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7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74화(370/675)
제 374화
망자의 무덤.
이곳은 세운이 마음껏 활약했던 시련 중 한 곳이었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유품을 찾아내고 무덤을 선택하는 것은 여정의 지침표를 사용하는 세운에게 딱 알맞은 목표였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여정의 지침표를 되찾은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번에는 활동반경을 좀 더 넓힐 수 있겠는데.’
회귀 전보다 여정의 지침표를 더욱 잘 사용할 자신이 있었다.
지금은 당시에 상대하지 못했던 강한 몬스터를 상대할 수도 있고,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음은 물론, 튜리크의 날개로 비행까지 가능하니까.
무덤 테마의 세 가지 시련은 빨리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막상 52층에 도착하니 설렘을 감추기 어려웠다.
[ 유서아 : 다들 괜찮으신가요? ] [ 백현 : 네, 보호하던 플레이어들도 전부 라일락으로 귀환한 모양입니다. 저희는 어쩔까요? ] [ 유서아 : 음, 저희도 다음 시련에 올라가도 괜찮겠지만……. ] [ 강한철 : 난 남아서 싸울 거다. ] [ 유서아 : 네, 솔직히 오히려 난이도가 올라서 힘을 키우기는 더 좋게 느껴지네요. 개인 상황에 따라서 각자 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 한아름 : 아싸, 지금 가만히만 있어도 경험치 쌓이는데? ] [ 한다운 : 나도! 레벨 엄청 올랐다니까? ] [ 박정필 : 형님, 어디십니까! 저 올라왔는데 같이 다녀주십쇼! 여기 너무 무섭습니다! 크흑흑. ] [ 한아름 : 저거, 도망친 거네. ] [ 박정필 : 도망이라니! 이건 어디까지나 형님을 모시기 위한……. ]세운이 거인을 삼킨 것 때문에 51층에서 여러 이변이 발성한 것 같았지만, 디아블로 길드원은 전부 잘 대처하고 있는 모양.
오히려 이변 때문에 더욱 즐거워하는 느낌이다.
‘일단은 가 볼까.’
당장 여정의 지침표를 이용해 무언갈 찾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그렇게 발을 떼려는 무렵, 세운의 옆에서 미약한 빛이 생겨나며 인영 하나가 나타났다.
‘플레이어?’
51층과 달리 52층은 완전히 개인전이다.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이 넓은 필드에서 무작위로 자리가 배치되니 어지간하면 시작 지점이 겹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51층의 상황을 떠올리면 52층에 올라올 만한 플레이어의 수도 많지 않을 텐데.
그리 생각하며 호기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 역시 전 운이 좋네요~”
“……아르카나?”
“아나라고 불러주기로 한 거 잊으셨나요?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아르카나.
시련에 도전하는 모습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화려하고 새까만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52층에 올라왔다는 건 51층의 목표를 완수했다는 뜻인데, 그녀가 입고 있는 옷에는 언데드의 살점이나 핏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련이 아니라 연회장에 들른 것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그래, 아나.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된 거냐뇨~ 운 좋게 늑대 씨랑 마주친 것뿐이죠?”
“51층은?”
“제가 거기서 뭘 더 하겠어요? 형식상 올라오고 있는 것뿐이지.”
하긴, 그녀는 이미 여덟 번째 쉼터까지 올랐던 적이 있는 하이 랭커다.
페널티로 인해 능력치가 감소한 상태라고는 하나, 겨우 51층에서 얻을 것 따위는 없다.
아마 60층까지도.
아니, 그녀의 실력을 생각해 보자면 70층까지도 그녀를 막아설 시련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 좀 때우다가 늑대 씨가 올라간다는 얘기 듣고 저도 올라온 거죠. 그러다 이렇게, 짠! 하고 만난 거 아니겠어요?”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니까 만나지 않았겠어요? 저라고 시스템에 관여하는 건 못 한답니다~ 그저 운이 좋은 것뿐이지.”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아무래도 저 운은 무능한 여신의 것이 아닌 것 같다며 관심을 드러냅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무능한 여신이 왜 아직 그녀에게서 손을 놓지 못했는지 이해된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들 사이에서도 티케는 이미 무능한 여신 취급을 받고 있었다.
