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9화(39/675)
제 39화
독 안개.
튜토리얼의 두 번째 장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마주치는 특이 환경이었다.
독성이 그리 강하지는 않지만, 그 안을 걷다 보면 독성이 꾸준히 중첩되어 한 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이거 때문에 꽤 고생했었지.’
회귀 전, 세운의 일행은 안개의 독성을 알아채자마자 빠르게 안개의 밖으로 후퇴하였다.
덕분에 안 그래도 적었던 일행 중 두 명이 중독 상태에 빠졌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독을 해독할 방법도, 피할 방법도 없었으니 독 안개를 피해 빙 둘러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시간이 꽤 지연되었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도 늦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
마몬의 보물창고에서 꺼내든 마법서 덕분에 주위의 독 안개가 빠르게 사라져 갔다.
이 방법이라면 최단 거리를 통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그보다 일단.
“이하늘이라고 했나? 얼른 치료부터 하지.”
“감사해요! 다들 순서대로 치료해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하늘이 사람들의 독을 빠르게 치료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캠프의 유일한 치료사로서 여러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성좌는 상처보다는 질병에 더욱 연관이 있었다.
그러니 독의 치료는 가장 자신 있는 분야나 다름없었다.
상태가 심하던 박정필을 시작으로, 사람들의 독이 빠르게 치료되었다.
‘빨리 출발하려면, 나도 돕는 게 좋겠지.’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큐어 포이즌(Cure poison) ]– 백탑의 가장 기초적인 해독 마법으로써 체내에 스며든 독을 중화시킨다.
우우웅-
이제 3 서클이 된 세운의 서클이 빠르게 회전한다.
서클마다 다른 마탑의 묘리를 섞을 거라는 계획과는 달리, 얼떨결에 삼 서클을 달성해 버려 아직 청탑과 흑탑의 묘리밖에 적용되지 않았지만, 극독도 아니고 가벼운 독성 정도는 세운도 가볍게 정화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며 클랜의 분위기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세운 씨! 돌아오셨군요!”
“강한철이 발자국을 워낙 깊게 찍어둔 덕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수련법이었을 뿐이다.”
“그보다 세운 씨, 저기 저 사람들은……?”
유서아가 세운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듯이 굳은 눈빛을 가진 열 명의 남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세운이 뭐라 설명하기도 전에, 남자 하나가 대표로 나섰다.
“이일중이라고 합니다. 세운 님 덕분에 저희 모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유서아라고 해요.”
“혹시 허락해 주신다면, 세운 님을 따라 이 클랜에 들어오고 싶습니다. 물론, 저희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고…….”
남자가 말을 길게 이어갔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외부인이라는 걸 알다 보니, 신뢰를 주기 위한 듯했다.
하지만, 유서아는 남자의 말 대신 세운 쪽을 바라보았다.
세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유서아는 설명을 계속 이어가던 남자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환영해요.”
“……정말 저희를 다 받아주시는 겁니까?”
“물론이죠. 세운 씨가 인정한 사람들이라면, 저희도 믿을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방해라니요. 음,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셔야 할 것 같은데. 아름아, 다운아?”
“네, 언니!”
“네, 언니!”
“이분들 옷 좀 챙겨드리고, 우리 쪽 상황 좀 간단하게 안내해 줄래?”
“네, 맡겨 주세요!”
“다들 이쪽으로 오세요! 여벌용으로 만들어 둔 가죽옷들이 남아 있거든요!”
쌍둥이 자매가 세운을 따라 들어온 사람들을 안내해 주었다.
유서아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환영해 주는 분위기였기에 그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클랜의 규모에 놀라야만 했다. 세운의 클랜은 처음 튜토리얼을 시작할 때와 인원수가 거의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방금 독에 감염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부상자도 보이지 않았다.
마차에는 온갖 소재와 침낭, 식량들도 가득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튜토리얼에 온 후 느껴보지 못한 ‘여유’가 묻어나 있었다.
“의외네요. 세운 씨가 사람들을 데려오다니.”
“여기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면, 의지는 확실할 테니까.”
