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7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82화(378/675)
제 382화
완전한 신의 경지.
이는 세운 역시 생각하고 있던 목표였다.
신마 대전을 막기 위해서는 그 시발점을 막는 것도 중요했지만, 신들이 플레이어의 말에 귀를 얼마나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신과 걸맞은 힘을 가지거나, 신 그 자체가 되거나. 그 정도는 되어야 신들이 세운의 말을 알아듣게 될 것이다.
아우터의 정체가 죽은 신이라면, 더더욱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주도권을 쟁탈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귀 전과 같은 과거가 반복될 게 분명하다.
“아쉽게도 대화는 이걸로 끝인 것 같군. 정말 아쉬우면서도…… 기분 좋아. 내 의지를 그대처럼 훌륭한 이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본래 동족에게 남기려고 했다 하지 않았나?”
“그랬다면 시련의 보상이 용의 자격이 아니라 시련의 도전 조건이 용의 자격이었겠지. 부끄럽게도, 나의 병사가 내 신념을 언급한 모양이니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군.”
“신이 되기를 바랐던 건가?”
“신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 나는 그저, 용이라는 시작이자 끝에 만족하고 있었던 게 아쉬웠을 뿐이다.”
“그렇군.”
빠직.
어둠만이 가득했던 공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의 말대로 이 심상 세계의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쉽다고는 했지만, 살짝 간 금 사이로 들어온 빛에 비친 그의 표정은 더할 것 없이 만족스러워 보였다.
“작별 인사는 하지 않겠다. 저 잔향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대의 몸에 새겨질 테니.”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하지.”
“그거 기대되는군.”
고르퀴니안스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시커먼 비늘이 살짝 금 간 공간에서 흘러내리는 빛줄기에 비춰 반짝였고, 이내 안개처럼 흩어져 세운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세운을 관찰하던 그의 빛나는 두 눈 역시 안개의 일부가 되어 세운에게 녹아내린다.
‘아프진 않네.’
영혼에 용의 각인을 새긴다길래 인두로 지지는 고통 같은 거라도 느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명감과 함께 방대한 풍족감이 차올랐다.
아니, 이 표현이 과연 어울릴까?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만족감을 뭐라 설명할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단 하나.
우웅-
세운이 가진 영혼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것.
그 증거로 영혼의 통로이자 출입구라고도 할 수 있는 성흔이 용의 각인에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한동안 거인의 격을 머금느라 힘들어하던 루인 역시 뼛속까지 차오르는 만족감에 그르릉 소리를 내었다.
치이익-
성흔에 표면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늑대의 형상을 띄고 있던 성흔에 용의 꼬리 같은 게 빙 둘리더니 전보다 더욱 강하고 진한 빛을 내뿜었다.
거기에 더해.
‘이건…….’
일순간 세운의 전신에 반투명한 용의 비늘 같은 게 주르륵 새겨졌고, 그대로 녹아내려 사라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 용혼석의 기운이 네 번째 서클에 깃듭니다.
– 고르퀴니안스의 기운으로 인해 ‘황탑의 묘리’가 강화되어 모든 마법의 강도가 상승합니다.
– 고르퀴니안스의 기운으로 인해 땅 속성 친화도가 강화됩니다.
– 용혼석의 기운이 첫 번째 서클에 깃듭니다.
– 고르퀴니안스의 기운으로 인해 ‘흑탑의 묘리’가 강화되어 모든 마법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 고르퀴니안스의 기운으로 인해 어둠 속성 친화도가 강화됩니다.
용의 각인과는 별개로, 용혼석에 깃들어 있던 속성력이 세운의 서클에 흡수되었다.
골드 드래곤인 고르퀴니안스가 지니고 있던 본래의 속성인 금(金)의 속성인 대지의 힘이 네 번째 서클에 깃들었고, 오랜 시간 동안 용혼석에 스며든 어둠의 속성이 첫 번째 서클에 깃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소득에 기분이 좋아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이 없었다.
고르퀴니안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덩달아 심상 공간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이게, 용의 의지.’
심상 공간이 완전히 무너지고, 세운의 의식이 완전히 현실로 돌아오기 직전.
쿠구구구-
51층에서 마주친 이후, 단 한 번도 움직임이나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거인의 몸이 흔들리며.
번뜩!
부릅뜬 눈이, 세운의 눈과 마주쳤다.
* * *
“수창 씨, 늦으셨네요. 어디 다친 곳은 없으세요?”
“죄송합니다. 53층으로 선택한 무덤이 생각보다 깊어…… 오래 걸렸습니다.”
“아니에요. 표정을 보니 성과가 있으셨던 것 같은데, 그럼 된 거죠.”
“감사합니다. 제가 마지막인 겁니까?”
“네. 다들 무덤에서 얻은 소득이 큰 모양이에요. 도착하자마자 새로 얻은 아이템이나 힘을 확인하느라 바쁘더라구요.”
최수창을 마지막으로 디아블로의 길드 거주지에 길드원이 모두 모였다.
최수창이 도전했던 ‘깊은 수렁에 가라앉은 자’를 포함하여 백현의 ‘썩은 전쟁터’, 한아름의 ‘파묻힌 석상’ 등.
모두가 자신의 특성과 잘 맞는 무덤을 선택하여 그에 걸맞은 보상을 획득하였다.
때문에 여기서 생각 이상의 시간이 소모되었다.
“마스터는 훈련 중이십니까?”
“아, 그게…….”
다만, 거주지에 이변이 하나 일어나 있었다.
훈련장으로 사용 중인 공터 쪽에 자리를 잡은 시커먼 반구 모양.
