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6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68화(364/675)
제 368화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
놈들은 흉흉한 분위기를 뽐내는 중갑옷을 입고, 검게 물든 사령마를 타고 있었다.
다른 몬스터처럼 덩치가 거대한 건 아니지만, 그 위압감만은 다른 몬스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어나라.”
“병사들이여.”
“검을 들어라.”
놈들은 자신들이 ‘지휘관’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수하의 병사들을 소환했다.
철그럭거리며 지면을 뚫고 기어 나오는 스켈레톤들.
뼈만 남은 최하위 스켈레톤이 아니라 낡지만 제대로 된 장비를 챙겨 입은 스켈레톤 솔저들이었다.
필드의 일반적인 몬스터에 비해 아주 조금 약할 뿐이지만, 데스 나이트의 지휘를 받는다면 말이 달라진다.
“적은 두 명.”
“포위 진형을 갖추어라.”
“방패를 들어라. 적을 압박하라.”
생명을 갈취한다는 언데드 특유의 본성을 버리고 데스 나이트의 지휘에 따르는 스켈레톤들.
순식간에 진이 꾸려지며 놈들이 세운과 최수창을 포위했다.
수적으로 압도적인 상황인데도 데스 나이트들은 전혀 방심하지 않고 있었다.
“데스 나이트 한 기…… 아니, 이 스켈레톤들 좀 묶어둘 수 있겠습니까?”
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제법 까다로운 전투가 벌어지리라 예상되었다.
그 와중에 최수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되니 괜히 걱정되어 스켈레톤을 맡기려 하였지만, 최수창은 고개를 저었다.
여태껏 세운의 말이라면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던 그였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곧 그의 입에서 새로운 의견이 나왔다.
“제가 마스터를 보조하겠습니다.”
“보조?”
“네. 아마, 그게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아직 수창 씨의 스킬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합을 맞추기 어려울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원래 하시는 대로 싸우시면 제가 알아서 보조하겠습니다.”
최수창과 합류한 이후, 세운이 워낙 빠르게 몬스터를 정리하다 보니 그가 실력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
세운이 길드원과 합류를 하려 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가 근원지의 주인을 혼자 사냥할 정도로 강하다고는 알고 있다. 그가 어떤 능력을 쓰는지도 대충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의 전투 스타일을 확인하지 못했다.
보통이라면 합이 맞지 않는 상대에게 보조를 맡길 생각 따위 하지 않겠지만.
“알겠습니다.”
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고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을 안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디아블로 길드만은 믿어야만 한다.
혼자서 아우터를 쓰러트릴 수는 있지만, 혼자서 탑을 전부 지킬 수는 없으니까.
혼자 아무리 발악하며 아우터를 사냥해도 성좌가 전부 잡아먹히고, 플레이어들이 잠식당하여 탑이 무너지면 세운 역시 끝장이다.
전투의 시작은 역시…….
– 적탑의 묘리에 따라 ‘턴 언데드’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 백탑의 묘리에 따라 ‘턴 언데드’의 속성력이 상승합니다.
파앗!
커다란 방패를 내세우며 포위 진형을 이루고 있는 스켈레톤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찬란한 광휘의 빛이 번쩍이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스켈레톤들이 먼지로 산화하여 흩뿌려졌다.
“방패를 들어라!”
“동료를 지켜라!”
“목숨을 바쳐라!”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 데스 나이트들의 지시.
이에 스켈레톤들이 방패를 더욱 높게 들어 빛으로 후위의 스켈레톤을 가렸다.
비록 전위의 스켈레톤들은 부서지고 있었지만, 뒤쪽의 스켈레톤들이 착실하게 창을 내뻗으며 달려들었다.
인간이었다면 엄청난 전우애라 생각되었겠지만, 놈들은 그냥 명령을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날아오는 창을 보며 세운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던 중.
“신경 쓰지 마십시오. 계속…… 나아가시면 됩니다.”
– 플레이어 최수창이 ‘새벽의 밀물’을 사용합니다.
