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4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53화(349/675)
제 353화
아우터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얼음 호수 아래에 박혀 있던 운석의 아우터처럼 잠에 빠져 있었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 일종의 봉인을 당해 유리관 안에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세운의 성흔에 반응하여 아우터가 깨어난 것이고 말이다.
“어머, 징그러워라.”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이 훌륭한 보물창고를 망치고 있는 흉물을 내려보며 인상을 찌푸립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당신을 걱정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헛구역질을 하며 코를 막습니다.
놈들이 성흔에 반응하여 튀어나올지는 몰랐지만, 아우터와의 전투 준비는 물론 대책까지 완벽히 준비해 왔다.
특히, 운석이 유리관 안에 들어 있던 순간부터 첫 공격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정해 둔 상태였다.
“드디어 제대로 된 마법을 보여주시는 건가요?”
그로잉 헤츨링.
세운이 메로프 대축제의 마지막 시련에서 산호탑주에게 받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아르카나가 뒤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힘을 아낄 때가 아니다.
“루인.”
– 크르릉…….
세운의 부름에 응답하며 나타난 검붉은 늑대.
루인은 유리관 안의 운석에서 꿈틀거리며 흘러나오는 아우터를 바라보며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바로 달려가지 않고 잘 훈련된 사냥개처럼 세운의 명령을 기다린다.
“어머, 귀여워라~”
“깃들어라.”
– 알겠다. 나의 주인이시여.
아르카나의 제안을 받고 아우터 사냥을 준비하던 중, 세운은 운석에 숨어 있는 아우터들을 공격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그러다 고민하게 된 게 바로 ‘마법’이었다.
‘마법에는 파멸의 힘이 깃들지 않았으니까.’
아우터를 상대할 때 세운이 주로 무공을 사용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불로 태우든, 얼음으로 얼리든, 전기로 지지든 아우터는 큰 데미지를 받지 않았으니까.
아우터를 공략할 방법은 오로지 파멸의 힘이나 운석으로 만든 무기로 공격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중에 생각해 낸 게 바로 이것이었다.
‘루인을 지팡이에 깃들게 하고, 지팡이를 매개체로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 가설을 세운 후, 다양한 실험을 거쳐 여러 마법을 사용했고.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파이어 스톰(Fire Storm) ]– 화염의 폭풍을 일으켜 적진을 휩쓰는 적탑의 상위 마법.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화륵!
세운의 지팡이 끝. 검붉게 물든 드래곤 하트가 그 색을 더욱 진하게 번들거리며 화염 폭풍을 토해 냈다.
분명 무언가 특수 처리가 되어 어지간한 광석보다 단단할 유리관이 가볍게 깨지고, 그 안의 운석과 아우터를 통째로 휩쓸었다.
“꾸르르륵-”
일반적인 열기라면 아무리 뜨거운 열기라 하더라도 아우터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없다.
기껏해야 몸을 움츠리게 해서 움직임을 막아내는 것 정도가 한계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파멸의 힘이 깃든 지팡이가 토해 낸 화염 폭풍에는 아우터를 집어삼키는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화염 폭풍 속에서 새까만 매연 같은 게 뿜어져 나오며 아우터의 몸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마법에 파멸의 힘을 깃들게 한다는 세운의 시도가 성공한 것이다.
‘이걸로는 못 끝내지.’
파멸의 힘이 깃든 화염 폭풍이라지만, 아우터의 생존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눈앞에서 괴로워하며 타들어 가고 있어도 몸을 웅크리며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있을 게 분명하다.
때문에 세운은 ‘그로잉 헤츨링’의 고유 능력, 드래곤 브레스를 사용하였다.
지팡이의 마나 핵에 보관된 마나를 전부 소모해야 하는 용의 숨결.
준비 기간 동안 마나는 충분할 정도로 보충해 두었으니 위력은 확실할 터다.
쩌억!
드래곤 하트를 중심으로 형상화된 용의 머리가 입을 벌린다.
그 안에서 검붉은 기운이 당장에라도 터져나갈 듯이 넘실거리더니, 그대로 운석을 향해 쏘아진다.
콰르르륵-!!
“어머…….”
쏘아지는 용의 숨결.
방금 막 7서클 마법이 휘몰아친 이후라 임팩트가 떨어지면 어쩌나 싶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7서클 마법의 위력을 가뿐히 초월하는 위력.
성룡의 브레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팡이의 이름 그대로 헤츨링의 브레스 정도는 재현하고 있었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던 아르카나의 눈이 커질 지경.
놀란 건 세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나를 조금 더 모으면…….’
지팡이를 얻은 후 꾸준히 마나를 저장했다고는 해도, 모은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 위력이라니.
만약 한 달을 넘어 두 달, 석 달. 그 이상 마나를 모아 브레스를 사용한다면? 성 하나 정도는 가뿐히 괴멸시킬 위력의 브레스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 정도면 마몬의 보구를 넘는 최후의 일격으로 아껴둘 만했다.
“꾸르륵! 꾸르르르륵-!!”
아우터의 반응은 격렬했다.
화염 폭풍까지는 몸을 똘똘 뭉쳐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이제는 버티는 걸 포기하고 완전히 운석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걸 보고 에임을 살짝 조절하자 드래곤 브레스가 운석의 구멍 속으로 파고 들어가 운석을 뜨겁게 달궜다.
마치 태양처럼 뜨겁게 이글거리는 운석.
