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5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58화(354/675)
제 358화
“경매장은 엄청 오랜만이네요~”
“자주 들렀을 줄 알았는데.”
“늑대 씨도 아시겠지만, 저 신비주의랍니다? 경매장도 당연히 직원 보내서 낙찰받아왔죠~”
“그럼 지금은?”
“지금이야 늑대 씨가 가니까 같이 나온 거죠~ 영광으로 생각하셔도 된답니다?”
신비주의라는 말에 부정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그녀의 정체는 라일락 곳곳을 쏘다녔던 회귀 전의 세운도 알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심지어 지금도 얼굴을 드러낸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못 알아보고 있지 않은가.
다만.
“카지노 2층에서 얼굴을 확인한 플레이어들이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그녀와의 첫 만남 당시, 그녀는 카지노 직원의 게임 조작을 커버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 자리에는 세운만 있는 게 아니었기에 수십 명의 플레이어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챘다.
2층에 다다른 플레이어인 만큼 그들 모두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들일 터.
그들 중 일부가 그녀를 알아보면 어쩌나 싶었지만.
“아, 그거요? 거기 전체에 인식 방해 마법이 깔려 있었으니까 제 얼굴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걸요?”
그녀의 준비는 생각 이상으로 철저했다.
여섯 번째 쉼터에 다다른 플레이어들의 정신에 간섭하는 건 무척이나 어렵겠지만, 카지노에 설치된 마법은 세운의 생각 이상이었다.
아마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목도했던 플레이어 대부분이 카지노를 나가는 순간 그 모습을 잊었으리라.
“어서 오십…… 헉!”
경매장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당황하는 안내원이 보인다. 아무래도 아르카나의 정체를 알아본 모양.
“V, VIP 고객님을 환영합니다!”
말까지 더듬으며 허리를 숙이는 게, 그녀가 얼마나 거물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아무리 정체를 숙인다고 해도 시스템이 관리하고 있는 경매장의 직원까지 속일 수는 없었나 보다.
“어머~ 여기는 직원 교육도 제대로 안 되어있나요? 그렇게 시끄럽게 굴면 이목이 집중될 거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아, 혹시 저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아니, 그게.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경매장은 오랜만이라면서 당연한 듯이 귀빈 대우를 받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혀가 절로 내둘러졌다.
뭐, 그녀 덕분에 세운 역시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경매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 아카시아 경매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전히 화려한 경매장의 홀.
평소라면 홀에 대기 중인 플레이어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쪽으로…….”
안내원이 귀빈 전용 통로를 이용하여 둘을 안내해 준 덕분이었다.
부드러운 레드 카펫을 따라 걷다 보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리는 마음에 드십니까?”
“왜 한 자리뿐일까요?”
“아…… 그, 그게 저쪽 분은 아직 VIP에 도달하지 못하셔서…….”
“그러면 제 무릎에라도 앉혀야 하나요? 오랜만에 찾아왔더니 다들 감이 죽은 모양이네요. 실망인데.”
“아, 아닙니다! 바로 조치 취하겠습니다! 자, 잠시만…….”
아르카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쩔쩔매는 안내원의 꼴이 가관이다.
조금 불쌍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그녀의 옆에 세운 또한 VIP 좌석을 배정받았다.
경매가 진행되는 무대의 바로 앞자리.
미리 줄을 선다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 오로지 VIP 고객만을 위해 준비된 귀빈석이었다.
“‘영웅의 도약’을 사러 왔다고 했었죠?”
“맞아.”
“늑대 씨에게는 딱히…… 아, 혹시 회귀 전에 익혔던 스킬이라도 떠올리려는 건가요?”
“…….”
“맞구나~ 가끔 이렇게 얼굴에서 뭐 드러날 때 보면 진짜 귀여운 거 알아요?”
그녀 앞에서는 무언가를 숨기는 게 너무 어려웠다.
뭐, 이번의 경우는 예외라 할 수 있었다.
영웅의 도약이 가진 능력을 알고 있고, 세운이 회귀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추리였을 테니까.
“이제 슬슬 다른 사람들도 들어오네요~”
영웅의 도약을 탐내는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경매장에 들어왔다.
지금 보이는 플레이어 대부분 여덟 번째 쉼터에 도달했을 정도의 실력자.
그 이하는 영웅의 도약이 가진 능력을 알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도 살 능력도 없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아는 얼굴도 몇 있네.’
대형 길드의 길드장이나 이름난 랭커 등.
