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3화(33/675)
제 33화
[ 튜토리얼 두 번째 장 – 이동 ]-초원을 따라 이동하여 목적지에 도착하여야 합니다.
-목적지 도착까지 남은 시간 : 151시간 41분
튜토리얼의 지시에 따라, 본격적인 이동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장의 시련인 웨이브를 무사히 끝내고 처음으로 걱정 없이 푹 쉬었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쌍둥이 자매가 만든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와아, 움직인다!”
“봐, 내 마차가 더 빠르지?”
“무슨 소리야, 어딜 봐도 똑같은데!”
“내가 언니 봐주려고 일부러 천천히 가게 하고 있는 건데?”
“자리 바꿔! 내 마차가 앞에 있으면, 우월한 속도를 보여줄 테니까!”
마차는 세운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훌륭했다.
시간도 얼마 없었을 텐데, 크기도 딱 적당하고 짐을 한가득 실어도 문제없을 정도로 튼튼했다.
네 개의 바퀴에는 멧돼지의 것으로 보이는 가죽이 칭칭 감겨 있어, 나름의 쿠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기 타이어를 구할 수 없는 이곳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
“잘 되고 있습니까?”
“네, 덕분에요. 그런데 저만 이렇게 마차 위에 있어도 되는가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마차를 끄는 것만으로도 몇 사람분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백현에게 만티코어를 일으키라는 과제를 내준 후, 세운은 곧장 유서아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솔직히 세운 혼자서도 두 마리의 스켈레톤을 다루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마차 하나에 마부가 하나씩 있는 게 상식이었다.
그 점을 이용하여, 백현을 마차에 앉혀두었다. 그 위에서 네크로맨시를 공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완전히 거짓말도 아닌 게 백현이 타고 있는 마차의 스켈레톤은 정말 그가 소환한 스켈레톤이었다.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계약자가 가진 풍부한 지식에 놀라워하며 흑마법의 기초를 가르칩니다.
유서아와 강한철의 성좌인 ‘왕관을 쓴 거미’나 ‘악어를 탄 노인’이 이론보다는 실전을 중시하였다면, 죽음의 짓밟는 말, 가미긴은 지식을 탐구하는 데 더욱 열정적이었다.
세운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자마자, 진지한 눈빛으로 성좌에게 질문을 거는 백현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적성에 딱 맞는 듯했다.
그러는 동안, 세운은 뒤쪽의 마차에 앉아서 자세를 잡고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스켈레톤에게는 앞의 마차를 따라가라는 지시를 내려 두었으니,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세운이 당장 해야 할 건 없었다.
우웅!
파극심공을 터득하며,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공동에서 느낀 경험을 살려, 요즘은 단전과 동시에 서클의 마나까지 모으는 중이다.
만약 탑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입을 열고 감탄했으리라.
일반적으로 내공과 마나를 동시에 모으는 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확실히 서클이 많이 안정화되어 있어.’
파극심공과 마찬가지로, 흑탑의 수련법은 효율을 중시한 대신 안정성이 떨어진다.
마나 서클 역시 마찬가지로 첫 번째 서클에 비해 길도 험하고 모양도 조잡했다.
그러나 백현의 서클을 개방시켜 준 후, 백현의 서클을 뚫고 돌아온 검은 마나가 세운의 서클을 많이 다듬어 주었다.
지금도 서클을 회전 중인 마나가 칭찬을 해 달라는 듯이 ‘웅웅’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언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몰라요! 2시간 간격으로 두 명씩 사방을 경계하도록 할게요!”
“네!”
세운이 한창 집중에 빠져 있던 중, 유서아가 사람들을 지휘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그녀의 지휘에 따라 마차를 중심으로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시스템에는 몬스터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에 방심할 만도 한데. 과연, 꼼꼼한 성격의 유서아답다.
다른 사람들 역시 몬스터 웨이브의 기억과 지금까지 쌓여온 유서아에 대한 신뢰감 덕분에 그녀의 말을 잘 따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쯤이었지.’
세운의 기억대로라면 초원의 마지막 부근에서 몬스터의 기습이 벌어진다.
다만, 초원에는 위치를 특정할 만한 지점이 없었기에 세운으로서도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했다.
회귀 전의 기억을 재차 떠올려도, 당시에는 너무 다급했던 터라 몬스터가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이를 파악할 가장 적절한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직접 정찰을 나서는 것.
“정필아.”
세운은 딱히 어딘가를 바라보지도 않고, 편안한 자세 그대로 박정필을 불렀다.
그런데 평소 같았으면 곧바로 들려왔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름을 재차 부르려던 순간.
“넵, 형님! 정필이 왔습니다!”
저 멀리서 박정필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뭘 하다 온 건가 싶어 녀석이 달려온 곳을 바라보니, 좌측에서 경계를 서던 남자 하나가 세운과 눈이 마주치며 몸을 움찔거렸다.
‘경계를 서고 있었나 보네.’
아마, 자신의 이름을 듣자마자 세운을 핑계로 자리를 교체한 것이겠지.
방금 세운과 눈을 마주친 사람은 ‘세운’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바꿔주었을 것이고.
이거, 의도치 않게 악명만 더욱 키워졌다.
박정필을 구박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지금은 이놈이 필요하니까.’
세운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정찰을 나서기 가장 적절한 사람이 바로 박정필이었다.
발레포르와 계약한 덕에 발도 빠르고, 지금까지 몰이꾼으로서 활약하며 도망치는 데는 이골이 나 있을 테니까.
“정찰 좀 다녀와라.”
“정찰이요? 어디로요?”
“전방.”
“앞에는 이미 경계를 서면서 가고 있는데요? 굳이 제가 필요합니까?”
“저 정도 말고, 훨씬 앞에. 몇 킬로 정도 쭉 둘러보고 와 봐.”
