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3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37화(333/675)
제 337화
“자, 모두들 기대하고 계셨던 품목이 들어옵니다!”
“오, 드디어 들어오는구만.”
“기다리다 잠들 뻔했네.”
“난 저것 때문에 네 시간 전부터 와서 앞자리 선점해 뒀다고.”
금빛 이름으로 적힌 품목.
하루에도 몇 없는 하이라이트의 차례가 다가오자, 샤벨 라이노의 뿔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하품을 하고 있던 자들이 화색을 띠었다.
저들 대부분이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모양이다.
‘앞자리를 선점해 둔 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앞자리 선점의 장점이라면 경매에 나온 물건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과 경매자에게 더 잘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뭐, 경매자가 빠르게 가격을 캐치해 준다는 게 좋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높은 돈을 받으려는 경매자가 뒤에 앉은 사람이라고 무시할 리는 만무하다.
결국은 가장 필요하고 돈이 많은 자가 낙찰받을 뿐이다.
“조심히 옮겨!”
“털 하나라도 빠지면 일당 차감이야. 천천히, 천천히.”
“젠장, 별로 안 무거워 보였는데. 무슨 쇳덩이같이…….”
여섯 명의 인부가 조심스럽게 물건을 끌고 왔다.
곧바로 모습을 보여줬던 샤벨 라이노의 뿔과는 달리, 이번 물건은 깔끔한 나무관에 넣어 있어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내용물의 값어치를 알고 있는 인부들은 식은땀까지 흘리며 간신히 나무관의 배치를 끝냈다.
경매자는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나무관 앞으로 달려가 문을 잡고 외쳤다.
“공개하겠습니다! 숨겨진 히든 퀘스트의 보스 몬스터로 발견했다는 초 희귀 몬스터!”
철컥!
문이 열리고, 안에서 부드러운 은색 털이 모습을 드러냈다.
3m에 다다르는 체고와 단단하게 압축된 근육으로 완벽하게 밸런스 잡힌 몸, 사람 하나 정도는 가뿐히 찢을 수 있어 보이는 길고 날카로운 손톱.
무엇보다.
“저, 저게…….”
툭 튀어나온 주둥이와 은빛으로 번쩍이는 송곳니는 이미 죽은 상태임에도 살기를 흘려대는 듯했다.
고객들이 놀라는 모습을 한껏 즐긴 경매자가 마침내 그 정체를 밝혔다.
“루나틱 웨어 울프입니다!”
루나틱 웨어 울프.
세운도 회귀 전에 한 번 마주쳤던 몬스터였다.
경매자가 말한 것처럼 시련 내에 존재하는 히든 던전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몬스터.
여정의 지침표 덕분에 찾았지만, 당시에 세운의 무력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었다.
녀석은 일반적인 웨어 울프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네임드 몬스터였으니까.
특히, 보름달 아래에서 몇 배는 더 강한 힘을 내는 몬스터였는데 해당 던전 자체가 보름달이 상시 떠 있는 던전이었다.
“가죽은 대충 걸치기만 해도 B급 이상으로 판정받고, 제대로 가공한 가죽 갑옷은 S급으로 판정된 적도 있습니다!”
경매자가 나무관 내부의 은빛 털을 매만졌다.
단순히 물리 방어력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마법 방어력을 가지고 있고, 만들어진 장비에 민첩까지 부여해주는 최고급 소재였다.
“손톱 역시 최고급 칼날로 사용되고, 송곳니는 광기의 힘을 안겨주는 액세서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경매자가 루나틱 웨어 울프의 몸 하나하나를 짚으며 그 가치를 설명해 주었다.
이곳에서 그 가치를 모르는 이는 백현밖에 없겠지만, 모두 침까지 꿀꺽 삼키며 경매자의 말을 경청했다.
‘하긴, 잘만 쓰면 저 사체 하나로 장비를 풀 세팅할 수도 있으니까.’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등, 직업만 맞으면 전신을 저 웨어 울프로 두를 수 있다.
장인만 잘 찾는다면 성능도 보장되어 잘만 활용하면 70층까지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될 터.
그 증거로, 루나틱 웨어 울프를 구매하려는 고객 대부분이 가죽 갑옷을 입은 검사나 도적 등 속도를 중시하는 전사들이었다.
“심지어 이 개체는 오러까지 사용했다고 합니다. 심장에 마나 핵이 있을 테니, 정말이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사체입니다!”
“오오, 마나 핵까지!”
“지금까지 마나 핵이 남아 있는 사체는 안 나왔었지 않나?”
“마나 핵까지 사용하면 장비의 세트 효과가 강화된다던데! 장난 아니군!”
누가 사냥했는지는 몰라도 사체의 상태가 꽤 깔끔하다.
마나 핵 같은 경우는 전투 중에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조차 멀쩡한 걸 보니 엄청난 실력자가 상대한 모양이다.
어쩐지 사체에서 정령의 향기가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것 같았으니 어쩌면 정령술사가 상대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오러! 오러라면 흑익의 간부들도 사용하던 그 힘 아닙니까?”
“맞습니다.”
다만, 백현이 놀란 건 마나 핵이 아닌 루나틱 웨어 울프가 사용했던 오러의 힘이었다.
질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구울로 되살아난 웨어 울프가 오러로 둘러싸인 손톱을 휘두르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으리라.
루나틱 웨어 울프가 아무리 버릴 거 없는 소재 덩어리라지만, 이곳에서 루나틱 웨어 울프를 가장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당연 백현이었다.
“50만! 100만! 150만! 자,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태 좋은 루나틱 웨어 울프의 사체를 구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세, 세운 씨. 혹시 경매에 어떻게 참여하는지 아십니까?”
