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1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18화(314/675)
제 318화
콰아아앙-!!
터져가는 경기장. 흩날리는 돌가루.
그 혼잡한 상황 속에서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강한철의 주먹이 날아온다.
먼지 때문에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에서 어떻게 이리 정확하게 세운에게 공격을 해 오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진동.’
강한철은 서열 2위의 대마왕, 아가레스의 사도로서 지진의 힘을 이어받았다.
이전에는 그저 주먹을 휘둘러 진동을 퍼트리는 것만 가능했지만, 지금의 강한철은 다르다.
진동을 역으로 받아들여, 먼지 속에서도 적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강한철은 단순히 힘이 강해진 게 아니라, 전투에도 놀랍도록 익숙해져 있었다.
‘언제 이렇게 실력을 쌓은 거지?’
제헤튼 때에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 싸우는 모습만 보면 전장에서 구를 대로 구른 베테랑을 보는 듯했다.
실로 믿기지 않는 성장 속도.
아무리 감각이 발달한 세운이라도 이 먼지와 폭음 속에서 정상적인 전투는 무리였다.
다가오는 주먹을 피해 낸 세운이 한순간 정자세를 취하며 손바닥을 내뻗는다.
– 내공을 통해 팔괘장의 제오 초식, 사자장(獅子掌)이 강화됩니다.
부웅!
사자가 울부짖는 듯한 파공음과 함께 주변의 먼지가 걷혔다.
그러자 세운이 이런 행동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강한철 역시 정자세를 취하며 주먹을 내지른다.
거리가 상당히 벌어져 있지만, 세운은 저 기술을 알고 있었다.
‘파공.’
아가레스의 힘을 주먹에 담아 내질러, 대지가 아니라 공기를 충돌시키는 공격.
한순간 공기가 주먹에 짓눌리더니 세운에게 대포처럼 쏘아졌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위력은 강한철의 주먹을 직접적으로 맞는 것에 비해 전혀 꿇리지 않는다.
터엉!
호접활공을 밟으며 태극검의 묘리로 충격을 흘려보낸다. 그러고도 충격을 완전히 흘리지 못해 순간적으로 세운의 자세가 무너진다.
“분명히 말했다. 똑바로 싸우지 않으면.”
중심을 되찾을 즘에는 이미 강한철의 주먹이 코앞까지 다가온 후였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주먹이 얼굴에 닿을 테니,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공기를 강타할 수 있는 건 강한철만이 아니었다.
세운이 허공답보를 사용하여 공기를 박차고 몸을 뒤집어 뒤랑달을 휘둘렀다.
비록 바닥을 디디고 있지는 않지만, 수백, 수천 번 연습했던 자세였기에,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 내공을 통해 태산혈랑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진다고.”
콰아앙!
강한철의 주먹과 거대한 늑대의 형상이 부딪혔다.
강한철의 주먹이 강해서 그런 건지, 세운이 공중에 발을 지지할 곳이 없어 위력이 뛰어난 탓인지는 모른다.
거대한 늑대의 형상이 입을 쩍 벌린 그대로 풍선처럼 터져나간다.
그 대신, 세운은 몸을 한 바퀴 더 돌려 안정적으로 지상에 착지할 수 있었다.
“마신의 힘을 사용해라.”
강한철이 잠시 공격을 멈추고 말했다.
이에 세운 역시 그에게 검을 겨눈 채로 대답했다.
“근접전으로만 대결을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나?”
“이곳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건 마법뿐. 그 외의 것들에 간섭할 생각은 없다.”
“경기가 시시해질 텐데.”
강한철이 말하는 마신의 힘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고 있다.
탐욕의 보물창고. 세운이 회귀와 함께 가장 먼저 획득하였던 마신의 권능.
튜토리얼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세운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줬던 그 힘을 말하는 것이다.
‘받아낼 수 있을까.’
세운 역시 강한철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마몬의 보구를 꺼낸다면 치열했던 전투가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었다. 마몬의 보구가 가진 힘은 그만큼이나 강력하니까.
실제로 그 힘을 받아내고 멀쩡했던 상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러한 세운의 생각을 알아챈 것일까?
강한철이 표정을 구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지 않는다면 길드를 탈퇴하겠다.”
“뭐?”
“진심을 보여라. 나는 지금, 진심이다.”
경기 시작 전에 보였던 눈빛은 여전히 굳건하다.
그 눈빛을 보며, 세운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지금 강한철을 배려하고 있는 게 아니라, 무시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굴욕을 느낄 정도의 행동이라는 것을.
그의 마음을 알아들은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왕의 검, 담로(湛盧) ]– 전설의 명인, 구야자가 만들어 낸 명검 중 하나. 왕이 아니고서는 소유할 수 없다는 제왕의 검.
뒤랑달에 담로의 힘이 깃들었다.
검날이 잠잠한 검푸른 빛을 띠며 시퍼런 예기와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겨왔다.
검을 쥐는 것 자체로,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는 기분이다. 마치 등 뒤에 수만의 군사를 이끌고 선봉에 서 있는 기분.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책임감과 맞먹는 힘이 손아귀에서 넘쳐난다.
“받아 봐.”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일 초식, 파천(破天)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검푸른 빛이 세상을 가른다.
수만의 군사가 일제히 돌진하며 창을 내지르는 것처럼, 강대한 함성이 세상을 짓누른다.
“그러지.”
강한철은 피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팔뚝을 들어 올려 수만의 병사 따위 무섭지 않다는 듯이, 과묵하게 세운의 공격을 막아 낸다.
쩌어엉-!!
