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1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14화(310/675)
제 314화
“와, 규모가 대단하네요.”
콜로세움은 거의 만석에 가까웠다.
관중석의 플레이어 중에는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이만 있는 게 아니라 경기를 분석하고 공략법을 찾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저들이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이유는 세 가지.
단순히 재미있어서, 자신도 다음 경기에 참여해 우승하기 위함. 마지막으로 경기에서 도박을 걸어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이 관객 중 일부는 해당 경기에서 떨어지고 곧바로 관람을 위해 관람석에 앉은 이들이었다.
“이건 인기 있는 경기니까.”
“네? 아, 경기장마다 차이가 있는 건가요? 그치만, 경기장은 이곳 하나였는데…….”
“상태창을 부르듯이 경기 목록을 불러올 수 있어.”
“음, 와! 정말이네요.”
“마이너한 경기도 봐볼래? 음, 이게 좋겠네. ‘석상 숭배’. 따라 들어와.”
“네!”
“알았다.”
세운을 따라 유서아와 강한철이 경기 채널을 옮겼다.
그러자 관람석을 가득 채우고 있던 관중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운 없이 흐물거리는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으음…… 네, 벌써 623시간째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네 선수, 순위권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데요. 아무리 그래도 얼른 끝내주시면…….
관중석에 존재하는 사람은 두 명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여러 개의 의자에 세로로 길게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스크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네 명의 참가자가 자리에 앉은 채로 돌처럼 굳어 있었다.
숨은 쉬고 있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멈춰 있었는데,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게 곧 경기가 끝날 것 같아 보였다.
“이건 무슨 경기인가요?”
“석상 숭배. 오래 가만히 있으면 이기는 경기야.”
“……그게 끝이에요?”
“쉬워 보여서 도전하는 플레이어가 많은데, 난이도로 따지면 최상급에 가까워. 봐, 벌써 600시간을 넘겼다잖아.”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 정도라면…….”
“숨을 쉬느라 가슴을 움직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 외적으로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야 해. 그 상태로 600시간을 버텨야 하지. 잠깐 조느라 고개만 까딱해도 게임 끝이야.”
“……어렵네요.”
“저기. 누군지는 몰라도, 600시간을 넘긴 것부터가 인내심 하나는 인정할 만하지만…….”
플레이어들끼리의 경쟁이라면 충분히 날로 먹을 수 있는 경기다.
하지만, 시련은 그렇게 물렁물렁하지 않다.
모든 시련은 각 차원에서의 뛰어난 참가자가 최소 다섯 명 이상 참가한다.
플레이어들은 플레이어들끼리의 경쟁뿐만 아니라, 저 순위권의 참가자들을 뛰어넘어야만 시련을 통과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종족적 우위가 크게 영향을 끼치는 종목일수록 불리해.”
“저들은 골렘인가요?”
“토인종이라고 하는데, 뭐, 골렘이라고 봐도 상관없지. 골렘이랑은 지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정도 뿐이니까.”
– 아아, 말씀드리는 순간! ‘네니아스’의 가슴이 들썩였습니다! 아아, 결국 4위로 경기를 마치게 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떨어지게 되어, 경기는 여기서 종료됩니다!
세운이 설명을 마치는 순간, 경기가 끝났다.
보아하니 결국 이 경기에서 순위권을 쟁탈한 플레이어는 없는 듯했다.
하긴, 세운이 뒤늦게 탑의 도서관에서 알아본 결과, 이 경기는 저 토인종이라는 이들의 제사와 비슷한 행사였다.
저 자세로 꼼작 않고 천 시간을 버틴다고 하였던가…….
애초에 토인종이 아니라면 공략이 불가능에 가까운 경기였다.
‘바뀐 건 없어 보이네.’
시간대가 다르긴 해도, 경기 양상은 같았다.
변동 사항을 신경 쓰지 않고 생각했던 대로 시련을 공략하면 될 것 같다.
“이제 해산.”
“벌써 경기에 도전하시려구요?”
“참가할 게 많거든.”
플레이어가 기본적으로 순위권으로 통과해야 하는 경기는 총 네 개.
이로써 49층까지의 시련을 통과 받고, 이후의 50층 시련은 따로 평가받게 된다.
다만, 세운은 여기서 끝을 낼 생각이 없었으니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일 생각이었다.
