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5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56화(352/675)
제 356화
세운이 아우터와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을 무렵, 카지노의 지하에 위치한 지하 투기장에서는 세운이 결승을 벌였을 때 이상으로 거대한 함성이 채워지고 있었다.
“와아아아!”
“밀어붙여!”
“잡아, 잡으라고! 잡기만 하면 끝이야!”
“좀 쓰러져라! 몸에 난 칼자국만 수백 갠데 왜 안 쓰러지는 거야!”
관객들의 호응이 멈추지 않았다.
해설자도 목을 아끼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며 전투를 중계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만큼이나 치열한 전투.
그 중앙에 서 있는 건.
“언제까지 이리저리 도망만 다닐 생각이지?”
“도망이라뇨, 전술이죠. 그렇게 움직이다가는 절대 세운 씨를 따라잡지 못할걸요?”
“도발인가?”
“네, 도발이에요.”
디아블로 길드의 유서아와 강한철. 그 둘이 서로를 마주 보며 으르릉거리고 있었다.
강한철이야 본래부터 싸움을 쫓아다니는 호전적인 성격이었지만, 유서아의 태도는 여태까지와 전혀 달라 보였다.
스스로 지하 투기장이라는 싸움터에 뛰쳐 든 것은 물론 도발을 당당히 인정하기까지 한다.
“네 전략은 이미 알고 있다. 당해 주는 건 한 번뿐이다.”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한철 씨에게는 전략이 없어 보이거든요.”
“도발이 과하군.”
“한철 씨의 전투는 너무 감정적이에요.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결코 세운 씨에게 닿지 못할 거에요.”
“너 역시 마찬가지다. 전략만 앞세운다면 결코 놈을 따라잡지 못한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그 감정적인 전투라는 걸 배우고 있는 거거든요.”
디아블로 길드원이 보았다면 기겁을 하며 둘을 말렸겠지만, 이는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었다.
상대의 약점을 지적하며 서로에게 보완점을 알려준다.
디아블로 길드의 마스터, 세운에게 닿기 위해 서로의 단점을 채워주고 장점을 끌어내는 중이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유서아도 이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었다.
“지지 않는다.”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둘의 전적은 1승 1패.
첫 전투는 유서아의 치고 빠지기 전략이 제대로 먹혀 강한철이 대처하지 못한 채 독에 먹혀 쓰러졌고, 두 번째 전투에서는 유서아가 강한철에게 잡혀 버리고 말았다.
가볍게 설명했지만, 그 전투는 지하 투기장의 관중 수를 2배가량 끌어 올릴 정도로 격렬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전투.
“두 선수, 대치 중입니다! 눈빛이 충돌하여 불꽃이 튀는 것만 같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누가 이기게 될 것인가!”
보통 이 정도의 강자가 등장하면 지하 투기장에서 참가를 거부하게 마련이지만, 둘은 달랐다.
그 팽팽하고 치열한 대결로 인해 지하 투기장의 흥행이 극에 올랐기에 지하 투기장에서는 둘의 참가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게 마지막.
이 세 번째 전투가 둘의 실력을 가리는 실질적 마지막 대결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둘은 아끼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드러냈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아가레스의 악어’의 형상을 받아들입니다.
천 옷이 다 찢어지고 유서아에게 베인 검상이 가득하던 강한철의 피부가 악어의 가죽으로 뒤덮였다.
안 그래도 거대한 덩치가 한층 더 부풀려지는 게, 세운과의 대결에서 사용했을 때보다 한층 더 발전한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콰아앙!!
강한철이 발을 구르자, 경기장뿐만 아니라 지하 투기장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흔들리는 대지로 인해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마는 유서아.
애초에 공간이 제한된 이 경기장에서 민첩형 검사인 유서아의 전투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첫 경기에서 괜히 강한철을 농락했던 게 아니었다.
