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6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65화(361/675)
제 365화
51층의 시련, 망자의 쉼터.
이곳은 드넓은 필드만큼이나 수많은 웨이브 포인트가 존재한다.
모든 웨이브는 해당 포인트를 중점으로 일어나고, 플레이어들 역시 포인트에 자리를 잡는 게 보통이다.
플레이어가 배치되는 기준은 완벽하게 무작위.
같은 길드로 지원했다고 길드끼리 배정해 주는 친절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지금 세운이 소환된 장소 역시…….
“오, 사람 왔다!”
“정말 다행입니다. 안 그래도 사람이 부족해서 이번 시련은 포기해야 하나 싶던 참이었는데.”
“아직도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시도는 할 만하네. 영 안 되면 귀환서 찢으면 되니까.”
“지금 찢으면 본전은커녕 적자인데…… 크흠, 최대한 해 보죠.”
“최대한 해 봅시다. 저도 이번이 마지막 웨이브라구요.”
모르는 사람뿐이었다.
디아블로 길드 전원이 이동했으니 운이 좋으면 한 명쯤 걸릴 법도 한데…….
‘뭐, 어차피 같은 곳에 떨어졌어도 헤어졌을 것 같지만.’
솔직히 지금의 디아블로 길드가 가진 전력을 생각해 봤을 때, 한 포인트에 한 명의 길드원만 서 있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두 명 이상 같이 있어 봐야 경험치를 나눠 가지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까.
특히 유서아나 강한철, 백현과 같은 이들은 아무도 없는 포인트에 혼자 서 있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무슨 무기 쓰세요? 포지션 잡아야 하니까 직군이라도 알려주시면 좋겠는데.”
“근데 무슨 무기 하나 안 들고 있어? 다른 장비는 다 좋아 보이는데.”
“무투가 같은 건가? 아니, 무투가도 보통은 건틀릿이나 클로 같은 걸 사용한다고 아는데. 체격이 그리 크지도 않고.”
세운과 같은 포인트에 자리한 플레이어의 수는 총 셋. 제대로 된 파티를 만들기는 어려워 보이는 숫자다.
심지어 들고 있는 무기를 보아하니 전위로 설 만한 전사는 한 명도 없다.
사제 하나, 궁수 하나, 한 명은…….
‘연금술사도 아닌 것 같고. 저건 나도 모르겠네.’
외관으로는 직업군을 판단하기 어려워 보이는 플레이어까지.
근육이 거의 없는 호리호리한 몸 덕분에 근접계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것 정도를 알 수 있는 게 한계였다.
만약 세운이 아니라 평범한 전위가 들어왔다면 이들 앞에 서서 모든 웨이브를 받아내느라 피땀을 흘리지 않았을까.
그러는 와중에도 그들은 세운이 전위이기를 바라며 어떻게든 무투가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아니면 바로 자리를 떠날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그웨에에엑-!!”
저 멀리 어딘가에서 기괴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웨이브의 신호탄.
그 섬뜩한 목소리에 세운 앞에 있던 세 플레이어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세운이 귀를 쫑긋 세우는 순간, 여정의 지침표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정확한 방향을 가리켰다.
“오, 온다!”
“아이 씨, 빨리 무슨 포지션인지 부르라니까!”
“당신! 그냥 전위해요! 앞에서 버티기만 하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저 사제예요! 공격이랑 치료가 다 되니까, 괴물들이 뒤까지 오지 않게 막고만 있어요. 방어구도 좋아 보이니까 할 수 있죠?”
그러면서 눈치를 보며 귀환서를 품에 챙기는 게 눈에 보인다.
아마, 상황이 안 좋으면 전위에게 몬스터를 전부 떠넘기고 자기들끼리 귀환서를 찢으려는 것이겠지.
뭐, 솔직히 별생각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회귀 전, 탑을 오르며 저렇게 이기적인 플레이어들의 모습은 질리도록 봐왔으니까.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전에, 망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에에에엑-”
“그어어-”
땅에서부터 솟아 나오는 좀비들.
