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5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54화(350/675)
제 354화
카지노의 전 주인이 모아 놓은 보물들.
박제품 역시 보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희귀한 몬스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당장 눈앞에서 왕관처럼 생긴 볏을 펼치며 검은 액체를 뚝뚝 흘리고 있는 바질리스크.
신체적 능력도 능력이지만, ‘석화의 마안’이라고도 불리는 고유 능력으로 적을 굳히고 독의 숨결까지 내뿜는 몬스터였다.
세운도 살아 있는 건 한 번밖에 보지 못한 희귀 몬스터.
그 외에도 최근 경매장에서 뿔을 사들인 적이 있었던 바이콘이라든가 깊은 지하 속에서 헤엄치며 광물을 헤집고 다닌다는 모래 아귀 등.
다양한 박제품이 아우터에게 잠식당한 채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안타깝네요~ 이어받은 거긴 하지만, 제법 마음에 들었던 것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전부 부숴야겠죠?”
“아마.”
경매장에서 백현이 사들었던 루나틱 웨어 울프를 떠올려 보아라.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그 시체 한 구가 몇천 포인트로 거래가 되었었다.
심지어 눈앞의 박제품들은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 있을 정도의 최상품.
희귀도 역시 루나틱 웨어 울프보다 높은 게 대부분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박제품들을 경매장에 내놓기만 해도 몇억 포인트의 값어치는 했으리라.
그녀가 아쉬워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소재 정도는 살릴 수 있을 거다.”
“에이, 괜찮아요~ 이 정도는 투자라고 생각하죠. 뭐. 지금, 생각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거든요~”
“루인.”
– 크르릉…….
세운의 생각을 읽은 루인이 검 밖으로 빠져나와 늑대의 형상을 갖추었다.
상대가 다수인 만큼, 이쪽도 머릿수를 늘리는 게 상대하기 편하다. 무엇보다 이쪽에는 아르카나라는 변수가 있었으니까.
그녀의 무력은 인정하지만, 혹여나 그녀가 아우터에게 잠식당하는 순간 판이 뒤집히게 되어 버린다.
“아르카나를 보호해.”
– 알겠다, 나의 주인이시여.
“어머, 든든해라~”
아르카나가 귀엽다는 듯이 루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서아 때도 그렇고, 루인은 기본적으로 세운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손길을 경계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몸을 움찔거리면서도 가만히 손길을 느끼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정체가 더욱더 궁금해졌다.
‘루인이 있으니 저쪽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고.’
명령은 철저하게 수행하겠지만, 혹여나 그녀를 무시하면 어쩔까 했던 걱정이 사라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우터를 사냥할 차례다.
루인을 떼어두면 파멸의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사용할 수 없는 전략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당신에게 ‘운석의 정수’를 하사합니다.
마몬의 메시지와 함께 짙은 갈색으로 물드는 뒤랑달.
파멸의 힘과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이 힘만 있으면 아우터를 상대하는 게 가능했다.
“그르르르륵-”
바질리스크를 잠식한 아우터가 석화의 마안을 번뜩였다.
눈을 마주치면 곧바로 석화. 눈을 마주치지 않더라도 저 마안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몸이 점차 굳게 된다.
세운이 곧바로 눈을 감으며 녀석을 향해 달렸다.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마나 스캔을 사용하자 바질리스크 특유의 응축된 마나가 느껴진다.
귀를 열어 소리에 집중하고 피부에 와닿는 기류를 느끼며 주변의 상황을 감지한다.
“구룩-”
“그르르륵-”
바질리스크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락지 않겠다는 듯이 수많은 몬스터가 세운을 가로막는다.
전부 희귀한 몬스터인 만큼 저마다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고 있지만, 당장 가장 위협적인 건 바로 저 바질리스크.
세운이 호접활공의 보법을 밟으며 녀석들의 공격을 피해 낸다.
그 모습이 마치 바람을 타고 휘청이는 민들레 씨를 보는 듯했다.
“그륵, 꾸르륵-”
물론, 거대한 덩치를 내세워 앞길을 완전히 가로막는 놈들까지 피해 가기는 어려웠다.
– 내공을 통해 태산십팔반검의 제오 초식, 태산압정(泰山壓頂)이 강화됩니다.
그럴 때는 어김없이 강행 돌파.
검이 아니라 도끼를 휘두른 것처럼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세운을 가로막은 녀석의 몸이 찌그러졌다.
