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1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21화(317/675)
제 321화
– 50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대축제(5) : 산호탑(珊瑚塔)의 10대 마탑주
– 당신은 모라프 대축제에서 100번의 승리를 거머쥐어 위대한 역사의 한 축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위대한 역사의 한 축에서 당신의 가치를 모두에게 증명하십시오!
층을 오르며 다음 시련으로 이동할 때와는 다른 기분.
극심한 어지러움이 느껴져 꾹 감았던 눈을 다시 뜨니, 눈앞엔 거대한 탑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
저게 바로 시련에서 언급되었던 이번 시련의 주체, 산호탑.
마법이 발달하였다는 이 차원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지녔다는 곳이기도 했다.
‘괜히 산호탑이 아니네.’
탑은 바다에서 길게 피어난 산호처럼 아름다웠다.
마법적 작용을 거친 것인지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탑 주변은 아름다운 숲과 나무로 감싸여 있었기에, 그야말로 ‘판타지’스러운 모습이었다.
“흠흠, 마지막 참가자가 도착한 것 같군요.”
“저자가 마지막 참가자인가?”
“보아하니 어디 소속도 없는 어중이떠중이 같은데, 하! 저런 놈도 산호탑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건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건 안 좋은 버릇이오.”
“안 그러게 생겼어? 저 형색을 봐. 마법사가 아니라 어디 용병 나부랭이가 딱 어울려 보이는구만.”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수십 명의 사람이 보였다.
저마다 가지각색의 특징이 보였지만, 공통점이라면 그 대부분이 긴 망토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 저게 이곳 마법사들의 기본 복장인 모양이다.
‘뭐, 상관없나.’
저들과 형식은 다르지만, 세운 역시 망토를 입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포.
튜토리얼의 보상으로 얻은 무려 S-급 망토이니 절대 꿇릴 리 없다.
다만, 무시하는 말투를 보아하니 경기를 거쳐 오며 전포에 낀 먼지 때문에 저러는 것 같은데.
– 청탑의 묘리에 따라 ‘클린 샤워’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세운의 손바닥 위에서 생겨난 작은 소용돌이가 몸 전체를 감싸 안았다.
따뜻한 물방울이 옷에 스며들었다가 먼지와 함께 빠져나와 훈훈한 바람이 옷을 말려 주었다.
순식간에 새것처럼 깨끗해진 장비.
특히, 전포는 본래의 진한 붉은 색과 중앙에 새겨진 금빛 용의 문양이 특히나 아름다워 보였다.
적어도 방금까지 세운을 비웃던 마법사가 입고 있던 망토보다는 훨씬 더 값지고 귀중해 보이는 건 당연지사.
당연하게도, 이를 알아챈 마법사의 표정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떠돌이 새끼가 어디서 옷은 잘 주워온 모양이네.”
“허허, 실로 아름다운 망토군. 탐 날 정도일세.”
“저딴 게 탐나기는 무슨, 딱 봐도 짭인데.”
아직 대화도 전이지만, 저들의 분포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왼편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무 의자에 앉아 고급스러운 망토를 휘날리고 있는 이들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들.
오른편의 자유분방하게 누워 있거나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들은 어딘가 소속되어 있지 않은 떠돌이 마법사들.
솔직히, 망토에 새겨진 문양만 보아도 이런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산호탑의 탑주라.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경기가 되겠는데.’
실력주의로 뽑히는 산호탑의 탑주는 이 차원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니게 된다고 들었다.
즉, 누가 탑주가 되냐에 따라 대륙의 판도는 바뀌게 된다.
황실 마법사가 탑주가 되면, 해당 제국의 위세가 급격히 올라갈 테고.
어느 마탑의 마법사가 탑주가 되면, 해당 마탑은 산호탑과 동일시되어 가장 큰 호황을 누리게 될 거다.
