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9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399화(395/675)
제 399화
“……그래서, 흑십자와의 길드전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모든 디아블로 길드원 앞에서 세운이 흑십자와의 길드전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강한철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세운이 멋대로 정하고, 멋대로 통보한 길드전.
아무리 길드전이라 하여도 이런 독단적 행동은 길드원에 대한 무시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세운은 드물게도 그들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제 개인의 이득 탓이 큽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60층까지 탑의 시련을 공략해 온 이들이었지만, 길드전은 시련과는 전혀 다르다.
디아블로 길드가 흑익과의 전투를 벌인 적이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비정규전.
정식적인 길드전은 그보다 더 생각하고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세운이 생각해왔던 것들을 언급하려던 중.
“흑십자…….”
옆에서 세운의 얘기를 듣고 있던 유서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부길드 마스터인데도 길드전이 정해지고 나서야 이 소식을 보고받은 상황이 기분 나쁠 만도 한데, 그녀의 표정은 오히려 밝아 보였다.
“다행이네요. 데스힐에 다니는 동안 그놈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녀가 쌍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손잡이의 가죽이 비틀어지며 괴로워하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녀 역시 흑십자에게 당한 게 많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를 시작으로 다른 길드원들도 저마다의 반응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아~ 답답해 죽을 뻔했네!”
“난 또 길드장한테 폐라도 끼칠까 봐 가만히 있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확 후려치는 건데!”
“그래, 이래야 우리 길드장이지!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한두 명의 반응이 아니다.
모두가 세운의 선택을 과도하게 환호하고 있었다.
의도한 사항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흑십자에게 당한 일들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나 보다.
“근데 길드전이 어떤 겁니까?”
“그 검은 놈들이 덮쳐왔을 때랑은 다른 거 같은데.”
소란이 조금 잠잠해지자, 길드원들이 길드전에 묻기 시작했다.
이에 세운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길드전에 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솔직히 회귀 전에 길드에 가입하지 않고 활동하던 세운이었기에 길드원으로서 길드전에 참가한 적은 없지만, 용병 같은 느낌으로 참가해 본 적은 있었다.
세운이 가진 여정의 지침표는 길드전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으니까.
“길드전은 두 길드의 전용 거주지에서 이루어집니다.”
“엥? 그럼 한쪽이 다른 거주지로 들어가는 건가?”
“길드전이 시작되는 순간, 두 길드의 거주지가 일시적으로 합쳐집니다. 방향이나 거리는 전부 무작위로 선택됩니다.”
“그럼 두 길드 모두 사전에 함정이나 성벽 같은 걸 준비해도 된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디아블로 길드의 거주지는 휴식을 위한 시설들만 설치되어 있었기에 길드전에 대한 대비가 전무하다 싶었지만.
“오, 드디어 우리가 힘을 쓸 차례다!”
“그 검댕이들 다 죽었어!”
쌍둥이 자매가 있는 한 방어 시설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그녀들은 최근에 지니고 있던 자재 대부분을 소모한 상태였기에 자재를 구입하기 위한 공적치를 나눠주기로 하였다.
“길드전의 승리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승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둘 중 하나를 먼저 처리한 쪽이 승리합니다.”
“두 가지?”
“첫 번째는 길드장을 죽이는 것. 이 경우에는 제가 되겠죠.”
“형님에게는 오른팔인 저 박정필이 있잖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방해만 되지 마라.”
“으윽…….”
“두 번째는요?”
“두 번째는 길드전이 시작될 때 생겨나는 핵을 부수는 것입니다.”
“핵?”
“길드석이라고도 불리는 주먹만 한 보석입니다. 때문에 길드전의 핵심은 길드장의 안전과 길드석의 보호가 핵심입니다.”
“그렇군요. 가장 큰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길드장의 움직임에 위협이 따른다라…….”