“설명은 이 정도로 충분하지? 경기 둘러보면서 어떤 경기에 참여할지 정하고, 충분히 준비해서 도전하면 될 거야.”
“네, 알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자세하게는 모를 테니 제가 전달해 놓을게요.”
“아, 그리고. 권유할 게 하나 있는데.”
이후, 유서아를 통해 디아블로 길드에 전체 공지가 하나 떨어졌다.
* * *
“경기에 참가하러 왔습니다.”
“처음이신가요?”
“네.”
유서아에게 말을 남긴 후, 세운은 곧바로 관람석을 빠져나왔다.
경기 참가자를 위한 입구 쪽으로 다가가니 접수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10회까지는 무료 참가입니다만, 그 이후부터는 경기 참가에 회당 5만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네.”
“첫 접수를 하시고 나면, 그 이후는 시스템에 의해 관리됩니다. 참가 경기 설정이나 포인트 지급 등, 전부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니 편하게 도전하시면 됩니다.”
전부 알고 있는 내용이었던 터라,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접수를 완료했다.
그렇게 콜로세움 내부로 들어가자, 주변의 배경이 암전되며 세운의 눈앞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 올랐다.
– 다차원 콜로세움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참가를 원하시는 경기를 선택해 주십시오.
1. 단거리 달리기 ( 5분 후 시작 )
2. 땅굴 파기 ( 10분 후 시작 )
3. 헌상품 제련 ( 15분 후 시작 )
…….
5분 단위로 가장 빨리 시작하는 것부터 쭉 나열되어 있는 경기 목록.
당연하게도 검색 기능이 존재하여 원하는 종목을 바로 찾을 수도 있었다.
필터링을 이용하여 전투, 제작, 탐사 등과 같은 대분류와 그 아래에서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 등의 세분류까지 존재했다.
플레이어들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종목들.
처음 이것들을 마주한 플레이어라면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중에 네 가지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 경기들에 도전하는 플레이어들은 금방 좌절하고 만다.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았으니까.
그 사이에서 강자들을 제치고 3위권을 쟁탈하는 것은 그게 어떤 종목이든 상관없이 극도로 어렵다.
‘가장 빠른 걸로 고르면 되겠지.’
세운은 이 중에서 딱히 무언가를 고를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세운의 목표는 이 중에서 겨우 네 가지를 골라 시련을 공략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네 개의 경기에서 순위권을 쟁탈하는 데 이어 수십, 수백의 경기에서도 우승을 쟁탈할 것이다.
그러면 회귀 전에도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히든 피스’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 히든 피스가 정말 헛소문이었다고 해도, 이걸로 공적치를 벌 수 있으니 손해는 아니다.
“일 번, 단거리 달리기로.”
– 첫 번째 도전으로 ‘단거리 달리기’를 선택하였습니다.
– 해당 경기의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암전되어 있던 배경이 점차 밝아진다.
콜로세움 특유의 단단한 느낌의 대기실이 모습을 드러내고, 수많은 대기자가 나타난다.
과연, 메이저 종목답게 참가자의 수가 꽤 많다.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참가자들 전부 몸이 다부지고 가벼워 보이는 게, 괜히 단거리 달리기에 도전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사이.
“어이. 너, 처음이지?”
다들 몸풀기 바쁜 중에 혼자서 벽에 기대 하품을 하고 있던 남자가 세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잠깐 둘러보아도 달리기를 잘할 것 같은 신체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긴장하고 있는 이곳의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도 자신 있는 모습이다.
“처음 오는 사람은 딱 티가 난다니까. 몸도 제법 다부져 보이고, 단거리에 자신이 있어서 골라왔나 봐?”
“무슨 일이지?”
“뭐야, 딱딱하게. 지루해서 말 좀 걸었더니 되게 재미없는 놈이었네.”
놈은 재미없다며 피식 웃으며 투덜거리더니 오히려 세운에게 더욱 붙었다.
세운이 인상을 찌푸려도 마찬가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밧줄 비슷한 것을 빙글빙글 돌리며 어딘가를 가리킨다.
“저기 보여?”
남자가 가리킨 곳에 있는 건 근육질의 사내.
다리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는데, 준비 운동을 마쳐서 그런지 다리 근육이 터져나갈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번 단거리 달리기에서 4위를 했던 놈이야. 이번에 이기려고 이 갈고 나왔다니까, 3위는 무조건 들걸? 그리고 저기.”