만약 성격 나쁜 떠돌이 마법사가 탑주가 되면, 대륙에 혼돈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소속 마법사들은 특히 인품이 보증되어 있지 않기에, 소속 마법사들이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자자, 다들 조용히 하시오.”
“정오에 시작한다 했으니…… 곧이군.”
아무래도 세운은 탑주 선발식이 시작되기 직전의 시간으로 이동된 모양이다.
상대를 파악하거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산호탑의 꼭대기에 태양이 걸치고.
우웅-.
산호탑에서 풍부한 마나가 흘러나왔다.
농도가 어찌나 짙은지, 주변이 바다에 잠긴 것처럼 마나에 출렁거렸다.
산호탑을 이루는 산호들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 태양 빛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서…….
“오오, 내려오신다.”
“저분이 산호탑의 9대 마탑주, 코랄 어비스 님.”
지긋한 나이의 노인이 내려왔다.
마법사답게 낙하 속도를 조절하며 아주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은 마치 신선을 보는 듯했다.
그가 내려오는 자리로 아지랑이가 일었다.
일반적인 플라이가 아닌 변형된 마법인지, 서클을 회전시키며 자연스럽게 일어난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불 마법사인가.’
그가 화염계 마법사로서 정통하였다는 것.
7서클…… 아니, 수준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 것을 보면 8서클 이상의 마법사임이 분명하다.
7서클 정도라면 서클이 차이가 나더라도 세운이 알아보았을 테니까.
과연, 산호탑.
인간의 몸으로 8서클에 이른 마법사라니…….
이 차원의 마법 수준이 높다는 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실물로 뵙는 건 처음이군.”
“저분이 말로만 듣던 화신(火神)인가. 과연, 엄청난 열기야.”
“전투력으로만 따진다면 역대 산호탑주 중에서도 최강이라지?”
“이전에 산호탑에 거역하던 첨탑이 저 영감의 마법 한 번에 소멸되었다니까.”
탑주가 지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법사들의 감상평이 이어졌다.
이곳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는 세운이었기에 청각에 집중하여 그들의 속삭임을 엿들었다.
세운이 느꼈던 것처럼 탑주는 불 속성으로 정통한 마법사인 모양이었다.
탑주가 지면에 가까워질수록 마법사들의 수군거림이 점차 줄어들었고, 탑주가 지면을 그을리며 사뿐하게 착지하는 순간, 주변이 극도로 고요해졌다.
산호탑의 9대 마탑주. 화신, 코랄 어비스 앞에서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산호탑의 탑주.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는지, 그의 입에서는 짙은 노성이 흘러나왔다.
“하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는가. 얼굴이 익은 마법사가 없는 걸 보니, 때가 되긴 되었나 보구나.”
화륵-.
별다른 캐스팅도 없이 그의 뒤로 불꽃이 타올랐다.
화염은 곧 의자의 형상이 되었고, 탑주는 그 의자에 살포시 걸터앉아 노성을 이었다.
“그래, 다들 모인 겐가…….”
“안녕하십니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도 탑주님과 같은 화탑 출신의…….”
“자네…….”
“……네?”
“이 자리에 설 만한 실력은 아닌 것 같구나.”
“아, 아닙니다! 저는 28대 화탑주이신 레디브 님의 아들…….”
화륵!
“커헉!”
탑주에게서 뿜어져 나온 불꽃이 젊은 마법사를 밀어냈다.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았지만, 그것만으로 젊은 마법사는 저 멀리 튕겨 나간 채로 의식을 잃었다.
산호탑의 탑주답게 학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
어찌 보면 바람직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이제…… 짝수가 맞구만.”
젊은 마법사가 기절하자,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탑주의 말을 경청할 뿐이다.
“그럼…… 선발식을 시작하도록 하지.”
툭.
탑주가 지팡이로 땅을 짚었다. 그러자 거센 화염의 물결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불길을 맞아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게, 평범한 불꽃은 아니었다.