“참고로 길드석은 길드 거주지 밖으로 반출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일정 시간마다 길드장에게 상대 길드석의 위치가 알려지니 숨기는 것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럼 전력 차이가 난다고 함부로 상대 길드를 치러 갈 수도 없겠네요? 그러다가 빈집털이라도 당하면 꼼짝없이 끝이니까요.”
“그렇지.”
이렇듯 길드전의 진행 방식은 꽤나 까다롭다.
먼저 상대 쪽 진형을 공격하러 움직이는 게 압도적으로 불리하니 대부분은 수비적인 태세를 꾸리며 대치를 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예전에 길드전에서 강력한 화력의 대마법사나 뛰어난 은신술을 지닌 암살자는 엄청난 전력이 되고는 했다.
사정거리 바깥에서 고화력의 마법을 쏟아내거나 상대 길드에 잠입하여 중요 인물을 암살하는 건 고전적인 최고의 전략이었으니까.
물론 이쪽에도 암살자…… 비슷한 형태의 길드원이 있긴 하지만.
“형님, 왜 그러십니까? 역시 이 박정필이 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핫!”
저놈을 믿기는 어렵다.
아니, 믿는다고 해도 저 녀석의 성격으로 적진에 혼자 잠입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은 전략부터 짜야겠네요.”
“그래도 대규모 길드라면서요? 그 정도라면 먼저 이쪽을 공격해 오지 않을까요? 우선은 방어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니.”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길드전을 목격한 적은 없지만, 흑십자가 어떤 종류의 힘을 사용하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세운의 생각이 맞다면.
“저쪽은 절대 먼저 공격해 오지 않을 거야. 오로지 수성전에 집중하고 있겠지.”
“절대라고 말할 정도인가요? 근데 그러면 결국 승부도 안 나고 시간만 질질 끌릴 텐데.”
“아니, 저쪽을 가만히 둬서는 안 돼. 시간이 끌릴수록 우리에게 불리할 거야.”
“……저쪽에서 무언가 수라도 사용하는 건가요?”
“맞아. 일단 내가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저쪽의 예상 전략부터 공유하자.”
“알겠어요.”
세운은 강력하다.
앞서 말한 대마법사의 역할도 할 수 있고, 암살자의 역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혼자 움직였다가 적들에게 둘러싸인다고 하여도 어떻게든 도망쳐 나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흑십자가 사용하는 힘은 혼자서 극복하기에는 너무 까다로웠다.
지금은 길드원의 힘을 합쳐야 할 때다.
근데…….
‘아르카나는 어디 있는 거지?’
데스힐에 들어온 이후로 아르카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원래부터 제멋대로였던 그녀였지만, 언제나 세운의 곁에 붙어 있으려고 하던 그녀였는데.
혹시나 벌써 이 생활에 질려서 라일락에 돌아간 것일까?
여러 궁금증이 생겨났지만.
“우선은 길드 거주지로 가서 얘기하자.”
“네!”
일단은 흑십자와의 길드전에 집중할 때다.
* * *
흑십자와의 길드전까지 남은 시간은 5일.
그때까지 디아블로 길드는 길드전을 대비하여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다.
“자, 이거 한 번 입어보게. 이번에 좋은 소재를 하나 얻어서 만들어 보았는데, 자네한테 딱 어울릴 만한 게 나왔다네.”
“오, 어르신 감사합니다!”
“착용감은 좀 어떤가?”
“두말할 거 있나요? 어르신이 만들어 주신 건데 완벽하죠! 감사히 잘 입겠습니다.”
“허허, 그렇다고 아끼지는 말게. 무구들은 본인의 역할을 충실이 수행할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니 말일세.”
“물론이죠!”
고창석은 디아블로의 길드원들이 시련에서 얻어온 소재들이나 경매장에서 사들인 물건을 통해 새로운 제련을 시작했다.
기존의 무구를 개조하거나 새로운 무구를 만들어 내는 등, 하나하나를 길드원의 특징에 맞게 만드는 것은 물론 사이즈 역시 체형이나 전투 스타일을 완벽하게 분석하여 만들어 낸 것이었다.
