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7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75화(371/675)
제 375화
흐뢰칼.
녀석은 생각보다 강한 몬스터였다.
비늘은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에 전부 강했고, 뱀장어처럼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연못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무척이나 잘 활용하며 부식성 독극물로 원거리 공격까지 가능했다.
심지어 턴 언데드 같은 빛 속성 마법을 비늘로 튕겨내고, 불 마법은 물속에 잠수하여 피하기까지 하는 영리한 몬스터였지만.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썬더 스톰(Thunder storm) ]– 강렬한 번개의 폭풍을 일으켜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자색의 강력한 대범위 마법.
파지지지직!
“케르롸롸롸롹-!!”
연못을 통째로 지져 버리니 놈이라 해도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애초에 52층의 몬스터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7서클 마법에 저항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세운은 한 속성의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탐욕의 권능을 통해 모든 속성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적절하게 약점만 찔러줘도 전투는 쉽게 끝낼 수 있다.
툭.
흐뢰칼의 몸이 잿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시꺼먼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만, 세운은 그것을 줍지 않고 연못 중앙의 비석 위에 서서 주변을 신중하게 살펴보았다.
“이건 안 줍나요?”
“망자의 꿈틀거림. B+급 액세서리. 쓸 만한 아이템이지만, 내 목표는 이게 아냐.”
“어머, 슬쩍 보고 알아맞힌 건가요? 신기해라~”
당연하다. 꽤 까다로운 상대긴 하지만, 회귀 전에도 어찌어찌 무찔렀던 놈이니까.
인상 깊은 전투였던 만큼 녀석이 무엇을 떨어트렸는지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
비석 위에서 주변을 살펴보던 세운이 현재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했다.
그 순간, 여정의 지침표가 세운의 목적지를 가리켰다.
‘역시 편하단 말이야.’
여정의 지침표가 없었어도 회귀 전에 다다랐던 그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었을까?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아무리 세운이라 하여도 이 넓은 필드를 전부 기억하지는 못했으니까.
단순히 주변의 히든 피스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렇게 원하는 목적지를 가리키는 힘. 이게 바로 여정의 지침표의 핵심 능력 중 하나였다.
해당 장소에 대한 여러 힌트와 정보가 필요하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이미 회귀 전에 가 본 적 있던 장소였기에 현재 장소를 특정하는 것만으로 발동할 수 있었다.
“이쪽으로.”
“네~”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도 다양한 몬스터와 무덤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는 여정의 지침표가 가리킬 만큼 가치 있는 유품도 있었고, 회귀 전에 탐색하지 못한 무덤도 있었다.
하지만, 저곳들은 회귀 전에도 마음만 먹었으면 공략할 수 있었을 법한 장소들이기에 지금 와서 저런 데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 가는 건가요? 전 시련에서 오래 걷지 않는 주의라서요~”
“유품 얻었잖아. 지루하면 혼자 올라가도 돼.”
“에이, 그럴 수는 없죠~ 조금만 더 참으면 엄청 재밌는 걸 보여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래요?”
“나도 장담할 수 없어. 단순한 궁금증이지.”
“회귀자가 궁금해할 정도면 얼마나 대단한 거려나요? 더 기대돼요!”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확실히 자신도 궁금하긴 하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얼마나 더 맛있는 먹이를 찾아가는 거냐며 설레합니다.
아르카나나 베엘제붑은 몰라도, 마몬까지 기대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어지간한 시련에서 히든 피스를 찾아다녀도 별 관심이 없었던 그녀였는데.
아무래도 52층쯤 도달하니 슬슬 히든 피스에서 얻는 아이템의 가치가 올라가 그런 모양이다.
51층을 넘긴 시점부터, 슬슬 ‘보물’이라 불리는 아이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니까.
실제로 회귀 전의 세운 역시 이곳에서 다양한 희귀 아이템을 얻은 적이 있었다.
“슬슬 끝이 보이네요~”
52층의 시련.
그 크기가 워낙 넓다 보니 이동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세운이나 아르카나였기에 망정이지,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꼬박 며칠 동안 이동에 집중하여야 도착할 수 있을 시련의 끝자락.
