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39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00화(396/675)
제 400화
“이게 길드석인가요?”
“맞아.”
길드전이 시작되자마자 세운은 자동으로 디아블로의 거주지로 이동되었다.
이미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길드원들은 길드전의 시작과 동시에 나타난 붉은 보석을 구경하고 있었다.
“계획대로 길드석은 아름이랑 다운이가 맡아줘. 나머지는 곧바로 적진을 향해 이동한다.”
이번 길드전에서의 역할분배는 간단했다.
길드석을 포함한 거주지의 방어는 전부 쌍둥이 자매에게 맡기고 나머지 인원은 전부 흑십자 길드를 공격하러 이동한다.
밸런스가 완전히 공격으로 무너진 비정상적인 전략이었지만, 세운은 흑십자를 상대하기에 이게 최선의 전략이라 생각했다.
또한.
“넹!”
“맡겨만 줘!”
“혹시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연락하고.”
“그럼 제가 최대한 빨리 달려갈게요. 최대 속도로 달리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응! 서아 언니라면 믿을 수 있지!”
쌍둥이 자매의 자신감이 한몫했다.
그만큼이나 지금 지어진 방어 시설에 자신 있다는 소리겠지.
물론, 가능성이 희박하긴 해도 흑십자에서 공격에 전력의 절반 이상을 투자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버티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될 것이 없지.’
굳이 쓰러트리지 않더라도 시간을 버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다. 그사이에 세운이나 유서아가 지원을 나가면 충분히 반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적진의 위치는 어떻게 찾죠?”
“일단은 정찰부터 시행해야 하나? 그래도 따로 다니면 위험할 것 같은데.”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세운이 고유 스킬, 여정의 지침표를 떠올렸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제한된 땅덩이인 거주지에서 여정의 지침표를 사용해 봤자 알 수 있는 건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스킬의 사용과 동시에 여정의 지침표가 세운의 오른쪽을 똑바로 가리켰다.
이 제한된 공간에서 명확한 대상을 떠올리고 있으니 놈들의 위치를 찾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이쪽입니다.”
세운이 앞장을 서고, 뒤따라 길드원들이 움직였다.
그렇게 조금 움직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본래라면 거주지의 끝이었던 경계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뚫려 있네요.”
“지형도 다양한데? 저기 강 같은 것도 있고, 산? 언덕? 저런 것도 있고.”
“그래도 살기 적합해 보이지는 않네요.”
“강에서 이상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평야만 이어진 게 아니었다.
길드전에 걸맞게 다양한 지형지물이 존재했고, 심지어는 안개 같은 것이 일렁이며 시야를 가린 곳도 있었다.
만약 여정의 지침표가 아니었다면 적진의 위치를 찾는 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으리라.
“딱 봐도 저기네요.”
작은 언덕 위로 오르자 흑십자의 거주지가 눈에 보였다.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검은 십자가 모양이 꼭대기에 달린 신전 형식의 건물도 건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세운 씨가 말하던 게 저건가요?”
“맞아.”
“엄청 으스스하네…….”
“진짜 제대로 준비해 뒀네. 보니까 본래의 거주지 면적 전체에 저걸 깔아둔 모양인데?”
“그러게요.”
흑십자 신전을 중심으로 펼쳐진 정체 모를 마법진 덕분이었다.
아니, 저건 마법진이 아니다.
놈들이 어떤 방식으로 힘을 사용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지만, 세운조차도 저 진의 정체를 완벽하게 해석할 수는 없었다.
“바로 진입할까요?”
“아니, 이미 방어 결계가 걸려 있어.”
“아, 저 으스스한 마법진 같은 게 방어 결계였습니까?”
“방어 능력은 일부분일 뿐이지만,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꿈쩍도 안 할 거야.”
세운이 불사궁을 꺼내 들어 화살을 하나 날려 보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나르던 얼음 화살이 어느 순간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혹시나 하늘 쪽은 비어 있지 않을까 해서 확인해 본 건데 아쉽게도 공중에 대한 대비도 완벽한 듯하다.
“음, 다 같이 한 점을 공략해서 결계에 틈을 내보는 게 어떨까요?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저쪽에서도 가만히 안 있지 않을까요? 결계를 뚫으려 한곳에 뭉치면 바로 집중포화가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저희가 이렇게 일찍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방어를 준비하고 돌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빈틈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흑십자의 결계를 둘러보며 의견을 나누는 길드원들.
그들의 의견은 모두 절로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좋은 의견이었지만, 애초에 세운은 방어 결계를 보자마자 그 돌파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제가 뚫겠습니다.”
“네?”
“빈틈을 내는 것 정도는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사이에 모두 결계 안으로 들어가서 각자 맡은 바를 수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딱 보아도 범상치 않은 방어 결계를 혼자서 뚫을 수 있다는 말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었다.
만약 세운의 말을 따라 결계 앞으로 다가갔다가 결계가 뚫리지 않으면 꼼짝없이 적의 표적이 되는 꼴이니 말이다.
하지만, 디아블로의 실질적인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유서아가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저희는 먼저 결계 앞쪽으로 이동해 있을게요.”
“타이밍 맞게 뚫어줄 테니까 바로 침투 준비하시면 됩니다.”
“믿고 있겠습니다. 길드장.”
다른 길드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세운의 말을 믿으며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언덕을 내려가 적진을 향해 이동한다.
