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5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59화(355/675)
제 359화
순간, 경매장 내부가 침묵으로 뒤덮였다.
20억.
그녀가 부른 금액은 그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가격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입찰자 몇 명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 지금 20억이라고 한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미친, 20억?”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번 물건이 아무리 가치 있는 물건이고, 시간이 지나며 그 가격이 뛰었다고 해도 이는 과거에 비해 두 배를 가뿐히 넘어가는 수치였으니까.
입찰자들과 함께 잠시 입을 벌리고 경악하던 경매자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20억 나왔습니다! 저, 정말 죄송하지만 제대로 부르신 거 맞으십니까? 20억이라고…….”
“맞아요~”
“20억! 정말 20억입니다!”
“저거 누구야? 아는 사람 없어?”
“처음 보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하면 20억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거지?”
조용했던 경매장이 거짓말처럼 다시 시끄러워졌다.
소란스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세운은 그녀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이지?”
“갖고 싶은 것도 있지만, 지기 싫은 거잖아요~ 회귀 전의 악연 같은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분해하는데 제가 참을 수가 있어야죠.”
“복수는 지금이 아니라도…….”
“그렇게 미루면 안 돼요~ 저, 뭐든 일찍 질리는 편이랍니다? 얼른얼른 강해져서 제 흥미를 끌어 올려주지 않으면 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건…….”
“일종의 투자랄까요? 대신 제 기대를 좀 더 빨리 충족시켜야 할 거예요~”
기대된다는 그녀의 눈빛이 부담되긴 해도 세운에게 나쁠 건 없는 제안이다.
무언가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큰 대가가 걸린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녀에게 빚을 지게 되었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지만, 솔직히 세운도 통쾌하긴 했다.
그도 그럴 게.
“20억! 20억 나왔습니다! 더 안 계십니까?”
아르카나가 20억이라는 믿기지 않는 가격을 언급한 후, 경매장의 모든 시선이 펠체스에게 고정되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는 지금까지 15억이라는 가격까지 내걸면서 입찰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아르카나에게 대적할 사람은 펠체스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표정은 자신의 재정 상황을 역력히 드러내 주고 있었다.
“……포기합니다.”
분노를 애써 삼키며 대답하는 펠체스.
고개를 숙이며 앞머리로 가려진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을 게 분명하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20억 이상은 내걸 수 없는 모양이다.
“진짜 괜찮나? 20억을.”
“괜찮아요~ 제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데요? 제 자산이 아니더라도 5층에 있는 것들만 팔아도 충분할걸요.”
“그거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거였나?”
“어차피 제 건데요, 뭐. 거기 갇혀 있어봤자 누가 봐주겠어요? 보물이란 건 누군가 지켜봐 줄 때 빛을 발하는 거랍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언젠가 둘을 자신의 창고로 초대해 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20억이라는 수치는 경매장의 예산이나 5층의 보물들을 제외한 그녀의 순수한 자산인 것 같았다.
길드 마스터도 아닌 일개 플레이어가 20억을 지니고 있다니.
그녀가 카지노의 여왕이라 불린다곤 하지만 대체 얼마를 지니고 있는 건지 총자산이 궁금할 지경이다.
“3, 2, 1! 낙찰! 영웅의 도약, 20억에 낙찰되었습니다!”
“20억이라니…….”
“저거 누군지 좀 알아봐. 보통 인물은 아닐 거야.”
“안 그래도 이미 정보 길드에 연락했는데, 정보료가 너무 터무니없네요. 대체 정체가 뭐길래 저러는지.”
“사지는 못했지만, 좋은 구경 했네. 나 참, 20억이 거래되는 현장을 보게 될 줄이야.”
적당한 가격이었다면 원하던 물건을 사지 못해서 억울할 법도 한데, 영웅의 도약이 너무 압도적인 가격에 거래된 덕분에, 입찰자들은 분해하기보다는 좋은 구경을 했다며 자리를 떠났다.
개중에는 아르카나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녀의 정체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사람들이 조금 나가니 경매자가 다가와 그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물건은 어떻게 받으시겠습니까? 받을 주소를 알려주시면 원하는 시간에 정확하게 배달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늑대 씨?”
“바로 가져가겠다.”
“하긴, 20억이나 들인 물건인데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으시겠지요! 잠금장치는…….”
“원물 그대로.”
“그럼 잠금장치까지 바로 해제해 드리겠습니다!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혹시라도 이 짧은 거리에서 도난이라도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보안에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경매자는 단상 위로 세운을 끌고 와 보안을 해제하는 걸 직접 보여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세운의 손에 들어온 ‘영웅의 도약’.
당장 마몬이 자신과 협상을 하지 않겠냐며 물어올 정도로 아름다운 외관이었다.
‘그래도 이건 넘겨줄 수 없지.’
다른 거였다면 조금이라도 고민을 해 보겠지만, 이건 아니다.
회귀 전의 세운의 전부이자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던 여정의 지침표를 되찾을 기회.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그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 생겨난다면, 그게 무엇이든지 100% 활용할 자신이 있었다.
“제 선물은 좀 마음에 드실까요?”
“고마워. 결과는 사용해 봐야 알겠지만.”
영웅의 도약을 챙기고 자리를 떠나려던 중, 둘의 앞길을 가로막는 인영이 있었다.
새까만 사제복을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자.
‘펠체스.’
