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4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44화(340/675)
제 344화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허약할 줄은 몰랐네요~”
거짓말이다. 누가 보아도 거짓말이다.
처음 가슴에 박힌 카드까지라면 몰라도, 그다음에 딜러의 목과 머리에 박힌 다발의 카드는 누가 보아도 ‘확인 사살’이었으니까.
“뭐야, 누구야?”
“카지노에서 공격 행위는 금지되어 있는 거 몰라? 경매장처럼 시스템적인 건 아니지만, 이런 건…….”
“공격이라뇨, 이건 처벌이었답니다! 직원을 관리하는 건 엄연히 제 역할 중 하나니까요~”
“여, 역할?”
“그럼 설마…….”
그 간단한 설명에, 이곳의 모두가 그녀의 정체를 인지했다.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라일락의 여왕이 바로 그녀라는 것을.
곧이어 이어지는 우렁찬 인사 세례.
“여왕님을 뵙습니다!”
“여왕님을 뵙습니다!!”
2층에 존재하는 모든 딜러와 가드들이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목소리가 얼마나 우렁찼는지, 옆에 서 있던 플레이어는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릴 지경이었다.
“여왕? 라일락의 지배자를 말하는 거야?”
“그런 사람이 어째서 여기에…….”
옆에서 같이 게임을 즐기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이 여왕이라 밝힌 상황.
심지어 딜러와 가드들의 모습으로 볼 때,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도 생각하기 어려웠다.
세운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중요한 질문은 놓치지 않았다.
“설마 이걸로 없었던 셈 치려는 건가?”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힌 이상, 이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증거인멸.
카지노의 주인으로서 조작을 행한 딜러를 죽이고 이번 사건을 없었던 일로 치려는 셈이었다.
세운의 말을 들은 플레이어들이 그제야 상황을 눈치채고 정신을 차렸다.
여왕을 직접 보아 신기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당장의 상황이 더욱 중요하니 말이다.
“설마 이걸로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우리가 여기서 잃은 돈이 얼만데!”
“이건 단순히 돈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지. 지금까지 우리가 여기서 보낸 시간과 기대 등. 전부 물어내야 할 거야.”
“단순히 돈으로만 따질 게 아니라고! 지금까지 우리를 기만하고 있었다는 거 아니야? 어?”
“저 늑대 놈이 아니었다면 계속 몰랐을 거 아냐!”
플레이어들이 정신을 차리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는 중에도 여왕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불편한 듯이 다리를 반대 방향으로 꼬며 나긋나긋하게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어머, 절대 아니랍니다. 이건 엄연히 저희 직원들의 독자적인 잘못이에요~”
“그걸 누가 믿냐고!”
“저 시계로 조작이 이뤄졌다고 하셨죠? 거기, 딜러분들?”
“네, 네!”
여왕의 부름에 2층의 딜러 모두가 손을 모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잘 훈련된 병사들을 모는 듯한 모습.
“전부 소매 걷고 손을 들어보아요~”
“네!”
딜러들이 황급히 소매의 단추를 풀고 손목을 드러냈다.
그중 몇몇은 단추가 잘 안 풀리는지 식은땀을 흘리다가 힘으로 단추를 뜯어 손목을 올려 보였다.
딜러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다만, 그중에서.
“혹시 제 말이 안 들리시나요?”
“그, 그게. 그게…….”
딜러 하나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필사적으로 소매를 가리고 있었다.
이 짧은 시간에 흘린 식은땀이 얼마나 많은지 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있을 정도.
“가드?”
“네!”
“얼른 벗어!”
“제, 제발. 제발……. 제발요!”
가드들이 냉큼 뛰어가 떨고 있는 딜러의 손을 강제로 들어 올렸다.
강제로 소매를 뜯어 단추가 터져나가고, 흘러내린 소매 안으로 꽃무늬가 새겨진 손목시계가 드러났다.
“제발 살…….”
푸부북.
변명할 틈도 없이 딜러의 머리에 카드 다발이 꽂혔다.