세운이라 하여도 유명한 플레이어의 얼굴 전부를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눈에 익은 플레이어가 많이 보였다.
그들을 둘러보던 중, 누군가를 발견한 세운의 미간이 단번에 찌푸려졌다.
‘저놈은…….’
쭉 째진 눈에 이마를 완전히 가린 앞머리.
금으로 된 십자가를 목에 걸고 새까만 사제복을 입고 있는 호리호리한 남성.
평범한 사체처럼 보이지만, 일곱 번째 쉼터에서 이름난 대형 길드를 운영하고 있는 길드장이었다.
세운이 그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이유는 간단했다.
‘펠체스…….’
회귀 전에 여정의 지침표에 익숙해지며 한창 모험가로 활동하던 무렵, 세운은 그의 의뢰를 받고 던전을 공략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보상이 쏠쏠했기에 제법 괜찮게 생각했지만, 나중에 가서는 완전히 적으로 남게 되었다.
위험한 상위 던전의 탐색을 맡기고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계약금을 주지 않거나, 계약된 것 외의 전리품까지 강탈하던 그였으니까.
항의를 해 보았지만 그는 길드의 명성까지 이용하여 세운을 압박했다.
이대로 계약을 멈추면 그 어디와도 계약하지 못 하게 하여 모험가로 활동하지 못 하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들었었다.
뭐, 그래도 그의 아래에서 얻은 게 없는 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마몬의 창고를 열 수 있었던 것도 저놈 덕분이었으니까.’
펠체스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녀석은 던전에서 얻은 열쇠의 사용처를 알아내지 못해 의뢰금 대신 그 열쇠를 세운에게 던져주었다.
그는 알지 못했겠지만, 이후에 필사적으로 정보를 모아 마몬의 창고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용서해 줄 생각은 없지.’
덕을 봤다고는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세운의 노력 덕분이었다.
세운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그때 받았던 열쇠는 어디에도 쓰지 못하는 고물일 뿐이었겠지.
“그런 표정은 또 처음 보네요~ 누구 하나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보이는데요?”
“……아니다.”
“아니긴요~ 저 사람인가요? 아니다, 저 사람이구나~ 어쩔까요. 확 죽여 버릴까요?”
“일곱 번째에 자리 놈은 놈이야. 못 죽여.”
“그거 알아요? VIP쯤 올라오면 문제 한 번 일으켜도 눈감아 준답니다~ 기껏해야 반년쯤 출입 정지되는 게 전부일걸요?”
“됐어.”
“그래요~”
그녀의 말에 잠시 혹했지만, 복수를 하더라도 직접 하고 싶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나 많은 귀빈분이 찾아와 주신 것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입찰자 대부분이 귀인인 만큼 경매자가 허리를 굽혔지만, 어차피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목적은 아부를 듣는 게 아니었다.
눈치를 살피던 경매자가 곧바로 오늘의 상품을 불러들였다.
“이 물건이 저희 경매장에 들어온 건 정확히 15년 만이군요! 그만큼이나 희귀하고 값진 물건이죠!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화앗!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정말 아름다운 보석이라며 눈을 크게 뜹니다.
단상 위의 천이 걷어지고, ‘영웅의 도약’의 외견이 공개되었다.
마나석과 비슷하게 푸른 보석의 형태를 띠고 있는 그것에서는 신묘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오, 저게…….”
“얼른 옵션 공개해!”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군.”
점잖게 앉아 있던 입찰자 모두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그 반응에 흡족해하던 경매자가 곧바로 물건의 정보를 띄우며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이 자리에 참여해 주신 만큼 전부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다시 한번 설명 드리겠습니다!”
벌써부터 번호판을 들고 경매를 시작하라는 무언의 항의가 보였지만, 경매자는 이를 애써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영웅의 도약! 영웅이 될 자격이 있으신 여러분 같은 분들을 한 층 더 높은 경지로 도약할 수 있게 해 주는 보석입니다!”
적혀 있는 능력과는 다르게 포장을 상당히 많이 한 설명이었지만,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영웅의 도약이 가진 능력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숨겨진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으니까.
여기서 말하는 잠재력의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지만, 사용해 본 자들의 말에 의하면 ‘무의식적으로 가장 원하고, 가장 필요했던 능력’을 개방한다고 전해졌다.
세운 역시 그 말을 떠올리며 이것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고.
‘여정의 지침표가 아닌 다른 스킬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여정의 지침표가 아니라면, 그 이상으로 세운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 스킬이 생성된다면 그것대로 잘 활용하면 될 뿐이다.
