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2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31화(327/675)
제 331화
“백현 씨, 함정은 알아서 잘 좀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한철, 너는…….”
“알고 있다.”
당연하게도, 디아블로 길드는 주택에 자리를 잡자마자 흑익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주택에 도착한 지 이제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주택 주위는 이미 요새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라일락 도시와 떨어진 외곽 부지였기에 가능한 작업.
슬슬 마무리되어가는 작업을 지켜보던 중, 작업을 지시하고 있던 유서아가 세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정말 올까요?”
“올 거야.”
“저희를 노리고 있다면 저희가 함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 텐데…… 그것보다는 저희가 도시에 들어갈 때를 노리지 않을까요?”
“보통은 그렇겠지만…….”
흑익 길드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체계의 길드로, 라일락 지부는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축에 속한다.
그런 만큼, 어떤 일을 진행하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의 책임이 막중하다.
사안이 심각하면 라일락 지부를 없애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길드인 만큼, 그들은 상부의 반응이 무서워서라도 실수를 들키기 전에 만회하고 싶어 할 것이다.
“아마, 급할 거야. 우리가 도시에 들어갈 때를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실수를 만회하는 건 간단하다.
세운의 존재를 지워 버리는 것.
세운을 감시하라고 지시받은 만큼 문제점이 많겠지만, 감시라는 간단한 지시마저 지키지 못하고 들킨 것을 넘어 당했다고 보고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그래도 함정은…….”
“함정을 신경을 쓸 놈들이 아니거든.”
자세하지는 않지만, 흑익 길드가 사용하는 특유의 권능인 ‘타락’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다.
마법진을 파훼하는 것은 물론, 지역 자체를 물들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함정은 의미가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세운이 함정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비웃음을 흘리며 이곳으로 쳐들어오고 있을 게 눈에 훤했다.
그런 의미로 세운 역시 쓸데없이 마법진을 설치하며 마나를 낭비하는 짓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함정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소용이 없다면 어째서…….”
“달라.”
“네?”
“지금 준비하고 있는 함정들은 그들이 생각하고 있을 함정들과는 다른 종류거든.”
해가 반쯤 잠기며 하늘이 붉게 물든다.
디아블로 길드원 모두 쉼터에 도착하자마자 함정을 준비하느라 바빴기에, 작업을 마치고 주택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쉴 틈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듯이.
콰아아앙-!!
“왔네.”
부지 끝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 * *
라일락 도시의 외곽,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황량한 부지.
길드 건물로 잡기에는 도시에서 너무 멀고 가격이 싼 편도 아니라 플레이어들에게 외면받는 그곳에 검은 날개 문양의 로브를 걸친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 행동 없이 담담하게 걸어올 뿐인데도 그들의 뒤로 붉은 아우라가 일렁이는 듯했다.
“여긴가.”
“큐멘. 나서라.”
“알겠습니다.”
큐멘이라 불린 이가 앞으로 나섰다.
망토가 펄럭이며 검고 넓은 날개가 펼쳐지더니 깃털을 흘리며 파르르 떨려왔다.
곧이어 날개를 접고는 고개를 저었다.
“마법진은 없습니다.”
“이상하군. 정세운이라는 플레이어, 마법에도 능통하다고 하였으니 분명 마법진을 치고 기다릴 거라 생각했는데.”
뒤에서 날카로운 날개를 드러내며 마법진을 파훼할 준비를 하던 두 흑익이 날개를 접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가 큐멘이라는 자와는 다르게 조금 뭉툭한 날개를 드러내며 내 발로 엎드렸다.
날개가 코처럼 벌렁거리며 주변을 탐지해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기습도 없습니다.”
“정말 이곳이 맞는 건가?”
“분명합니다. 주택에 들어간 이후로는 감시에 간섭이 생겨 지켜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군. 우리가 올 거라고 예상도 하지 못하는 멍청이거나, 우리가 올 걸 알고도 오만이 들어차 대비하지 않고 있는 멍청이거나.”
함정도, 기습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흑익이 당당하게 발걸음을 올렸다.
부지가 어찌나 넓은지, 주택까지의 거리가 모라프 대축제의 콜로세움보다 넓어 보였다. 그런데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몇몇 이들은 긴장이 풀려 ‘멍청이들.’이라며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꽉!
그들이 걷고 있는 땅 아래에서 시퍼런 손이 뻗어 나온 것은.
“기습이다!”
“무슨 소리냐, 분명 생체 반응은 없다고 확인했잖나!”
“부, 분명 아닙니다! 지금도 생체 반응은 잡히지 않습니다!”
“네놈은 이걸 보고도!”
푸홧!
땅에서 올라온 손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올라오는 수십 개의 손이 흑익의 발목을 노렸다.
물론, 다들 50층을 넘긴 플레이어답게 푸른 손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재빨리 다리를 빼냈지만 몇몇은 푸른 손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푸른 손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어어어-.”
“조, 좀비?”
그들이 서 있는 대지 아래에서 수십 구의 좀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착각일까?
이성이나 표정이라는 게 존재할 리 없는 좀비의 입꼬리가 뒤틀리며 괴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 냈다.
곧이어 입꼬리와 함께 전신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고, 어디선가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시체 폭발-.”
콰아아아앙-!!!
수십. 아니, 백에 가까운 좀비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켰다.
그 수가 워낙 많아 단순히 좀비가 터지는 게 아니라 좀비들이 숨어 있던 대지 전체가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흑익 대부분 숙련된 플레이어답게 좀비가 부풀어 오르는 걸 보자마자 날개를 펼치고 범위를 이탈하였지만.
