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2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25화(321/675)
제 325화
“이번 산호탑주는 마검사가 되는 건가? 2대 산호탑주 이후로는 처음이군.”
“순풍의 마법사라면 인정이지. 산호탑주의 위상과 딱 걸맞은 인물 아니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지 않나. 습득 속도와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되는 지경일세!”
“완벽히 세공된 다이아몬드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미스릴을 보는 듯하군.”
세운과 리버가 서로를 보고 마주 섰다. 그러자마자 마법사들의 토론이 길게 이어졌다.
둘의 마법 실력과 여러 가지 변수 등을 다양하게 계산하며 결과를 도출해 낸다.
문제는 이 중에 그 누구도 둘의 제대로 된 실력을 알지 못한다는 것.
“미스릴이건 아다만티움이건,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야.”
그럼에도 마법사들의 승부 예측은 리버에게로 기울고 있었다.
세운의 습득 속도와 성장 속도는 실로 괴물이나 다름없었지만, 상대는 이미 그 업적이 전설로 남아 칭송받고 있는 순풍의 마법사였으니까.
“이번에는 무리라도, 다음 선발식에는 무조건 저 청년이 되지 않을까 싶군.”
“하긴,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저자를 뛰어넘을 마법사는 없어 보이는구만.”
승부를 예측하는 건 산호탑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염 의자에 앉아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머리를 바쁘게 굴리고 있었다.
‘순풍의 마법사라…… 존재를 숨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 나올 줄은 몰랐구나.’
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라 불리는 만큼, 산호탑주 역시 순풍의 마법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드물기는 해도 순풍의 마법사가 남긴 흔적을 본 적도 있었다.
때문에 그는 순풍의 마법사가 전설이 아닌 실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그라도, 순풍의 마법사가 산호탑주 선발전에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일 대 일이라면, 내가 상대하더라도 까다로운 상대.’
이게 바로 순풍의 마법사에 대한 평가였다.
그렇게 평가내린 대상이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화염의 마법사, 코랄 어비스였기에 그 평가는 가히 최고의 평가라고 할 수 있었다.
승부가 뻔히 보이는 경기.
결승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예상이 가는 경기……여야 했지만…….
‘저놈…….’
어쩐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머리는 리버의 승리를 확신했지만, 가슴은 세운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럴수록 조금 전에 가졌던 의심이 더욱 몸집을 부풀렸다.
‘다른 차원이라…….’
산호탑주는 머리의 회전을 멈추지 않은 채 경기의 시작을 준비했다.
* * *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감은 당신을 가리켰지만, 머리는 그게 아니었거든요.”
경기 시작 전, 세운과 리버는 서로의 명치에 검을 겨눈 채로 말을 이어갔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둘 사이에는 팽팽한 김장감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며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화륵.
작은 불씨가 떠 올랐다.
몇 번이고 봐온 신호탄이었기에, 저 불씨가 정확하게 3초 후에 터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다리의 근육이 당장에라도 튀어 나갈 듯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이번에도 역시, 제 감이 맞았다는 것을요.”
퍼엉!
불씨가 터지자마자 둘이 서 있던 바닥이 움푹 파였다.
경기의 신호를 알리는 폭발음보다 둘이 바닥을 치며 달려가는 도약음이 더욱 크게 들려왔다.
서걱.
세운의 뒤랑달이 바람을 베어 넘겼다.
그렇다, 그저 바람. 리버의 모습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부 결승전에서 흑요탑주를 일격에 끝냈었던 그 기술.
그것을 알아채자마자 세운은 뒤랑달을 한 손에 쥐고, 반대편 손에 첫 번째 경기에서 내기로 받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마나를 불어 넣으니 지팡이 끝에 달린 붉은 루비가 세운의 마나를 증폭시킨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 황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쿠구구구!
경기장 사방에서 바위벽이 솟아났다.
