오 초식, 빙룡현신(氷龍現身)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주변에 서리가 일렁이며 이카루스의 날개가 얼어붙어 빙룡의 날개를 재현했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내구력이 약해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어차피 목표는 하나. 저 토네이도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다.
일단 가속도만 붙으면, 날개가 사라져도 문제는 없을 터다.
펄럭!
얼음 날개가 서리를 흩트리며 펄럭이고, 세운의 몸이 날아올랐다.
이전에 내공이 빠르게 소모되며 이전의 빙룡승천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세운의 몸이 쏘아졌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육 초식, 빙룡각(氷龍角)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창끝에서 흘러나오던 냉기가 날카롭게 굳어간다.
빙룡각.
이름 그대로 빙룡의 뿔처럼 다듬어진 얼음이 그대로 토네이도의 옆구리를 파고든다.
콰과과괏!
평범한 바람이 아니다.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사방에서 휘몰아치며 세운을 공격해 온다.
하지만, 빙룡현신을 통해 세운에게 씌워진 얼음 갑옷과 얼음 투구는 바람을 훌륭하게 막아내 주었다.
깨지고, 부서져도 다시금 얼어붙으며 재생하는 얼음 갑주는 이런 지속적인 공격에 저항하기에 최적이었다.
가가가각!
그렇다고 세운이 무적인 건 아니었다.
얼어붙어 있던 이카루스의 날개가 결국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갑옷이 위태롭게 떨어지며 세운의 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창끝의 빙룡각이 정면의 바람을 갈라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바람에 잡아먹혔을지도 모른다.
내공이 바닥을 드러내며 세운이 입술을 질끈 깨무는 순간.
푸왓!
가까스로, 세운의 몸이 날카로운 바람 속을 빠져나왔다.
날개가 사라진 상태였기에 속도를 줄이지 못해 그대로 바닥에 틀어박혔다.
“바닥이 있어서 다행이네.”
속도나 위력이 어찌나 강했던지 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남과 함께 아펠리온의 창끝이 바닥에 완전히 틀어박혔다.
힘을 끌어 올린 탓에 손이 살짝 떨려와 아펠리온을 빼내는 데 제법 애를 먹었다.
후우웅-
방금 뚫고 나온 바람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이, 사방에 토네이도의 바람이 난폭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는 대지가 탑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 중앙에는 세운이 떨어진 여파로 생겨난 크레이터로도 훼손되지 않은 나선형 계단이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도착이다.’
이 아래가 바로 ‘나태의 마신, 벨페고르’가 존재하는 쉼터.
이제 그녀를 어떻게 깨울 것이고, 어떻게 설득하여 권능을 받아낼 것인지가 중요했다.
차분하게 생각 정리를 마친 세운이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
솨앗-
주변에 휘몰아치던 토네이도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와 동시에 세운이 내려가려던 계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막히거나 한 것처럼 무슨 현상이 일어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가짜였다는 듯이.
‘무슨…….’
순간, 오싹한 기운과 함께 피부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올리자, 그곳에는 당장에라도 부서져 내릴 듯이 사방으로 금이 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시기도, 장소도 달랐지만…… 세운은, 저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설마.’
아닐 거다.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상황을 부정하는 순간, 애처롭게 흔들리던 하늘이 결국 깨지고 말았다.
째앵!
부서진 하늘의 틈새는 새까맣다.
단순히 어둠을 뜻하는 게 아니라 끝없는 무저갱 속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것처럼 공허해 보였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의지가 송두리째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안 돼…….”
세운의 오른손이 떨려왔다.
이를 악물며 왼손으로 오른손을 붙잡아 떨림을 막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무저갱과 같았던 깨진 하늘의 틈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꾸륵-”
“꾸르르르륵-”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검은 액체.
아우터가 미궁의 넓은 하늘을 가득 채웠다.
태양이 가려지고, 주변이 어둡게 물들었다.
“안 돼!”
끔찍한 공포가 떠오른다.
아우터의 침략과 함께 플레이어를 포함한 탑의 모든 존재가 침식되어 사라지고 무너지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세운의 다리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졌다. 도망가야 한다는 본능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주룩.
하지만, 세운은 입술을 깨물어 피를 흘리며 다리를 강제로 붙잡았다.
도망쳐서는 안 된다.
도망치기 싫었다.
“루인!”
세운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을 외쳐보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평소라면 곧바로 낮은 울림을 흘리며 모습을 드러냈을 루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연히 있어야 할 성흔이 손등에 보이지 않았다.
철컥-
상황을 이해할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
어떻게든 저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허리춤의 검을 빼 들었다.
하지만, 세운의 손에 들린 것은 뒤랑달이 아니었다.
쿠크리라고도 불리는 전투용 나이프.
등에는 차가운 냉기를 흘려대던 불사궁 대신 로프 달린 석궁이 매달려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플레이어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그들과 함께 도망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쿠궁!
위태롭던 하늘이 한층 더 심하게 부서졌다.
그 안에서 거대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액체의 형태로 흘러내리는 아우터가 아닌, 이미 강력한 숙주를 잠식한 채 나타난 아우터.
“그-어어!”
고막이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울부짖음.
베엘제붑의 권속 중 하나라고 알려진 폭식의 마수를 잠식한 아우터가 세운을 향해 입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