안에서 아우터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 눈에 선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타들어 가는 쓰레기를 바라보며 통쾌해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놀랍도록 성장한 당신의 무력에 눈을 크게 뜹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타는 냄새는 한층 더 역겹다며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이대로라면 전투 한 번 안 벌이고 아우터를 말살할 수 있다.
아르카나에게 아우터의 힘을 제대로 못 보여주는 게 조금 걸렸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우터가 활약하게 둘 생각은 없었다.
‘한 번 더.’
드래곤 브레스는 세운의 마법과 별개의 공격이다.
지팡이에 내장된 능력을 사용하는 것뿐이라, 브레스가 뿜어지는 동안 새로운 마법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운석 내부를 집중 공략하여 끝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운석 안에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꾸르르르르륵-”
아직까지도 브레스가 쏘아지고 있었기에 내부 상황이 보이지는 않지만, 뜨거운 열기 속에서 놈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아우터가 무언가 일을 벌이기 전에 마법을 사용하려던 찰나, 운석에서 물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퍼어엉!
운석에 나 있는 모든 구멍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아우터.
무언가 대처를 하기도 전에 놈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브레스의 범위를 빠져나갔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세운에게 역시 아우터의 일부가 날아왔다.
재빠르게 지팡이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뽑아 든 뒤랑달을 앞으로 휘둘렀다.
서걱.
영리하게도 세운이 무기를 바꾸는 것을 알아채고 곧바로 뒤랑달로 옮겨탄 루인의 파멸의 힘 덕분에 아우터가 그대로 잘려 소멸하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하나 있었다.
세운의 뒤에서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던 아르카나를 향해 아우터가 날아간 것.
그것도 방금 세운에게 날아온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양이었다.
‘고의다.’
아우터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잠식하고 조종하며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생명체라고 해봤자 세운과 아르카나뿐. 세운을 위험 요소로 판별한 놈들이 그녀를 노린 것이 분명하다.
마법을 사용하기도, 루인을 보내기도 급박한 상황.
그 급박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그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카드를 휘둘렀다.
“제 걱정은 하지 마요~ 방해는 안 될 거라고 했었잖아요?”
그녀의 앞에 흩날리는 하트 카드.
거대한 마력이 느껴짐과 동시에 하트 카드가 방패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아우터가 가로막히자 그녀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든다.
스릉-
‘스페이드.’
허공에 흩뿌려진 열 장의 스페이드 카드가 날카로운 검으로 변모한다.
검은 곧 방어막에 가로막혀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는 아우터를 수십, 수백 조각으로 베어 낸다.
“어머, 엄청 질기네요? 늑대 씨는 잘만 불태워 죽이던데. 핵은 없어 보이고, 물리 저항력이 있는 걸까요?”
다음은 클로버다.
아르카나의 마나를 머금고 붉게 달아오른 클로버 카드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수백 조각이 난 채로도 그녀를 잠식하기 위해 방패에 엉겨 붙던 아우터가 화력에 기겁하며 몸을 움츠렸다.
방어는 물론 물리 공격과 속성 공격 전부에 능통한 전투는 그녀가 가진 하이 랭커의 자질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닌가? 이상하네~”
아무리 하이 랭커의 공격이라 하여도 아우터에게 대적할 수는 없었다. 그저 저렇게 잠시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게 전부.
수백 조각으로 갈라져 있던 아우터가 몸을 합치더니 방패를 집어 삼켜갔다.
바로 이어서 그녀가 새로운 카드를 뽑아 드는 순간.
– 내공을 통해 오룡활보의 제이 초식, 흑룡비상(血狼飛上)이 강화됩니다.
푸부북!
세운이 던진 단검이 아우터를 꿰뚫었다.
평범한 단검이었다면 아우터를 물리치기는커녕 움직임을 잠시 막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당연하게도 단검에는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타는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아우터를 향해 뒤랑달을 내지르는 것으로 정리를 끝냈다.
“운석에 이런 게 들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정체가 뭔가요? 나름 탑에 존재하는 몬스터 대부분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우터(Outer)라고 부르고 있다.”
“아우터라, 잘 어울리네요. 모르긴 몰라도 탑의 생명체는 아닌 것 같거든요~”
아르카나가 아우터에게 잠식당하는 최악의 경우는 면했지만, 사방으로 퍼져나간 아우터 전부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곳은 출구 하나 존재하지 않는 카지노의 5층.
그녀의 카드가 아니면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이곳에는 세운과 그녀를 제외하고 그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기에 잠식할 숙주 역시 찾을 수 없다.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별 어려운 없이 아우터를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중…….
“끄륵, 꾸욱, 그으, 그어어어-”
이곳에서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려왔다.
전형적으로 아우터에게 잠식당한 생명체가 내는,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처럼 거슬리는 울부짖음.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살펴보니 아우터에게 잠식당한 몬스터들이 세운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젠장…….’
생명체가 아니었다.
5층에 전시되어 있던 보물 중에서 희귀한 몬스터의 시체를 이용해 만들어 둔 박제품들. 그 박제품들 안에 아우터가 들어간 것이다.
선제공격을 통해 아우터의 양을 꽤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눈에 보이는 잠식당한 박제품의 수만 해도 열 기 이상.
아무래도 이번에도 쉽게 끝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지금부터는 지켜주기 힘들 거다.”
“어머, 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감동이어라~”
라일락의 아우터와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