과연, 촉매제가 달린 지팡이를 사용하니 마나의 소모량은 물론이고 시전 속도나 위력까지 크게 올라갔다.
“역시, 당신은 제 움직임을 보셨군요.”
바위벽은 아무렇게나 일으킨 게 아니었다.
리버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돌고 있는 경로를 정확하게 찾아낸 후 일으킨 것이다.
그 외에도 녀석의 속도를 살리지 못하게 경기장 경기장을 미로처럼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밀폐를 시키지 않는 이상 흔들리는 바람은 막을 수 없습니다.”
순간, 섬뜩한 살기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멈추었다.
흑요탑주를 쓰러트렸을 때 일어난 이변과 정확하게 같았다.
‘경로를 막아도 소용없는 건가?’
콰과광!
생각하는 것보다 반응이 더 빨랐다.
세운의 곁을 둘러싼 네 개의 바위벽이 부서지며 날카로운 바람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세운은 그것들을 무시한 채로 검을 위로 휘둘렀다.
분명 텅 빈 허공을 향해 휘두른 검에서 불똥이 튀더니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리버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단합니다! 이 기술을 완성하고 나서, 사람에게 파훼 당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장에라도 질투의 권능부터 사용하고 싶었지만, 이 경기에서 그건 불가능했다.
성흔의 힘도, 마신들의 권능도 사용할 수 없다.
아니, 가능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탐욕의 권능.
회귀를 하며 세운에게 흡수된 폭식과 탐욕의 권능은 마신에게 영향을 받기는 해도 엄연히 세운 그 자체의 힘이 되어 버렸으니까.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현자의 보좌, 다이묘 ]– 원탁의 기사이자 브리튼의 왕, 아서를 보좌하였다고 알려진 대마법사이자 현자 ‘멀린’의 지팡이.
퍼엉!
시전 시간도 필요 없었다.
그저 손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세운의 의지가 전달되어 지팡이 끝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과연, 현자의 지팡이.
어려운 수식이나 시전 따위를 무시한 채, 세운의 의지만으로 마법이 발현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마저도 리버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는 점.
“방금은…… 뭐였죠?”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그 찰나의 시간에 두꺼운 공기층을 막아내 피해를 흡수한 것이다.
마법사가 아니라 전장에서 길대로 긴 용병을 보는 듯한 노련함과 반응 속도.
이번에는 리버가 거리를 벌린 채 검을 마구 휘둘렀다.
갈라진 대기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세운을 노린다.
피하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부채꼴 모양으로 세운을 덮쳐오는 바람 칼날은…….
– 황탑의 묘리에 따라 ‘와이드 실드’가 더욱 견고해집니다.
카가가각!
순식간에 생겨난 반투명한 막에 의해 모조리 막혔다.
“……!”
와이드 실드는 본래 화살 따위를 막아내는 대범위 방어막으로써 일반 실드에 비해 약한 내구력을 지녔다.
그 때문에 이렇게 많은 바람 칼날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
그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어 준 게 바로 멀린의 지팡이, ‘다이묘’였다.
“좋은 지팡이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갑자기 마법 수준이 너무 높아졌는데?”
리버 역시 그걸 알아채고는 잠시 공격을 멈췄다.
이제 반격의 차례.
세운의 움직이기 시작하자, 리버는 경기장 곳곳에 솟아나 있는 바위벽을 타며 도망쳤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인페르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인페르노’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콰르륵!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리버를 덮쳤다.
멀린의 지팡이라는 지고의 매개체 덕분에 마법의 위력은 평소의 배 이상으로 상승해 있었다.
불꽃이 닿은 바위의 표면이 뚝뚝 녹아내려 용암이 만들어질 지경.
“비장의 무기 같은 건가? 정말 대단합니다!”
리버는 화염을 피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 화염을 베어내며 세운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검으로 화염을 베는 비상식적인 행동이 바람을 다루는 그의 마법에 의해 현실이 되었다.
카강!