“으아아악!”
“다, 다리! 내 다리!”
“펜틸! 얼른 치료해라!”
“네, 네!”
좀비에게 발목을 잡혀 있던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들은 꼼짝없이 폭발 범위에 갇혀 치명상을 입거나 잡혀 있던 다리가 터져 나갔다.
비명이 들려오는 와중에도 흑익은 재빨리 전투태세를 바로잡았다. 다행히도 그 덕분에 뒤이어 나타난 공격을 바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어어-.”
“그어어어-.”
“좀비다!”
“구울도 있어! 각각의 개체가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방금 같은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조심해!”
“큐멘, 루엔! 얼른 찾아라! 네크로맨서가 주위에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좀비는 약했다.
기존에 상대한 적 있던 언데드에 비해 훨씬 강력하고, 구울처럼 강한 개체도 존재했지만 어째서인지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무참히 썰려 나가는 좀비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 나타났다.
푸홧!
“퉤! 뭐야, 이건!”
“무슨 연기까지 올라오는…….”
“도, 독이다! 다들 조심해! 맨살에 피가 튀지 않도록…….”
“으아아악!”
뒤늦게 위험성을 알아챈 이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자신감 넘치게 좀비들을 학살하던 이들의 몸에서 기포가 끓어오르며 화학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치료 능력을 가진 이들이 다급하게 정화 마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뒤에서 탐지에 집중하던 넓은 날개의 흑익이 고개를 들었다.
“저쪽입니다! 대략 500m 떨어진 거리에서 은신 중입니다!”
“젠장, 500m나 떨어진 곳에서 이 정도 수의 언데드를 다룬다는 건가?”
“얼른 네크로맨서를 잡아라! 좀비 놈들을 베는 건 의미 없다!”
속도가 빠른 몇 명이 좀비를 무시한 채 네크로맨서가 있다는 방향을 향해 달렸다. 아니,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비행했다.
500m 따위,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눈앞에 다가올 네크로맨서를 일격에 벨 준비를 하며 바람을 헤쳐나간다.
“저놈이다!”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상대편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에 안 어울리게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게, 꼭 의사를 표방하는 것 같았다.
아니, 이 경우에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리라.
“죽여!”
이제 단 몇 초면 네크로맨서의 목을 베어내고 좀비들을 멈출 수 있다.
아마 이게 저들이 준비한 가장 큰 수.
저자만 쓰러트리면 게임은 끝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당장 자신들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네크로맨서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애써 불안감을 감추고 날개를 펄럭이며 더욱 속도를 내는 순간.
툭.
선두에서 날아가던 흑익이 날개에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얇은 실선을 끊어낸 기분이랄까?
너무 찰나의 순간이라 그게 뭔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의 눈앞에 거대한 가시 벽이 솟구쳤다.
콰직!
날아들던 흑익 모두가 자신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가시 벽에 머리를 처박는다.
당연히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가시 벽은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는 유유히 바닥으로 쓰러지며 검은 깃털 몇 개만을 흘려댔다.
“걸렸다!”
“월척이다아!”
– 성좌, ‘거대한 새’가 주제도 모르는 불나방들을 깔봅니다.
– 성좌, ‘검은 새’가 자신들의 계약자를 칭찬합니다.
이곳만이 아니었다. 주택의 부지 곳곳에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함정이 존재했다.
좀비를 상대하던 흑익들 역시 함정에 걸려 좀비와 함께 몸이 꿰뚫리는 모습이 여럿 보인다.
그들은 마법적 함정에는 익숙하지만, 이렇게 완전히 물리적으로 이루어진 함정에 대한 대처법은 알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게, 층이 올라갈수록 함정 대부분이 마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저렇게 강력한 물리적 함정이 존재하는 경우는 시련에서도 거의 없다.
“집중해라! 저딴 수에 당하지 말란 말이다!”
콰과과광!!
제법 강해 보이는 흑익 하나가 날개를 펄럭이자 사방으로 날카로운 깃털이 암기처럼 퍼져나갔다.
그에, 좀비가 쓰러지고, 함정이 부서진다.
정세운이라는 플레이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힘을 아끼려 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일단 저 네크로맨서부터!”
그는 주변을 정리하자마자 네크로맨서를 향해 달렸다.
이미 그 앞의 함정은 전부 정리되었다. 일단 네크로맨서를 정리하고 나면 전투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네크로맨서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엄청난 근육질의 사내가 주먹을 우득거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다 동시에 베어주마!”
고속으로 비행하던 그가 한쪽 날개를 뜯어 손에 쥐었다.
날개가 거대한 대검의 형태가 되었고, 한쪽 날개로 몸을 감싸 드릴처럼 회전하며 무기를 내뻗었다.
그가 자랑하는 회심의 일격.
일곱 번째 쉼터의 플레이어라도 일격에 죽일 수 있을 거라 자신하는 공격에, 네크로맨서 옆의 남자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파(擊破)’를 사용합니다.
뻐억!!
쿠당탕탕!
날아들던 흑익이 회전하던 기세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바닥을 얼마나 굴렀는지 날개가 부러진 것은 물론이고 전신의 관절이 기괴하게 비틀려 있었다.
일격에 죽은 건 아니지만,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그 굉음을 신호탄으로.
– 플레이어 이하늘이 ‘피에 젖은 병동’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김미정이 ‘푸른 별의 반찬’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최수창이 ‘새벽의 밀물’을 사용합니다.
콰과과과-!!
디아블로 길드와 흑익 길드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