녀석을 뛰어넘자마자 앞에서 일렁거리는 마력이 느껴졌다.
마력을 느끼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바질리스크의 또 다른 능력, 독의 숨결.
단순히 호흡기만을 침투하는 게 아니라 무생물까지 녹여 버리는 극산성의 독극물.
‘그럴 줄 알았지.’
바질리스크의 특성을 알고 있는 만큼, 아우터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하였다.
곧바로 미리 준비해 둔 와이드 실드를 넓게 펼치며 독의 숨결을 막아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상태로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빼지도 못한다.
다만, 이 역시 예상한 상황이었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이 초식, 빙룡승천(氷龍昇天)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빙룡승천을 응용한 투창술.
어느새 운석의 정수를 옮겨 짙은 갈색으로 물든 아펠리온이 서리를 휘날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와이드 실드를 넘어, 독의 숨결을 가르며 도착한 곳은.
푹!
“크륵-”
정확하게 바질리스크의 입 정중앙이다.
독의 숨결이 끊기자마자 높게 도약한 세운이 공중에서 몇 바퀴나 회전하며 내려와 뒤랑달로 내려그으며 바질리스크의 몸을 완벽하게 이등분 냈다.
그제야 뜨인 눈에는 세운의 빠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아우터들이 보였다.
‘약해.’
여태까지 상대해 왔던 아우터에 비교해도 훨씬 약하다.
바질리스크라는 희귀한 상급의 몬스터를 잠식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아무리 희귀하고 강력한 몬스터라 하더라도 저것들은 이미 명을 다한 지 오래된 사체.
애초에 생명체를 잠식하는 아우터의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숙주들이었으니까.
‘양도 그리 많지 않고.’
처음에 선제공격으로 아우터를 불태운 건 결코 의미 없는 일이 아니었다.
아우터가 어떻게든 저항하기 위해 숙주의 몸에서 꿈틀거렸지만, 그 양은 세운이 알던 것보다 현저히 적다.
최소 절반. 아니, 그 이상으로 양이 줄어든 게 분명하다.
파멸의 힘이 깃든 마법과 지팡이의 고유 능력, 드래곤 브레스는 그만큼이나 강력했다.
‘그렇다면, 망설일 거 없지.’
그 이후부터는 세운의 무대나 다름없었다.
루인이 없다고는 해도 이렇게 약한 아우터 따위는 세운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했다.
운석의 정수가 깃든 무기는 녀석들을 소멸시키기 충분했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사 초식, 혈랑포효(血狼咆哮)가 강화됩니다.
– 내공을 통해 자하검결의 제이 초식, 화우선형(花雨扇形)이 강화됩니다.
…….
각종 무공이 휘몰아치며 운석과 같은 짙은 갈색의 궤적이 곳곳이 그어진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쓰러지는 아우터들.
이전에 아우터를 상대로 고전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그루루, 쿠르르극!”
녀석들도 이대로는 세운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이리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벽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기도 하고, 바닥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는 녀석도 있다.
하지만, 녀석들의 기대와는 달리 5층의 벽면에는 그 어떠한 흠집도 나지 않는다.
‘뭐 이렇게 튼튼하게 만든 거야.’
입구도 출구도 없이 오로지 카지노의 주인만이 오고 나갈 수 있는 창고.
아르카나 이전에 군림하던 카지노의 전 지배자가 궁금해졌다.
서걱-
도망치는 데 실패한 녀석들이 세운의 손에 하나하나 쓰러져 나간다.
그러던 중, 녀석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통일된다.
‘저놈들.’
목적지는 세운의 뒤에 있던 카지노의 여왕, 아르카나.
세운에게 대항하는 것도, 이곳에서 도망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판단하여 어떻게든 새로운 숙주를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루인이 지켜주고 있다지만, 변수는 최대한 차단하고 싶은 마음에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지만.
“아…….”
세운은 곧, 그녀에게 보호 따위는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 *
“루인이라고 했지? 귀여워라~”
– 크릉…….
세운이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던 사이, 아르카나는 루인과 인사를 나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부러 시선을 끄는 듯이 앞으로 뛰쳐나간 덕분에 많은 아우터가 세운에게 집중되어 있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어딘가 숨어 있던 아우터들이 기어 나와 그녀와 루인의 주위를 둘러싼 것이다.
