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8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90화(386/675)
제 390화
50층 대의 시련들은 전부 거대한 필드를 자랑했지만 그중 아군과 협력하는 시련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드넓은 필드에 홀로 동떨어져 시련을 헤쳐나가거나, 무작위로 마주친 처음 보는 동료와 시련을 극복해야만 했다.
세운이 56층에서 한다운과 ‘거대한 부리’를 만들어 낸 것도 길드챗으로 그녀의 위치를 듣고 세운이 찾아 나선 것이었다.
솔직히 여정의 지침표가 있는 세운이 아니었다면 그 넓은 필드에서 한다운을 찾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60층.
이곳은 쉼터에 들어가기 전의 마지막 시련인 만큼, 지금까지처럼 모든 플레이어의 협동을 요구했다.
“51층 이후부터 우연히 마주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정식으로 다 같이 시련에서 모인 건 처음이네요.”
“그러게.”
유서아가 디아블로 길드원을 불러 모은 것을 확인한 후, 세운은 다시 한번 60층의 시련을 확인해 보았다.
– 60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샘솟는 죽음
– 당신은 긴 여정 끝에 죽음의 밑바닥에 도착했습니다.
– 이제 드디어 길고도 깊었던 죽음의 도가니에서 벗어날 시간입니다.
– 죽음의 밑바닥에 올라오는 찌꺼기를 처치하십시오.
쉼터 직전의 시련은 층의 앞자리가 바뀌는 것을 증명하듯이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한다.
60층의 시련은 마치 통곡의 벽처럼 플레이어를 막아선다.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면 다음 쉼터로 이동할 수 없도록 말이다.
10층 마다의 시련은 저마다 거대한 특징이 존재했다.
‘10층은 스카베에서의 수성전이었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탑의 거주민까지 합세하여 몬스터를 막아내던 수성전, 10층.
수만, 수십만의 몬스터가 도사리는 얼음 호수를 뚫고 요새를 향해 돌진했던 20층.
종말을 야기하는 운석 충돌을 피해 살아남아야 했던 30층.
망망대해를 유영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영겁의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던 40층.
플레이어는 물론, 시공간을 넘나드는 차원 속 영웅들과 실력을 다투어야 했던 50층.
이어지는 이번 60층은…….
“레이드.”
“세운 씨의 말대로 준비시켰어요. 진형도 숙지 중이니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잘했어.”
“당연한 일이죠.”
다수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유형의 시련, 레이드(Raid)였다.
사실상 여섯 번째 쉼터인 라일락에서부터 길드가 발전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개인으로 도전해서 60층을 통과하기는 극히 어려우니까.’
길드에 가입 중이라면 시간을 맞춰 동시에 60층에 도달하거나 미리 진형을 연구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해 둘 수 있다.
그에 비해 개인은 그게 전혀 안 된다.
60층에 도착한 이후 일정 수 이상의 플레이어가 모여들길 기다렸다가 급조된 파티로 시련에 도전해야만 한다.
과거의 세운 역시 그런 식으로 시련을 통과한 케이스였다.
당시에 여정의 지침표로 보스 몬스터의 약점을 알아내 플레이어를 지휘하였지만, 급조된 파티여서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기는 극히 어려웠다.
자기는 무리라며 전투 도중에 뒤로 빠져 귀환 티켓을 찢으며 도망치던 플레이어도 있었으니 말이다.
“무슨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니까 진형은 고정해 두지 말고 유연하게 풀어둬.”
“세운 씨도 몰라요?”
“이곳의 보스 몬스터는 한 종류가 아니거든.”
세운이야 운 좋게 60층을 한 번에 통과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아니다.
어려운 난이도 탓에 공격대를 짜서 많게는 열 번이 넘게 60층에 도전한 파티도 있었다.
만약 보스 몬스터가 정해져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리가 없다.
보스 몬스터의 패턴을 익히고 약점을 찾아낸다면 아무리 어려운 보스 몬스터라도 공략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
플레이어들이 60층에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보스 몬스터의 다양성 때문이었다.
“죽음과 관련된 몬스터가 랜덤으로 등장해. 그래서 나도 모르는 거고.”
“세운 씨가 도전했을 때는 무슨 몬스터가 나왔는데요?”
“리치.”
솔직히,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리치는 분명 강력한 몬스터지만, 리치에게는 다른 몬스터에 비해서도 유난히 구별되는 크나큰 약점이 있었다.
바로, ‘성물함’이라 불리는 생명의 그릇.
리치는 언데드답게 죽여도 죽지 않는 불사의 몬스터지만, 성물함을 찾아내 부수면 아무리 강한 리치라도 꼼짝없이 죽고 만다.
그렇기에 당시 세운의 고유 스킬이었던 여정의 지침표는 녀석에게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세운이 성물함을 찾는 도중에 제법 많은 플레이어가 희생됐지만 말이다.
“오빠, 이거 안 되겠는데?”
“뭘 지어도 바닥이 늪지대처럼 빨아들여 버려.”
“우리가 멀쩡하게 서 있는 거 보니까 지반이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괜찮아, 고생했어. 아마 시련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가능한 모양이야.”
“너무해!”
“너무해!”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 만큼, 쌍둥이 자매에게는 방어 시설의 건축을 부탁해 두었다.
그러나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그녀들의 건축물은 만드는 족족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외에도 몇 가지를 실험해 보았지만,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건 이게 한계였다.
무기를 다잡은 세운이 길드원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네!”
“준비 완료입니다!”
세운을 바라보며 무기를 바로 잡는 길드원들.
세운은 그들을 바라보며 이번 시련에서는 과거처럼 플레이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시련을 시작했다.