기대했던 타격음이 아니었다.
검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바위에 막힌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담로에서 흘러나오던 군사의 함성이 잠잠해지고, 검푸른 빛이 사그라지자 검을 막아 내고 있는 두꺼운 가죽이 보였다.
‘저 모습은…….’
악어의 가죽을 닮은 두꺼운 외피가 갑옷처럼 강한철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머리 역시 악어의 머리를 뒤집어쓴 듯이 흉흉한 투기가 흘러나왔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자신의 악어를 쓰다듬으며 사도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사도.
이는 신과 가까운 자를 의미하지만, 사도 사이에서도 힘의 차이는 존재한다.
따르고 있는 신의 힘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 얼마나 받아낼 수 있는지에 따라 그 모든 게 천차만별이었다.
신에 따라서는 한 명의 사도에게 모든 힘을 내려주는 이도 있고, 수십의 사도에게 공평하게 힘을 분배하는 이도 있고, 사도라고 이름만 붙이고 신경도 쓰지 않는 이도 있었으니까.
강한철의 경우에는 전자였다.
아가레스는 강한철의 힘을 인정하고 자신의 힘을 한계까지 내려주었고, 강한철은 그 힘을 한계까지 수용하였다.
그 결과가 바로 저 모습이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아가레스의 악어’의 형상을 받아들입니다.
왕의 검, 담로의 힘마저 막아 내는 악어가죽.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더니.
세운이 마몬의 힘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한철 역시 아가레스의 힘을 받아들여 세운의 공격을 막아 냈다.
“이제 공평하겠지.”
터엉!
강한철이 왕의 검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그 책임감의 무게만큼 무거워진 담로를 가볍게 튕겨낸다.
위험을 깨달은 세운이 가볍게 도약하며 거리를 벌린다.
쿵, 쿵, 쿵!
강한철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리고, 비명을 토해낸다.
주먹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그저 발이 닿는 것만으로 아가레스의 권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이기겠다.”
거대한 악어의 앞발이 지면을 강타했다.
* * *
“미친, 저게 뭐야?”
“우리랑 같은 플레이어 맞아?”
“아니, 이건 완전히 차원이 다르잖아.”
세운과 강한철의 대결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의미로 충격에 싸여 있었다.
분명 자신들도 나름대로 이 악물고 열심히 이곳까지 올라왔는데, 저 둘은 자신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아득하게 높은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격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이건 말도 안 되잖아…….”
“탑을 올라가면 저런 플레이어들과 경쟁해야 하는 거야?”
“그럴 리가……. 그런 거, 못 한다고…….”
압도적인 벽의 차이를 느끼고 좌절하는 이들과.
“저게 우리랑 같은 인간이라고?”
“탑을 오르면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거지?”
“내가 생각했던 한계도 선입견일 뿐이었네. 천장일 줄 알았는데, 하늘이었던 거야.”
압도적인 무력에 감탄하며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는 이들.
어떤 방향이든, 둘의 경기는 수많은 플레이어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었다.
놀란 건 디아블로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와아, 한철 오빠가 저렇게 강했나?”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성좌님의 힘을 저런 식으로 극대화할 수도 있는 거군요.”
“저러다 우리 형님이 지는 거 아냐? 이번에는 정배로 걸었는데!”
늘 같이 붙어 다니던 길드원들조차 강한철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혼자서 힘을 갈고닦은 결과이리라.
다른 사람이 시련을 끝내고 쉬고 있을 때도 강한철은 늘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받은 것은 디아블로의 부길드장, 유서아였다.
‘저렇게까지 강해졌다니…….’
그녀 역시 다른 사람 못지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달려왔다.
최근에는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로 성장세가 빨랐기에, 이 정도라면 충분히 세운의 뒤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인드 자체가 달랐다.
그녀는 그저 세운의 뒤를 따라가겠다고만 생각했지만, 강한철은 세운을 뛰어넘겠다고 생각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 차이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나는…… 뭘 한 거지?’
이 상태로 세운을 따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모두가 둘의 경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유서아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았다.
“바알 님.”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그 마음가짐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여덟 개의 눈을 번뜩입니다.
아가레스에게 질 수는 없다는 듯이, 바알 역시 자신의 신성을 유서아에게 한껏 드러냈다.
* * *
한눈에 보아도 살벌해 보이는 악어 형상의 갑옷을 입은 그가 휘두르는 공격 하나하나는 공기를 울리고, 대지를 터트렸다.
아니, 그 이전에 담로를 무덤덤하게 막아 낸 것부터 저 힘은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콰아앙-!!
개전, 진군, 격돌 등.
강한철이 사용하는 모든 기술의 위력이 한 단계 상승해 있었다.
“그런가.”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철의 진심을 보았으니, 이제 자신이 진심을 드러낼 때였다.
– 시기의 눈초리가 ‘강한철’을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질투의 마신, 레비아탄의 권능이 강한철을 덮쳐온다.
“루인.”
– 크르릉…….
세운의 옆으로 검붉은 늑대가 나타나 살기를 퍼트린다.
“튜리크.”
– 응.
세운의 등 뒤로 보랏빛 날개가 넓게 펼쳐진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두 번째 능력, ‘광란’이 깨어납니다.
성흔이 검붉은 빛을 내뿜으며, 세운의 신체를 강화한다.
마법을 제외한 모든 힘을 사용하여 상대를 맞이할 준비를 갖춘다.
아직 공격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확연히 달라진 기세.
강한철이 본능적으로 자세를 다잡고 경계를 시작했다.
“원하는 대로, 내 모든 걸 쏟아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