역시나 즉사.
무슨 능력을 쓰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 간단한 투척술로 세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강하다.’
라일락의 여왕.
그녀가 가진 힘이 여섯 번째 쉼터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게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최소한 70층. 아니, 솔직히 경매장에서 만났던 발할라의 수장 ‘브린 자르’에 비견될 정도로 느껴졌다.
게다가, 확신은 아니지만…….
‘거주민이 아닌 것 같은데.’
그녀의 정체가 플레이어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되었다.
물론, 증거가 있는 건 아니고 순전히 감에 의한 것이었기에 당장 이 의심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가드들, 당장 딜러 전체의 몸을 수색해 봐요. 매뉴얼에 나와 있지 않은 착용품이 보이면 바로 ‘처벌’해 주시구요~”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콰과과광!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수백, 수천 장의 트럼프 카드가 폭풍처럼 2층 내부를 휩쓸었다.
카드의 목표물은 2층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 시설.
룰렛을 포함하여 블랙잭이나 포커 등, 게임이 진행되던 모든 시설이 잘게 썰려 나갔다.
만약, 저게 게임 시설이 아니라 몬스터였다면? 아니,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어였다면?
세운조차도 막아내기 힘들었을 것 같은 잔혹한 공격이었다.
“혹시나 다른 것들도 장치가 되어 있을지 모르니까 전부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야겠네요~”
“이, 이런 걸로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되지! 지금까지 우리가…….”
“플레이어님들이 오늘 사용한 금액. 아니다. 한 달 동안 게임에 사용한 코인 전부 환불해 드릴게요~”
“내가 여기서 얼마나 놀았는데! 2층에 올라온 것만 해도 3개월…….”
“그 이상은 방금 조작 장치를 가지고 있던 딜러와 게임을 하셨던 분에게만 환불을 해 드릴게요~ 그럼 되겠죠?”
“되긴 뭐가 돼! 그걸 어떻게 알고!”
“이틀 전에 다섯 번. 오 일 전에 일곱 번. 십이일 전에 여덟 번. 십삼일 전에 일곱 번…… 어떤가요? 제가 틀렸나요?”
“마, 맞긴 한데…….”
“물론, 이게 끝이 아니랍니다~ 혹시나 감정이 상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사과의 의미로 이 자리에 계신 분들만 아니라 2층에 도달한 모든 플레이어님께 위로금을 드릴 거예요.”
마치 이미 계획된 일이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처를 이어가는 카지노의 여왕.
이후에도 몇몇 플레이어가 반격을 하려 했으나, 전부 소용없는 짓이었다.
당장 환불금은 물론이고, 위로금까지 합하면 카지노에서 잃었던 금액을 상회할 지경이었으니까.
세세한 대처를 마친 그녀는 가드들을 통해 계약서까지 전달하며 상황을 종결시켰다.
“아, 그리고 늑대 씨에게는 감사의 의미로 하나 더.”
팅-
그녀가 던진 무언가가 조명을 반사하며 튕겨 올랐다.
그 뜻을 이해하고 그것을 낚아채니, 플래티넘 코인이 반짝이고 있는 게 보였다.
공적치로 따지자면 무려 천만 포인트에 해당하는 코인.
2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 골드 코인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여흥을 위해 실버 코인을 사용한다는 걸 생각하면 카지노의 기준으로도 무척이나 큰 금액이었다.
“덕분에 나쁜 분들을 가려낼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당장 방금의 계약으로 소모된 비용만 하더라도 수억 포인트. 아니, 수십억 포인트를 넘어 백억 포인트를 넘을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그런 포인트가 빠져나갔으면 아무리 많은 공적치를 벌어들이고 있는 카지노라 하더라도 휘청일 수밖에 없을 텐데.
그녀의 얼굴에서는 불안이나 아까움 같은 감정이 전혀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섬뜩한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괜찮으시면 저랑 게임 한 판 하지 않으실래요?”
“게임?”
“지켜보니까 룰렛을 엄청 잘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랑 룰렛 한 판 하시는 게 어떨까 해서요.”
