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3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40화(336/675)
제 340화
세운은 미리 설정해 둔 시스템으로 경매 목록을 살펴보고 곧바로 카지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생각해 둔 물건이 있지만, 아직 나올 기미가 없다.
‘그래도 몇 개월 안에는 나올 텐데.’
다른 플레이어들도 탐낼 물건인 만큼,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충분한 공적치를 모아두어야만 한다.
원래 세운이 가지고 있던 공적치는 2억이 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백현에게 공적치를 빌려주어 앞자리가 바뀐 탓이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2억 포인트 이상은 필요한 상황. 아니, 회귀 전에 낙찰된 가격을 생각해 보자면 3억 포인트에 가까운 공적치가 필요하다.
‘그러기엔 여기가 제격이지.’
본 목적은 운석을 찾아내기 위함이지만, 그걸 위해서라도 카지노에서 VIP의 자격을 얻을 필요가 있었다.
VIP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우수 고객이 되어야만 한다.
카지노에서 VIP가 되는 자격은 간단.
카지노의 게임에서 많은 돈을 사용할수록 더욱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게임에서 이기든 지든 돈만 많이 사용하면 되는 구조.
당연하게도 세운은 VIP의 자격을 획득하면서 동시에 후의 경매에 필요한 공적치도 벌어둘 생각이었다.
“환영합니다. 저희 카지노에는…….”
“우선 오천만 포인트 교환하지.”
본래 카지노에 처음 입장하게 되면 안내원이 카지노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준다.
카지노에 존재하는 게임 종류부터 공적치와 코인의 거래 비율 등.
모두 카지노를 이용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필수적인 정보지만, 세운은 이미 그것들을 전부 알고 있었다.
“오, 오천만 포인트라고 하셨습니까? 그,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보통 몇십만 포인트 정도를 교환하여 입장하는 게 보통.
그에 비해 한 번에 무려 오천만 포인트를 교환한다는 말에 안내원이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황급히 보고를 올리는 것은 물론 재빠르게 카지노 전용 코인을 가져온다.
오천만 포인트를 교환한 것부터 세운은 이미 VIP의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으니 상부에 보고를 올리고 온 게 분명하다.
“여기 있습니다. 원활한 사용을 위해 천만 포인트를 상징하는 플레티넘 코인 네 개와 백만 포인트를 상징하는 골드 코인 아홉 개, 십만 포인트의 실버 코인 열 개를 준비해 드렸습니다. 원하신다면 이것도 백금색으로…….”
카지노에서 사용하기 좋게 알아서 코인을 교환해 준 안내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코인을 챙겼다.
굳이 더 들을 설명도 없었기에 곧바로 카지노에 입장.
경매장에 입장했을 때처럼 시스템의 환영 인사 같은 건 없었다.
‘여긴 어디까지나 라일락에서만 즐길 수 있는 시설이니까.’
시스템의 인정하에 모든 쉼터에서 출입할 수 있는 경매장과 달리 이 카지노는 라일락의 고유 시설이다.
당연하게도 경매장에 입장했을 때 느꼈던 묘한 느낌도 없었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그저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조명뿐.
이어서 들려오는 것은.
“좋아! 가자, 가자, 가자, 가자아! 아, 아아! 아아, 젠장!”
“칠! 무조건 칠이지! 올인!”
“어이, 웨이터! 이거 사기 아냐? 내가 오전부터 넣고 있는데 한 번도 안 걸렸다고! 분명히 조작이라고!”
“손님, 일단 진정하시고…….”
절망과 환호.
희비가 교차하며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카지노는 모든 쉼터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많은 공적치를 벌 수 있는 곳이면서, 반대로 가장 빠르게 많은 공적치를 잃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들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곳에 출입을 멈추지 못한다.
아직 따보지 못한 사람은 대박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이미 따봤던 사람은 과거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물론, 돈을 따든 안 따든 이곳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가지고 돌아가는 플레이어는 극소수뿐이지만 말이다.
“어이, 형씨! 주머니가 두둑해 보이는데 코인 몇 개만 빌려주면 안 되나? 빌려주면 내가 몇 배로 불려주지! 이래 봬도 내가…….”
앞길을 막아서는 이들을 가뿐히 무시하고 목적지를 향했다.
딜러의 패를 맞추거나 주사위를 굴리는 등. 카지노에는 실로 다양한 게임이 존재하지만, 세운이 가장 먼저 하려는 게임은 이미 정해 둔 상태였다.