“의지라. 이곳에서 제일 중요한 마음가짐이긴 하죠.”
유서아와 담소를 나누는 사이, 이하늘은 사람들의 치료를 모두 끝냈다.
독이 정화되자마자 박정필이 달려와 오른팔이니 존경이니 하는 말들을 내뱉었지만, 세운은 귀찮다는 듯이 박정필을 내쫓았다.
그리고 다시금 튜토리얼을 따라 목적지까지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저기 뿌연 게 전부 독 안개였단 말이지? 으, 아까까지 속 울렁거리던 것만 생각하면…….”
“끔찍해, 정말.”
세운의 마법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발동되고 있었다.
2 서클이었을 때에는 마나의 사용에 조금이나마 부담을 느꼈겠지만, 지금 세운의 수준은 무려 3 서클. 브리즈 같은 기본 마법은 얼마든지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다른 힘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
기본 마법이라고는 해도, 클랜을 감쌀 정도로 범위를 확산 중이었기에 직접 전투에 나서면 마법이 흔들릴 우려가 있었다.
그것을 노리기라도 하는 듯이.
위이잉!
“찌직!”
다양한 몬스터가 나타나 클랜을 공격해 왔다.
팔뚝만 한 크기의 말벌이나, 허리까지 올라오는 크기의 쥐.
그중에는 검은 액체를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슬라임도 존재했다.
그러나.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유서아의 지시하에, 사람들은 훌륭하게 몬스터를 막아 냈다.
만약 다치거나 독에 감염되더라도 이하늘이 있었기에 더욱 당당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본래는 독 안개가 튜토리얼 두 번째 장에서 플레이어들을 가장 크게 괴롭히던 시련 중 하나였지만.
세운의 바람 마법과 이하늘의 치료 능력 덕분에 오히려 몬스터 웨이브 때보다 더욱 여유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 안개의 시련을 훌륭하게 막아 냈습니다.
-시련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1,000point를 제공합니다.
“바깥 공기가 이렇게 맑았었나?”
세운의 클랜은 무사히 독 안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 * *
그 이후로도 튜토리얼 두 번째 장의 시련은 계속되었다.
절벽 사이를 이동하거나, 산성 용액으로 뒤덮인 늪지대를 지나치거나, 몬스터의 공격을 받는 등.
하나같이 목숨이 걸린 시련들이었다.
회귀 전의 세운에게는 모두 끔찍한 기억으로 남은 것들.
그때는 저 시련들을 어떻게든 피하고자 안간힘을 썼었는데.
-휘청이는 다리 시련을 훌륭하게 통과하였습니다.
-시련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1,000point를 제공합니다.
-산성 늪지대의 시련을 훌륭하게 통과하였습니다.
-시련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1,500point를 제공합니다.
-붉은 곰 무리를 훌륭하게 토벌하였습니다.
-시련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2,000point를 제공합니다.
지금은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모든 시련을 일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부상자가 생긴다 해도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기에 치료사인 이하늘과 세운의 존재 덕분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도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형님, 저 앞에 길이 막혔는데요? 마차는 못 지나갈 것 같은데.”
“그냥 가. 뚫으면 되니까.”
“오오, 역시 형님이십니다!”
생각보다 훌륭하게 정찰병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박정필과.
“길이 험하니 다들 주의하세요! 아름아, 다운아. 마차 바퀴 좀 봐 줄래?”
“네, 언니!”
“내 거는 튼튼해서 절대 안 부서지겠지만. 후훗!”
“내 거도 절대 안 부서지거든!”
이제는 물 흐르듯이 능숙하게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는 유서아.
“저 바위인가? 내가 뚫겠다.”
콰앙!!
와르르르-
“우와, 무슨 사람이 주먹으로 바위를 부숴…….”
“우리도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저 세 명은 넘사벽이네. 진짜.”
압도적인 힘으로 장애물을 돌파하는 강한철 등.
세운 말고도, 다양한 이들이 활약을 보인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사이.
-히든 던전, ‘악충의 산란장’을 완벽하게 공략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개인 공적치가 4,000point 상승합니다.