룰렛을 잘하다니.
카지노를 다스리는 만큼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표현인지는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딜러를 살펴보았을 때처럼 얼굴을 살펴보았지만, 그녀에게서는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마치 성좌를 눈앞에 두고 얘기할 때처럼 무언가 거대한 벽이 처진 느낌이었다.
“게임 시설은 전부 부서졌을 텐데.”
“에이, 저런 시시한 것들로 할 수는 없죠~”
짝!
그녀가 손뼉을 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벽면에 서 있던 가드 두 명이 거대한 커튼을 잡아당겼다.
2층에 저런 커튼이 있었던가?
의식하고 떠올려 보니 입장할 때부터 저런 게 있기는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도 기억이 흐릿한 걸 보면 아마…….
‘인지를 어지럽히는 아티팩트.’
가면이나 로브처럼 저 커튼 역시 인식을 방해하는 능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것도 가면이나 로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커튼이 걷어지자 벽면에 거대한 회전판이 보였다.
일종의 돌림판.
세세하게 보자면 룰렛과 다르지만, 그 원리 자체는 룰렛과 다를 바 없는 게임이었다.
“저희 둘이 하는 거니까, 룰은 이 정도면 되겠죠?”
지잉-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돌림판의 중앙에 선 하나가 곧게 뻗어졌다.
돌림판을 양분하는 선.
그 양옆으로 귀여운 토끼와 흉포한 늑대 그림이 새겨졌다.
“어때요. 재밌어 보이지 않아요?”
“비율은?”
“아, 맞아. 비율을 얘기 안 했죠? 제가 이기면 거신 코인을 받아 가고, 늑대 씨가 이기면 건 코인의 열 배를 드릴게요!”
“1/2 확률의 도박에서 열 배의 코인을 주겠다고?”
“에이, 뭐 어때요~ 제가 여기 주인인데. 안 그래요. 여러분?”
“마, 맞습니다!”
“맞습니다. 여왕님!”
두 명의 딜러가 죽은 뒤, 바짝 긴장하고 있던 카지노의 직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계약서를 쓰고 있던 플레이어들 역시 상황을 잃고 이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안 드는 냄새가 난다며 인상을 찌푸립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며 꼬리를 바짝 세웁니다.
도박에 관심이 없어 조용히 있던 세운의 성좌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단순한 도박이 아니다.’
단순한 도박이었다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비율을 내걸 리가 없다.
즉, 이건 일종의 시험.
카지노가 아닌 라일락의 지배자로서 세운을 판단하기 위한 시험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하게도, 피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지.”
세운이 플래티넘 코인을 튕겼다.
가드 한 명이 재빠르게 달려와 코인을 낚아채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공정성 문제도 있으니 저나 저희 직원들이 돌리는 건 조금 그렇고…… 거기, 아저씨?”
“아, 아저씨? 설마 나를 보고 하는 말이냐?”
“네! 이것 좀 돌려주시겠어요?”
“내가 무슨!”
팅-
허공을 타고 날아가는 골드 코인.
잽싸게 코인을 낚아챈 악귀 가면이 콜록거리며 헛기침을 내뱉더니 돌림판 앞으로 걸어간다.
“자, 돌린다!”
돌림판의 크기만큼이나 손잡이의 크기 역시 엄청나다.
악귀 가면의 두꺼운 손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잡고 돌리기도 힘들 지경.
그렇게 돌림판이 돌아가기 직전, 세운이 조심스레 로브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만져지는 ‘가네샤의 부러진 상아’의 매끄러운 표면.
고작 1/2의 확률이지만, 여기에 보구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감이 외치고 있었다.
– 바이콘의 왼뿔이 ‘가네샤의 부러진 상아’에 잠든 행운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가네샤의 부러진 상아’를 통해 대성환희자재천(大聖歡喜自在天)이 재현됩니다.
바스스-
더 이상 보구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지는 바이콘의 왼뿔.
그와 함께, 신의 행운이 세운의 몸에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