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5화(35/675)
제 35화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잇감이 바싹바싹하게 잘 익었다며 크게 만족합니다.
잊지 않고 폭식의 권능을 사용한 후, 바로 고블린 무리의 뒤를 밟았다.
고블린의 특색에 맞춰서 그런지, 원숭이들과 마찬가지로 민첩과 지력이 꽤 많이 올랐다.
쓰러트린 수가 너무 많아서인지 고블린을 통한 능력치 상승은 이미 한계였지만 말이다.
“켈, 키륵!”
고블린들은 세운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세운은 현재 ‘클리어 슬라임의 땀샘’을 사용해 냄새를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제왕 독수리의 척안’의 장점을 활용해 고블린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바닥의 풀숲을 제외하고는 장애물 하나 없는 초원이라도 고블린 무리가 세운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역시, 거점이 따로 있어.’
튜토리얼의 첫 번째 장. 몬스터 웨이브 때는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도 몬스터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들은 몬스터 웨이브를 위해 시스템이 설정한 존재들일 뿐이니까.
도망친다 해도 돌아갈 곳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블린들은 명백하게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흔적까지 지우고 있어.’
고블린들은 곧장 거점을 향해 이동하는 게 아니었다.
지나쳐 온 흔적을 지우고, 감시자가 있지는 않은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은 물론 갑자기 방향을 비틀어 길을 바꾸기도 했다.
평범한 이였으면 진작에 고블린을 놓치거나, 녀석들에게 들키고 말았으리라.
‘이쪽으로 온 건 처음인데.’
회귀 전에는 이런 길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당시에는 그저 철저하게 시스템의 안내를 따라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을 뿐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 세운이 고블린을 따라 이동하는 곳은 시스템이 가리키는 방향과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
짧은 풀이 가득한 초원지대를 벗어나고, 늑대 숲처럼 나무가 무성한 숲이 나타났다.
고블린이 빽빽한 나무 사이로 들어가자, ‘제왕 독수리의 척안’을 활용한 세운의 추적도 끝이 났다.
‘생각보다 넓다.’
아마, 지금 보이는 숲 전체가 고블린의 영역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저 안에 존재하는 고블린의 수는 최소 천 마리. 심하면 그 몇 배나 되는 고블린이 존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저 정도 규모라면 분명 네임드 몬스터도 존재하겠지.’
세운은 확신했다. 저곳이 ‘잊혀진 영웅의 수행처’와 같은 히든 던전일 것이라고 말이다.
‘그냥 불태워 버릴까?’
잠깐 그런 생각을 가졌던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숲이 불타면 그 안에 숨겨져 있을 정체 모를 히든 피스까지 훼손될 가능성이 있었다.
경험치는 얻겠지만, ‘폭식의 권능’이 있는 세운에게 레벨이나 능력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결론은 맨몸으로 고블린의 영역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까나.’
이곳은 초원이다. 고블린의 신중함을 떠올리면 저 숲에도 초원을 감시하는 고블린이 존재할 게 분명했다.
아마, 숲에 들어가기 전에 고블린들에게 들키게 되겠지.
아무리 세운이라도 천 마리가 넘어가는 고블린을 전부 상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운이 고민하는 건 막막함 때문이 아니었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어떤 보물을 사용해서 어떤 방법으로 들어갈지. 그러한 고민이었다.
즉, 숲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이미 확정된 사항이었다.
* * *
고블린 부락을 둘러싸고 있는 숲의 외곽. 그곳에는 수십 마리의 고블린이 나무 위에 걸터앉아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러나.
“키약, 키야악!”
“키히힛! 키힛!”
말이 경계일 뿐이지 고블린들의 태도는 전혀 진지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게, 이곳의 감시 조건은 그야말로 최상이었다. 숲 바깥에는 장애물 하나 없이 넓은 초원이 탁 트여 있었으니까.
이렇게 대충 경계를 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침입자를 놓칠 리 없었다.
게다가 방금 전투에서 패배하고 복귀한 고블린 때문에 평소보다 경계가 엄중해지긴 했지만, 복귀한 고블린은 숙련된 기습조였다.
흔적을 지우고 감시를 파악하는 등의 능력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킥킥킥!”
때문에 고블린들은 경계라는 명목으로 꿀 같은 임무를 즐기고 있었다.
부락에서 노동을 하는 것에 비하면, 경계 임무는 휴식이나 다름없었다.
“키약! 케엑!”
고블린 하나가 옆의 나무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동료의 이름을 불렀다. 출출하니 내려가서 벌레나 잡아먹자고 제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몇 번을 불러도 동료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키익?”
화장실이라도 갔나? 아니면, 자기를 두고 혼자서 벌레를 잡으러 내려간 건가?
고개를 갸웃하던 고블린은 바로 옆에서 같이 경계를 서고 있는 고블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놈이랑은 그리 친하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끼익?”
동료가 보이지 않았다.
친하지 않았던 만큼, 말도 없이 사라질 애가 아닌데.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주위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여유로운 경계 임무인 만큼, 곳곳에서 작게나마 동료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게 보통인데 말이다.
그때.
“키, 키엑!”
고블린은 보고 말았다.
자신의 바로 아래에 쓰러져 있는 목 없는 시체를.
눈을 조금 굴리니, 조금 앞에 떨어진 동료의 머리통과 시선을 마주치고 말았다.
척!
고블린이 다급하게 풀피리를 꺼내 들었다.
아직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부락에 위급 상황을 알려야만 한다.
그런데.
“…….”
