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2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24화(320/675)
제 324화
세운의 첫 번째 경기는 투박했다.
모든 속성의 마법을 사용한다는 건 분명 대단했지만, 마법사의 전투라고 보기는 어딘가 어색했다.
이곳에 있던 모든 마법사가 느낀 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마법사가 세운의 효율적인 전투 구도에 감탄하고 있었다.
“저건 흑요탑주님의 전략이 아니오?”
“호오, 흑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겐가. 저 젊은이, 대체 정체가 뭔가 싶군. 뭔가 아는 사람 없나?”
“처음 봅니다. 저 망토의 문양도, 저런 형식의 마법도, 저런 이름도.”
사일런스를 시작으로 한 전투 구도.
이는 흑요탑주가 전투 경험이 별로 없는 마법사들을 가지고 놀 때 주로 사용하던 루틴이었다.
아니, 경험이 있는 마법사라 하더라도 이 루틴에 제대로 반응할 수 있는 마법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세운이 따라 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검술!”
“저거, 자네가 사용하던 마법 아니었나?”
“유파가 같을 리는 없고, 설마 눈으로 한 번 보고 따라 했다는 건가……?”
마법사들의 얼굴에 경외감이 서렸다.
분명 처음 보았을 때는 투박한 원석이었는데, 지금은 어느새 빛을 가리고 있던 돌무더기가 깎여 나가고, 내부의 찬란한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했다.
대진표가 한 바퀴 돌고, 또다시 찾아온 세운의 차례.
“저, 저건!”
“아까 떨어진 화류의 마법사께서 사용하신 마법 아닌가!”
“저건 그분의 고유 마법이었을 텐데!”
“나 참, 싸울 때마다 전투 스타일이 바뀌니 공략법을 알아낼 수가 없구만!”
세운의 전투 스타일은 또 한 번 변화했다.
첫 번째 전투가 마투사, 두 번째 전투가 저주를 동반한 마검사였다면 지금은 온전한 마법사.
근접전에 대비하고 있던 상대는 근접전을 대비해 방어막을 생성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여 몰아치는 마법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처음에는 분명 원석이었는데. 지금은 벌써 반짝거리는 보석이 되어 있군.”
“허허,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구만.”
덕분에 세운은 산호탑주 선발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걸출한 실력의 마법사들마저 세운에게서 관심을 떼지 못했다. 산호탑주 역시 마찬가지.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하구나. 다른 차원에서 건너오기라도 한 듯한…….’
말이 되지 않는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어쩐지 산호탑주는 방금 떠오른 생각이 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사에게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끝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게 바로 마법사니까.
‘만약 그런 거라면, 어째서…….’
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인 산호탑주, 코랄 어비스의 머리가 바쁘게 회전했다.
그와 함께 고정되어 있던 시간의 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 * *
‘재밌다.’
내공을 제한받은 전투.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마법사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깨달은 점들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머리가 풀리고, 좁았던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
눈가리개를 차고 있었던 줄도 모르고 있다가 눈가리개를 벗고 넓은 평야를 감탄하는 기분이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그리스(Grease) ]– 무탑에서 개발해 낸 마법으로써 지면을 마찰력을 0에 가깝게 만들어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린다.
제리 알렌이라고 하는 배틀 메이지였던가?
전 경기에서 탈락했던 마법사의 기술을 재현해 본다.
본래 그리스의 용도는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것이지만, 제리 알렌이라는 마법사는 달랐다.
휘릭-.
“헉!”
자신의 이동 경로에 그리스를 사용하여 순간적으로 몸을 미끄러트린다.
스케이트를 타는 듯이 빠르고 매끄러운 움직임에 자세까지 낮아지자, 상대는 순간적으로 세운의 위치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버스트’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다음은 폭발 마법.
화염의 기운을 느끼고 상대가 다급하게 방어막을 펼쳤으나, 상대에게는 아무런 충격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사방으로 까만 연기가 퍼져나갔다.
마찬가지로 이전 경기에서 케이뷜슨이라는 마법사가 사용했던 폭발의 응용 버전이었다.
“흑연탑의 고유 마법을 어떻게…….”
상대가 의미 없는 방어막 안에서 허무하게 중얼거린다.
이 대륙에서 유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고유의 마법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한 번 본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세운이 그것들을 이렇게 빨리 빨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 바로, ‘탐욕의 권능’ 덕분이었다.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는 건 익숙하니까.’
탐욕을 권능을 통해, 세운은 지금까지 수십, 수백 가지의 힘을 받아들였다.
받아들인 힘에 대한 지식을 함께 받아들인다지만, 그걸 실전에서 곧바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수였다.
그 덕분에 세운은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전투 스타일을 곧바로 자신의 전투에 녹여 내릴 수 있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괜스레 흐뭇해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펑!
상대를 마무리를 짓는 건 간단했다.
이미 연막 속에서 승부를 반쯤 포기하고 있었기에, 킬케르가식 은신술로 조용히 다가가 장법과 마법을 결합한 일격을 선사했다.
이로써 부 결승전이 끝.
처음 느꼈던 답답함은 완전히 사라지고, 어느새 결승전에 다다랐다.
“허어, 정말 결승전에 오를 줄이야.”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신기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도를 넘어섰군.”
“저런 괴물일 줄은 몰랐구만. 나도 한번 싸워보고 싶었는데, 아쉬워.”