하긴, 그녀가 올림포스의 적대 관계라 할 수 있는 세운의 디아블로 길드에 들어온 상황에서도 티케는 여전히 그녀를 사도로 붙잡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관리소의 규제로 관여가 차단되어 있을 텐데, 무슨 생각일지 궁금하기는 하다.
‘진짜 우연이라는 건가.’
행운.
인과율에 가까운 그 힘이 탑에 어느 정도로 작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니 행운이 시련이나 시스템 그 자체에도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같이 다녀봤자 너한테 좋은 건 없을 텐데?”
기왕 52층에 들어온 거, 회귀 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히든 피스라도 찾아낼 생각이다.
52층 정도라면 제법 쓸 만한 보상을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
겸사겸사 몬스터도 처치해서 베엘제붑의 먹이도 제공해 줄 생각이니, 그녀가 옆에 붙어 있다 한들 도움 될 게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옆에서 몬스터 사냥을 거들면 방해만 될 뿐이다.
……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머, 전 아무것도 안 할 건데요?”
“뭐?”
“애초에 52층에서 뭘 하겠어요~ 제가 흥미가 있는 건 오로지 늑대 씨뿐인걸요?”
애초에 그녀는 무언가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세운을 관찰하고 싶었을 뿐.
아무것도 안 하고 관찰만 한다고 해도 괜히 신경 쓰며 같이 다니는 것보다는 혼자가 좋을 것 같았지만…….
“운석, 잊은 거 아니겠죠?”
“언제까지 우려먹을 셈이지?”
“아, 그리고 영웅의 도약도!”
“하아…….”
세운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그녀에게 진 빚이 경매장에서만 20억이다.
거기에 운석까지 별 대가 없이 내준 것까지 치면, 확실히 그녀에게는 세운에게 부탁을 할 권리를 지니고 있었다.
방해한다고 하지도 않았으니, 데리고 다니는 수밖에.
세운이 알아서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이번엔 어디를 탐색할 생각이에요?”
“회귀 전에 안 갔던 곳…… 아니, 못 갔던 곳을 둘러보려고. 일단은 이곳의 위치부터 알아봐야지.”
유서아와 아르카나.
현재 세운이 회귀에 관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언급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들이다.
그녀가 계속 엉겨 붙는 건 어쩐지 꺼림칙했지만, 이렇게 속을 터놓고 말할 수 있어 조금은 편하기도 했다.
“그래도 태생은 못 속이나 보네요~ 그거 알아요? 지금 얼굴, 영웅의 도약을 사용했을 때랑 비슷하다는 거.”
“회귀 전에는 내 전부나 다름없는 스킬이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건 칙칙한 분묘뿐.
저런 형태의 분묘는 52층에서 가장 흔한 모습이었기에 이곳의 위치를 특정할 지표는 되지 않았다.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려 여정의 지침표를 발동해 보아도 거리 탓인지 흐릿한 방위를 알려줄 뿐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단서가 이것 뿐이기에 흐릿한 방위를 따라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어- 볼-”
화륵!
52층에 입장한 것을 환영한다는 듯이 뜨거운 불꽃 세례가 날아왔다.
뒤랑달을 휘둘러 불꽃을 가볍게 베어내고 보니, 이빨을 딱딱거리며 지팡이를 들고 있는 해골이 보인다.
‘스켈레톤 메이지.’
적은 놈 하나가 아니었다. 바로 이어서 수십 개의 불덩이가 한 번에 날아온다.
최소 스무 마리 이상의 스켈레톤 메이지가 기습을 해 오고 있었다.
확실히 52층에 비해 높아진 난이도.
하지만.