모라프 대축제에서 세운과 강한철의 대결을 지켜본 후, 그녀는 디아블로 길드의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 플레이어 유서아가 ‘바알의 왕관’을 받아들입니다.
그녀 역시 강한철과 마찬가지로 바알의 힘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스스슷-
역으로 바꿔 잡은 쌍검의 끝에서 현세의 독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극독이 뚝뚝 흘러내린다.
포식자 특유의 위압감이 넘실거리자 가까이 자리 잡은 관중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켠다.
그녀의 머리 위에 나타난 왕관의 형상이 스르르 녹아내리며 전신에 바알의 힘을 흡수시킨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그래봤자 악어의 가죽은 절대 뚫지 못한 거라며 팔짱을 낍니다.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가죽 따위 독니로 가볍게 꿰뚫어 버리는 순간 전투가 끝날 거리며 비웃습니다.
콰아앙-!!
지하 투기장에서 역사로 기록될 둘의 전투가 막을 향해 내달렸다.
* * *
“우와, 수창 오빠! 오랜만이야!”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뭐 하고 있었어? 근데 오빠, 조금 냄새나는 것 같은데.”
“저는 수련하려면 물이 있는 곳이 편해서…….”
“라일락에 물가가 있었나?”
“지하에 하수구가 있었습니다. 냄새가 나긴 하지만, 꽤 넓어서…….”
“……저리 가, 오빠.”
디아블로 길드가 자리 잡은 라일락 외곽의 대주택.
발할라 길드와의 동맹 이후로는 두 명씩 같이 다녀야 한다는 제약마저 없어져 전부 각자 자기 일을 찾아다녀 한가하던 이곳에 길드원들이 모여들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건 처음이었기에 다들 안부를 묻기 바빴다.
“와, 그 갑옷 뭐예요?”
“이번에 경매장에서 산 소재로 어르신께 부탁해 만들었습니다. 좀 괜찮아 보입니까?”
“엄청 잘 어울려요! 저도 부탁해야겠어요.”
“부탁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할 겁니다. 어르신이 최근에 많이 바쁘시더라구요.”
“허허, 바쁠 게 뭐 있나. 우리 길드원들 장비라면 다른 걸 제쳐두더라도 먼저 만들어 줘야지.”
“어르신, 오셨습니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모두 성장한 게 눈에 드러날 정도였다.
장비가 바뀐 것만이 아니라, 당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힘의 총량부터가 다르다.
단순히 근력이나 마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강한철과 유서아처럼 성좌의 힘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장 흑익 길드와 전투를 벌였을 때보다 한층 더 강해진 모습.
아마, 흑익 길드와의 전투가 모두에게 좋은 자극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엔 어쩐 일일까요?”
“혹시 벌써 다음 시련에 도전하자는 걸까요?”
“그런 거라면 미리 준비를 마치라고 연락이 왔을 겁니다. 시련의 도전을 이렇게 예고도 없이 급작스럽게 벌일 분이 아니니까요.”
“하긴, 그렇죠. 그래도 그게 아니라면 길드장이 저희 모두를 소집할 이유가 없을 텐데.”
“발할라와의 동맹 소식도 길드챗에 짧게 남기는 정도였으니까요. 저도 궁금하군요.”
디아블로 길드원이 모두 모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세운의 소집령.
본래 쉼터에 들어가면 다음 시련에 도전하기 전까지 어지간하면 크게 관여를 하지 않는 세운이었기에 다들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추측이 난무하던 중, 드디어 세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평소의 담담하고 차갑던 모습과는 달리 어딘가 풀어진 얼굴에서 감정이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다들 바쁘실 테니 바로 본론을 얘기하겠습니다.”
미리 전해 들은 얘기가 없었기에 유서아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게 한숨을 내쉰 세운이 말을 이어갔다.
“당황스럽겠지만, 새로운 길드원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네?”
“새로운 길드원이요?”
모두 당황하는 모습.