51층의 시련은 필드가 넓은 만큼 다양한 언데드가 존재하는데 이곳은 좀비와 관련된 몬스터들이 주를 이루는 모양이다.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한 녀석들의 수는 벌써 백 마리를 가뿐히 넘어간다.
과연 51층.
탑의 시련은 51층을 기점으로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얼른 막아요! 앞으로 좀 나가서! 방어 마법 걸어줄 테니까 겁먹지 말고요!”
조급해하는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운은 가만히 서서 언데드 무리를 향해 한 손을 내뻗었다.
백탑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법 중에서도 언데드를 퇴치하기에 가장 적절한 대표 마법.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턴 언데드(Turn Undead) ]– 오로지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백탑의 고유 공격 마법.
턴 언데드.
세운의 손에서 빠져나간 빛무리가 백 마리가 넘는 좀비를 감싸는 순간.
“그어-”
부스스-
좀비들이 가루가 되어 무너지며 바람에 흩날려 사라졌다.
처음에 잠깐 반짝인 빛무리를 제외하고는 화려할 것도 없는 마법이지만, 효과는 놀랍도록 확실했다.
주변에서 우글거리던 좀비들의 괴음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세운이야 예상한 결과에 무심한 표정을 지을 뿐이지만, 뒤의 플레이어들은 달랐다.
“뭐, 뭐야!”
“턴 언데드! 최고위 사제만 배울 수 있다는 마법일 텐데?”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실력이 뛰어나신 분일 줄은 몰랐네요!”
“이런 분을 전위로 내세울 뻔하다니, 제가 실수했어요! 진짜 강하시네요!”
상황 파악이 끝나자마자 세운에게 들러붙는 모습이 가관이다.
다만, 세운은 이미 앞으로 걸어 나가는 중이었다. 턴 언데드를 사용한 덕분에 텅 비어 버린 전방을 향해.
당연하게도 그곳은 포인트의 바깥이기에 세 플레이어는 세운을 따라오지 않았다.
포인트는 단순히 몬스터가 몰려오는 기점으로써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몬스터를 막아주는 지형적 이점이나 휴식 등, 다양한 이점이 존재하는 곳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직, 웨이브는 끝나지 않았다.
“그웨에엑-”
“어, 어디 가요! 그쪽으로 가면 이놈들한테 완전히 둘러싸인다고요!”
“아직 처음이라 잘 모르시나 본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포인트를 벗어날수록 강한 몬스터가 우글거린다니까요? 얼른 이쪽으로!”
“제, 제가 잘못했어요! 얼른 돌아와 주세요!”
세운이 처리한 전방과 포인트에 존재하는 두 바위벽을 제외한 한쪽 라인에서 몬스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세 명의 플레이어가 전위도 없이 상대하기는 어려운 수준.
플레이어 하나가 이를 악물고 포인트를 뒤로한 채 세운을 따라오려 하였지만.
“뭐, 뭐 이리 빨라…….”
세운은 이미 좀비로 가득 채워진 지평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 * *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큭큭거리며 남겨진 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관심 없습니다.”
애초에 세운의 목적은 조용히 다섯 번의 웨이브를 통과하는 게 아니었다.
시련을 통과하는 두 가지 조건 중 후자, 웨이브의 근원지를 부수는 것.
공적치나 보상을 위해서라도 후자의 조건을 택하는 게 이득이었다.
‘연습할 것도 있고.’
히스 래빗의 저택에서 얻은 ‘만병지함’.
그것을 이용한 전투법 역시 시험해 보고 싶었다.
아르카나가 가끔 상대해 주긴 했지만, 애초에 그녀와의 대련은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대련 내내 노골적으로 세운의 힘을 파악하려는 게 보였던 터라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꺼림칙했던 탓이다.
그렇다고 눈앞의 좀비들에게 사용하고 싶지도 않았다.
“턴 언데드.”
– 적탑의 묘리에 따라 ‘턴 언데드’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 백탑의 묘리에 따라 ‘턴 언데드’의 속성력이 상승합니다.
부스스-
51번째 시련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언데드 특유의 질긴 생존력과 죽여도 죽여도 끊이지 않는 물량 때문이었으니까.
