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2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26화(322/675)
제 326화
멀린의 지팡이로 뿜어낸 두 마리 용의 숨결. 그 위력은 일반적인 화염 마법과는 궤를 달리한다.
한 마리의 용은 초록색이 감도는 독가스를, 한 마리의 용은 뜨거운 불길을 내뿜었는데 두 가지 숨결이 합쳐져 압도적인 위력의 화염을 만들어 냈다.
“마, 막아!”
“그레이트 실드!”
“그걸로는 어림도 없습…….”
“쯧.”
화르륵!
“감사하오! 산호탑주!”
마법사들이 방어막을 만들어 보았지만, 그 의미가 무색하게 그들이 만들어 낸 방어막은 쉽게 깨지고 녹아내렸다.
결국은 산호탑주가 화염 방패를 일으키고 나서야 마법사들 모두 안도할 수 있었다.
“하하, 이건 생각 이상인데요…….”
다가오는 불꽃을 바라보며 리버가 멍하게 중얼거렸다.
강한 공격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산호탑주가 직접 여파를 막아설 정도로 강한 마법이라니.
마법의 범위도 과하게 넓어 자신의 속도로도 도망치거나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답은 하나.
정면으로 막아내는 것뿐.
후웅!
리버의 검에 달린 초록 보석이 진동했다.
그의 검은 마치 마법사의 지팡이처럼 마나를 증폭시키며 그 자체로 주변에 바람을 불러들였다.
바람의 보석이라 불리며, 바람을 다루는 마법사에게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는 보석 ‘표류석(飇流石)’.
바람이 뭉쳐서 만들어졌다는 환상의 보석에 의해 리버의 앞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브루탈 타이푼(Brutal typhoon).”
콰과과괏!
소용돌이는 곧 태풍이 되었고, 거칠게 휘몰아치며 용의 숨결을 막아냈다.
바람과 불꽃.
두 현상이 서로를 잡아먹으려 이빨을 드러내고, 서로를 집어삼켰다.
그 결과.
“세상에…….”
“저게 대체 무슨 마법인가…….”
두 현상이 뒤섞이며 뜨거운 불길을 내뿜는 태풍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산호탑주가 이를 막아내기 위해 전방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화염 벽을 일으켰다.
화염 벽이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과연 산호탑주. 그 사나운 화염 태풍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저, 저건!”
“산호탑주님이 만드신 화염 벽이…….”
“잡아 먹혔군.”
경기장을 형성하고 있던 화염 벽은 아니었다.
산호탑주가 이쪽으로 마나를 쏟은 틈을 타, 화염 태풍이 산호탑주의 화염 벽을 집어삼키며 사라졌다.
만약 산호탑이 외진 곳이 아니라 도시에 있었다면 방금의 공격으로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었으리라.
“승부는?”
“누가 이긴 거지?”
“일단 이 연기부터 걷으면…….”
“그만두게. 아직 승부가 안 끝났을지도 모르는데 연기를 걷어 버리면 경기에 개입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궁금증이 터져 버릴 것 같았지만, 산호탑주의 말에 모두가 조용히 연기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당장에라도 연기를 걷어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산호탑주의 말이 맞았으니까.
혹시나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고, 저 연기 속에서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카앙!
둘의 검이 맞부딪치며 생긴 충격파로 인해 연기가 걷힌다.
그 엄청난 화염 폭풍 속에서 화상을 입고 그을음이 생기고서도 둘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 공격을 하고서도 마나가 남아 있는 겁니까?”
“그건 너도 마찬가지 같은데.”
“하하, 이래 봬도 이미 상태가 엉망입니다. 솔직히, 손이 떨려서 검을 잡고 있는 것도 힘들 지경이거든요.”
방금의 일격에 대부분의 마나를 쏟아낸 건 둘 다 마찬가지.
최소한의 마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 둘은 이미 당장 마나 탈진으로 쓰러져도 놀라지 않을 만한 상태였다.
“보는 사람도 지루할 텐데 한 번에 끝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네.”
리버의 말과 달리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마법사 중 그 누구도 지루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땀을 쥐고 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분석 따위 없이, 그저 침을 꿀꺽 삼키며 경이로운 눈빛으로.
그럼에도 세운이 고개를 끄덕인 건 이대로 둘 중 하나가 힘이 부족해 쓰러지며 허무하게 경기가 끝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성이 봉인 당한 지금, 나태의 권능조차 쓸 수 없었으니까.
“역시 그 성격, 마음에 듭니다.”
“나도.”
멀린의 지팡이가 가진 고유한 힘을 사용하며, 루비 지팡이는 부서졌다.
때문에 세운도 리버와 마찬가지로 양손에 검을 빼 들었다.
잠깐의 정적.
둘이 숨을 고르는 사이, 지켜보던 마법사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올 때쯤.
파앗!
둘의 모습이 동시에 사라졌다.
다리에 헤이스트 마법을 집중시켜 일시적으로 비약적인 속도 상승을 일으키는 기술.
리버가 가장 처음 사용한 기술이었다.
문제는.
“하하…… 설마 그사이에 제 기술을 카피하신 겁니까? 이거 나름대로 제 비기입니다만…….”
세운 역시 리버와 같은 기술을 사용 중이라는 것.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최대한 활용하여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에는 이게 가장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할 수 있다.’
원리는 파악하고 있다. 남은 건 실전으로 옮기는 것뿐.
누가 봐도 불가능한 행위이지만, 세운은 리버의 기술을 탐욕의 보물창고에서 꺼내 든 마법과 같다고 생각했다.
지식은 알고 있으니, 차분하게 몸으로 실행하면 된다. 늘 하던 행위였으니 불안함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타다닷!