-‘회악충의 갑각’을 획득하였습니다.
“갑각이라. 어르신한테 가져다드리면 좋아하시겠네.”
세운은 시간이 날 때마다 조용히 빠져나와 각종 히든 던전을 찾아내 공략해 냈다.
회귀 전, 생존을 위해 시련을 피해서 필사적으로 돌아다니며 ‘여정의 지침표’를 사용한 덕에 위치를 알고 있던 던전들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던전을 발견했을 뿐이지 던전을 공략할 힘은 없었지만, 지금은 이 정도 던전이야 혼자서도 가볍게 공략할 수 있었다.
-폭식의 권능으로 ‘악충의 산란장’ 전체를 지정하였습니다.
-폭식의 어금니가 부락을 덮쳐옵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 톡 터지는 식감은 언제 느껴도 환상적이라며 악충의 체액을 음미합니다.
던전의 몬스터를 모두 포식하는 것으로, 세운의 공략이 끝이 났다.
이번에도 꽤 많은 기운이 흡수되어, 단전과 서클에 쌓여갔다.
물론, 3 서클이 만들어졌을 때처럼 극적인 효과는 아니었지만, 이것으로도 어지간한 심공이나 마나 수련법 이상의 효율이었다.
이대로라면 4 서클 역시 계획보다 훨씬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형님, 나오셨습니까!”
“네가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정찰하다가 흔적이 보여서 따라와 봤습니다! 몬스터를 저런 식으로 학살할 수 있는 건 형님뿐이지 않습니까.”
흔적을 발견했다니.
세운이 알기로 박정필에게 수색에 관련된 스킬은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즉, 그저 눈썰미만으로 세운의 흔적을 쫓아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회귀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강한철의 뒤에 붙어서 거들먹거리다가, 결국 방패막이가 사라지자 덩달아 목숨을 잃은. 그게 바로 세운이 회귀하기 전에 보았던 박정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회귀 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녀석에게는 재능이 충분했다.
“혹시 어디 더 들르실 겁니까? 사람들이라면 거리 여유 있습니다. 마차가 지나가기 힘든 길목이라 시간이 좀 걸려요.”
“아니, 바로 돌아갈 거다.”
“오, 형님이 웬일이십니까? 조금만 여유가 있어도 이곳저곳 싸돌아다니셨으면서?”
녀석의 말대로다. 사람들을 놓치지 않을 정도에 한해, 세운은 언제나 바깥을 돌아다니며 히든 피스를 찾아냈다.
그 덕분에, 벌써 공략해 낸 히든 던전만 해도 총 다섯 곳. 그 외에도 히든 아이템 몇 개와 추가 공적치를 대거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찾을 만한 건 다 찾아냈다.”
“이야, 대단하십니다! 진짜, 형님 공적치는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니까요?”
열심히 히든 피스들을 찾아다닌 결과.
세운의 공적치는.
[ 1위 : 정세운 250,080point ] [ 2위 : 강한철 16,220point ] [ 3위 : 유서아 15,980point ]무려 25만에 육박해 있었다.
또 하나 바뀐 점이라면, 강한철과 유서아의 순위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유서아가 전투와 함께 사람들의 지휘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개인으로서 획득하는 공적치가 줄어든 결과였다.
‘이 정도면 못해도 순위권에는 들어 있겠지.’
솔직히 전체 랭킹 1위를 차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치지만, 애초에 종(種)부터가 다르거나, 시작부터 강력한 성좌의 힘을 받는 등. 탑에는 언제나 번외 급의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그러니 이것으로 자만을 가지는 것은 곤란했다.
게다가.
“얼른 가지.”
“네, 형님! 제 백랑의 탑승감 한 번 느껴보시죠! 타다 보니까, 이제는 드라이브 솜씨가 늘어서 말입니다! 속도감이 아주…….”
[ 튜토리얼 두 번째 장 – 이동 ]-화살표를 따라 이동하여 목적지에 도착하여야 합니다.
-목적지 도착까지 남은 시간 : 116시간 22분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