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4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51화(347/675)
제 351화
“정말 같이 안 가도 되겠습니까? 다들 도움이 되고 싶어 할 텐데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다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출입 조건상 지금으로서는 저밖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그렇군요…….”
아르카나의 제안에 세운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힘을 별로 안 썼다고는 해도 지하 투기장을 막 들렀다 온 참이었고, 준비할 것들도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모든 길드원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말한 건 백현 한 명뿐.
그는 입이 무거운 편이니 비밀은 잘 지켜줄 것이다.
‘유서아나 강한철은 어떻게든 따라오겠다며 고집을 피울 테니까.’
둘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운석으로 만들어진 장비를 착용한 둘은 아우터와 싸울 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전력이 되었다.
아니,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다. 둘은 이미 당당하게 아우터와 정면으로 싸워도 되는 수준이 되었다.
“연구는 잘 되고 있습니까?”
“아, 안 그래도 웨어 울프를 완성한 참이었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백현이 손바닥을 좌로 그으니 허공에 균열이 일더니 구울로 재탄생한 웨어 울프의 시체가 나타났다.
네크로맨서의 특성상 시체를 일으킨다고 하여도 본래의 힘을 100% 끌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백현의 웨어 울프는 달랐다.
‘이거…… 생각 이상인데.’
회귀 전에 루나틱 웨어 울프를 마주쳤을 때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싸움을 걸지 않아 녀석의 전투력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기세만큼은 회귀 전에 느꼈던 그대로였다.
게다가 저 길고 날카로운 손톱에서 뚝뚝 흘러내리고 있는 구울 특유의 시독(屍毒).
신체 능력을 90% 이상까지만 끌어올렸다 쳐도 저 구울의 전투 능력은 본체의 그것을 뛰어넘으리라.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서아 양의 전투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서걱-
구울은 번개처럼 튀어 나가 실험실에 있던 몇몇 실패작들을 베며 달려갔다.
지그재그로 날뛰며 손톱을 휘두르는 모습이, 백현의 말대로 유서아의 전투 스타일을 똑 닮아 있었다.
잘린 실패작들의 단면에서는 시독이 흘러내리고 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저 구울 한 구만으로도 동 층의 플레이어의 전투력을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꽤 쓸 만한 병사가 만들어졌다며 구울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그야말로 훌륭한 성공작.
다만, 세운이 보기에 부족한 점이 하나 있었다.
“이게 끝입니까?”
“네? 혹시 뭔가 부족한 거라도…….”
“제작 상태는 완벽합니다. 솔직히, 생각 이상으로 강해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백현 씨 자체의 마법 능력은 그대로인 것 같아서요.”
“아…….”
백현의 관찰력이나 연구 성과 등. 전부 완벽에 가깝지만, 그의 실력은 그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었다.
정작 네크로맨서에게 필요한 마법들은 시체 폭발 이후로 완전히 정체되어 있었다.
이렇게 강력한 언데드를 다루고 있는데 굳이 다른 마법을 배워야 하느냐 묻는다면, 세운은 당당하게 배워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네크로맨서의 마법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백현 씨는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 그렇지만 역시 언데드 본연의 힘에 집중하는 게…….”
“구울 하나만 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네? 아, 물론입니다. 어떤 구울이면 되겠습니까?”
“그냥 적당한 놈이면 됩니다.”
실패작도 성공작도 아닌 어중간한 구울 한 마리.
백현이 웨어 울프를 성공적으로 일으키기 위해 실험 과정에서 만들어진 구울 중 한 마리를 넘겨주었다.
“이놈과 웨어 울프를 싸우게 하죠.”
“네? 저 실패작은 아니라지만, 저 구울은…….”
“괜찮습니다. 제가 먼저 공격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백현에게는 네크로맨서의 마법이 가진 힘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선공권을 넘겨받은 세운이 서클을 회전하며 마법을 준비했다.
사용하는 건 처음이지만, 회귀 전에 네크로맨서들이 사용하는 마법은 던전에서 자주 보았으니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오버로드(Overload) ]– 흑탑의 네크로맨서들이 사용하는 버프 마법. 일시적으로 자신의 언데드를 과부하 상태로 만들어 신체 능력을 크게 상승시킨다.
빠드득!
“키, 기에에엑!”
세운의 구울이 비명을 내지른다. 구울의 몸의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더니 창백하기만 하던 몸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대로 돌진.
그 빠른 속도와 그어지는 손톱은 방금 웨어 울프의 속도와 비견될 지경이었다.
“이건……!”
백현은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웨어 울프를 컨트롤한다.
아무리 선공권을 넘겨받았다고 해도 신체가 가진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세운의 구울은 백현의 웨어 울프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세운의 마법은 멈추지 않았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고스트 브레스(Ghost breathe) ]– 흑탑의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를 매개체로 사용하는 공격 마법. 사자의 숨결을 내뱉어 상대를 마비시킨다.
“키헤에에엑!”
세운의 구울이 내뱉은 외침에 백현의 구울이 멈칫거린다. 그러는 사이, 붉게 물든 손톱으로 가슴을 찌른다.
두 구울은 원래도 신체적인 스펙이 차이가 났던 터라 백현은 자신의 구울이 상처 입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후에도 세운의 마법은 계속됐다.