아니,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이동 도중에 마주치는 몬스터 때문이라도 끝자락에 도착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리라.
이 끝자락은 플레이어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처럼 몬스터의 강함이 늘어남은 물론이고 유물이나 무덤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으니까.
그 때문에 이곳이 끝자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려는 플레이어는 없다시피 하였다.
“피 냄새…….”
“신선한…… 살의 냄새.”
당연하게도, 끝자락은 세운의 접근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족히 6m는 넘어갈 듯한 언데드 골렘.
정확하게는 플레쉬 골렘이라고 불리는 생명체의 육체를 누더기처럼 이어붙여 만들어진 골렘이었다.
보통 희귀한 무덤의 가디언으로 존재할 정도로 강한 놈이 무려 두 마리.
그뿐만 아니라 주위에도 골렘을 따르는 언데드 무리가 땅을 헤집으며 기어 나왔다.
“어머, 징그러워라.”
아르카나는 녀석들이 나타나자마자 인상을 구기며 카드로 입가를 가리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싸울 준비는커녕, 녀석들의 근처에도 다가가기 싫어 보인다.
“나의 몸에…… 이어 붙여주마!”
“내가, 수놈.”
“내가, 암놈으로!”
번쩍!
늘 그렇듯이 전투의 시작은 턴 라이트였다.
언데드를 상대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마법인 만큼, 두 골렘의 주변에서 함께 달려오던 졸개들이 일시에 쓸려나갔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하나로 두 골렘을 처리하기는 무리였다.
놈들은 밝은 빛이 쏘아졌음에도 살점이 붉게 달아오르는 게 다였다.
바로 이어서 반대 손을 내민 세운의 손에서 또 한 번 밝은 빛이 뿜어졌다.
당연하게도, 이번은 턴 언데드가 아니었다.
– 백탑의 묘리에 따라 ‘샤이닝 블레이드’의 속성력이 상승합니다.
샤이닝 블레이드.
거대한 빛의 검이 먹구름을 뚫고 나와 골렘을 덮쳤다.
어지간한 언데드 따위는 즉사할 만한 마법이지만, 두 골렘은 동시에 들고 있던 거대한 비석 같은 것을 휘둘러 빛의 검을 쳐냈다.
덕분에 경로가 꺾인 빛의 검이 세운의 앞에 떨어져 비스듬하게 박혔다.
“고맙다.”
세운이 당황하지 않고 빛의 검을 붙잡았다.
그 거대하던 빛의 검이 서서히 줄어들어 세운의 손에 딱 맞은 크기가 되었다.
본래의 사용법은 아니지만, 마법이란 응용하기 나름.
거대한 빛의 검에 담긴 백탑의 마력을 응축하고 또 응축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은.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서걱!
너무나도 간단하게 골렘의 몸을 베어냈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골렘의 상체.
그래도 애초에 여러 생명체의 몸을 이어붙여 만들어진 놈이라 그런지 상체가 통째로 잘려 나갔음에도 팔다리는 멀쩡하게 움직인다.
“잘린 곳은, 네놈의 살점으로 이어 붙이면…….”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사 초식, 혈랑포효(血狼咆哮)가 강화됩니다.
터지듯이 뿜어나온 수십, 수백 개의 검기가 두 동강 나 있던 골렘의 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몸이 저 꼴이 났는데도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장면은 가관이다.
그래도 재생력이 강한 놈은 아니니, 나중에 백마법으로 마무리하면 되겠다고 판단하고 남은 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두 놈 다, 내 거다! 저것도, 내가 흡수한다! 나, 강해진다!”
동료가 걸레짝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는데 오히려 좋아하는 듯한 모습.
빛의 검을 휘둘러 희미한 달빛을 가리며 내려오는 비석을 비스듬하게 베어내며 공격을 이어갔다.
– 내공을 통해 태산십팔반검의 제칠 초식, 태산괴결(泰山壞決)이 강화됩니다.