쏴아아-!
최수창의 발밑에서부터 물길이 터져 나왔다.
파도가 넘실거리며 적진을 휩쓸었고, 전위에서 방패를 들고 있던 스켈레톤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창을 내지르던 스켈레톤들 역시 마찬가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위가 무너지며 턴 언데드의 빛이 후위의 스켈레톤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괜찮은데.’
왜 보조를 맡겠다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최수창의 말에 확신을 받은 세운이 더욱 공격적으로 앞을 향했다.
아직 스켈레톤의 절반 이상이 살아 있는 상태였지만, 그를 믿고 데스 나이트를 향해 나아갔다.
“막아라!”
“목숨을!”
“바쳐라!”
저 훌륭한 사령마 위에 앉아서는 꼼짝도 않고 스켈레톤에게 지시만 내리는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
그들의 병사가 스켈레톤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분명 안쓰러워했을 것이다.
세운이 자세를 낮게 숙이며 스켈레톤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러자, 방금 턴 언데드로 쓰러졌던 스켈레톤의 뼛가루에서 새로운 스켈레톤들이 올라왔다.
‘어차피 스켈레톤은 소모품일 뿐.’
이렇게 규모가 커진 전투에서는 공격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당연하게도, 그 대상은 저 멀리에서 스켈레톤을 다루고 있는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
자세를 숙였다고 한들 스켈레톤 사이를 지나가는 거라 갖은 창칼과 날카로운 뼈 손이 세운을 찔러왔지만.
푸홧!
세운의 양옆으로 물길이 일어나며 길이 만들어졌다.
완벽한 보조.
데스 나이트를 향한 길이 완전히 뚫렸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카앙!
시원하게 뚫린 길을 내달려 점프한 세운이 뒤랑달을 휘둘렀다.
어지간한 몬스터는 세운의 첫 공격도 받아내지 못하고 몸이 두 동강 나는 게 대부분인데, 녀석은 스스로의 수준을 증명하듯 세운의 검을 막아냈다.
“뛰어난 실력자로구나!”
“하지만, 산자는 결코!”
“망자를 죽일 수 없는 법!”
눈앞의 데스나이트가 건틀릿을 낀 손으로 세운의 검날을 붙잡는다.
이어서 양옆의 데스 나이트가 세운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세운은 뒤랑달의 검날을 쥐고 공격을 봉쇄했다고 생각하는 데스 나이트를 비웃으며 검에서 손을 놓는다.
예전이었다면 몰라도, 만병지함을 손에 넣은 세운에게 검을 봉쇄하는 것 정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스릉-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한 자루의 단검.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 사이에 끼어 있었기에 크거나 긴 무기는 방해가 될 뿐이다.
무기는 생겨났지만, 당장 좌우에서 동시에 공격이 들어오는 상황. 심지어 그 공격 모두 오러가 둘러 있어 가볍게 흘릴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운은 방어를 포기하고 단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수창 씨.”
촤르르륵!
바닥을 뚫고 나온 작살이 데스 나이트의 팔목을 꿰뚫었다.
작살과 연결된 밧줄이 팽팽해지더니, 데스 나이트가 저항하지 못하고 사령마에서 떨어졌다.
검을 휘두르고 있던 터라 균형이 쉽게 무너진 탓이다.
결국 세운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 데스나이트는 한 기.
가볍게 상체를 비틀며 단검으로 놈의 검을 비껴내며 그대로 녀석에게 단검을 휘둘렀다.
전신이 중갑옷으로 무장되어 있지만, 여정의 지침표는 흉갑과 목이 연결되는 부위에 존재하는 미세한 빈틈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푹!
“산 자의 손에…….”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무기를 휘두르려던 녀석의 빈틈에 단검을 꽂은 그대로 발로 차 밀어냈다.
뒤를 돌아보니, 두 기의 데스 나이트가 정신을 차리고 오러를 피워 낸다.
그때, 바닥에서 수십 개의 작살이 동시에 솟아오른다.