– 적탑의 묘리에 따라 ‘턴 언데드’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 백탑의 묘리에 따라 ‘턴 언데드’의 속성력이 상승합니다.
그래봤자 언데드일 뿐이다.
턴 언데드의 밝은 빛에 무너져 내리는 메이지들.
그나마 후열에 자리 잡은 메이지들은 다크 실드라 불리는 어둠의 방패를 펼쳐 빛을 막아냈지만.
서걱-
놈들이 다크 실드를 캐스팅하는 중에 한순간에 달려온 세운의 검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머, 이거 저 가져도 되죠?”
“겨우 그걸로 되겠어?”
“어차피 여기서 얻을 만한 것도 없는데요~ 통과 자격만 획득하면 되죠.”
마지막 메이지를 쓰러트리고 떨어진 브로치.
안에 사진까지 들어 있는 것을 보아 무언가 퀘스트를 거쳐 상급으로 진화하는 아이템으로 보였다.
성장만 시키면 제법 쓸 만한 아이템으로 바뀌겠지만, 그래봤자 A급.
고작 메이지 한 무리를 쓰러트리고 얻은 것치고는 무척이나 좋은 아이템이지만 세운은 고개를 저었다.
‘겨우 저런 걸로 만족할 수는 없지.’
52층에서 들고 갈 수 있는 유품은 단 하나.
적어도 S급 이상의 보상을 짚고, 그에 상응하는 무덤을 선택하여 올라갈 생각이다.
아르카나에게는 쓰레기들로 보일지 몰라도, 세운에게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품 정도면 제법 쓸 만한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러든가.”
“아, 그리고 또!”
“뭔데?”
“루인, 꺼내주면 안 될까요? 오랜만에 같이 놀고 싶어서요~”
우웅-
그녀의 말에 성흔이 즉각 반응했다.
평소라면 루인의 감정이 어느 정도 느껴지겠지만, 지금은 어쩐지 아쉬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듯했다.
루인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거인의 격을 어느 정도 소화하기 전까지는 루인을 소환할 수 없다.
“안 돼.”
“왜요~ 솔직히 저랑 노는 게 단순히 노는 게 아니잖아요? 늑대 씨도 느꼈을 텐데.”
“다른 이유야. 지금은 꺼낼 수 없어.”
“아쉬워라~”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루인은 그녀와의 ‘놀이’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명령의 인지 범위도 늘어났으며, 독립적 판단력도 늘었다.
그렇게 잠시 아르카나와 대화를 나누며 걷던 중.
“케르롸롸롹-!”
기괴한 울부짖음과 함께 기다란 생명체가 등장했다.
데스웜?
아니다.
강철처럼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비늘과 톱니처럼 날카로운 지느러미. 비늘 사이사이로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부식성 독극물.
흐뢰칼이라고도 불리는 언데드의 한 종류였다.
‘가디언인가.’
녀석이 나타난 곳의 뒤를 보자 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는 가운데에 튀어나와 있는 비석이 보인다.
저것 역시 무덤의 한 종류.
이 흐뢰칼은 저 무덤을 지키는 가디언이고, 세운이 무덤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느낌 모양이다.
‘저 무덤에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여정의 지침표가 녀석의 배 속에 들어 있는 유품을 가리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다만, 세운이 주목한 건 녀석이 아니었다.
‘흐뢰칼이라…….’
회귀 전에 라일락을 몇 번이고 재방문하면서 52층을 재탐험했던 덕분에 희미하게 흐뢰칼과 연못의 무덤이 기억났다.
흐뢰칼은 52층의 시련에서도 극히 드문 언데드다. 거기에 저 곡선형 비석 또한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다.
이곳을 시작 지점으로 길을 찾아가면 될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저 녀석을 처치하는 게 우선.
세운이 검을 휘두를수록 뒤에서 아르카나의 응원과 함께.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침을 꿀꺽 삼킵니다.
베엘제붑의 응원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