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2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29화(325/675)
제 329화
“이게 무슨…….”
산호탑 앞에서의 경기가 전부 중계되고 있었다니.
이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무리 해설자라고 해도 숨겨진 시련에서의 전투까지 생중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고 생각하던 중.
50층의 시련으로 떠나기 전에 해설자와 나눈 계약이 떠올랐다.
‘이천만이라면 어떠시겠습니까? 대신, 조건을 석상과 팸플릿만이 아닌 제 임의대로 초상권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걸로.’
이천만이라는 공적치에 낚여 고개를 끄덕여버렸던 그 계약.
임의대로 초상권을 마음대로 사용한다고 했었던 해설자의 말.
거기까지 떠올리자 세운의 모습을 비추고 있던 전광판 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석상, 팸플릿에 풍선까지. 진짜 만들어놨네…….’
50층의 시련에 며칠이 걸린 것도 아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선발식이 수행된 기간은 단 하루였다.
그 하루 안에 이런 일들을 벌여 놓다니…….
세운의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저것들 하나씩 자신의 창고에 넣어 둬야겠다며 비웃습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석상이 당신의 본모습을 절반도 닮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면서도 기념품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저기 당신을 닮은 모양의 돈가스가 있다며 침을 줄줄 흘립니다.
성좌들의 반응에는 고개가 푹 숙여질 정도.
상태창에 드러난 이억이 넘는 공적치가 무색하게 해설자의 제안을 수락한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고 있을 때, 박정필이 세운의 앞으로 장난감 하나를 들이밀었다.
“형님, 형님! 이거 보십쇼! 형님 닮은 장난감인데, 이렇게 누르면 ‘사랑해요~’라고…….”
콰직!
“으아악! 내 장난감!”
이후, 박정필의 교육 시간이 시작되었다.
* * *
대축제의 현장에 도착한 후, 박정필의 교육을 끝으로 자리를 피한 세운은 곧바로 현 상황의 파악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산호탑주에게 받은 지팡이.
화염처럼 뜨겁게 일렁이던 보석은 세운이 쥐자마자 검붉게 변한 채로 울렁거리고 있었다.
[ 그로잉 헤츨링 ]분류 : 지팡이
등급 : S
설명 : 새끼 드래곤의 마나 핵을 사용하여 만들어 낸 지팡이. 마나를 받아들여 주인의 성향에 맞게 변화하고 성장한다.
능력 : 1. 드래곤 하트 – 자체적으로 일정량의 마나를 충전, 보관하여 사용할 수 있다.
2. 성장기 – 주인의 마나를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변환하는 만큼 지팡이의 성능이 조금씩 강화된다.
3. 적응기 – 주인의 마나를 받아들여 그에 맞게 적응, 변환한다.
4. 드래곤 브레스 – 마나 핵에 보관된 마나를 전부 소모하여 ‘드래곤 브레스’를 사용한다.
무려 S급 지팡이.
게다가 아이템 정보를 읽어보니 다음 등급으로 성장할 여지마저 보이는 성장형 아이템인 것 같았다.
낮은 등급이면 몰라도 S급으로 시작인 성장형 아이템이라면 충분히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아니, 그전에 헤츨링이라고는 해도 드래곤 하트를 사용하여 만든 지팡이인 만큼 그 효용은 충분히 증명됐다.
‘다음은 마법.’
세운이 일곱 번째 서클을 회전시켰다.
빛 속성 마나를 머금고 있는 만큼, 백탑의 마법으로 서클을 사용해 보았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샤이닝 블레이드(Shining blade) ]– 백탑의 공격 마법. 빛의 기운이 담긴 천벌의 검을 소환하여 적을 휩쓴다.
빛나는 칼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구름을 뚫고 빛의 검이 내려왔다.
세운의 조작에 따라 저 거대한 하나의 형성 그대로 적을 찌를 수도, 수많은 조각으로 분리하여 적을 휩쓸 수도 있는 천벌의 검.
콰과광!
그 검이 지면을 내리꽂자 강력한 섬광이 뿜어나와 주변을 집어삼켰다.
‘역시 위력은 별로네.’
본래 백탑의 마법은 공격을 위한 게 아니라 치유와 정화를 위해 만들어진 마법이었다.
그런 만큼 이렇게 공격 마법으로 사용할 시 위력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상대가 언데드나 저주받은 존재라면? 백탑의 공격 마법은 그 어떤 속성의 마법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무공도…….’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이 초식, 낙천(落天)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콰과광-!!
환하게 물든 대지에 검은 하늘이 내려와 부딪쳤다.
파극암검의 제이 초식, 낙천.
이전에는 한 번만 사용해도 몸에 무리가 따라오는 기술이었는데 지금은 꽤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파극암검 특유의 괴랄한 내공 소모는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삼재공의 묘리 덕분에 내공의 속성 변화가 급격히 빨라졌다.
자하검결과 북해검결, 파극암검을 자유자재로 돌려써도 공격의 맥이 전혀 끊기지 않을 정도였다.
“후우…….”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제법 쓸 만한 지팡이로 보인다며 부리를 까딱입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당신의 성장을 축하합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경지에 조금은 적응한 기분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실전에 돌입하고 싶었는데 상대가 없었다.
항상 세운과 대련을 하던 두 사람. 강한철과 유서아 모두 개인 수련에 빠져 있었으니 말이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한 걸음, 한 걸음 힘을 더욱 묵직하게 담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몸에서 긴장을 풀지 말라며 꾸짖습니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강한철은 얼마 전, 세운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아가레스의 악어’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 중이었다.