하나하나의 전투력은 그리 높지 않아 무기를 휘두르기 아까울 지경이다.
아, 언데드니까 생존력이라고 하기는 부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간만의 제대로 된 식사에 환호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간만의 포식인데 씹는 맛이 부족하다며 그 마법 좀 그만 사용하면 안 되겠냐며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챙겨줄 때는 챙겨주려 노력하지만, 원하는 대로 따라주다가는 한도 끝도 없이 요구해 올 게 분명하다.
튜토리얼 때만 하더라도 불 마법으로 공격한 몬스터가 맛있다며 불 마법만 사용하라고 조르던 게 바로 베엘제붑이었다.
다른 성좌라면 몰라도, 베엘제붑만은 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그웨에에엑-”
“그웨에에-”
사방에서 좀비들이 밀려온다.
포인트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좀비의 수가 하도 많이 좀비로 이루어진 바다에 빠지기라도 한 기분이다.
‘회귀 전에는 이거 때문에 제대로 탐사도 못 했지.’
아니, 전혀 못 한 건 아니다. 웨이브와 웨이브 사이에 존재하는 짧은 빈틈 사이에 여정의 지침표를 최대로 활용하며 곳곳을 돌아다녔으니까.
물론, 정작 찾아낸 근원지에 도전할 무력을 갖추지 못해 기껏 찾아낸 장소를 눈으로만 훑고 돌아와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점점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던 중.
“그웨에에엑-!!”
처음 웨이브가 시작되었을 때 들려왔던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머리가 울리도록 시끄러운 것을 보니 근원지에 거의 다 도착한 모양.
‘여긴가.’
땅이 점점 질척거리기 시작한다. 늪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발을 내밀 때마다 발목을 붙잡아 온다.
이전에 유서아에게도 알려주었던 등평도수의 경공을 이용하여 그 위를 사뿐사뿐 걸어가다 보니 주변의 풍경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회귀 전에는 못 본 곳 같은데.’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는 물론, 플레이어의 것으로 보이는 사체까지 사방에 널려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체로 추정되는 것들이다.
지금 보이는 것들은 너무 많이 썩고 녹아 이미 제 형태를 구분하기 힘들 지경이었으니까.
철퍽!
조금 더 나아가려는 순간, 땅 아래에서 수십 개의 손이 튀어나와 세운을 노린다.
이미 준비 중이었던 턴 언데드를 사용하자 지금까지 보아왔던 좀비들과 마찬가지로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다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설마, 학습한 건가?”
이번에 나타난 것들은 몸에 검붉은 진흙 같은 것을 듬뿍 묻힌 상태였다.
턴 언데드를 사용해 보았지만, 저 진흙 같은 것에 가로막혀 통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언데드에게만 통하는 마법답게, 저렇게 형편없는 방어막에도 막히는 게 바로 턴 언데드다.
다만, 언데드에게 강한 공격은 백마법뿐만이 아니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인페르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화르륵!
뜨거운 불길이 진흙과 함께 튀어나온 것들을 진흙과 함께 구워냈다.
순식간에 도자기처럼 구워진 녀석들은 그대로 자리에서 무너져 땅속으로 빠져든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새로운 식감에 감탄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건 마치 잘 숙성된 발효식품을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는 듯하다며…….
베엘제붑의 반응이 들려왔지만, 가뿐히 무시.
이후에도 마치 세운의 실력을 시험하려는 듯이 다양한 방식으로 좀비들이 습격을 해 왔다.
당연하게도, 그중에 세운에게 닿는 공격 따위는 없었다.
이곳의 주인 역시 그것을 눈치챈 것일까?
척.
마침내, 근원지의 주인으로 보이는 몬스터가 땅 아래에서 첫 손을 내밀었다.
좀비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굵은 팔뚝.
그 팔뚝에서는 조금 전에 습격해 온 좀비들이 바르고 있던 검붉은 진흙 같은 게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아우터를 연상케 해서 세운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그웨에에엑-!!”
근원지의 주인, ‘녹아내린 원한’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