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0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11화(307/675)
제 311화
결국, 리버와 계약을 마친 후에야 세운은 시련을 끝낼 수 있었다.
계약의 내용은 1회 지원 요청.
세운이 원하는 순간, 언제든 이유를 막론하고 계약에 따라 소환되어 부탁을 들어준다는 내용이었다.
리버가 너무 손해 보는 것 같다며 망설였지만, 옆에서 맥퀸시가 헛기침을 해 주자 곧바로 계약을 맺어주었다.
– 45층의 시련 ‘나태의 미궁’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나태의 미궁’을 다스리는 지고의 존재를 마주하고 인정받아 추가 공적치가 가산됩니다.
– 대몽마, 맥퀸시의 부탁을 들어주어 추가 공적치가 가산됩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총 누적 공적치 50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45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고작 하나의 시련을 공략했는데 벌어들인 포인트가 무려 60만 포인트였다.
이로써 다섯 층의 미궁을 공략하며 얻은 공적치는 200만 포인트를 넘어간다.
애매하게 모자라던 공적치가 꽉 채워져, 마침내 일억오천만 포인트를 넘겼다.
‘그래도 50층은 돼야 채워질 줄 알았는데.’
벨페고르의 흔적을 따라 높은 난이도의 미궁을 공략하다 보니 벌어들인 공적치의 양이 생각 이상이었다.
세운은 바로 46층의 시련으로 넘어가지 않고 길드 거주지로 돌아갔다.
역시나, 아직까지 거주지에 도착한 사람은 없었다.
땅의 미궁에서 시간을 조금 낭비했지만, 그 이후로 세운이 미궁을 공략하는 속도는 엄청났으니 말이다.
[ 유서아 : 44층은 바람의 미궁이네요. ] [ 해리 케인 : 저도 도착했긴 했지만, 비행형 몬스터가 까다로워 고전 중입니다……. ] [ 백현 : 만티코어가 이렇게나 많다니! 그래도 제 ‘흑사’에 비하면 한참 미흡한 개체들이군요. ] [ 한다운 : 와! 여기선 드디어 힘을 발휘할 수 있겠다! 절벽이야 다리를 만들어 건너면 그만이지! ] [ 한아름 : 아, 나 이 오빠 또 만났어! 으으, 진짜 싫어! ] [ 박정필 : 내가 할 소리다 꼬맹아! 왜 졸졸 따라오는 거야! ] [ 한아름 : 누가 할 소린데! ]늦고 빠를 뿐이지, 대부분 순조롭게 미궁을 통과하고 있는 모양이다.
여정의 지침표를 가지고 있던 회귀 전의 세운도 경험해 본 45층은 하나. 아니, 이제 총 두 개째이므로 다른 사람들은 어떤 미궁에 도착할지 조금은 궁금했다.
한동안 대답을 못 하고 있었기에 길드챗에 간단한 생존 신고를 남긴 후, 줄줄이 쌓여 있는 성좌들을 메시지를 살펴보았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당신을 걱정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혹여나 위급 상황은 생기지 않았는지 당신을 걱정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당신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불안해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혹시나 잠꾸러기가 당신을 침대에 눕히지 않을까 극심히 불안해합니다.
그나마 성좌 중에서 가장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레비아탄이 세운을 걱정해 주고 있었다.
아니, 마지막 메시지는 조금 정상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같은데……. 같이 눕자는 제안도 진짜였고 말이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화면에 낀 노이즈에 답답해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혹여나 미궁에서 진귀한 보물을 얻은 건 아닐지 궁금해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미궁에서 얻은 보물을 늘어놓으라며 위엄을 풍깁니다.
마몬은 여전히 탐욕을 한껏 드러내는 중이었다.
주머니 속의 유몽석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 괜히 보여줬다간 그녀의 탐욕을 건드는 셈이 될 것이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배고파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배고파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배고파합니다.
…….
뒤이어지는 베엘제붑의 메시지를 사뿐히 무시한 세운이 검을 꺼내 들었다.
어차피 다음 시련은 다 같이 참여할 수 있기에 굳이 따로 갈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새롭게 얻은 힘을 활용해 봐야지.’
미궁에서 얻은 두 가지 힘.
공포의 정령, 튜리크의 날개와 나태의 마신, 벨페고르의 권능을 몸에 익히고 있어야겠다.
* * *
쿵!
땅의 미궁.
이미 꽤나 시간이 지나 모든 디아블로 길드원이 통과한 그곳에 한 명의 플레이어가 남아 있었다.
그것도 처음 배정받은 시작점 그 자리에.
쿵!
그는 모두가 미궁을 공략하며 층을 공략해 나갈 때에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미궁의 벽을 두들겼다.
효율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묵묵하게 제 길을 고수하는 고집불통.
바로, 강한철이었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하체에 조금 더 힘을 실으라 조언합니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주먹을 휘두른다고 상체만 사용하는 건 오우거도 하지 않을 짓이라며 조언합니다.
그의 성좌. 서열 2위의 대마왕이자 31개의 악마 군단을 지휘하는 대공작, 아가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계약자가 시련을 공략하기는커녕 제자리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 모습을 응원해 주고 있었다.
강한철은 그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하게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쿵!!
강한철의 주변에는 몬스터의 시체가 쌓이고 쌓여 거대한 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지만, 소음을 듣고 몰려온 덕분이었다.