공간 마법을 사용한 건지, 단순히 불로 주변을 불태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한 번의 마법으로 주변의 지형이 뒤바뀌었다.
초록이 반짝이던 숲에서 메마른 공터로.
마법사들이 대련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조건은 하나. 마법으로 적을 상대하여 승리하는 것뿐일세.”
저 멀리, 시야의 끝에서 불길이 하늘에 닿을 듯이 크게 타올랐다. 아마, 저 불꽃이 경기장의 가장 외곽이라는 뜻이겠지.
대규모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의 특성상, 격투대회 때와는 경기장의 크기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일단 벽은 쳤네만, 자신 있으면 벽을 넘어가도 상관은 없네.”
넘을 수 있다면 넘어봐라.
자신감이 넘치는 말이었지만, 이중 누구도 감히 화염 벽을 넘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화신이라 불리는 자. 현재 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라 불리는 자의 불길이었으니까.
“대기석이나 관람석은 따로 없으니 알아서 잘 피해 있고.”
화염 벽 안은 전부 경기장.
그 말은 즉, 경기장 안에서 관람하는 마법사들에게도 경기의 여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말이다.
시스템의 보호를 받던 격투대회 때와는 확연히 다른 조건들이다.
“체술을 쓰는 건 상관없네만, 마나 이외의 힘을 사용하는 건 용납하지 않겠네.”
마지막으로 세운이 걱정하던 룰이 튀어나왔다.
마나 이외의 힘 사용 금지.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신성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할 듯했다.
예를 들면 성흔에 깃든 루인이나 튜리크 역시 함께할 수 없겠지.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세운이 본래 사용하던 마신들의 권능은 신성을 사용하는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라 상관없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다들 잘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하네. 이것도 못 알아들으면, 자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렇게 탑주의 설명이 끝났다.
자기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불로 만들어진 의자에 편안하게 등을 기울이는 그.
하지만, 중요한 게 하나 빠졌다.
‘대진표는?’
애초에 경기장이나 룰도 방금 막 들은 참이니, 대진표 같은 게 제대로 만들어져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처음 입을 열었다가 불길에 휩싸여 날아간 마법사의 존재가 떠올라 모두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이곳의 모두가 탑주를 경외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 상황에서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하나.
“대진표는 어떻게 됩니까?”
세운뿐이었다.
세운 입장에서 탑주의 존재는 그저 강한 마법사일 뿐이니까.
처음에 당했던 마법사도 실력이 부족해서 퇴출당한 것뿐이지, 말을 걸었다고 퇴출당한 게 아니다.
즉,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아아, 어쩐지. 그래서 다들 멍하게 서 있었구나. 모르는 게 있으면 말을 하지, 그러고도 마법사라고. 미련한 것들.”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는 탑주.
마법사들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서서 불평을 터트릴 이는 없었다.
“말 잘했다. 일단 네놈이랑.”
선심 쓰듯이 세운을 지목하는 탑주.
모난 돌이 매 맞는다고, 먼저 나섰다가 첫 번째 경기를 치르게 생겼다.
시련에 적힌 내용이나 대축제의 해설자에게 들은 간략한 설명 말고는 아는 게 없었기에 가능하면 후반에 출전하여 다른 마법사의 경기를 지켜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거기, 못난 놈. 너다.”
못난 놈이라는 말을 들은 마법사의 눈썹이 한 차례 꿈틀거렸다.
그렇다고 해도 산호탑의 탑주에게 대들 수는 없으니 조용히 앞으로 나왔다.
다른 마법사에 비해 익숙한 얼굴.
처음 이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세운의 옷차림에 대해 지적하던 마법사였다.
“첫 번째 경기는 쉽게 통과하겠네. 나와라, 촌놈.”
세운이 상대로 걸린 게 마음에 드는지 길게 웃으며 지팡이를 빼 드는 마법사.
그 모습에, 세운 역시 희미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왔다.
‘저놈으로 대충 경기 양상을 파악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