길드 거주지에 가장 먼저 도착하여 저런 이변을 일으킬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디아블로 길드의 마스터, 정세운.
유서아가 화들짝 놀라며 혹시나 안 좋은 일에 빠져든 게 아닐까 걱정하며 검은 반구를 공격하려고도 해 보았지만.
‘놔둬요~’
‘당신! 먼저 와 있었으면서 왜…….’
‘그거, 나쁜 거 아니에요.’
‘네?’
‘나쁜 거였으면 제가 진작에 막았겠죠~ 아니, 바로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으려나?’
‘……정말 괜찮은 건가요?’
‘아마 그럴걸요? 늑대 씨가 자선해서 들어간 거니까 잘못 건드리면 화낼걸요? 아니, 화내기 이전에 무언가 일이 틀어질지도 모르죠~’
아르카나가 나타나 그녀를 막아섰다.
개인적으로 서아는 아직 아르카나를 완전히 믿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녀가 세운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말대로 지금까지 세운의 보인 행보대로라면 저 검은 반구 역시 그가 직접 만들어 냈을 확률이 높았다.
만약 저 안에서 수련, 또는 성장 중이라면…… 잘못 건드렸다가 엄청난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길드원들에게 접근 금지령을 내리고 일주일.
아직까지 검은 반구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허허, 너무 걱정하지 말게.”
“할아버지.”
“조금만 더 있으면 또 놀라울 정도로 강해져서 나타날 게 분명하다네. 그러니 뒤처지지 않으려면…….”
“네,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세운이 바라는 건 길드원들이 자신을 걱정해 주느라 할 일을 못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 생각은 튜토리얼 때부터 세운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유서아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에게 개인 발전을 권장하였고, 그녀 역시 수련을 빠트리지 않았다.
그녀 역시 53층으로 선택한 ‘망조(亡鳥)의 비명’에서 얻은 능력이 꽤 도움이 되었으니까.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능력의 활용 방법을 연구합니다.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악어의 짓밟을 새로운 연계를 떠올립니다.
그렇게 모두가 바삐 움직이던 중, 검은 반구에서 처음으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빠직!
“서아 씨!”
“네?”
“저, 저거. 깨지고 있는 거 아닌가요?”
검은 반구의 표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금.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해리가 유서아에게 다급하게 뛰어와 보고했다.
유서아가 바람처럼 빠르게 달려왔을 때는 벌써 실금이 반구 전체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방대한 기운.
‘세운 씨…….’
아직 그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는데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똑같이 세 개의 시련을 진행하였는데 그는 자신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뒤를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그토록 열심히 달렸는데,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빨리 달려갔다.
조금만 방심하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것처럼.
째앵!
검은 반구가 완전히 깨져나갔다.
당연하게도, 그 안에서 세운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깃털처럼 부드럽게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인데, 어째서일까?
분명 같은 인간일 터일 그에게서.
크롸아아아-!!
거대하고도 위대한 무언가의 존재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 * *
“일주일?”
“네, 아르카나 씨에게 얘기 듣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생각도 못 했다. 일주일이나 지났다니.
솔직히, 용혼석을 삼키고 저 안에서 보냈던 시간이라고 해 봤자 체감상 하루도 되지 않았다.
심상 공간과 바깥의 시간 축이 달랐던 것일까?
아니다.
‘마지막 순간인가.’
세운의 영혼에 본격적으로 용의 각인이 새겨지던 시간.
그 시간에 세운에게는 길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긴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아마 각인이 새겨지던 중에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차리기를 반복하지 않았을까.
영혼에 각인이 새겨진다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까.
다만.
‘그 거인…….’
이거 하나는 분명히 기억난다. 마지막 순간에 거대한 거인과 눈이 마주쳤다는 것.
그건 결코 꿈이나 착각 같은 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에도 성흔을 통한 거인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듯했으니 말이다.
“다른 길드원들은?”
“전부 시련을 마치고 대기 중이에요. 세운 씨가 말하면 바로 다음 시련에 출발할 수 있어요.”
“으음…….”
잠깐 고민이 되었다.
본래 세운의 목표는 시련을 최대한 빨리 오르는 것이지만, 지금은 변수가 너무 많이 생겨났다.
거인의 격을 집어삼킨 것이나, 영혼에 용의 각인이 생겨난 것 등.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일들이었다.
“아니, 조금만 더 머물자.”
결국 세운은 이곳에서 더 머물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고르퀴니안스가 용의 각인이 새겨지면 거인의 격을 품기 수월해진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등반에 속도는 내더라도, 적어도 거인의 격을 소화할 방법을 찾고 난 이후여야 한다.
“유서아.”
“네!”
“오랜만에 대련이나 할까?”
“좋아요! 한철 씨도 불러올까요?”
“……기다리고 있었다.”
대련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귀신같이 등장하는 강한철.
하긴, 둘 다 여섯 번째 쉼터에서 힘을 많이 키웠다고 했으니 당장에라도 보여주고 싶겠지.
게다가 둘 다 이번 53층의 시련에서 나름의 소득을 본 것 같으니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 세운이 성흔을 향해 신성을 불어 넣었다.
– 왈!
용의 각인 덕분에 여유가 조금 생겼다고는 해도 아직 여유가 없는 것일까? 평소의 늠름한 모습과는 달리 작은 강아지 같은 모습으로 튀어나온 루인.
그래도 소환되자마자 세운이 대련을 벌이려는 것을 깨닫고 용맹하게 전투 자세를 잡는 게 매우 귀여웠다.
“오랜만에 같이 싸워보자.”
– 왈왈!
거인을 격을 소화하는 방법은 아직 모르지만, 역시 식후 소화에는 이런 몸풀기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