세운 역시 그에게 도움을 받아 장비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
최근에 얻은 용의 뼈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경갑옷은 탄탄하고 유연하여 자유로운 세운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보조해 주었다.
“기본적인 체력 회복 포션은 충분히 만들어 뒀어요. 외상이나 내상 회복 포션도 준비가 끝났고, 해독 포션들은 아직 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실험 대상이…….”
“이놈한테 써봐.”
“으아악, 형니임!”
“아, 감사해요. 해독을 확인하려면 우선 독에 걸린 상태여야 하니까 이것부터 마셔 보실래요?”
“싫, 싫웁웁! 웁! 우에에엑! 커헉! 컥!”
– 성좌, ‘피투성이 사자’가 조금 더 강한 중독 포션을 먹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합니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한껏 웃으며 그 제안에 동의합니다.
“음, 그렇겠네요. 아무래도 해독 포션의 효과를 정확히 알려면 독의 성분 역시 강해져야 하니까. 이걸로 한 번 마셔 보시겠어요?”
“아니, 싫웁웁! 크헉! 나 죽네!”
길드전에 사용할 포션 역시 준비 완료.
포션을 제조하는 것만으로도 길드전에서 이하늘의 역할은 상당한 수준인데, 그녀의 능력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여러 인원이 몰려 있는 전장의 특성상, 그녀가 사용하는 광역 디버프 기술은 전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강력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투척용 폭발 포션 등을 개발하기까지 하였으니, 지금이 그녀의 힘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타이밍인 셈이었다.
“오빠, 다 만들었어!”
“오 일뿐이라서 급한 대로 마무리를 짓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그래?”
“응! 전에 오빠랑 탑을 지었을 때 권능인가? 그게 더 강해졌거든!”
“나도, 나도! 이 정도면 아무도, 아니다, 우리 혈랑 오빠 정도 아니면 아무도 못 뚫고 들어올걸?”
– 성좌, ‘검은 새’가 마신의 계약자라도 쉽지 않을 거라며 가슴을 한껏 부풀립니다.
– 성좌, ‘거대한 새’가 검은 새를 가로막으며 그 정도로 자신 있다는 소리이니 한 귀로 흘려주라며 변명을 읊어댑니다.
그저 거주 시설에 가까웠던 디아블로의 길드 거주지는 어느새 거대한 성의 형태가 되었다.
외곽은 새의 날개처럼 크게 뻗어 있었고, 중심은 새의 부리처럼 날카롭게 솟은 모습이 꽤나 위협적이었다.
이번에 역시 건물을 지을 때 세운이 마법진을 그리며 보조해 주었기에 저 거주지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아나는 아직 안 보이네.’
오 일이 전부 지나갈 동안 아르카나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라일락으로 되돌아가기라도 한 것일까? 세운이 알고 있는 그녀라면 길드전이라는 성대한 볼거리를 놓칠 리가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세운이 고개를 저으며 약속된 장소로 움직였다.
데스힐에 자리 잡은 흑십자 길드의 본부.
그 앞에, 펠체스를 포함한 길드원들이 시커먼 후드를 눌러쓴 채로 세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거 다행입니다. 길드전을 준비하느라 소모된 ‘자원’이 상당했거든요.”
“너야말로 뒤에 숨어서 대리인이라도 내세우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군.”
“아아,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마땅히 선배로서 후배님들에게 길드전이 어떤 것인지 차근차근 알려드릴 생각인데 말입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바로 시작하지.”
“이런, 여전히 급한 성격이시군요. 뭐, 알겠습니다.”
세운과 펠체스가 대면하는 순간, 둘의 앞으로 길드전에 관련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내용은 사전에 나누었던 조건과 같았기에 간단하게 확인 작업만 거치고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 ‘디아블로 길드’와 ‘흑십자 길드’의 길드전이 성사되었습니다.
– 길드전이 진행되는 동안 두 길드의 거주지가 일시적으로 합쳐집니다.
마침내, 디아블로 길드의 첫 길드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