그중에서는 미궁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미노타우르스의 시체도 꽤 여럿 보였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눈을 감고 진동을 느껴보라 조언합니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지진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강한철이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쥐었다.
두꺼운 주먹 안에 응축되고 압축된 지진의 힘이 빠져나가고 싶다는 듯이 맹렬하게 떨려왔다.
강한철은 이를 우직하게 인내하며 숨을 골랐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아가레스의 조언을 되새긴다.
‘넘어서야 한다.’
그의 머릿속에 세운이 떠올랐다.
자신이 유일하게 ‘위’라고 인정한 남자.
제헤튼에서 수많은 결투를 벌였지만, 이기기는커녕 단 한 번도 그의 모든 힘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는 세운을 넘어서기는커녕, 대련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
‘넘어서고 싶다.’
질투는 아니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는 세운에 대한 동경이었다.
그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압도적인 힘에 대한 동경.
그 끝에 닿기 위해서는, 단순히 미궁 공략에 급급할 게 아니라 지니고 있는 모든 잠재력을 끌어 올려야만 한다.
쿵!
–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첫 번째 주먹으로 벽을 울린다.
천장에서 가루가 우수수 쏟아지고, 벽이 괴로운 듯이 비명을 내지른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진군(進軍)’을 사용합니다.
두 번째 주먹으로 벽에 격진의 힘을 쌓는다.
주먹에 맞닿은 부분에 미세한 진동이 쌓이고 쌓여 당장에라도 터질 듯이 덜덜거린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돌(激突)’을 사용합니다.
세 번째 주먹으로 벽에 진동을 견디지 못한 벽이 마침내 상처를 드러낸다.
세운조차 작은 주먹 자국밖에 남기지 못했던 미궁의 벽이 유리처럼 위태롭게 흔들린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함성(喊聲)’을 사용합니다.
강한철이 양 주먹을 부딪치며 가슴을 부풀리고, 함성을 내지른다.
이 순간, 미궁의 모든 존재가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린다.
심지어 미궁의 파수꾼인 미노타우로스조차 겁에 질린 생쥐처럼 도끼를 꽉 붙잡고 뒷걸음질을 친다.
흔들리는 미궁을 바라보며 아가레스가 호탕하게 웃음 짓는 순간.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파(擊破)’를 사용합니다.
콰아아아앙-!!
성좌를 제외하고는 탑에 존재하는 그 어떤 플레이어도 부수지 못했던, 성좌를 제외하고는 탑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부술 수 없게 만들어진 미궁의 벽이 우레 소리를 내며 터져나갔다.
* * *
세운을 제외하고 디아블로 길드에서 가장 빨리 모든 미궁을 탈출한 플레이어는 가장 늦게 길드에 들어오게 된 플레이어, 해리 케인이었다.
– 성좌, ‘붉은 반점의 표범’이 당신의 재능을 인정합니다.
“오세 님의 말을 따랐을 뿐입니다.”
해리와 계약한 서열 57위의 마왕, 오세.
오세는 세상의 보물이나 비밀을 알아내고 진실을 탐구한다고 알려진 마계의 통령 중 하나다.
그런 만큼, 그의 능력은 수색이나 탐색에 특화되어 있다.
무려 마왕에게 인정받았을 정도니, 해리가 가지고 있던 잠재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보증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성좌, ‘붉은 반점의 표범’이 다음에는 다른 시험을 준비해 놓겠다며 단단히 각오하라 알립니다.
“주의하겠습니다.”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 개의 미궁을 통과하며 오세가 내려준 시련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세는 아무런 대가 없이 길을 알려주는 천사가 아니었다. 계약자에게 갖은 고난과 시련을 겪게 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해리는 남들보다 미궁을 빨리 통과한 만큼, 남들보다 많은 역경을 이겨내야만 했다.
그중에는 한 걸음만 잘못 움직여도 몸이 꿰뚫리는 함정이나 타이밍을 조금만 놓쳐도 전신이 타들어 가는 재해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역경이 존재했다.
해리는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오세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마스터는 이미 도착한 모양인데…….”
해리가 길드챗을 확인했다.
역시, 마스터.
땅의 미궁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듯하더니, 42층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엄청난 속도로 미궁을 돌파하고, 결국 자신을 추월해 버렸다.
“쉬고 계시는 건가?”
다섯 개의 미궁을 연이어 통과했다.
해리도 오세가 내린 역경을 연이어 통과하느라 피로가 쌓인 상태였으니 세운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다.
거주지로 돌아간 해리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목욕탕에 들러보았지만, 세운은커녕 온수가 가동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앙-!!
거주지에서도 풍압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해리가 다급하게 밖으로 나가니, 대련 장소로 사용되던 공터에서 뜨거운 화염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 성좌, ‘붉은 반점의 표범’이 과연 마신의 계약자라며 인간의 무력에 감탄합니다.
– 성좌, ‘붉은 반점의 표범’이 저자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다며 청록빛 동공을 번뜩입니다.
디아블로 길드의 마스터. 세운이 드넓은 보랏빛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에 비상하고 있었다.
해리가 도착하기 전에도 이미 수차례의 공격을 했었는지 폐허(廢墟)를 넘어 공허(空虛)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텅 비어 버린 공터.
그 모습에, 해리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해적 섬에서 이를 악물고 세운을 찾아가 고개를 숙였던 일이 떠올랐다.
아마, 그 선택은 자신이 탑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잘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