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1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15화(311/675)
제 315화
– 크릉!
루인의 속도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달리라는 명령에 충실하게 앞만 보고 돌진하는데, 바람 때문에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대단한 속도군. 하지만.”
“루인.”
퍽!
“커헉!”
대기실에서 보았던 근육질의 사내가 옆에 따라붙어 헛소리를 하려 하길래 루인에게 눈치를 주니 곧바로 숄더 태클을 선사해 주었다.
역시, 루인.
세운의 성흔에서 태어난 늑대인 만큼 세운의 말을 놀랍도록 잘 알아들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원하는 바를 완벽히 실천하였으니까.
“너도 이만 나오고.”
푹!
“칫.”
세운이 루인의 그림자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자, 그 속에서 대기실에서 보았던 암살자가 빠져나왔다.
출발선에서의 그 짧은 시간 안에 세운의 가능성을 눈치채고 그림자에 숨어들다니, 눈썰미 하나는 인정이다.
“뛰어난 참가자로군.”
“하지만, 그런 편법으로는 이 영광스러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한다.”
“오로지 극도로 단련한 다리만이 우리를 승리의 길로 인도해 줄지니.”
기대받던 두 명의 플레이어가 나가떨어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이들이 채워나갔다.
플레이어가 아니다. 본래 이 경기에서 우승하기로 약속되어 있던 자들. 치타처럼 길게 뻗은 다리를 가지고 있는 이종족이었다.
그야말로 단거리 달리기에 최적화된 신체.
그들은 셋이서 한 몸인 듯이 나란히 서서 루인을 추월하고 있었다.
– 크릉…….
루인조차 단순히 속도만으로는 그들을 따라가기 벅찬 모양이다.
하지만, 루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헤이스트(Haste) ]– 녹탑에서 개발해 낸 마법으로써 대상에게 바람의 힘을 깃들게 하여 신체의 속도를 증가시킨다.
루인의 힘에 바람의 힘이 깃들자, 몸이 바람처럼 가벼워져 다리의 속도가 빨라지고, 앞길을 가로막던 공기가 길을 열어주고 등을 밀어주는 순풍이 되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서 가던 세 수인을 추월할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어찌 한낱 탈 것에게…….”
단거리 달리기답게 승부는 금방 결정됐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세운의 우승.
그것도 가까스로 3위권 내에 안착하는 수준이 아니라, 1등으로 경기를 통과하였다.
– ‘단거리 달리기’ 경기에서 1등을 쟁취하였습니다.
– 46층의 시련, 대축제(1)를 통과할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2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와아아아!”
“저거 누구야? 처음 보는데?”
“3등도 아니고, 1등이라고? 저 늑대 봐. 테이머인가?”
“젠장! 하필이면 왜 오늘 루키가 등장하는 건데! 저 근육남한테 전부 걸었는데!”
1등의 자리에 서는 순간,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뒤이어 결승선에 도착한 세 수인이 승패를 인정하고 영광스러운 경기였다며 악수를 요청해 왔다.
세운은 승리의 기분을 짧게 만끽한 후, 곧바로 새로운 경기를 선택하였다.
“제일 빨리할 수 있는 경기로.”
– 두 번째 도전으로 ‘초장거리 사격’을 선택하였습니다.
– 해당 경기의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쉴 틈도 없이, 세운의 몸이 새로운 경기장으로 이동하였다.
* * *
“와, 진짜 1등 했어요! 저기에서!”
“……예상하고 있었다.”
“이야, 역시 우리 길드장이라니까?”
유서아와 강한철. 그뿐만 아니라 공지를 보자마자 급하게 달려온 길드원 몇 명이 관람객에서 세운의 우승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거리 달리기답게 짧고 굵직한 경기.
그리고 그 안에 세운의 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거주지에서 보긴 했지만, 역시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어요.”
“그렇군.”
“정말, 따라가기 힘들다니까요.”
힘들다고 말하지만, 유서아의 표정은 예전처럼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뿌듯한 느낌이다.
아마, 미궁을 거치며 자신 역시 그에 걸맞게 충분한 성장을 해 왔다는 증거이리라.
세운이 다른 경기로 사라진 후, 유서아는 세운의 경기를 따라가기 전에 주위를 확인하며 물었다.
“다들 판돈은 잘 받으셨나요?”
판돈. 주로 도박판에서 건 돈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렇다. 세운이 경기로 이동하기 전에 유서아에게 말해 디아블로 길드 전체에 내린 공지는.