둘의 검이 부딪쳤다.
내공을 사용할 수 없기에, 세운은 리버가 보여준 바람 마법을 똑같이 재현하여 검에 둘렀다.
“제 샤프 윈드를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내시는 겁니까! 하하하!”
샤프니스와 윈드 커터의 중간쯤 되는 마법의 이름이 샤프 윈드인 모양이다.
이걸 두르지 않았다면, 뒤랑달이라 하더라도 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갔으리라.
날카로운 두 바람이 서로를 갉아 먹으며 귀를 쪼아낼 정도의 굉음을 만들어 냈다.
“눈으로 따라가기도 벅찰 지경이군!”
“마법과 체술을 이렇게나 완벽하게 융합하다니! 이건 혁신이야!”
“2대 산호탑주가 죽은 이후로 마검술은 효율이 낮아 사장되다시피 했다고 들었는데…… 마치 2대 산호탑주가 현현한 듯하구나.”
그 치열한 전투에 마법사들이 감탄했다.
비록 선발전에서는 패배했지만, 이 자리에서 둘의 전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깨달음이 다가왔다.
심지어 한 6서클 마법사는 깨달음에 의해 막혀 있던 벽이 깨져 7서클에 다다르는 중이었다.
마법사들 모두가 이 자리에서 둘의 전투를 지켜보는 게 영광이라 생각했다.
콰과과광-!!
경기장 내부가 화염에 휩싸이고, 광풍이 몰아치고, 파도가 솟구쳐도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방어 마법을 사용하여 어떻게든 시야를 밝혀 둘의 전투를 감상했다.
산호탑주 역시 마찬가지.
‘저 지팡이……. 역시, 저자는 이곳의 사람이 아니야.’
산호탑주는 루비 지팡이에 깃든 ‘다이묘’의 힘을 알아보고 세운의 정체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다.
퍼엉!
콰지지직!
산호탑주의 예상을 증명하듯, 세운의 지팡이에서 나온 마법이 다시 한번 경기장을 뒤덮었다.
리버 역시 날렵한 몸놀림과 바람 마법으로 세운을 상대했다.
아무리 세운이라고 하더라도 내공과 신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리버를 따라가지 못했다.
멀린의 지팡이로 그 간격을 좁히며, 필사적으로 리버를 견제했다.
그러던 중.
빠직!
‘젠장…….’
루비 지팡이가 신음하는 게 느껴졌다.
멀린의 지팡이가 가진 힘을 견디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긴,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용하지.’
최근에는 뒤랑달이나 불사궁 같은 S급 이상의 장비들로 마몬의 보구를 사용 중이지만, 튜토리얼 때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무기들이 마몬의 보구가 가진 힘을 견뎌내지 못해 무기를 일회용 사용하듯이 해야 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
오래 버텨 주긴 했지만, 이 이상은 어렵다.
이대로 지팡이가 허무하게 부서지기 전에, 세운이 지팡이의 화려한 마무리를 준비했다.
“벌써 마무리 준비입니까? 조금 더 즐기고 싶지만, 전력전이라면 저도 환영입니다.”
세운이 지팡이를 향해 마나를 밀어 넣는다.
지팡이 내에서 마나가 순환되어 증폭하고, 증폭된 마나가 또 한 번 증폭된다.
세운의 주위로 마나가 거칠게 몰아치며 공기가 뜨겁게 달궈진다.
세운의 양옆으로 용 머리의 형상이 나타나더니, 입을 쩌억 벌리고 리버를 조준한다.
– 탄생의 지팡이가 ‘다이묘’에 잠든 기운을 터트립니다.
– ‘다이묘’를 통해 요새 지하의 두 마리 용이 재현됩니다.
멀린이 자신의 능력을 통해 알아내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요새 지하의 사건. 두 마리의 용이 맞붙어 싸웠다는 그 전설이…….
콰아아앗!
뜨거운 용의 숨결로 재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