“……네?”
박정필의 얼굴이 싹 굳었다.
귀찮은 경계 임무에서 빠졌다 싶었다가, 훨씬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되었으니 저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다만, 이번에는 녀석도 쉽게 세운의 말을 듣지 않았다.
“혀, 형님! 제가 실력이 좋긴 한데, 그건 무립니다.”
“왜?”
“저희 다 꾸준히 이동 중인데 몇 킬로 앞을 정찰하고 오려면, 진짜 몇 시간 동안은 계속 뛰어야 해요! 저라도 무리예요. 무리!”
“흐음…….”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워낙 시키면 알아서 하던 놈이라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두 다리로 정찰하러 다녀오는 건 확실히 무리겠지.
정찰병이라 함은 보통 말을 타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말이라.’
생각해 보니, 못 구해 줄 것도 없었다.
뒤로 돌아선 세운은 마차에 쌓인 짐을 뒤적거리다가, 레드 울프의 뼈 하나를 찾아냈다.
히든 피스를 찾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할 경우를 떠올리며 미리 챙겨둔 것이었다.
어차피 당분간은 찾아낼 히든 피스도 없고, 목적지까지는 보고 움직여야 했기에 세운이 직접 탑승할 일은 없었다.
게다가, 백현이 하나의 스켈레톤을 일으켜 준 덕분에 세운에게는 스켈레톤 한 마리를 더 소환할 수 있다.
드드드득!
“우앗!”
이제는 익숙해진 소환술로 늑대의 뼈를 일으켰다.
멧돼지보다는 못해도, 레드 울프답게 덩치가 제법 볼 만했다. 그 위로 남는 가죽을 안장대용으로 걸치자, 제법 훌륭한 모양새가 나왔다.
다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콰직!
세운은 저번에 백현의 서클을 개방하기 위해 사용했던 흑마석을 꺼내 들었다.
마나가 텅텅 비어 투명해진 흑마석.
그것을 늑대의 두개골에 박아 넣었다.
단순히 힘으로 꽂아 넣은 게 아닌, 스켈레톤의 두개골에 ‘설치’를 한 것이기에 흑마석은 원래 자기 자리인 것처럼 늑대의 두개골에 정착했다.
그 모습이 마치 뿔 달린 늑대를 보는 듯했다.
우우웅!
곧이어, 세운이 흑마석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투명하던 흑마석에 연회색의 마나가 스멀스멀 차올랐다.
완전히 검은색을 자랑하던 본래의 모습에는 못하지만, 최상급 마나석답게 스켈레톤을 유지하긴 충분할 것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와, 이놈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뭐, 하는 거 봐서.”
“으앗, 감사합니다! 역시 형님을 따르길 잘했습니다!”
정기적으로 검은 마나를 불어넣어 줘야 하니 소유권을 넘기지는 못하지만, 박정필의 지시에 따르라는 명령을 걸어 두면 세운이 아니더라도 다루는 게 가능하다.
어차피 정찰을 위해 잠깐 필요한 것뿐이니 자세히는 설명하지 않았다.
탈 것이 생겨나자, 박정필은 곤란한 기색을 완전히 지우고 자선해서 스켈레톤의 안장 위에 올라탔다.
“형님의 선물인 만큼 형님의 이명을 본떠서 백랑으로 이름 짓겠습니다!”
“하아…….”
저 녀석, 잘 가다가도 꼭 한마디를 더 해서 이마를 쑤시게 만든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운이 손을 휘저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이랴!”
“제대로 보고하고 가라. 사람들 놀라게 하지 말고.”
“에이, 저도 그 정도 상식은 있습니다! 가자, 백랑!”
타앗!
박정필이 탄 스켈레톤이 다리를 움직였다.
녀석, 괜히 눈에 띄는 짓을 할까 봐 미리 조언을 해 뒀는데도 사람들 주위를 한 바퀴 빙 돌며 자랑한 후에야 정찰을 떠난다.
왜 하필 저런 녀석에게 몰이꾼의 재능이 있던 것인지, 발레포르의 관심이 쏠린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우웅!
그사이 세운은 마음 놓고 다시 내공과 마나를 모으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평화로운 이동이 계속되었다.
사람들의 긴장이 풀리고, 슬슬 휴식을 준비하려던 중.
“어? 저기, 뭐 있는 거 같지 않아?”
“뭐 말이야? 안 보이는데?”
“저기, 작은……. 뭐 있는 것 같은데. 뒤에 먼지도 나는 것 같고.”
“그런가?”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운 역시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으나, 거리가 너무 먼 탓인지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누구인지는 대충 알 것 같았지만, 확인은 해야 하는 법.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제왕 독수리의 척안(隻眼) ]– 하늘을 지배한다 알려진 맹수, 제왕 독수리의 눈으로 구름 위에서도 지상의 사냥감을 발견할 정도로 뛰어난 시력을 자랑한다.
마몬의 창고까지 열어가며, 세운은 전방의 상황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세운의 예상대로, 박정필이 속도를 올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녀석의 표정이 다급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하아…….”
세운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박정필의 뒤를 쫓아오고 있는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발견한 것이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먼지구름의 정체가 바로 녀석들이었다.
누가 몰이꾼 아니랄까 봐, 정찰을 하라고 보내놨더니 몬스터 떼를 몰이해 왔다.
“다들 전투 준비하십시오.”
“저게 보입니까?”
“아니, 저 거리는 몽골 사람도 못 볼 것 같은데…….”
“다들 준비하세요! 마차를 중심으로 진형을 형성하겠습니다!”
세운의 진지함을 알아차린 유서아의 지시하에, 사람들이 진형을 꾸린다.
튜토리얼 두 번째 장, 이동.
그 첫 번째 전투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