세운 역시 길드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불사궁을 다시 들어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불사궁의 능력으로 활시위에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바로 이어서 얼음 화살에 새로운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신성한 물푸레화살 ]– 우주를 지탱하는 신성한 우주의 물푸레나무이자 생과 사를 뚫고 자라는 거목, 위그드라실의 잔가지로 만들어진 화살.
얼음 화살이 갈색으로 물들더니 작은 새싹 같은 게 돋아났다.
보구의 힘이 화살에 완전히 깃든 것을 확인하자마자 세운이 활시위를 놓았고, 화살이 바람을 타고 공중에 붕 떠올랐다.
바로 그 아래.
“바로 앞이에요! 다들 무기 꺼내고 전투 준비하세요!”
디아블로 길드원들은 어느새 결계 바로 앞까지 달려와 있었다.
유서아가 말한 대로 저쪽에서는 디아블로 길드가 이렇게 일찍 도착할지 몰랐는지 대응이 늦었지만, 모습이 확인되자마자 접근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오고, 시커먼 불길 같은 것들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길드원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대신 무리 속에 있던 최수창이 최선두로 뛰쳐나오더니.
– 플레이어 최수창이 ‘새벽의 밀물’을 사용합니다.
푸화앗!
거대한 물길을 쏟아냈다.
화살이 물길에 밀려 떨어져 나가고, 까만 불길과 대치한다.
불길은 괜히 까만 게 아니라는 것처럼 물길을 만났음에도 쉽게 꺼지지 않고 강하게 저항했지만, 그사이 길드원들은 모두 공격 범위를 벗어나 결계 앞에 도착했다.
“세운 씨, 도착이에요! 이제 어떻게…….”
유서아가 클랜챗으로 상황을 보고하려 할 때, 모두의 눈앞으로 작은 나뭇가지 하나가 푹 하고 떨어져 박혔다.
정확하게 결계의 끝자락에 박힌 나뭇가지는 제 자리를 찾은 것처럼 파릇파릇한 잎사귀를 피워내고 있었다.
– 불사궁의 얼음 화살이 ‘신성한 물푸레화살’에 잠든 조화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신성한 물푸레화살’을 통해 세 줄기의 뿌리가 재현됩니다.
위그드라실은 세 줄기의 뿌리로 하계와 중간계, 그리고 상계라 불리는 신계를 연결한다고 전해진다.
그 위대한 조화의 힘에 의해 결계와 바깥을 잇는 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화살에서 피어난 나무줄기가 결계를 뒤덮고, 문의 형상을 이루었다.
“문?”
“얼른 들어가요!”
결계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모른다.
닷새 동안 온갖 인력과 자원을 쏟아부은 결계이니 세운이 7서클 마법을 때려 박아도 부서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라면 아무리 단단한 방어 결계라고 해도 뚫을 수 있었다.
나무줄기로 이루어진 문이 완성되자마자 디아블로 길드원이 모두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마자 보이는 건, 눈을 크게 뜬 채로 놀라고 있는 흑십자의 길드원들.
“미, 미친! 들어왔다!”
“어떻게 들어온 거야! 결계, 결계는?”
“겨, 결계는 멀쩡합니다!”
“멀쩡한데 저것들이 어떻게 들어와! 다시 점검해! 얼른!”
“저, 정말 멀쩡합니다! 결계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당장 눈앞에서 적이 들어오고 있고, 결계가 뚫려 있는 게 눈에 보이는데 결계에 이상이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는 사이 디아블로 길드원 대부분이 결계 안으로 들어와 무기를 꺼내 들었다.
“젠장, 전투 준비!”
“겨, 결계 확장은 어떻게 합니까? 주교님께서 결계 확장을 무조건 최우선 사항으로 하라고…….”
“그건 저것들이 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거지! 일단 저것들을 막는 게 먼저야! 얼른 주교님께 보고부터 넣고!”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서걱.
“……어?”
뒤에서 당황하고 있던 남자가 길드챗을 사용하려던 중,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두 팔을 들어 올려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건 열 개의 손가락이 아닌 휑하게 잘려 나가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 손목.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통증이었다.
“으아아아악-!”
바로 이어진 유서아의 두 번째 검격에 남자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그녀의 보법은 공간을 도약하는 것처럼 재빨랐다.
“젠장, 일단 막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곳의 플레이어는 전부 적어도 60층의 시련까지 공략해 온 강자들.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고 전투를 준비했지만.
–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채로 결계 내부로 들어온 디아블로 길드의 페이스를 따라올 수는 없었다.
강한철의 주먹에 응답하여 흔들리는 지면.
흑십자의 길드원들은 무기를 채 빼 들기도 전에 중심이 흔들려 자세가 무너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디아블로 길드원이 그들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적은 몇십 명밖에 안 돼! 우리가 몇 배는 더 유리하다!”
“오히려 기회다! 이대로 포위해서 밀어붙이면 끝이야!”
길드로 승격했다고는 하지만 디아블로 길드의 인원수는 오십 명 안팎. 수백 명이 넘어가는 흑십자 길드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당장 결계를 뚫고 들어온 이 자리에만 하더라도 백 명에 달하는 흑십자 길드원이 보인다.
최소 두 배의 인원 차이.
디아블로 길드가 강하다지만, 흑십자 길드 역시 데스힐에 도달한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만큼 그 무력은 보장되어 있다.
그렇게 흑십자가 포위 진형을 이루려는 순간.
“일어나십시오.”
그어어-
그어어어-
“무, 무슨!”
하얀 가운을 휘날리며 팔을 활짝 벌리고 선 백현의 주위로 수십, 수백 마리의 언데드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