그나마 유서아만이 잠시 고민하다가 ‘회귀 전에 알고 있던 유능한 플레이어라도 섭외한 건가?’라는 생각을 품을 뿐이다.
세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뒤에서 걸어 나오는 한 여성.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뿅 하고 나타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아르카나라고 해요. 다들 잘 부탁해요? 어머, 거기 둘은 쌍둥인가요? 귀여워라~”
갑자기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길드원 모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럴 수밖에.
카지노의 여왕이자 라일락의 실질적인 지배자라고 해도 그녀의 정체를 아는 인물은 극히 드물었으니까.
다만, 그중 몇 명은 그녀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유서아와 강한철, 최수창 등. 디아블로 길드에서도 유독 강력한 그들인 만큼, 본능적으로 아르카나의 강함을 알아챈 모양이다.
‘어떻게 소개해야 하지.’
소개가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앞으로 나오니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다.
당장 그녀를 ‘라일락의 지배자다.’라고 소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옳은 선택이겠지.’
사실, 그녀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세운도 고민이 많았다.
대화를 나눠보기는 했어도 아직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게 너무 많으니까.
해리의 때처럼 경우를 살펴본 것도 아니고, 신뢰를 가지지 못한 플레이어를 받아들이는 건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인재였다.
이성으로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전투력과 판단력은 탑의 플레이어 중에서도 놀랍도록 뛰어났다.
페널티를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위로 올라갈수록 그녀의 능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회귀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테니 불확실성만 감수한다면 여러모로 세운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될 인재였다.
“어머, 혹시 최근에 시계탑을 짓고 계시지 않았나요?”
“어? 어떻게 알았지?”
“당연히 알고 있죠~ 라일락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을 모를 리가 있나요. 시계탑의 제작자가 이렇게 귀여울 줄은 몰랐네요~”
“귀, 귀여워?”
“네! 아, 시계탑의 건설자를 보면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 시계탑을 라일락의 랜드 마크로 밀어볼 생각인데, 괜찮을까요?”
“당연하죠, 언니!”
“어머, 고마워라~”
길드원을 향해 먼저 다가간 건 아르카나 쪽이었다.
카지노에서의 태도나 평소의 말버릇으로 미뤄보아 길드원들을 무시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두 분은 지하 투기장에서 유명하신 분이네요~ 나중에 저랑도 한번 겨뤄 보실래요?”
“……강한가?”
“아마 제가 더 강할걸요?”
“당장 붙지.”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해요~”
심지어는 그 무뚝뚝한 강한철도 순식간에 넘어갔다.
이 정도면 마성의 매력이라 불러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그녀는 디아블로 길드에 빠르게 녹아내렸다.
유일하게 유서아만이 그녀에 대한 경계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티케는 괜찮은 건가.’
디아블로 길드와 함께하는 이상, 그녀의 성좌인 티케는 더 이상 이쪽을 바라볼 수 없다.
세운과 떨어지는 순간만이 소통의 순간일 텐데, 그녀는 세운에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마 지금쯤 저 위에서 손톱이라도 물어뜯고 있지 않을까.
사도인 만큼 힘은 힘대로 주고,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 정작 지켜보지도 못하게 되다니.
이쯤 되면 그녀가 정말 ‘무능한 여신’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하수구를 돌아다니고 계셨다구요?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라일락에도 작은 호수가 있답니다~”
“저, 정말입니까? 그게 어디…….”
분위기를 보아하니 유서아를 제외하고는 길드원 대부분이 아르카나를 인정한 모양이다.
물론 신뢰 관계가 구축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소한의 기반은 닦은 셈이다.
전투 능력을 확인했을 때 이상으로 그녀의 능력에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다.
삐빅-
때마침 울리는 알람을 확인한 세운이 시스템 창을 키웠다.
미리 설정해 둔 경매장의 경매 목록이 최신화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
[ 영웅의 도약 ]세운이 노리고 있는 물건이 금빛보다 더욱 찬란한 이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