– 60층의 시련, 샘솟는 죽음을 시작합니다.
– 참여 인원 : 디아블로 길드 전원.
– 죽음의 도가니에서 찌꺼기가 올라옵니다.
호숫가에 돌을 떨어트린 것처럼 지면이 꿈틀거리며 파동친다.
디아블로 길드원 모두가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키며 다가올 전투에 대비한다.
부르르거리는 물 끓는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보스 몬스터의 새하얀 표면.
그것을 보자마자 세운은 보스 몬스터의 유형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스켈레톤?’
언데드 몬스터 중에서 가장 약하다고 알려진 몬스터.
놈들은 사체의 뼈로만 이루어져 있어 생전의 능력 대부분을 사용할 수 없다.
때문에 스켈레톤 중에서 강하다 싶을 만한 개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카라락-”
보스 몬스터가 올라오며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이 기괴한 소리는 분명 처음 들어보는 것이지만 어쩐지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거대한 두개골이 절반 이상 올라왔을 때, 세운은 녀석의 정체를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본 드래곤(Bone dragon).”
용의 뼈를 일으켜 만들어진 스켈레톤.
스켈레톤이라 불리는 언데드 중에서 당연 최고의 몬스터로 알려진 강적이었다.
“모두 산개 진형!”
“산개 진형! 거리를 벌리고 큰 공격에 조심하세요!”
세운의 외침에 유서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지휘를 시작했다.
본 드래곤은 그 거대한 크기로 내뻗는 물리 공격도 문제지만, 뼈만 남아서도 건재한 드래곤 브레스나 드래곤 피어가 가장 문제였다.
한곳에 뭉쳐 있다가는 꼼짝없이 브레스의 제물이 되고 말 것이다.
“어머, 그래도 전에 늑대 씨가 들어간 것보다는 작아 보이는데요?”
“당연하지. 그건 고룡 급 개체였으니까.”
세운이 53층의 시련으로 선택했던 용의 무덤.
그 고룡 급 사체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룡에 비해서 작다는 말일 뿐.
뼈만 남아서도 시야를 가득 채우는 그 크기는 최소 5,000살 이상의 에이션트 드래곤으로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본 드래곤이 스켈레톤 중에서 가장 강할 뿐이지, 드래곤의 사체를 일으킨 것치고는 약한 몬스터라는 점이다.
‘그래도 드래곤은 드래곤.’
적어도 세운이 회귀 전에 상대했던 리치보다는 강력할 게 분명하다.
60층에서 나오는 보스 몬스터 중에서도 최상급의 강적이지 않을까.
“먼저 간다.”
본 드래곤이 모습을 전부 드러내기도 전에 강한철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적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앞서 나가는 건 자칫 무모하게 보일지 몰라도, 강한철의 공격은 다르다.
그는 어떤 적의 공격이라도 맨몸으로 받아내며 반격을 날릴 수 있었다.
그 굳센 주먹에 격진의 힘이 담기며 허리가 크게 당겨지는 순간, 본 드래곤이 강한철과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가슴을 부풀리고 입을 크게 벌렸다.
“카-라라라라락!!”
드래곤 피어.
지상 최강의 존재라 일컬어진 용의 포효이자, 모든 생명체의 공포를 자극하는 포효.
포효를 들은 디아블로 길드의 인원들이 저도 모르게 양손을 들어 올려 두 귀를 막아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으아악, 시끄러워!”
“뼈만 남은 주제에 뭐 이렇게 목청이 큰 거야!”
디아블로 길드에게는 드래곤 피어 특유의 공포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운이 길드 마스터로 존재하는 디아블로 길드였기에, 디아블로 길드에 소속된 자들은 공포에 어느 정도 면역을 가지게 된다.
물론 드래곤 피어를 상대로 공포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진형이 흐트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 드래곤 피어를 바로 코앞에서 듣고 있는 강한철.
“닥-”
빠득!
공기가 뒤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포효 앞에서 강한철이 이빨을 악물었다.
피부 위로 힘줄이 올라오고, 앞으로 내민 발이 지면을 으깨며 몸을 지탱했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아가레스의 악어’의 형상을 받아들입니다.
핏발이 서기 시작한 강한철의 눈.
그와 함께 그의 몸 위를 악어의 질긴 가죽이 뒤덮기 시작했다.
단순한 포효이지만, 순수한 물리 위력으로만 따져도 고서클의 바람 마법과 대등할 정도의 포효.
강한철은 그 포효를 뚫고.
“-쳐라!”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파(擊破)’를 사용합니다.
콰아아앙-!!
악어의 가죽으로 뒤덮여 울퉁불퉁해진 주먹을 날렸다.
지상 최고의 생명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포효를 내지르던 본 드래곤의 턱이 꾹 다물어진다.
빠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턱뼈에 금이 일어나며 놈의 머리가 공중으로 붕 떠오른다.
“고생하셨습니다.”
아가레스의 형상을 뒤집어썼다고는 해도 용의 포효를 코앞에서 맨몸으로 받아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강한철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순간, 강한철 발밑의 땅이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곧이어 본 드래곤의 아래에서 수백 개의 작살이 솟구쳤다.
촤르르륵!
작살은 마치 크라켄의 촉수처럼 사냥감을 빈틈없이 휘감았다.
덕분에 본 드래곤은 목이 꺾인 상태 그대로 전신이 포박되는 굴욕을 맛보아야만 했다.
강한철과 최수창의 활약으로 만들어진 빈틈을 유서아는 놓치지 않았다.
“공격!”
유서아의 외침과 함께 디아블로 길드원의 무기가 모두 본 드래곤을 가리켰다.
디아블로 길드의 레이드 공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