어째서일까? 아무리 불어도, 풀피리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려 했지만, 목마저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은 딱히 움직이지 않았는데 세상이 거꾸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점차 희미해지는 의식 사이로, 고블린은 목이 잘린 자신의 몸과 그 옆에 선 인간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시뻘건 가죽 갑옷과 피에 젖은 회색 망토를 입은 남자. 그의 손에는 온기가 남아 따뜻한 초록 피가 묻어 있는 단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걱정하지 마, 다들 먼저 가 있을 테니까.”
툭.
요란스럽던 숲의 외곽에 침묵이 찾아왔다.
* *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킬케르가식 은신술 ]– 한 때, 대륙의 귀족을 두려움에 빠트렸던 희대의 암살자, 킬케르가의 은신술. 수백의 경비와 전속 기사단조차도 주군이 죽기 전까지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탐욕의 권능이 있는 세운에게 들키지 않고 적진에 침입하는 것 정도는 간단했다.
게다가, 경계가 생각보다 허술했기에 고블린들을 처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고 외곽의 고블린을 모두 정리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지금 처리한 고블린들은 어디까지나 외곽의 경계역일 뿐이다.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도, 훨씬 더 많은 고블린이 우글거릴 거다.
은신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시간을 끌다가는 결국 들키고 만다.
차근차근 상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천 마리가 넘어가는 고블린을 세운 혼자서 처리할 수는 없었다.
스읏-
그렇게 생각한 세운이 마음을 정하고 나무 그늘 아래로 몸을 숨겼다. 마치 카멜레온과 같이 세운의 몸이 빠르게 자연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것이 바로 ‘킬케르가식 은신술’.
게다가 세운에게는 ‘클리어 슬라임의 땀샘’까지 있어 고블린의 코에도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케륵! 켁켁!”
“켁켁!”
그림자 속에 녹아든 세운의 바로 앞으로, 한 무리의 고블린이 다급하게 달려간다. 아무래도 외곽의 고블린이 죽은 것을 알아챘나 보다.
그 모습을 보며 세운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야.’
세운은 외곽에서 처치한 고블린을 숨겨두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라는 듯이 고블린의 사체를 바닥에 퍼트려 놓았다.
바로, 고블린의 적당히 높은 지능 때문이다.
고블린은 어린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기에 외곽에서 경계를 서던 고블린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경계가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거점 안에 있던 고블린 중 대다수가 밖으로 튀어나오겠지.
세운은 바로 그 순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 얼른 뛰어가라.’
외곽을 향하는 고블린들과는 반대로 세운은 조금씩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나무의 그늘에 숨고, 풀숲에 엎드리기도 하고, 나무에 올라 나뭇잎을 두르기도 했다.
은신에 집중하느라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그 어떤 고블린도 세운의 존재를 알아챌 수 없었다.
“케륵!”
그러다 경로를 가로막고 있는 고블린이 나타난다면?
서걱-
“켁…….”
망설임 없이 다가가 목에 어금니 단검을 쑤셔 박았다.
성대를 한 번에 꿰뚫은 덕에, 녀석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절명하였다.
툭.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시체를 질질 끌고 가 주변의 풀숲에 숨기거나 했을 테지만, 세운에게는 그 어떤 방법보다 훌륭한 처리 방법이 있었으니까.
-‘고블린 병사’를 포식하였습니다.
-더 이상 같은 개체를 통해 양분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이 나타나 고블린의 시체를 물어뜯었다.
근육은 물론 뼈와 혈액까지 모조리 집어삼키자, 고블린의 시체는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사라졌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맛도 질리고, 양도 적어 감질만 난다며 낮게 중얼거립니다.
베엘제붑이 불평을 터트리지만, 어쩔 수 없다. 네임드 몬스터라도 잡으면 태도를 역변할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하였을까?
숲의 크기는 생각 이상으로 넓었고, 나무가 점점 줄어들더니 마침내 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저긴가 보네.’
숲의 중앙.
비정상적으로 나타난 평지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이 아니었다. 고블린들이 벌목을 하여, 자신들의 부락을 지어둔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부락의 크기는 어지간한 마을 이상.
세운으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규모였다.
‘몬스터 수준이 낮긴 해도, 이 정도 규모면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야.’
세운이 눈을 반짝였다.
만약 무언가가 없다고 해도 이 규모면 공략과 함께 들어오는 공적치가 어마어마할 게 분명했으니까.
튜토리얼을 1위로 끝내는 것이 목표인 세운으로서는 꼭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케륵! 켁, 케륵!”
부락의 경계는 숲의 외곽과 비교도 안 되게 뛰어났다.
유일하게 보이는 입구는 수십의 고블린들이 지키고 있고, 부락 곳곳에 설치된 높은 감시탑 위에도 고블린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원답게 장애물도 하나 없어, 은신술을 사용한다 해도 들어가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야말로 빈틈없는 철벽 요새.
그렇다면.
‘빈틈을 만들어 줘야지.’
화륵!
세운의 손 위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다만, 세운이 목표로 한 건 입구를 지키는 고블린들이 아니었다. 입구를 공격한다면, 부락 자체의 경계가 늘어날 테니까.
그 대신.
콰아앙-!!
부락 바로 앞의 숲에 화염구를 집어 던졌다.
숲의 특성상 화염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며 풀과 나무를 집어삼켰다.
“키륵! 키야악!”
“키략, 칵!”
고블린들의 시선이 불길을 향해 집중된다. 부락에서 수많은 고블린이 다급하게 물과 모래를 들고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사이.
-히든 던전, ‘교활한 고블린 부락’을 발견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2,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감시탑의 고블린들이 화재 쪽으로 시선이 집중된 틈을 타, 세운이 벽을 타고 부락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