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7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83화(379/675)
제 383화
“이번에는 피하지 못할 거다.”
“누가 피한다고 그래?”
콰아아앙!!
세운과 강한철의 주먹이 맞부딪혔다.
그저 두 사람이 주먹을 부딪쳤을 뿐인데, 두 개의 운석이 서로 충돌하기라도 한 것처럼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땅이 파이고 하늘이 떨리는 위력.
‘강해졌어.’
세운의 능력치가 아무리 높다지만, 순수한 근력만으로 강한철을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내공을 최대한 운용하여 그와 주먹을 부딪칠 수는 있었지만, 만약 무공의 수준이 조금이라도 떨어졌다가는 여기서 밀리고 말았을 거다.
게다가.
– 플레이어 강한철이 ‘아가레스의 악어’의 형상을 받아들입니다.
이전에는 몇 분도 버티기 힘들어했던 악어의 형상을 지금은 십 분이 넘도록 뒤집어쓰고 있다.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성장 속도.
이는 유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바알의 왕관’을 받아들입니다.
붉은 왕관을 걸치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는 그녀의 발걸음.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 일반인의 눈으로는 따라잡기 힘들 지경이다.
게다가 쌍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롭게 귀를 때려오는 고음의 칼날이 날아온다.
“그게 이번에 얻은 거야?”
“네, 망조의 비명이라는 곳에서 얻은 기술이에요.”
“소리와 관련된 기술 같은데.”
“역시 세운 씨는 못 속이겠네요.”
빠른 속도에 조금만 스쳐도 위협적인 바알의 극독.
거기에 소리를 이용한 공격으로 상대의 청각을 마비시키고, 소리를 이용한 바람의 칼날까지.
그녀와의 전투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세운이 과거에 알던 ‘선풍 유서아’는 이미 뛰어넘었다.
지금의 그녀가 비행 능력만 어떻게 익힌다면 라일락에서 상대했었던 흑익의 간부도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세운은 여전히 강력했다.
– 성흔이 혈랑 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두 번째 능력, ‘광란’이 깨어납니다.
용의 각인을 받아 생겨난 성흔의 여유.
그 덕분에 성흔의 힘을 다시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광란의 힘을 처음 사용한 순간, 세운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더 강해졌어.’
분명하다.
용의 각인이 새겨진 덕분인지, 거인의 격을 집어삼킨 덕분인지는 몰라도 성흔의 권능이 확실하게 강해졌다.
이토록 강해진 유서아와 강한철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언니, 수련장 하나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저거 봐. 수련장 만들어 봤자 금방 부서질걸?”
“역시 그렇겠지?”
“안 부서진다고 해도 저렇게 싸우면 범위도 걱정이야. 맘 놓고 싸우게 하려면 여길 다 대련장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
“맞네. 어중간한 크기로 만들어 줘봤자 불편해하겠다.”
“응, 우린 그냥 구경이나 하자~”
“아무나 이겨라!”
“아무나 이겨라!”
장장 삼십 분이 넘도록 이어지는 전투.
그만큼이나 유서아와 강한철이 분발해 주었다.
라일락이나 시련에서 운명의 라이벌처럼 으르렁대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완벽한 합으로 세운을 몰아붙였지만.
“후우…….”
결국은 세운의 승리로 대련이 끝났다.
강한철이 분한 듯이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찍자 지름이 5m는 될 법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다만, 그 분함은 곧 수련을 위한 에너지가 되어 강한철을 움직이게 하였다.
유서아도 세운이 숨을 돌리자마자 찾아와 자신의 대련에서 부족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그렇게 전투가 완전히 끝나고. 세운은 또 한 가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진짜 되네.’
식후 소화에는 몸풀기가 최고.
거인의 격을 흡수하는 걸 소화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실없는 생각을 했었지만, 솔직히 이건 어디까지나 변명일 뿐이었다.