“형씨, 그 자리에 앉게?”
슬롯머신(Slot machine).
코인을 넣고 레버를 당겨 화면 중앙의 무늬를 돌려 크레딧의 라인에 나타나는 조합을 일치시켜 돈을 따는 게임이었다.
실력 따위는 필요 없이 철저하게 운만으로 결정되는 게임.
편하기는 하지만 다른 게임에 비해 결과가 너무 간단하게 정해지기에 라일락의 카지노에서는 인기가 비교적 적은 게임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자신의 높은 능력치를 믿고 이를 이용해 도박을 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형씨, 처음인 거 같은데 그 자리는 추천하지 않아. 바로 최근에 잭폿이 터진 기계라 이미 털릴 만큼 털렸거든.”
옆자리의 남자가 오지랖을 부리며 세운에게 말을 걸어왔다.
슬롯머신 위로 먹거리의 포장지와 빈 컵이 지저분하게 올려져 있는 걸 보니 제법 오래 슬롯을 돌리고 있었던 모양.
자기가 뭔가 고수라도 되는 것처럼 중얼거리고 있지만, 세운이 아니더라도 저 꼴을 보고 신뢰도를 얻는 사람은 전무하리라.
“그러지 말고 가진 코인 있으면 나한테 맡겨봐. 이 자리가 무려 한 달 동안 잭폿이 안 터진 자린데, 슬슬 터질 때가 됐다니까?”
당연하게도, 세운은 이번에 역시 남자의 말을 가뿐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슬롯머신의 투입구에 코인 하나를 밀어 넣었다.
1층의 슬롯머신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액수의 코인인 실버 코인. 하나당 십만 포인트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코인이었다.
은빛 코인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은 남자가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설마 지금 실버 코인을 넣은 건가? 크으, 아깝게……. 그 자리는 진짜 아닌데. 그러지 말고 나한테 맡겨 보라니까!”
마치 방금 넣은 실버 코인이 자기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까워하는 남자.
관심 끄고 꺼지라고 외쳐주고 싶지만,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주위로 사람들이 몰릴 게 분명하다.
이럴 때는 그저 가만히 무시하는 게 최고다.
그렇게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기기 전, 세운이 품속에서 하얀 상아 하나를 꺼내 들었다.
[ 바이콘의 왼 뿔 ]분류 : 소재
등급 : S-
설명 : 두 개의 뿔을 가진 환상수(幻想種)의 왼쪽 뿔. 유니콘과는 정반대로 사악한 힘을 지녔다고 알려진다.
바이콘의 왼 뿔.
경매장에서 백현이 한창 집중하고 있을 때, 세운이 유일하게 구입했던 아이템이었다.
S-급 소재인 만큼 그 가격만 해도 엄청났다.
장비로 만들면 꽤 도움이 될 듯한 능력들이 많아서 고창석에게 맡기면 분명 좋은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운의 사용처는 달랐다.
이 뿔은 어디까지나 매개체일 뿐.
세운은 라일락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카지노에서 사용할 ‘보물’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가네샤의 부러진 상아 ]– 코끼리의 머리를 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지혜와 행운의 신, 가네샤의 상아.
바이콘의 뿔에 ‘가네샤의 부러진 상아’의 힘이 깃들기 시작한다.
S-급 소재인 만큼, 무리를 하지 않는 이상 수 시간…… 아니, 최소 하루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철컥!
행운의 신, 가네샤가 가진 힘이 바이콘의 뿔을 통해 세운에게 깃들고, 세운이 당긴 레버를 시작으로 화면의 무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저놈은 그렇게 잃고도 또 왔네. 멍청한 놈.’
라일락 카지노의 1층을 담당하고 있는 관리자 중 한 명인 클로버가 플레이어 하나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카지노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는 이곳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를 보아왔다.
1만 포인트부터 시작해 VIP의 자리까지 올라간 도박사.
패기 좋게 1,000만 포인트를 들고 와 하루 만에 몰락의 길을 걸은 패배자.
카지노에 적응하여 역으로 제안해 관리자로 취직한 플레이어까지.
이곳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유형의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오늘은 또 어떤 놈들이 들어왔으려나.’
그런 플레이어들을 지켜보기 위해, 클로버가 순찰을 나섰다.
카지노의 관리자인 그가 하는 일은 하나. 카지노를 순찰하며 이변을 파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관리자님! 이거 좀 봐 주십쇼!”