지속시간도 늘리고, 힘을 사용법도 익혀야 하기에 당장 세운과 대련하는 건 무리였다.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빠른 움직임에 독니를 완전히 담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예시를 알려줍니다.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신성의 흐름이 어긋난다며 주의를 알립니다.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유서아 역시 바알의 힘을 받아들이기 위한 수련이 한창이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련보다는 길드원을 관리하는 데 더욱 열심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이까지 악물며 수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 좀 보고 올까…….’
여섯 번째 쉼터는 흑익 길드 때문에 다 함께 올라가기로 했다.
유서아가 수련에 집중하고 있으니 지금은 길드 마스터인 세운이 직접 관리할 차례.
수련을 끝내고 마나와 내공을 회복하는 시간도 필요했기에 자리를 떠 콜로세움을 향해 이동했다.
“오, 정세운 플레이어님이다!”
“저 팬입니다!”
“아, 나 방금 머리 먹어버렸는데. 이거 정세운 플레이어님을 본떠 만든…….”
워낙 많은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터라 대축제에서 세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 해설자가 포인트를 대가로 얻어낸 초상권을 마음껏 사용하고 있었으니…….
대축제 지형에서 세운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스륵-.
결국, 기술까지 사용해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팬 사인회라도 할 게 아닌 이상, 여기서 사람들에게 붙들리는 건 시간 낭비였으니까.
– 아아, 박정필 선수! ‘제란 주택에 숨겨진 보물’에서 대활약 중입니다! 디아블로 길드 출신은 역시 뭐가 다른 건가요!
콜로세움에 가까이 다가가자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정필?’
길드원의 현황을 알아보러 왔으니 딱 타이밍 맞게 온 모양이다.
“아! 정세운 선수님, 오셨나요?”
“디아블로 길드의 관람석으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디아블로 길드원 전부 한창 활약 중일 때니 잘 오신 겁니다!”
디아블로 길드의 관람석.
제법 비싼 가격이었지만, 관람이 가능한 방 한 칸을 전세나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에 계약한 곳이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꽤 오래 머물 예정이었기에, 매일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게 맘 편하다고 생각했다.
“마스터!”
“오셨어요?”
“잘 오셨습니다. 지금 정필 씨가 경기 중이거든요.”
“오빠아아! 요즘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
관람석에 들어가자마자 열 명가량의 길드원이 보였다.
간단하게 인사를 받아 준 세운이 자리로 걸어가 박정필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 정말 놀라운 움직임입니다! 잡힐 듯 말 듯 경비병을 피합니다!
“으아아아악!”
– 함정을 해제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들어갑니다! 오오, 방금 아슬아슬했습니다! 독화살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빨라진 움직임.
몸놀림도 좋아져 본능적으로 적의 공격을 착착 피하며 앞으로 달려간다.
비록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꼴이 우습긴 해도 실력 하나는 좋았다.
저런 꼴이긴 해도 모든 참가자의 속도를 한창 앞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 주택의 마지막 관문! 보물을 지키고 있는 파수견을 맞닥트립니다!
문 앞에서 개 한 마리가 박정필을 맞이한다.
개라고는 해도 크기가 2m를 넘어가고 머리가 둘인 것부터 개보다는 괴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파수꾼이다.
분명 저기서 놀라서 도망이라도 칠 거라 생각했는데.
“받아라아아!”
박정필이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 파수견에게 던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연막 비슷한 걸로 시야를 가리더니, 붉은 가루로 후각을 봉쇄한다.
파수견이 고통스러워하며 앞으로 돌진할 때, 박정필이 유유히 비켜나가 문을 따고 들어간다.
‘생각 왼데.’
너무나도 깔끔한 대처.
가끔 해 주는 교육의 성과가 드러난 게 아닌가 싶었다.
문 안에 들어간 박정필이 반짝거리는 보물을 집어 들고.
– 박정필 선수! 가장 먼저 주택의 보물을 들어 올립니다!
경기가 끝났다.
들어보니 박정필도 대축제의 통과 자격은 이미 모두 획득했고, 이번이 8번째 경기에서 우승하는 거라고 한다.
다른 길드원 역시 마찬가지.
“전 10개째입니다. 더 도전하고 싶지만, 분야가 맞지 않아서 애매하더군요.”
“난 8개!”
“길드원 모두 시련을 통과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경기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분들이 몇 계십니다. 그래도 얼마 가지 않아 전부 통과하실 거라 봅니다.”
다른 사람들이 통과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쉬지 않고 경기에 도전하고 있는 디아블로 길드원들.
너무나도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듣자 하니 디아블로 길드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도 시련 조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대축제에 남아 다른 경기에 도전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한다.
“형님, 보셨습니까아! 이야, 그 강아지 도망치는 꼴을 제대로 보셨어야 됐는데!”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그것보다는 함정을 피하며 바닥을 구르는 꼴이 더욱 가관이었다며 크게 웃습니다.
박정필의 경기가 끝나고, 관람창 옆으로 경기 목록이 떠 올랐다.
목록을 읽은 쌍둥이 자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차례다!”
“화이팅!”
시련을 통과하는 길드원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 어느새 모두가 시련을 통과하게 되었다.
이제 드디어, 여섯 번째 쉼터.
흑익 길드가 자리 잡은 유혹의 도시, ‘라일락’으로 이동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