– 플레이어 최수창이 ‘크라켄의 사냥’을 사용합니다.
푸부부북!
튕겨 나간 작살의 수가 절반 이상.
그마저도 적중당한 건 대부분 갑옷을 입지 않은 사령마 쪽이었다.
그러나, 작살을 이용한 공격의 무서움은 단순한 공격력이 아니었다.
마치 크라켄의 다리처럼 휘청이던 작살들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데스 나이트의 몸을 휘감은 것이다.
밧줄이 놀랍도록 팽팽해지며 두 데스 나이트의 몸을 완전히 속박했다.
– 플레이어 최수창이 ‘정오의 썰물’을 사용합니다.
이어서 사령마에게 꽂힌 작살이 기생충처럼 사령마의 수분을 빨아들였다.
사령마에게 혈액이 존재할 리 없지만, 최수창이 사용하는 기술은 단순히 수분을 빨아들이는 것 이상의 개념으로 보였다.
순식간에 미라처럼 메말라 가며 쓰러지는 사령마.
위에 있던 데스 나이트들도 그 공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는지 몸이 퍼석퍼석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망자에게!”
“산 자의 공격은!”
그래도 곧 자신들의 수준의 증명하려는 듯이 몸을 부풀리며 밧줄을 모두 끊어내고, 작살을 튕겨냈다.
다만, 그 직후에 데스 나이트들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두 번째 능력, ‘광란’이 깨어납니다.
검붉은 빛에 휩싸인 채로.
– 내공을 통해 오룡활보의 제오 초식, 적룡흘아(赤龍齕牙)가 강화됩니다.
거대한 양날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세운의 모습이었다.
중갑옷 사이의 이음새를 정확하게 비집고 들어와 그 좁은 공간을 거칠게 파고드는 양날 도끼.
첫 번째 데스 나이트의 목이 날아가고, 두 번째 데스 나이트가 저항하려 하였지만.
“잡았……습니다.”
서걱-
또다시 지면에서 솟아 나온 작살이 놈의 손목을 꿰뚫어 당기며, 세운의 도끼가 그대로 놈의 머리까지 떨어졌다.
목이 잘려 나간 세 데스 나이트의 몸이 다시금 부활하기 위해 꿈틀거렸지만, 세운이 곧바로 백마법을 사용하여 놈들을 소멸시켰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너무 쉽게 끝난 전투.
“대단한데요?”
“과찬입니다.”
– 성좌, ‘반짝이는 비늘’이 크게 만족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전투의 핵심은 최수창이었다.
강한철처럼 압도적인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서아처럼 재빠른 움직임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실질적인 전투 능력 자체는 떨어질지 몰라도, 서포트 능력만큼은 강한철이나 유서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처음 합을 맞추는 건데도 이 정도라니.
이런 능력이라면 세운만이 아니라 다른 길드원과 합을 맞춰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 망자의 근원지인 ‘끝의 세 기사’를 성공적으로 공략하였습니다.
– 시련 ‘망자의 쉼터’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데스 나이트들이 사라지자 자연스레 뒤따라오던 스켈레톤들 역시 전부 무너졌다.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자 생각 이상의 능력치가 흡수되며 베엘제붑이 기뻐하는 메시지가 떠 올랐다.
그 단단한 중갑옷까지 잘근잘근 씹고 있는 모양.
분명 다음 쉼터를 위해 먹이를 아껴둘 거라고 한 것 같은데, 메시지를 보고 있으면 전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저곳인 것 같습니다.”
“그래 보이네요.”
예상대로 저 세 마리의 데스 나이트가 있던 곳이 마지막 근원지였다.
흐름을 따라 걸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더 이상의 몬스터는 없었다.
대신.
“흉흉해 보이긴 하지만, 이건 분명…….”
“아마, 제단일 겁니다.”
어느새 검게 물든 배경과 완벽하게 동화되어 흉흉한 사기를 내뿜고 있는 제단이 둘을 반겨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