“아깝긴 해도 기분은 좋네요~ 박제된 건 영 보기 아쉬웠는데. 역시 살아 움직이는 게 훨씬 더 재밌다니까요?”
그녀가 곧바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첫 번째 카드는 다이아몬드 킹.
가볍게 위로 던져진 카드가 날카롭게 날아가더니 아우터 하나의 머리 위에서 크기를 부풀려 거대한 도끼의 모습이 되었다.
콰직!
그대로 두 동강 나는 아우터.
위협적인 파괴력이었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꾸륵, 꾸으윽-”
갈라진 박제품 사이에서 검은 액체가 꿈틀거리며 상처를 재생하고 몸을 붙였다.
이후에도 그녀가 던진 카드들이 아우터의 몸을 갈랐지만, 별 타격 없이 재생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역시 늑대 씨처럼은 안 되네요~”
파멸의 힘이나 운석을 이용한 공격이 아니면 아우터에게 상처를 주지 못한다.
그렇게 재생된 아우터 하나가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순간.
콰직!
“어머, 착해라~”
루인이 나서 아우터를 머리를 물어 뽑았다.
그녀가 해 왔던 공격과 달리 루인이 물어뜯은 머리는 쉽게 재생되지 못하는 모습.
그것을 지켜보던 아르카나가 두 눈을 반짝였다.
“우리 루인, 똑똑한 것 같은데. 이것도 써볼까요?”
그녀의 손에 들린 화려한 조커 카드가 긴 큰 낫으로 변했다.
말뜻을 알아들은 루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들더니 대낫을 입으로 물었다.
– 크릉…….
조금 어색한 듯이 바닥을 캉캉 내려찍었지만, 곧 익숙해지는 듯이 보였다.
달려드는 아우터 하나의 몸통을 대낫으로 가르더니 조금은 만족하는 모습.
손뼉을 치며 루인을 응원하던 아르카나가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흑백의 조커.
마찬가지로 대낫으로 변한 카드를 잡은 그녀가 낮게 속삭였다.
“링크(Link).”
– 크릉……?
그와 함께 루인이 물고 있던 대낫이 색을 잃었다. 반대로 아르카나가 들고 있던 대낫이 검붉게 물들었다.
색이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 짓던 아르카나가 대낫의 날을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후방을 향해 단숨에 휘둘렀다.
서거걱!
그어지는 검붉은 궤적.
궤적에 닿은 세 마리의 아우터가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두 동강 난 채 비명을 내질렀다.
심지어 이번에는 재생도 하지 못하는 상태.
그녀의 대낫에는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거 마음에 드네요~”
그 이후부터는 완전히 학살이었다.
몸이 끊긴 아우터가 포기하지 않고 반쪽짜리 몸을 이끌었지만, 그녀에게 닿는 것은 불가능. 몸이 수십, 수백 조각난 채로 쓰러졌다.
운석으로 인해 공격에 당한 것처럼 굳어지는 것과는 달리, 몸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소멸하는 게 완벽한 파멸의 힘이었다.
때마침 세운의 전투가 끝나고, 도망치던 아우터들이 모두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래간만에 재밌는 전투였네요~”
촤르르륵-
질렸다는 듯이 대낫을 내팽개친 그녀가 카드 덱 하나를 양손으로 퍼트렸다.
그대로 손을 놓았음에도 빠르게 회전하는 54장의 트럼프 카드.
아르카나가 그중 하나를 집어 들자 다른 카드들이 거짓말처럼 힘을 잃고 바닥으로 흩어졌다.
“오늘은 운이 별로네요~”
그녀가 집어 든 카드는 하트 킹.
카드는 곧 칼을 든 사람의 형상으로 인영화되었다.
왕의 옷을 입은 인영은 칼을 자신의 뒤통수에 가져다 대며 고통스러운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르카나가 재밌었다는 듯이 카드 몇 장으로 입가를 가리자.
푹!
한순간 비명을 멈춘 왕이 자신의 뒤통수를 찔러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고.
푸부부부북-!!
그와 함께 그녀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아우터들 모두의 머리가 잔혹하게 꿰뚫렸다.
그 모든 공격에 검붉은 기운이 서려 있던 탓에, 아우터 모두 일순간에 절명하였다.
– 크르르…….
그리고 그 옆에서, 어쩐지 색이 옅어진 루인이 힘들다는 듯이 끙끙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