[ 유서아 : 길드장이 지금부터 경기에 도전할 생각이래요. 생각 있으면 돈 걸러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도박판에 끼어들라는 말이었다.
디아블로 길드원 모두 세운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에 주변의 길드원은 전부 몰려들어 세운에게 공적치를 걸었고.
“당연하죠!”
“돈이 복사가 됐다고!”
“저희, 바로 따라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경기 시작되기 전에 걸어야 할 텐데.”
모두가 최소 2배 이상의 공적치를 벌어들였다.
당사자는 돈을 걸 수 없다는 제약이 아니었다면 세운도 돈을 걸었겠지만, 그건 불가능했던 터라 길드원에게 혜택을 준 것이다.
“최대 공적치 제약만 아니었으면 그냥 올인하는 건데!”
도박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미적 측면에서 마련된 소소한 기능일 뿐이었다.
한 사람당 도박에 내걸 수 있는 돈은 10만 포인트가 한계였고, 그마저도 최대 수익이 2배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재미로 하지 않는 이상, 손해 볼 가능성이 훨씬 큰 도박이었다.
하지만, 디아블로 길드원들은 지금 세운 덕분에 모두가 10만 포인트를 두 배로 불릴 수 있었다.
다급하게 달려온 만큼 열 명밖에 모이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100만 포인트의 공적치를 벌어낸 꼴이다.
“길드장의 새로운 경기, 찾았어요! 얼른 이동하죠!”
“네!”
“어차피 경기야 천천히 도전해도 되니까, 공적치부터 실컷 벌고 가자고!”
디아블로 길드원 모두가 세운의 다음 경기를 관람하러 떠났다.
그런데 한 명. 사람들이 다 떠난 자리에서 홀로 남아 훌쩍이고 있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진짜 믿을 만한 정보랬는데…… 진짜랬는데…… 형님, 이렇게 잘하시면 어떡합니까아!”
공지를 보고도 유일하게 세운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걸었던 디아블로 길드원. 박정필이 허공에 날아간 10만 포인트를 회상하며 흐느끼고 있었다.
* * *
– 초장거리 사격 경기를 시작합니다.
피융-
세운이 쏘아낸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나아간다.
복마궁술의 제사 초식, 마장시(魔長矢)의 힘이 담긴데다가 바람 마법까지 담아낸 덕분에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500m, 1,000m, 2,000m.
지치지 않고 쭉쭉 날아가던 화살이 수천 미터를 날아가고 나서야 고개를 숙이고 아래로 내려갔다.
세운이 아니었다면 눈으로 보기도 힘들 만큼 아득하게 멀리 떨어진 과녁이 푹! 하고 꿰뚫림과 동시에 꽁꽁 얼어간다.
– 정세운 선수, 대단합니다! 신기록! 신기록입니다! 단거리 달리기에 이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초장거리 사격 경기에서도 우승을 달성합니다!
멈추지 않고 바로 다음 경기.
종목을 가리지 않고 경기를 선택하고 있었기에, 이번 경기는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종목이었다.
바로.
– 태양 닿기 경기를 시작합니다.
태양 닿기.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듯, 이는 비행 경기였다.
“뭐야? 넌 뭔데 인간 주제에 이 경기에 참여한 거야?”
“잘못 들어온 거 아냐?”
“뛰어서 태양에 닿을 생각인가? 크크.”
대충 주위를 둘러봐도 플레이어의 수는 다섯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예전에 자주 구경했었는데.’
이 경기는 플레이어들에게 로망과도 같은 경기였다. 하늘을 날 수 없는 존재는 언제나 하늘을 우러러보게 마련이니까.
실제로 이런 종류의 경기는 직접 참가할 수 없더라도 관람으로는 꽤 인기 있는 종목이었다.
“놔둬. 가끔 테이머라고 적당한 조류 한 마리 데리고 참가하는 것들도 있잖아.”
“우리도 바닥 깔고 좋지 뭐.”
옆에서 세운을 비웃던 이종족들이 등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과연, 자신감을 가질 만큼 아름다운 날개였다.
하기야, 저들은 본래 ‘태양 닿기’라는 종목이 존재하는 차원에서도 숙련된 선수들이었을 테니까,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솔직히 이카루스의 날개라면 아무리 날개가 있다 해도 저들을 이기기 힘들 테지만, 지금은 다르다.
“튜리크.”
– 응, 안아 줄게.