세운이 경기에서 내려오자 마법사들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세운은 이전의 경기가 끝날 때와 마찬가지로 산호탑에서 제공하는 물약을 들이켜고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마자 주변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세운에게 다가왔다.
“정말 대단하군. 혹시 어느 유파 출신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전 속성의 마법을 수련하면서 6서클에 다다르다니. 하나만 파고들어도 이제야 6서클에 다다른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군.”
“부끄러울 필요 없네. 모든 속성을 6서클까지 파고드는 것은 우리 같은 마법사가 7서클에 다다르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
유파를 알아내려는 건 정치 싸움 같은 게 아니었다.
순수한 호기심.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가 진리를 탐구하는 마법사기이기 가능한 점이었다.
서클이 낮은 마법사라면 몰라도, 6서클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마법사 대부분은 돈과 물질보다는 마법 그 자체를 탐구하기 마련이니까.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군. 수식이야 재능과 수련을 통해 익히고 사용할 수 있다 치지만, 서클은 그게 아닐 텐데.”
“다속성 모두에 이리도 훌륭하게 반응하는 서클이라니.”
“그렇다고 서클이 약한 것도 아니야. 오히려 일반적인 서클보다 훨씬 단단하고…… 유동적이군.”
“단단하고 유동적이라니, 그게 말이 되나?”
“나도 지금까지는 말이 안 되는 줄 알았네.”
마법사들이 세운을 앞에 두고 탐구심을 이어가는 사이, 세운의 상대가 결정될 준결승전이 시작되었다.
“허허, 유능한 젊은이랑 붙게 돼서 영광이군.”
“저야말로 흑요탑주님을 상대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북부 전선에서의 ‘흑암’ 전략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호오, 그걸 보았나? 신기하군. 자네 같은 젊은이를 내가 못 봤을 리 없을 텐데.”
“기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터라 그랬을 겁니다.”
“기밀 작전?”
“흑요탑주님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으시겠죠. 서든 아이를 수색하고 있었습니다.”
서든 아이. 그 정체 모를 단어에 한없이 여유롭던 흑요탑주의 얼굴에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괴물이라도 마주한 표정.
“서든 아이라면…… 북부 침공의 원인 아닌가.”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그렇다면, 최근 5년간 북부 전선이 조용한 이유가…….”
“흑요탑주님이 시선을 끌어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허어…… 순풍(順風)의 마법사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알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세운에게 가장 먼저 다가왔던 마법사, 리버. 그의 정체가 알려졌다.
당연하게도 세운은 서든 아이고 순풍이고 처음 듣는 단어였기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주변의 마법사들은 그게 아니었다.
입을 쩍 벌린 채로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세운이 그들에게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유명한 자입니까?”
“유명하다마다! 혼자서 용의 쉼터를 공략했다거나, 요산의 주인을 처치하였다거나, 풍룡의 배우자로 선택받았다거나.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라네!”
“북부 전선에 어째서 침공이 이어지지 않는지 말이 많았는데, 순풍의 마법사가 벌인 짓이었다니. 허!”
“그나저나 순풍의 마법사가 마검사였다니! 상상도 못 했구만!”
전설로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마법사라…….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어지간히 유명한 녀석이었나 보다.
‘하긴, 실력을 감추는 것부터 평범하진 않았지.’
리버의 첫 경기를 보자마자 세운이 느꼈던 게 하나 있었다.
분명 빠르고 간결하고 멋진 전투였지만, 힘이 잔뜩 빠진 느낌. 실력의 절반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그래도 상대가 흑요탑주인데, 슬슬 제 실력을 드러내지 않겠나?”
“이거 기대되는군!”
“솔직히 당연히 흑요탑주가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모두가 기대하던 중, 산호탑주만이 유일하게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며 불씨를 튕겼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어?”
리버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법사들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탐지 마법을 사용하였지만, 사방에서 마력이 바람처럼 휘날리고 있는 탓에 제대로 된 탐지가 불가능했다.
“투명화인가?”
“바람 마법이라면 분명 투명화일 지도…….”
마법사들의 추측이 이어졌지만,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투명화 따위가 아니다.
저건…….
‘압도적인 속도.’
그저 경기장 주변을 빠르게 내달리고 있을 뿐.
그 미칠 듯이 빠른 속도 때문에 탐지 마법으로도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둠(Doom).”
상황을 알아채지 못한 건 흑요탑주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랜 경력을 증명하듯 곧바로 대범위 마법을 준비했다.
리버가 투명하든, 빠르게 움직이든 상관없이 공격하기 위한 대범위 마법.
흑요탑주를 중심으로 검은 반구가 생겨나더니 주위로 크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철컥.
검집과 검의 마찰음이 들려오며, 흑요탑주의 마법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일제히 멈췄다.
이어서 다시 한번 철컥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흑요탑주의 뒤로 검을 납검하고 있는 리버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함께 터져나가는 소닉붐.
콰아아아앗!
소닉붐은 공격이 아니다. 그저 공격으로 인해 생겨난 후폭풍일 뿐이다.
그리고 후폭풍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럴 수가…….”
“흑요탑주가…….”
“이게…… 순풍의 마법사?”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무릎을 꿇은 흑요탑주의 모습이 보였다.
리버는 기쁜 표정으로 숨을 고르며 세운에게 다가와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결승전까지 올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랑은 꼭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거든요.”
산호탑주 선발식, 그 결승전.
세운과 리버의 대결이 성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