유서아가 말해 주었듯이 검은 반구에서 일주일이 넘게 있었기 때문인지 뻐근한 몸을 풀기 위한 대련이었다.
그런데, 목표가 이루어졌다. 성흔에 잠들어 있던 거인의 격이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묘하긴 하지만, 분명 흡수되었어.’
사실 수치로 따지자면 1% 미만이다. 아니, 1%라는 수치도 과분하다.
소수점으로 겨우 몇 자리 내려갈 정도로 미묘한 수치다.
실제 거인의 크기를 떠올리자면 그 거대한 덩치에서도 머리카락 한 올쯤을 흡수한 정도랄까?
하지만, 이걸로도 엄청나게 큰 수확이었다. 전투를 통해 거인의 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
아마, 용의 각인을 통해 세운의 격 역시 한층 높아져 수용할 수 있는 전체적인 격의 용량이 상승한 덕분인 듯했다.
‘아직은 더 알아봐야겠지만.’
전투가 효과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더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봐야 했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걸로 가능한 건지, 내공이나 마나를 운용하면 되는 건지, 성흔의 힘을 사용해야 하는 건지 등.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여 정확한 방법을 찾아낼수록 거인의 격을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질 테니까.
“어머, 루인 오랜만이에요~”
“몸은?”
“보다시피 멀쩡해요~ 일주일이나 쉬었으니, 오히려 지루해서 죽을 뻔했다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저 루인이랑 놀아도 되죠?”
“맘대로.”
– 깨앵…….
“루인, 이리 오렴~”
가기 싫다는 듯이 뒷걸음치는 루인이었지만, 크기가 줄어든 탓인지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일어지는 ‘놀이’.
머뭇거릴 때는 언제고, 막상 놀기 시작하니 신나서 뛰어노는 게 잘 어울려 보였다.
물론.
“자, 이번에는 열 개 동시에 물어와야 한다?”
– 왈!
파바바밧!
콰직!
놀이의 내용은 플레이어라도 쉽게 성공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이었지만 말이다.
솔직히 놀이가 아니라 시련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이걸로도 확인을 할 수 있으니까, 루인은 이렇게 두고.’
루인이 움직이는 건 그 자체로 성흔의 힘을 발휘하는 게 된다.
루인의 정체는 성흔에 깃든 파멸의 힘. 아니, 성흔 그 자체라 할 수 있으니까.
굳이 다른 힘을 사용할 것 없이 루인이 노는 것만 지켜봐도 그걸로 거인의 격이 흡수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둘이 놀게 놔두고, 세운은 쌍둥이 자매가 만들어 준 쉼터에 걸터앉았다.
거인의 격을 소화하는 건에 대한 문제는 반쯤 해결됐지만, 아직 처리할 게 많이 남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튜리크.”
공포의 정령, 튜리크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
마지막에 꼭 먼저 깨워서 부탁을 들어주라고까지 하였으니 여유로운 지금이 딱 적절한 순간이다.
그런데.
“튜리크?”
아무리 불러도 튜리크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성흔을 보라색으로 빛내며 곧바로 나타나던 그녀였는데.
혹시나 하여 날개를 꺼내려 하여도 반응이 없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고민해 보니 답은 금방 나왔다.
‘드래곤 피어 때문인가.’
53층의 시련에서 드래곤 피어를 재현하는 것은 공포의 정령인 그녀라고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드래곤 피어라 함은 신의 힘을 제외한 존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공포였으니까.
그 때문에 피곤해서 잠이라도 든 모양이다.
“깨워주라더니, 나중에 다시 불러야겠네.”
무슨 부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안 하는 거 보니 심하게 피곤한가 보다.
성흔을 자극하면 억지로 깨울 수야 있겠지만, 어차피 부탁은 나중에도 들어줄 수 있다.
‘그럼, 다른 방법도 시도해 볼까?’
잠시간의 휴식을 마친 세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르퀴니안스가 말했던 대로, 거인의 격을 전부 소화한 다음의 모습을 기대하며.