둘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일반인이었다면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멀미가 날 정도로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흘러갔다.
호접활공을 사용할 때의 기억을 살려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다.
그 속도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쯤, 둘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이번에는 검과 검이 충돌하며 생겨난 금속음이 아니었다.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누구 하나는 당한 게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둘 다 당했을지도 모른다.
툭.
털썩.
“하하…… 그래도 같은 기술로 맞붙으면 제가 이길 거라 자신했는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공격을 가하는 순간, 둘 다 최대한 몸을 비틀어 치명상을 피하면서도 끝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둘 다 치명상은 아니라 전투 불가 상태가 되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무, 무승부인가?”
“재경기라도 치러야 하나?”
마법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산호탑주는 경기의 끝을 알리지 않았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세운의 손에서 하얀빛이 흘러나왔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힐’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힐.
세운이 튜토리얼 당시에 익힌 기본적인 치유 마법.
그나마 남아 있던 티끌만 한 마나가 전부 빠져나가며, 빈혈이 일어나듯 눈앞이 핑핑 돌았다.
그래도 힐 덕분에 외상을 어느 정도 치료하여 검을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전 속성에 능통하실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치유 마법까지 익히신 겁니까?”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몸은 움직이고 있어도 마나 탈진으로 인해 서클이 쪼그라들며 심장이 죄는 듯이 아파 왔으니까.
솔직히, 세운은 지금 당장 쓰러지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고통을 이 악물고 참아내며 바닥에 박힌 검을 뽑아 리버에게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다.
심장이 뜀박질할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입에서 따뜻한 핏물이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세운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척.
결국 세운의 검은 리버의 목을 겨누었고.
“하하…… 이거, 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요.”
리버가 자신의 패배를 선언하였다.
* * *
“순풍의 마법사가 지다니!”
“마지막은 정말 믿기지 않는군! 난 세 번을 보고도 따라하기는커녕 발동 원리도 완벽히 알아내지 못했는데 말이네.”
“그게 정상일세. 다른 마법사의 마법을 몇 번 보고 바로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괴물이니.”
“그런 괴물이기에 승리한 건가. 6서클 마법사가 산호탑주 자리에 오른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군.”
“맞아, 처음일세. 지금까지는 아무리 노련해도 결국은 서클이 뒷받침해 줘야 승부를 따질 수 있다는 공식이 있었으니까.”
마법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리버는 무려 일곱 개의 서클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실력이 보장된 전설의 마법사였으니까.
물론, 그를 완전히 7서클 마법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일곱 번째 서클은 아주 최근에 만들어진 듯했고, 그런 만큼 아직 활용을 제대로 못 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의 전투 스타일 역시 고서클 마법의 폭격보다는 여러 마법의 뛰어난 활용도가 주가 되었고 말이다.
“다음 세대가 기대되는군.”
“산호탑주가 마검사인 것과 순풍의 마법사에 대해 퍼지면 한동안 마검사 붐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어.”
“2대 산호탑주가 활약했을 시기처럼 말일세.”
산호탑주는 존재 자체로 대륙의 마법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호탑주의 마법이 유행을 타게 되고, 자연스럽게 많은 마법사가 산호탑주가 사용하는 마법을 연구한다.
산호탑주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그 마법사의 마법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닌 건지 증명해 주는 것이었으니까.
실제로, 현 산호탑주인 코랄 어비스 덕분에 지금의 대륙은 불 마법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가 소속되어 있었던 적탑의 위상이 산호탑 바로 아래에 위치할 정도로 커진 것은 당연한 일.
“그렇다면 역시 저서클 견제 마법도 부흥하겠군요.”
“그렇겠지. 실드나 그리스 등…… 마검사를 견제할 만한 마법들이 발전할 게야.”
이 역시 당연한 논리였다.
한 예로 현 대륙의 판세가 화염 마법에 기울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물을 다루는 학파들이 크게 발전한 것처럼 말이다.
산호탑주의 존재는 이처럼 대륙의 마법 판세를 바꾸며 다양한 마법이 발전하게 해 주었다.
그야말로 선순환.
딱딱하게 굳어 가는 위세를 풀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는 자리가 바로 산호탑주의 자리였다.
“그래……. 이렇게 된 건가…….”
산호탑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에도 사설이 없기로 유명한 그였기에 바로 산호탑주 임명식을 하려는 것이다.
모든 마법사가 이 순간을 기대했다.
“오오…….”
“자네, 임명식은 처음 보는 겐가?”
“네! 산호탑주의 임명식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전설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흘흘, 그렇긴 하지. 자신을 희생하여 후임에게 힘을 물려주는 것은 1대 산호탑주가 가진 유일 마법으로 불렸으니 말일세.”
“그것도 산호탑주 사이에서만 내려오는 비기지 않습니까.”
“비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다르다네. 힘을 물려주며 영혼에 새겨지는 각인이라고 해야 하나……. 직접 그 힘을 물려받은 5대 산호탑주도 끝내 그 원리를 밝혀내지 못했으니 말일세.”
모두가 새로운 산호탑주의 임명식을 기대하고 있을 때.
“저놈과 할 말이 있으니 다들 엄한 기대 하지 말고 집에 가서 발 씻고 자게.”
화륵!
세운과 산호탑주 바깥으로 거대한 화염 벽이 솟구쳤다.
마법사들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드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거나 말거나, 시야와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화염 벽 속에서 산호탑주가 세운을 내려보았다.
방금의 전투로 마나 탈수 증상이 온 터라 세운은 가만히 일어선 채로 산호탑주를 쳐다보는 게 고작이었다.
사실, 이 상태로 서 있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정신력의 증거나 다름없었다.
그런 세운을 향해, 산호탑주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네놈…… 정체가 무엇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