샤이닝 블레이드를 사용한 덕분일까?
태산괴결은 거대한 산을 무너뜨린다는 그 뜻과 다르게, 태양처럼 거대한 빛 덩이가 되어 골렘을 짓눌렀다.
억지로 이어 붙여진 골렘의 실밥이 터져나가며 새까맣게 죽은 피가 흩뿌려졌고.
“내 거다! 내 거, 내 거! 난 더 거대해질…….”
퍼엉!
결국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가는 골렘의 몸.
그나마 기운이 남아 꿈틀거리고 있는 첫 번째 골렘과는 달리, 터져나간 골렘은 곤죽이 되어 버린 채로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었다.
여정의 지침표로 약점을 찾아낼 필요조차 없는 압도적인 전투력.
이게 바로 세운의 현 상태였다.
성흔을 사용할 수 없다지만, 60층까지는 싸우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으리라.
만약 성흔에 담긴 거인의 격을 소화하기 시작하면 그 이상 올라가더라도 세운의 적수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이 이후의 층에서도 시련의 난이도로 애먹을 일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흑익의 길드 마스터나 올림포스의 성좌처럼 세운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이들.
‘무작정 적으로 돌리는 방식은 안 되겠어.’
바로 전 층에서 청해 길드의 간부를 죽였다지만, 이 이상 성좌를 적으로 돌리는 건 곤란했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성장하고 또 성장하여 놈들을 죽인다고 하여도, 성좌가 죽어서 아우터가 된다면 분명한 손해였으니까.
최대한 놈들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놈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와아~ 엄청 화려한 전투네요. 너무 번쩍거려서 똑바로 지켜보기도 힘들더라니까요?”
– ‘누더기 댕’을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이 3 상승합니다.
– ‘누더기 뱅’을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이 2 상승합니다.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자마자 환호하는 베엘제붑의 메시지가 보인다.
두 플레쉬 골렘을 잡았음에도 오른 능력치는 겨우 5.
하지만, 이미 모든 능력치의 총합이 천에 도달한 세운이었기에 이 조금의 능력치 상승마저 값지게 다가왔다.
남들은 영약을 찾아 마셔야 겨우 올릴 수 있을 능력치를 베엘제붑의 권능으로 간단하게 올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머, 저것도 유품 아닌가요?”
폭식의 어금니가 시체를 모두 씹어 삼킨 후, 눈앞에 플레쉬 골렘이 들고 있던 비석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크기도 딱 알맞게 줄어들고 손잡이까지 삐죽 튀어나온 것을 보니 둔기로 사용할 수 있어 보인다.
아마, 저게 플레쉬 골렘을 쓰러트린 보상으로 주어진 유품인 모양이다.
‘제법 좋아 보이는데.’
S-급 둔기.
제법 단단해 보이는 게, 탐욕의 권능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 52층의 시련, ‘망자의 무덤’의 유품으로 ‘만령(萬靈)의 비석’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52층의 시련에서 유품은 단 하나만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아 보였기에 세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비석을 만병지함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더 좋은 유품이 보이면 비석을 버리고 새로 선택하면 그만이고, 이 이후에 세운이 노리는 것은 숨겨진 무덤이지, 유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뭘까요? 겨우 저 두 쓰레기를 잡으려고 그런 건 아닐 거고. 아, 그런 거면 저 많이 실망할 거 같답니다?”
“저 아래.”
“아래요?”
세운이 52층의 끝자락에 올라섰다.
앞에 내다보이는 건 깎아 내지르는 듯한 절벽.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높은 것은 물론, 절벽 아래에는 정체 모를 죽음의 안개가 넘실거린다.
모든 플레이어는 이 아래를 보며 자연스레 직감한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죽는다.’라고.
지금의 세운 역시 마찬가지.
성흔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정체 모를 섬뜩함이 느껴지며 본능적으로 저 아래에 대한 거부감이 올라온다.
하지만, 세운은 확신했다. 저 아래에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자신의 본능이나 직감보다도 더 믿고 있는 여정의 지침표가 저 아래 죽음의 안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