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4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52화(348/675)
제 352화
세운이 카지노에 운석이 있을 거라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회귀 전, 라일락에서 제법 오래 활동하며 알아낸 기밀 중 하나. 아니, 기밀이라기에는 소문에 더 가까운 정보.
‘카지노의 끝에는 천혜의 보물이 잠들어 있다.’
단순한 허위 정보는 아니었다.
누군가 카지노의 크기를 계측하여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고, 경매장의 값진 보물이 카지노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는 등.
다양한 정보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정보이니까.
‘나도 확인할 수 없었지.’
여정의 지침표도 만능은 아니었다.
히든 피스를 발견하고 길과 틈을 찾아내지만 갈 방법이 없으면 소용이 없었으니까.
세운뿐만 아니라 수많은 도둑이 카지노의 끝을 노려보았지만, 끝내 닿지 못했다.
나름대로 라일락의 곳곳을 쏘다녀보았던 세운이기에 운석이 있을 만한 장소는 이곳뿐이라 추측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화앗!
흑장미 카드에서 빠져나온 검은 기운이 사라지고, 눈앞에 숨겨져 있던 5층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건…….”
혹자는 말했다. 천혜의 보물 같은 게 어디 있냐고. 카지노의 보물 같은 건 도박하다 실패한 사람들이 지어낸 꿈일 뿐이라고.
기껏해야 카지노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금은보화를 쌓아 놓은 창고 정도가 있는 게 끝 아니겠냐고.
하지만, 세운이 들었던 그 ‘소문’은 진실이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눈을 크게 뜹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보물의 수준에 감탄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이 창고의 주인은 제법 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수북하게 쌓인 금화나 루비, 사파이어 등의 보석들은 기본. 그 뒤로 희귀한 몬스터의 소재나 박제품들이 즐비했다.
카지노의 전 주인이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었는지 벽마다 고풍스러운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복도 중간중간에 다양한 석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몬의 창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어떤가요~ 제가 꾸민 곳은 아니지만, 감상평 정도는 듣고 싶은데.”
“……아름답네.”
“어머, 생각보다 감수성이 풍부하시네요? 그 표정도 제법 귀엽네요~”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저 비싸겠다, 정도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세운은 다르다.
회귀 전, 여정의 지침표를 이용해 탑의 온 구석을 누비며 수많은 보물과 보석을 마주했다.
그와 함께 탑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배워왔다.
그러면서 다양한 예술적 가치 역시 알게 되었다.
지금 세운이 감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라일락의 예술품만이 아니야.’
저기 눈 덮인 전선 그림은 세 번째 쉼터인 서리 요새의 위엄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는 스카베의 그림도 있었고, 제헤튼에서 보았던 가장 거대한 배 ‘푸른 바다호’의 모습을 재현한 석상까지 있었다.
솔직히 금은보화 따위보다는 저런 역사품과 미술품에 시선이 더 집중되었다.
“대단하죠? 이런 건 경매장에서도 안 파는 부륜데 어떻게 구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그녀의 말 그대로다.
경매장은 시스템의 주관하에 돌아가고 있어 플레이어를 위한 물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경매장의 물품 분류 자체에 이런 예술품은 ‘기타’ 분류로 가장 작은 경매실을 배정받을 정도였다.
“심지어 위층의 물건들까지 모아놨다니까요~ 여기, 보이시나요? 아, 그래도 이건 모르시려나?”
그녀가 가리킨 물건은 극히 어두운 도시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밤이고 낮이고 늘 붉은 조명으로 반짝이는 라일락과는 정반대로 어둠에 물들어 있는 도시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활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일곱 번째 쉼터.’
당연하게도, 세운은 그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 옆으로 여덟 번째 쉼터와 아홉 번째 쉼터의 예술품이 걸려 있었다.
다만, 세운이 놀란 건 아홉 번째 쉼터의 다음으로 걸려 있는 작품이었다.
‘저건?’
아래에는 구름이 깔려 있고 위에는 눈부시도록 밝은 태양에서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내린다.
길 위에는 황금이 깔려 있으며, 그 사이에 하얀 날개를 가진 이들이 날아다닌다.
세운으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
천국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 곳.
‘설마, 이게 열 번째 쉼터?’
걸려 있는 그림의 순서대로 보았을 때, 분명 이곳이 열 번째 쉼터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애초에 열 번째 쉼터는 플레이어 중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구역이었기에 그곳에 대한 정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갖은 추측만 난무했을 뿐.
그런데 그 실마리를 여기서 발견하게 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물론, 확실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아홉 번째 쉼터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 열 번째 쉼터가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들어본 적이 있었으니까.
“신기하네요. 보통은 일곱 번째 쉼터부터 신기해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냥, 여기가 탑의 마지막 쉼터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건 그렇죠. 저도 여덟 번째까지밖에 못 가 봤거든요~”
그녀의 말에 세운의 궁금증이 한층 더 키워졌다.
이곳에서 얼마나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몇십 년은 카지노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녀가 여덟 번째 쉼터에 들렀다는 말은, 탑의 초창기 무렵부터 하이 랭커의 반열에 오른 플레이어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여섯 번째 쉼터로 돌아와 라일락에 군림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페널티도 클 텐데.’
층을 거스르고 내려와 라일락에 머무는 행위.