튜리크의 대답과 함께 세운의 등 뒤로 보랏빛 날개가 펼쳐졌다.
자신의 날개를 한껏 자랑하고 있던 이종족들의 눈이 한껏 크게 뜨였다.
그도 그럴 게, 세운의 날개는 그들의 날개보다 더욱 크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그와 동시에 경기가 시작되고.
– 3, 2, 1. 출발.
펄럭!
세운은 남들보다 빠르게 날개를 펼치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넋 놓고 있던 다른 참가자들도 화들짝 놀라며 세운에게 따라붙었다.
“뭐 저렇게 빨라!”
“날개를 어떻게 숨기고 있었던 거지?”
“아름다워…….”
그야말로 막상막하.
세운이 능숙하게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지만, 상대는 태어날 때부터 날개를 가지고 있던 조인(鳥人)들이다.
그들은 기류를 느끼며 바람을 따라 능숙하게 날개를 펄럭이며 세운을 추월했다.
세운이 마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을 추월할 수는 없었다.
– 아, 정세운 선수! 자신 있게 선택하였지만, 역시 인간에게 ‘태양 닿기’는 무리였나요! 점점 뒤처지고 있습니다!
해설자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결승전이 점점 가까워지며 찬란한 태양이 눈을 가린다.
‘경기의 규칙상, 직접적인 공격만 아니면 허용된다고 했었지?’
눈 부신 태양 빛에 교묘하게 가려진 성흔이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성흔이 가진 첫 번째 능력, 공포.
하지만, 이 힘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공포의 ‘시발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적에게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거나, 동족이 죽어가는 잔혹한 장면을 보여주는 등, 원초적인 공포감을 자극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렇게 권능만 사용한다고 해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전 같았으면 말이다.
– 내가 도와줄게.
성흔의 검붉은 빛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날개에서 깃털이 떨어져 사방으로 흩어지고, 튜리크의 힘이 뻗어나가자…….
“커헉!”
“큭!”
주변의 참가자들에게서 이변이 나타났다.
자신도 모르게 날갯짓을 멈추고 몸을 움츠린 것이다.
거대한 독수리 앞에 선 딱새가 된 것처럼 바들바들 몸을 떨며 무서웠던 경험을 떠올린다.
공포의 정령, 튜리크.
그녀와 세운의 힘이 합쳐지자 아무런 조건도 없이 주변의 적들은 공포를 떠올리게 되었다.
촤악!
그사이, 세운은 망설임 없이 결승전을 향해 뻗어나갔고.
– ‘태양 닿기’ 경기에서 1등을 쟁취하였습니다.
– 47층의 시련, 대축제(2)를 통과할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2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 맙소사, 정세운 선수! 이번에도 기어코 1등을 쟁취하고 맙니다아!
결국, 이번에 역시 1등을 쟁취하고 말았다.
다음 경기도 마찬가지.
– ‘바위 깨기’ 경기에서 1등을 쟁취하였습니다.
– 48층의 시련, 대축제(3)를 통과할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2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망치를 들고 기합을 내지르는 거인들 사이에서 홀로 검을 휘둘러 ‘바위 깨기’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 ‘괴물 학술 대회’ 경기에서 1등을 쟁취하였습니다.
– 49층의 시련, 대축제(4)를 통과할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2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회귀 전에 공부하고, 겪었던 것들을 토대로 안경 낀 학자들 사이에서 놀라운 지식을 선보였다.
종목을 가리지 않는 미칠듯한 경기력.
순식간에 네 개의 종목에서 1등을 달성하고, 별개로 주어지는 50층의 시련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 정세운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순식간에 네 개의 종목에서 우승을 쟁취하고 50층의 도전 자격을 획득합니다아!
그 어느 때보다 활기 넘치는 해설자의 목소리.
대축제 필드의 특성상, 세운처럼 50층에 도전할 자격이 생기면 단순히 이 경기장뿐만 아니라 대축제 필드에 존재하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저 목소리가 퍼져나간다.
– 자, 정세운 선수. 그럼 바로 ‘메로프 대축제’의 위대한 마지막 장으로…….
“제일 빨리할 수 있는 경기로.”
– 다섯 번째 도전으로 ‘승마 사냥’을 선택하였습니다.
– 해당 경기의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 ……에? 정세운 선수?
그리고 세운은 해설자의 말을 무시한 채로, 50층의 시련이 아닌 대축제의 일반 경기들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