“……자! 설명은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바쁘신 몸인 만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2억부터 시작해 2천씩…….”
“2억!”
“2억 2천!”
“2억 4천!”
기다리고 있던 입찰자들이 곧바로 번호판을 들어 올렸다.
시작 가가 2억 포인트라니.
과연 영웅의 도약다운 가격이었다.
경지에 다다른 이후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영웅의 도약’은 쉽게 벽을 허물어트릴 수 있는 망치와도 같았으니까.
“참여 안 할 거예요?”
“이따가. 어차피 지금 손들어 봤자 의미 없잖아.”
“그렇긴 하죠~ 저번에 나왔을 때는 8억에 거래됐다고 들었으니까요.”
“5억 6천!”
“6억!”
가격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5억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절반 이상의 입찰자가 아쉬워하며 번호판을 내렸다.
그렇게 7억을 넘어 8억.
여기까지 왔는데도 가격은 멈출 줄 모르고 올랐다.
이미 예전의 최고가는 가뿐하게 뛰어넘은 상태.
입찰자 대부분이 이 이상은 생각하지 못했는지 구경하듯이 아직 번호표를 들고 있는 입찰자를 쳐다보았다.
“누구야? 누군데 이 이상 부르는 거야?”
“골드 체인에서도 손 내렸는데?”
“어떻게 하면 저 정도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건지, 나 참.”
현재 번호표를 들고 있는 입찰자는 총 다섯 명.
그중 하나가 바로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는 자, 펠체스였다.
‘저놈이 낙찰받았던 건가.’
9억 8천.
회귀 전에 영웅의 도약의 낙찰가였다.
상대는 차마 10억을 부르지 못하고 번호표를 내렸다고 들었다.
그 주인공이 펠체스였다니.
그가 일곱 번째 쉼터에서 세운과 같은 개인 플레이어를 농락하고 쥐어짜며 포인트를 벌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영웅의 도약이 필요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큰 이변 없이.
“9억 8천.”
펠체스가 그 가격을 불렀고.
“……젠장.”
마지막까지 번호판을 놓지 못하고 있던 플레이어가 욕설을 내뱉으며 손을 내렸다.
“대단합니다! 9억 8천! 더 없습니까? 10억 없습니까? 9억 8천이라니!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10억.”
기다리고 있던 세운이 번호판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찌그러지는 펠체스의 표정.
아무래도 이 이상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저놈은 또 뭐야?”
“10억? 10억이라고 했나, 지금?”
몇몇 입찰자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운이야 제헤튼에서 벌어둔 포인트를 카지노에서 부풀려 고작 한 번의 여정으로 모은 포인트였지만, 다른 이들에게 10억은 한 길드의 총예산을 아득히 뛰어넘는 금액이니까.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펠체스라 하더라도 이 정도가 한계였겠지.’
길드를 운용하며 길드원에게 공적치를 상납받는다지만, 그만큼 길드에 들어가는 예산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 예산을 초과하면 길드 자체를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펠체스라고 하여도 이 이상은…….
“10억 2천.”
“10억 4천.”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10억 6천.”
“10억 8천.”
“11억.”
“11억! 무려 11억이 나왔습니다!”
아니었다.
회귀 전의 경매에서 펠체스가 영웅의 도약을 9억 8천으로 낙찰받았던 것은 어디까지나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자 조급해진 것은 세운 쪽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15억.”
“시, 시, 시, 시, 십! 십오억 나왔습니다!”
설마 영웅의 도약이 이렇게나 높은 가격까지 뛸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된 거 더 높은 가격을 불러 펠체스를 곤란하게 하고 싶었지만, 세운이 가진 공적치도 이제 한계.
경매상의 규정상 자신이 가진 공적치 이상을 내거는 것은 불가능했다.
‘젠장…….’
하필이면 펠체스라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녀석에게 밀리다니.
주먹이 꽉 쥐어졌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회귀 전의 제한된 정보에 의존하여 포인트를 이 정도만 모으고 만족한 게 실수였다.
저 옆에서 펠체스가 할 테면 더 해 보라는 듯이 세운을 비웃고 있는 게 보였다.
세운이 이를 꽉 물며 번호판을 내리는 순간.
옆에서 아르카나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기 싫죠?”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한 속삭임.
그와 함께 옆에서 헤실헤실 웃기만 하던 아르카나가 번호판을 들고 당당하게 외쳤다.
“20억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