이번에 가리킨 건 의자에 앉아 검은 모자를 꾹 눌러쓰고 있는 여성이었다.
방금 가리켰던 남자와는 대조되게 날렵한 모습.
체형을 보아하니 암살자 형태의 플레이어로 보였다.
“다른 경기에서 봤었는데, 민첩성은 물론이고 그림자 숨기? 뭐 그런 걸 쓰더라고. 눈치 못 채면 저 근육질 멍청이는 탑승물밖에 안 될걸.”
제법 오래 준비를 한 걸까?
남자는 참가자들에 대해 꽤나 자세히 알고 있었다.
뭐, 말이 많은 건 귀찮아도 저건 시련에 도전하는 플레이어로서 훌륭한 자세였다.
유력한 우승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경기에 들어가 빈집털이를 하는 것도 정보력을 이용한 능력이었으니까.
실제로 회귀 전의 세운도 그런 식으로 2번의 우승을 거머쥔 종목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 아쉽게 됐다니까.”
“뭐가 아쉽게 됐다는 거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이번 경기에서 순위권은 내가 먹을 거거든.”
유력한 우승 후보가 몇이나 존재한다는 걸 알고도 저런 소리라니, 자신감이 어지간히도 높은 모양이다.
다만, 다시 한번 살펴봐도 남자의 체격은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솔직히 디아블로 길드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져 보일 지경이다.
“그렇게 안 보인다는 것 같은 눈빛인데. 난 저렇게 머리가 굳은 사람들이랑은 다르거든. 이거, 보여?”
남자가 빙글빙글 돌리던 밧줄을 멈췄다.
단순한 밧줄이 아니고 쇠붙이가 연결된 물건이었는데, 그는 그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당장 몇 분 후에 달리기에 돌입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치렁치렁하게.
그 아이템들을 둘러본 세운은 금세 그것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테이머. 아니, 라이더인가.”
“오, 바로 알아맞히네? 대놓고 보여줘도 못 알아보는 놈들이 태반이던데.”
근거리 달리기라고 해서 무조건 다리로 달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목적지에 가장 일찍 도착하는 것.
무슨 능력을 사용하든 그게 플레이어의 능력이라면 인정해 준다.
테이머라면, 그 능력으로 탈것을 소환하여 탑승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 ‘단거리 달리기’가 곧 시작됩니다.
– 참가자들은 경기장으로의 이동을 준비해 주십시오.
마침 시간이 다 되었는지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고, 대기실의 벽이 무너졌다.
그와 함께 사방에 콜로세움의 관객석이 나타났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단거리 달리기는 참가자들이 짧고 강력하게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경기인 만큼 인기가 높았다.
관객석 대부분에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잡아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참가자의 이름을 외치고 있는 자들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돈을 걸어둔 것 같았다.
“크르릉…….”
옆을 쳐다보니, 남자가 벌써 자신의 탈것을 불러내 탑승하고 있었다.
샤이닝 울프.
금빛의 털을 보유하고 있는 늑대인데, 공격력은 낮아도 속도가 빨라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남자가 괜히 그런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탈 거라…….”
본래 호접활공을 사용하여 직접 달리려 하였던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나 저기 근육질의 사내, 벌써부터 숨어들 그림자를 찾고 있는 암살자. 그들뿐만 아니라 본래 이 경기에서 승리하기로 되어 있는 세 명의 참가자까지.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 보이는 만큼, 처음부터 온 힘을 다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루인.”
세운의 부름에 따라 성흔이 빛나며 검붉은 늑대의 형상이 드러났다.
– 불렀나, 주인이시여.
“너, 너 뭐야!”
“깨갱…….”
샤이닝 울프 따위는 비교도 안 되는 덩치와 위압감.
세운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가 당황하였고, 당당하게 출발을 준비하던 샤이닝 울프가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본래 야생에서 활동하던 짐승답게 순식간에 상대와의 차이를 깨달은 모양이다.
“그 늑대, 달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 단거리 달리기 경기를 시작합니다.
– 3. 2. 1.
“루인, 달려.”
– 알겠다. 나의 주인이시여.
– 출발!
타아앙!
허공을 울리는 발포음과 함께 루인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바들바들 떨며 뒷걸음치는 샤이닝 울프와 당황하고 있는 그의 주인만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