“앞에 번호가 적힌 팻말을 들면 됩니다.”
“200만! 250만! 오, 500만 나왔습니다! 다들 물품의 가치를 잘 알고 계시는군요!”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저건 상당히 쓸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며 계약자를 닦달합니다.
“550만! 600만! 끝없이 올라갑니다! 자, 700만 나왔습니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사체의 가치도 모르는 것들이 감히 욕심을 부린다며 발굽을 휘두릅니다.
튜토리얼부터 네크로맨시를 배우고 가미긴과 계약한 백현은 대부분의 시련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당연하게도 그에 걸맞은 공적치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쉼터를 거치며 연구를 위해 공적치를 꽤나 소모했다지만, 어지간한 플레이어가 가진 총 공적치는 뛰어넘는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아, 아아……!”
경매에 참여한 플레이어 대부분 이 순간을 위해 이를 악물고 공적치를 모아온 이들이다.
심지어 일명 ‘앵벌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시련을 도전하고 쉼터에 돌아오기를 반복하여 공적치를 모아온 이들도 상당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닌 공적치의 총량을 초과한 백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닿지도 않는 거리에서 루나틱 웨어 울프의 사체에게 애타게 손을 뻗던 백현이 조심스럽게 세운을 돌아보았다.
“세, 세운 씨. 죄송한데 혹시…… 공적치 좀 빌려줄 수 있으십니까?”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이건 당신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라며 애타게 설득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제법 아름다워 보이는 사체인데 그러지 말고 자신에게 공양하는 게 어떻겠냐며 찔러봅니다.
그날, 백현은 결국 세운에게 공적치까지 빌려 가며 웨어 울프를 포함한 세 구의 사체를 구입하고야 말았다.
* * *
“만족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당장 실험해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고민될 지경입니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질 좋은 사체는 역시 본연 그대로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게 최고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좋겠지만, 조금만 개조하면 그 힘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선은 루나틱 웨어 울프부터…….”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그것도 좋은 생각이라며 계약자의 실험을 기대합니다.
한 차례 쇼핑이 끝난 후, 백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나는 모습으로 입을 여는 중이었다.
다섯 개의 사체를 샀을 뿐이지만, 사체를 통째로 사들인 만큼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덕분에 2억을 넘겨 있었던 세운의 공적치의 앞자리가 바뀌게 되었다.
‘뭐, 지금은 상관없겠지.’
경매 목록을 살펴본 결과, 당장 살 만한 아이템은 없었다.
어차피 경매장에 등록을 해 두었으니 경매장에 나오는 아이템 목록은 경매장 밖에서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우선은 다른 일을 먼저 수행하며 살 만한 아이템을 기다리는 게 나을 터다.
“아, 공적치는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세운 씨도 사고 싶은 아이템이 있었을 텐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천천히 갚으셔도 됩니다. 공적치를 벌 방법이야 많으니까요.”
“하하, 감사합니다. 혹시 일정은 언제 끝나십니까?”
눈을 빛내며 물어오는 백현.
아마 당장에라도 주택에 돌아가 방금 사들인 사체들을 실험해 보고 싶어서 그런 모양이다.
디아블로 길드에 2인 1조로 행동하라고 지시를 해 둔 건 세운이었으니까.
그래도 급한 와중에 바로 주택에 돌아가자고 하지 않는 걸 보니 자제력은 남아 있나 보다.
“먼저 돌아가셔도 됩니다. 카지노에 들어갈 생각인데, 저야 혼자 다녀도 상관없고…… 아마, 박정필이 그쪽에 있을 테니 합류해도 됩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주택을 지킬 사람 정도는 필요하니까요.”
“하하,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현의 언데드 실험은 디아블로 길드의 전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그는 제헤튼에서 보았던 운석 박힌 아우터를 통해 운석 박힌 언데드를 활용해 아우터를 상대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었으니까.
오늘 구매한 사체들에게 해당 실험이 성공한다면, 아우터를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일단은 나가죠. 저도 오늘은 딱히 살 게 안 보이니.”
“알겠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아쉬움을 표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러지 말고 경매장을 조금 더 둘러보는 게 어떻냐며 속삭입니다.
마몬이 아쉬워했지만, 세운은 고개를 저었다.
회귀 전에 모험가로서 오래 생활한 만큼 아이템에 대한 정보는 누구보다 빠삭하다.
아까 보았던 경매 목록 중에서 당장 세운이 활용할 가치를 지닌 아이템은 없었으니, 괜히 시간을 낭비하기는 싫었다.
투덜거리는 마몬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경매장을 나가는 중, 누군가 세운과 백현의 앞길을 막아섰다.
의도한 건 아니고, 큰 덩치 때문에 실수로 막아선 느낌.
무시하고 가려던 중, 무의식적으로 쳐다본 상대의 얼굴은 세운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브린 자르.’
발할라 길드의 수장.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알지 못하지만, 대충 보아도 상당히 강력해 보였다.
하긴, 길드 마스터의 곁을 지키고 있는 플레이어가 약할 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발할라 길드에 꼭 한번 찾아오라고 했었지.’
이전에 성좌 네 번째 날, 오딘이 보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발할라 길드라면 탑의 여러 길드 중에서도 믿을 만한 축에 속했기에 언젠가 찾아가려 하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설픈 상태로 아는 척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강해진 상태에서 첫인사를 나누는 게 더 좋다.
처음부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다면 후에 다시 눈높이를 동등하게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세운의 바람을 깨고 상대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음? 혹시…… 정세운 플레이어 아니오?”
– 성좌, ‘다섯 번째 날’이 당신을 반가워합니다.
눈치 없는 프레이야의 메시지에 절로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