* * *
또 일주일이 흘렀다.
그사이, 여러 방법을 검증한 세운이 거인의 격이 흡수되는 조건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성흔의 힘을 사용하는 것.’
육체적인 활동도, 마나나 내공을 사용하는 것도, 몸을 한계까지 운용하는 것도, 그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거인의 격에 조금의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그저 성흔을 사용할 때만 아주 미묘하게 반응하며 세운에게 녹아들고 있을 뿐.
그것도 그저 사용하기만 하는 걸로는 소화가 불가능했다.
‘실전. 그게 아니면 실전과 가까운 상황에서만 흡수가 시작된다.’
예를 들면 유서아나 강한철과의 대련 상황이다.
그때 광란의 힘을 사용해 육체의 힘을 끌어낸 상황에서 전투를 하면 거인의 격이 소화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광란의 힘을 사용한다면 신성이 소모되더라도 거인의 격은 소화되지 않는다.
광란의 힘을 사용하여 혼자서 수련을 해도 마찬가지.
아직 거주지였기에 진정한 실전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시련에 들어가 몬스터를 상대하다 보면 효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래도 루인은 예외지.’
저 옆에 루인과 아르카나가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직 극히 미약하긴 해도 거인의 격을 흡수한 덕분인지 루인은 본래의 늠름한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둘의 놀이는 그만큼 더 발전해 있었다.
“루인, 위~”
– 크릉!
구름을 잡으려는 듯이 높게 점프하는 루인.
단순한 점프가 아니라 세운이 명령을 내린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뛰어오른 것이라 거세게 박찬 땅이 움푹 파여 들어가 있었다.
그때 아르카나가 손가락을 반대로 내렸다.
“아래~”
점처럼 작아 보이던 루인이 아르카나의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급속도로 하강했다.
곧, 콰과과광!! 하는 거친 충격파와 함께 자욱한 먼지가 퍼져나갔다.
아래라는 말처럼, 루인은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 대지의 아래로 파고들어 있었다.
그러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얼굴을 빼꼼 내민다.
저런 걸 놀이로 받아들이는 루인도, 저런 걸 놀이라 시키고 있는 아르카나도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역시, 늘었어.’
다른 건 몰라도 루인과 아르카나의 놀이는 그 자체로 거인의 격을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루인이 저 놀이를 실전으로 생각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파멸의 힘 그 자체인 루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저 자체로 세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기에 요즘은 되도록 ‘놀이’를 권장하고 있었다.
“루인, 산책하러 가자.”
– 크릉!
달라진 점이라면, 그 대상이 아르카나뿐이 아니게 됐다는 점이었다.
루인의 활동이 세운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들은 유서아도 스스로 루인의 놀이에 자선했다.
뭐, 그녀의 놀이 역시 놀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했다.
바람과 같은 속도로. 아니,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빠르게 거주지 외곽을 함께 도는 것을 ‘산책’이라고 하였으니 말이다.
강한철 역시 마찬가지.
뒹굴기라는 이름으로 루인과 힘 대결을 펼치며 노는데, 옆에서 볼 때는 그 광경이 도저히 놀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벌했다.
뭐, 산책이나 뒹굴기나 유서아와 강한철 둘 다에게 도움이 되는 수련이었기에 세운이 손해 볼 건 없었다.
그렇게 세운은 원하던 바를 이뤘고, 디아블로 길드원들 역시 53층의 시련에서 얻은 보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가자.”
“네!”
“이번에는 넓은 필드라고 했으니 서로 만날 가능성이 크겠네요.”
“그럼 적으로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적으로 만나도 시련 통과 조건이 플레이어끼리 죽이거나 하는 건 아니랬으니까, 걱정하지 말자고.”
“적으로 만나도 선의의 경쟁을 펼쳐보자구요.”
“좋아!”
이제 바로, 다음 54층의 시련에 도전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