“어, 어째서…….”
데드 아이, 데모나이즈, 언데드 피어 등. 다양한 마법들이 펼쳐지며 세운의 구울이 육체적 한계를 넘어 백현의 구울을 몰아낸다.
당연하게도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의 힘을 사용하던 구울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백현도 그것을 확인하고 반격하려는 순간.
“시체 폭발.”
퍼엉!
웨어 울프의 품속으로 들어간 세운의 구울이 대차게 폭발했다.
덕분에 웨어 울프로 만들어진 구울은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저 멀리 튕겨 나가야만 했다.
세운에게 돈까지 빌려 산 시체로 힘겹게 만들어 낸 결과물이 날아갔지만, 백현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 대단합니다…….”
“백현 씨의 언데드 제조 능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금방 한계에 다다르고 말 겁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가미긴 님께서 권유를 해 주셨는데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게 이렇게 강한 힘인 줄은 몰랐습니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백현은 멘토가 존재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세운이 조금 도와주었지만, 그 이후로는 스스로 시체를 연구하며 성장해 나갔으니까.
가미긴이 조언을 해 주었다고는 해도 멘토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네크로맨서가 싸우는 방식을 알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근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 있었는데, 덕분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짧은 시연이었지만, 백현이라면 화를 내는 대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마법은 저에게 배우는 것보다 가미긴에게 부탁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자신만 믿으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위대한 사령 술사의 길을 걸을 준비는 되었냐며 계약자를 바라봅니다.
“물론…… 물론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세운 씨.”
“아닙니다.”
저 눈빛. 굳이 보지 않아도, 그가 조만간 네크로맨서로서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정도면 됐겠지.’
세운의 발걸음이 카지노를 향해 움직였다.
* * *
굳이 3층까지 다시 올라가거나 아르카나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예전과 달리, 카지노의 앞에 서는 순간 입구를 지키던 두 가드가 세운을 보자마자 황급히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으니 말이다.
“오셨습니까.”
“여왕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따라와 주시길.”
직원들에게 세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 둔 것일까? 세운을 대하는 반응이 이전에 여왕을 대하던 태도와 매우 흡사했다.
안내를 하면서도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을 정도.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철컥.
주변과 전혀 차이 없는 벽돌 한 장을 누르니 벽이 움푹 들어가며 고풍스러운 문이 나왔다.
여전히 마법이나 감각만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비밀 요소들.
이럴 때는 회귀를 하며 사라져 버린 고유 스킬인 ‘여정의 지침표’가 아쉽긴 했다.
처음에는 히든 피스를 찾아내는 정도였지만, 성장을 거치며 여정의 지침표는 이렇게 사소한 요소는 물론 적의 약점 같은 것들도 찾아내는 놀라운 효율을 보였으니까.
‘그러니까 다시 얻어야지.’
고유 스킬은 ‘고유’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마음대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회귀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 여정의 지침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배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세운의 기억이 맞다면, 이번 일정이 끝나고 얼마 후면 다시 그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드가 다시 한번 세운에게 허리를 숙였다.
탄탄한 경갑 사이로 드러난 피부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무슨 상황이었는지 대략 예상이 갔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은 일단 아르카나와 협동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같은 마법진이네.’
고풍스러운 문 안으로 들어가니 아르카나의 카드에 반응하여 열린 문과 마찬가지로 작은 마법진이 보였다.
불이 꺼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스위치라 할 만한 건 없다.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은 찰나, 천장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이제야 오셨네요~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우웅-
아무래도 이 마법진 역시 그녀만이 조작할 수 있는 모양이다.
밝은 빛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이전에 한 번 보았던 그녀의 방이 나타났다.
어디 파티에라도 가려는 것처럼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 여전히 입가의 미소를 카드로 가리며 세운에게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우리 직원들이 불친절하지는 않았나요?”
“전혀.”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여유롭게 와인이라도 한잔하고…….”
“바로 가지.”
“급하기도 하셔라.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5층은 어디 도망 안 간답니다~”
“그 차림으로 괜찮겠나?”
“어머, 위에서 어떤 일을 할지 아무것도 안 알려줬으면서 제가 어떻게 준비하겠어요? 기대되는 마음에 아끼던 옷을 입어봤답니다~”
세운의 예상이 맞다면 어차피 위에서 아우터와 상대하게 될 테지만, 그녀에게 굳이 아우터의 존재를 알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아우터의 존재는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목격하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빠르니까.
전투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것 같은 드레스가 눈에 걸렸지만.
‘상관없겠지.’
그녀의 전투력이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으리라.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방해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바로 가 볼까요?”
그녀가 이번에 꺼낸 것은 라일락이 그려진 카드가 아니었다.
검은 장미.
그 그림을 보자마자 세운은 이전에 백현에게 들었던 흑장미의 꽃말이 떠올랐다.
‘죽음과 이별이랬나.’
어쩌면 라일락에서 가장 정직하게 지은 이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카드의 검은 장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자, 얼른 늑대 씨의 이상을 보여주세요~”
카지노의 5층.
카지노의 주인이 아닌 그 누구의 접근도 불허하는 비밀의 장소가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