그것도 수십 년 동안 거주를 지속했다면 적어도 50% 이상의 페널티를 감수 중일 것이다.
그런데도 세운에게 보였던 위압감을 떠올리면, 본래의 힘이 얼마나 강할지 짐작도 하기 힘들었다.
‘저건?’
세운의 시선을 끈 또 하나의 그림이 있었다. 아니, 그림이라기에는 벽화가 더 가까웠다.
어딘가의 벽화를 벽면 그대로 잘라 와 걸어둔 것 같이 생겼는데, 이곳의 다른 물건들과는 다르게 훼손율이 높았다.
그 때문에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들었지만, 세운은 다급하게 아공간 주머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들어 눈앞의 벽화와 대조해 보았다.
“어머, 이게 뭐예요? 신기하다~ 같은 게 또 있을 줄은 몰랐는데.”
모래 도시 스카베의 영주 성 지하에서 베껴 온 훼손된 벽화.
이 역시 심하게 훼손되어 있어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비교해 보니 두 개가 같은 벽화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좀 건드려도 되나?”
“원래는 안 되지만, 늑대 씨니까 특별히 허락해 드릴게요~”
촤라락!
세운이 팔을 휘두르자 두루마리가 쭉 뻗어나가 눈앞의 벽화를 뒤덮었다.
이 두루마리 자체가 평범한 두루마리가 아니라 마몬에게서 받은 보물이었기에 가능한 능력이었다.
곧 본래 두루마리에 새겨 있던 손상된 벽화와 눈앞의 벽화가 겹쳐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운의 손에 되돌아온 두루마리.
‘훼손을 완벽하게 복구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아예 확인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드문드문 빈틈이 많았지만, 해석이 가능해 보이는 부분도 꽤 많았다.
“그거, 어떤 뜻인가요?”
“나도 아직은 잘 모른다.”
“저도 나름 예술이나 문화에 식견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전혀 모르겠네요~”
“아마, 이곳에 ‘운석’이 존재한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겠지.”
“운석이요? 역시 그걸 보러 오신 거구나~”
그녀의 반응을 보아하니 예상대로 이곳에 운석이 있는 모양이다.
벽화의 해석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다음으로 미루고, 다시금 복도를 걸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주위를 살펴보며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이곳에 대한 탐욕을 드러냅니다.
복도의 끝에 다다를수록 깊어지는 마몬의 감탄사.
금은보화 따위로는 마몬의 관심을 끌 수는 없지만, 이곳에 있는 물건들은 마몬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그러다 갑자기 마몬의 메시지가 뚝 끊겨 이제 질리기라도 한 건가 싶었더니 옆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그 마신님이신가요? 생각보다 재밌으신 분이네요.”
“뭐?”
“아까부터 저한테 거래를 제안해 오고 계시거든요. 그래도 끝까지 사도 얘기는 안 꺼내는 거 보니까, 늑대 씨를 꽤 아끼고 계시나 봐요?”
“…….”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내뱉습니다.
어쩐지 조용하다 싶더니.
마몬이 그녀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5층의 드넓은 복도가 끝이 나며, 드디어 그 끝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보이네요~ 대단하죠? 저도 처음 마주했을 때는 깜짝 놀랐다니까요.”
운석.
지금까지 세운이 보아온 타고, 얼고, 묻혀 있던 운석들과는 달랐다.
지속적인 관리라도 받은 것처럼 깨끗한 운석이 거대한 유리관 안에 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운석을 몇 개나 보아왔지만, 이렇게나 멀쩡한 모습의 운석을 본 건 처음이기에 세운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건가?”
“네~ 여기는 저도 가끔 구경할 때 말고는 건드리지 않는 곳이거든요. 전 주인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지금은 제가 죽여 버려서~”
“……죽였다고?”
“어머, 제가 말 안 했었나요? 제가 왜 여기 주인이겠어요~”
하긴, 플레이어가 카지노를 이어받았는데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는 않았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 주인을 죽이고 카지노를 빼앗았다는 얘기는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우터는 없는 건가?’
세운이 유리관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유리관의 정중앙에는 지금까지 거쳐온 것들과는 달리 운석을 설명하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 버려진 자들의 파편 ]운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
이전이었다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름을 지었냐고 의심했겠지만, 지금은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폐왕(廢王).’
제헤튼에서 아우터에게 감염된 메로프나 레드 피쉬의 상단주가 언급했던 아우터의 이름.
분명 그 이름과 무언가 연관이 있으리라.
“자, 이제 보여주셔야죠? 안 그럼 저도 조금 실망할 것 같답니다~”
옆에서 아르카나가 부드러운 말투로 협박을 해 왔지만, 세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관 위에 손을 얹었다.
아우터는 보이지 않는다.
운석의 사이사이에 난 구멍 속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이미 아우터가 빠져나간 운석일까? 그렇다면 빠져나간 아우터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 그 이전에 카지노의 전 주인이었다는 사람은 이 운석을 어떻게 발견하여 이곳에 보관 중인 것일까?
다양한 의문이 떠오르던 찰나.
– 크르릉…….
귓속으로 루인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검붉게 달아오르는 오른손등의 성흔.
본능적으로 성흔이 무엇에 반응하고 있는지 느낀 세운이 곧바로 뒤랑달을 꺼내 들었다.
그와 함께.
꿀럭-
운석의 내부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