“무슨 일입니까?”
“이거, 분명 주사위에 무언가 이상이 있는 겁니다! 열 번을 굴렸는데 1이 한 번도 안 나오다니요!”
순찰 도중에 웬 플레이어 하나가 클로버에게 다가와 매달렸다.
떡 진 머리나 해진 옷을 볼 때 카지노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클로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플레이어가 말한 주사위를 둘러보더니 곧 익숙한 대사를 내뱉었다.
“주사위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운이 조금 안 좋았던 것뿐이니 조금만 더 노력하시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겁니다.”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건 사기입니다! 사기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주사위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전혀요.”
“절대 그럴 리 없어! 사기야! 사기라고! 내 돈 내놔!”
“경비병.”
“으아아악! 내 돈 내놓으라고!!”
결국 그 플레이어는 경비병에게 두들겨 맞고서 카지노에서 쫓겨났다.
주변 사람들이 슬픔, 비웃음, 공감 등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지켜보았지만 클로버는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이런 유형의 플레이어를 질리도록 보고, 질리도록 상대해 왔기 때문이다.
‘오늘도 딱히 별다를 점은 없는 것 같은데…….’
사실, 카지노에서 이변이라 부를 만한 일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불청객 하나를 쫓아낸 것으로 오늘 일과를 마치려던 중, 카지노의 구석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클로버의 눈에 들어왔다.
‘저긴 슬롯머신 존일 텐데?’
슬롯머신.
카지노에서 단 한 번도 이변이라 불릴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게임이었다.
그도 그럴 게, 슬롯머신은 철저하게 운으로만 진행되는 게임이기에 눈속임도, 속임수도, 두뇌 싸움도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가능한 방법은 기계적, 마법적 특성을 이용해 슬롯머신을 조작하는 것뿐인데, 당연하게도 카지노의 슬롯머신은 이에 철저한 대비가 되어 있다.
슬롯머신을 조금이라도 조작하려 하거나, 마법을 발현하는 순간 경고음이 울리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잭폿이라도 터졌나?’
그래도 이변이라 불릴 만한 상황이 보이면 확인하는 게 클로버의 임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예상대로 잭폿이 터진 듯이 사람들이 흥분한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대화 내용이 조금 이상했다.
“세상에, 또 잭폿이야!”
“미친, 이게 말이 되나? 확률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아?”
‘또?’
‘또’라니.
잭폿이 연이어서 터졌다는 말인가?
확률상 가능하긴 하지만, 어쩐지 불안함을 느낀 클로버가 인파를 뚫고 기계 앞까지 이동했다.
도착한 곳에 앉아 있는 건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마침, 남자는 새롭게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슬롯머신에 코인을 집어넣고 있었다.
‘은색?’
은색이라면 1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 금액의 코인이다.
당연하게도 슬롯머신에서 실버 코인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다.
그런데 더욱 어이없는 건…….
‘설마, 저게 다 슬롯머신으로 딴 거라고?’
남자의 옆에 수북하게 쌓인 실버 코인 한 무더기.
적어도 실버 코인을 넣고 잭폿이 세 번 이상은 터져야만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양이었다.
놀라운 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오오, 칠!”
“또 칠이야!”
“설마…….”
“에이, 설마. 설마…….”
화려하게 돌아가는 슬롯머신.
그 안에서 7이라는 숫자가 연속으로 띄워지고, 마지막 숫자는…….
띠링!
와르르르-!
“잭폿이다!”
“미친, 이게 대체 몇 번 째야!”
“미쳤다. 미쳤어!”
7이었다.
또 한 번 터지는 잭폿과 그와 함께 쏟아지는 실버 코인.
슬롯머신 따위로 돈을 휩쓸고 있는 사내의 모습에 클로버는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슬롯머신의 화면에 모두가 처음 보는 화면이 띄워졌다.
– 코인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관리자에게 문의해 주세요.
카지노가 세워진 이래로 슬롯머신에서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문장.
슬롯머신에 채워진 코인이 모두 소진되다니…….
분명 오늘 아침에 채워 둔 코인이…… 그 코인이 모두 소모되었다는 뜻이다.
질투와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상황 속에서, 슬롯머신 앞의 사내가 고개를 돌려 클로버를 바라보았다.
“덜 나온 코인은 알아서 채워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바로 옆자리에 자리를 잡는 사내.
그 모습을 보며 클로버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앞의 사내를 당장 2층으로 올려 보내야겠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