그가 찾아올 건 예상했다.
하지만, 상태가 조금 안 좋아 보였다. 한 길드의 수장인만큼 감정 관리에 철저한 그가 눈에 보일 정도로 분노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분위기를 읽었는지 금세 떨리던 손을 멈추고 미소를 드러낸다.
“이거, 대단하시군요. 영웅의 도약을 노리는 플레이어 중에서 이런 자산가가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영웅의 도약의 실질적인 주인은 세운이다.
하지만, 펠체스는 세운을 대놓고 무시하며 아르카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어머, 죄송해라~”
“하하, 죄송하실 필요 없습니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이 낙찰받는 건 경매장의 순리니까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아르카나가 부드럽게 대응해 주자 그 역시 마음이 조금 풀린 느낌.
이참에 그녀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려는 속셈이 눈에 훤하다.
그녀에게 주의라도 줘야 하나 싶었지만,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제가 징그러운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네?”
펠체스가 내민 손을 그대로 무시하며 스쳐 지나가는 아르카나.
그제야 펠체스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늑대 씨, 얼른 가요~ 거기 있다가 냄새라도 배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그러지.”
처음 보는 사람의 면상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으면서도 통쾌하긴 했다.
뿌득-
옆을 스쳐 지나가며 본 펠체스의 표정은 회귀 전에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만큼 거하게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늑대 씨, 냄새 밴다니까. 얼른 와요~”
둘이 빠져나가고 펠체스 혼자 남은 경매장 안에서 차마 표현하기 힘든 욕설이 울려댔다.
* * *
경매장을 빠져나온 후, 세운과 아르카나는 라일락의 거리를 빠져나와 주택을 향했다.
방금 경매장에서 그녀가 보여준 자본 덕분인지 따라붙는 인영이 몇 있었지만, 따돌리는 것 정도야 간단했다.
“바로 쓰실 건가요?”
“그래야지. 잠깐 나 혼자…….”
“설마 절 버려두고 가시려는 건 아니죠? 그래도 제가 드린 선물인데, 감상할 권리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
너무 옳은 말이었기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이 물건을 사기 위해 그녀는 무려 20만 포인트라는 엄청난 공적치를 사용했으니까.
이후에 세운이 가지고 있는 포인트로 빚을 절반이나마 갚고 싶었지만, 그녀 쪽에서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절반을 받고 선물도, 빚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남기기 싫다던가.
덕분에 세운은 그녀를 데리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영웅의 도약이라…….’
다시 꺼내 보아도 아름답다.
푸른 빛이 감도는 그 안쪽에는 마나나 내공 같은 기운이 아니라 무언가의 열정이나 신념 같은 감정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거지?’
세운 역시 이를 사용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귀엽게 쳐다보던 아르카나가 대신 답을 알려주었다.
“그냥 마나만 조금 불어 넣어주면 알아서 인식해요~”
“어떻게 아는 거지?”
“아까 경매자가 이 물건이 들어온 지 15년 만이라고 했었죠? 그거, 제가 샀던 거랍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그저 그녀의 정체가 뭔지 더욱 궁금해지며 머릿속으로 감탄사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무슨 능력을 얻었는데?”
“그건 비밀이랍니다~ 너무 많이 알려주면 재미없잖아요?”
아마 탑을 오르며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비밀에 대해 100% 완벽하게 이해하는 날은 안 오지 않을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은 당장 손안에 쥐어진 보석을 사용하는 게 우선.
세운이 그녀의 조언에 따라 보석을 향해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반응은 그 즉시 나타났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아쉬워합니다.
푸르기만 하던 보석이 세운의 마나를 빨아들이며 검붉게 변하였다.
‘마나를 조금’ 불어 넣으면 된다는 그녀의 조언을 떠올리며 바로 마나 주입을 멈추려 했지만.
‘안 돼?’
영웅의 도약은 이를 허락하지 않겠다.
세운이라는 사람의 힘을 모조리 흡수하겠다는 듯이 탐욕스럽게 마나를 빨아들였다.
7서클에 다다르는 홍수와도 같은 마나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그냥 편안하게 몸을 맡겨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영웅의 도약은 마나가 바닥나는 순간 멈추지 않고 세운의 내공을 흡수했다.
질 좋은 내공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단전이 텅텅 비게 되고, 이제 끝나나 싶은 순간.
– 크릉?
믿기지 않게도 영웅의 도약은 신성까지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운의 머릿속으로 익숙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이건…….’
처음 여정의 지침표를 각성했던 순간.
여정의 지침표로 히든 피스를 찾아낸 순간.
예상치 못한 몬스터에 고난을 겪던 중, 여정의 지침표를 각성하여 급소를 찾아내 몬스터를 무찔렀던 순간.
마지막으로.
– 찾았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궁전.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번쩍이는 모습이 꼭 황금으로 이루어졌다는 천국의 길을 떠올리는 곳.
일만의 마귀가 거주한다는 지옥의 수도, 만마전을 찾아냈을 때가 눈앞에 펼쳐졌다.
눈앞을 가득 채우던 수백, 수천 개의 장면이 사라질 때쯤.
– ‘영웅의 도약’을 사용하여 플레이어 정세운의 고유 스킬, ‘여정의 지침표’를 습득하였습니다.
세운의 앞으로는 익숙하면서도 오랜만에 마주하는, 그리운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