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0화(40/675)
제 40화
-비명의 숲 시련을 훌륭하게 통과하였습니다.
-시련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2,000point를 제공합니다.
세운이 합류한 후, 비명의 나무라 불리는 장애물의 정리 속도가 빨라지며, 마지막 시련이 무사히 끝이 났다.
물론, 이게 튜토리얼 두 번째 장의 마지막 시련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세운뿐이었지만 말이다.
“으, 드디어 끝났다!”
“고막 찢어지는 줄 알았네.”
“그것도 그거지만, 길을 막아대는 나무들 탓에 너무 힘들었어.”
“다들 고생하셨어요!”
시련이 끝나고,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비명의 숲에서 얻은 소재를 정리하고, 치료와 식사 시간을 가진다.
뇌를 쿡쿡 쑤시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에 괴롭힘을 당하고 온 참인데도 사람들은 금세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실력이 는 탓인지, 튜토리얼의 유형이 달라진 탓인지.
몬스터 웨이브 때에 비해서 부담감은 적어지고, 그에 반해 자신감은 크게 는 탓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만심이 는 건 아니다.
몬스터 웨이브에서 자만심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일중 씨도 고생하셨어요.”
“아닙니다. 다들 배려해 주신 덕에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돼요. 다들 일중 씨 일행을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세운이 고블린 부락에서 구한 사람들 역시 클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과연, 몬스터 웨이브를 통과한 정예들이라 그런가? 그들의 실력은 유서아나 강한철 같은 주력을 제외한다면 클랜에서도 돋보일 정도로 뛰어났다.
도축이나 요리 등, 잡일에 관해서도 적극적이었고 말이다.
“잘 돼 갑니까?”
“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해부학과는 다른 점이 많아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세운이 백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다른 사람들이 간만의 휴식 시간에 발을 뻗고 쉬는 동안에도, 그는 마차 위에서 눈이 빠져라 만티코어의 사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렵다는 말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미소 짓고 있었다. 처음 접하는 몬스터의 사체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 천생 네크로맨서가 따로 없었다.
게다가.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아주 훌륭하다며 이제 꼬리를 살펴보아도 될 것 같다며 기분 좋게 푸르릉거립니다.
백현의 옆에 붙은 성좌, 가미긴도 그의 실력을 좋게 보고 있는 듯했다.
대상이 무려 만티코어의 사체였던 터라 시간 제한이 너무 촉박한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가미긴의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현의 재능에 만족하며 등을 돌리는 순간, 누군가가 세운의 뒤에서 햇빛을 막아섰다.
세운의 클랜에서 이런 덩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대련을 부탁한다.”
“아, 저두요! 식량 문제만 해결하고 바로 갈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강한철.
시련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것이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꼬박꼬박 찾아와 대련을 신청하는 게 귀찮을 법도 하지만, 세운은 오히려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뛰어난 하드웨어와 열정.
그 두 가지 덕분에, 강한철의 실력은 미친 듯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으니까.
유서아 역시 마찬가지.
세운에게 쌍검술을 배운 이후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것인지 강한철과 함께 대련을 신청해 왔다.
둘 다 잠재력이 워낙 높았던 터라, 세운으로서도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미루지.”
늘 알겠다며 주먹을 들어 올리던 세운이었는데 처음으로 대련이 거절당하자, 강한철의 얼굴이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심공을 알려 주기로 했었나?’
조급할 만도 하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내공을 사용한 세운의 무공을 목격한 순간부터 심공에 대한 강한철의 관심이 엄청났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안 된다.
“어째서지?”
“이제 슬슬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거든.”
“……알겠다. 그럼,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부탁하지.”
“그래.”
역시, 강한철.
다른 사람이라면 목적지에 다 와 가는 건 어떻게 아는 것인지 물어볼 법도 한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운은 강한철의 이런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궁금증을 가진 사람에게 회귀에 대한 것을 숨기고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꽤 귀찮은 짓이었으니까.
강한철에게 대련이 취소되었다는 걸 전해 들은 유서아도 아쉬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이동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평원이네.”
“또 몬스터 기습인가?”
“이제는 솔직히 그게 더 편하지. 비명의 숲이나 산성 늪지대를 통과하는 것보다는.”
“그건 그래.”
사람들은 탁 트인 평지를 바라보며 안심했다.
기습이라고는 해도 박정필이 백랑을 타고 주변을 빠르게 정찰 중이었기에 걱정은 없었다.
처음에는 조금 못 미더웠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정보를 물어오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형님, 적입니다! 몬스터예요!”
박정필이 앞길의 현황을 가져왔다.
“수는?”
“저, 그게 수를 말하기가 조금 애매합니다.”
박정필이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세운이야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말의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유서아가 다시 한번 되묻자, 박정필이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기습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몬스터의 영역 같은 느낌이던데요? 그냥 사방에 몬스터가 가득해요. 무슨 게임 속 사냥터처럼.”
“혹시 뭐, 토벌 시련 같은 걸까요? 몬스터들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거나…….”
“그리고 또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뭔데요?”
“그, 들킬까 봐 더 깊게는 못 들어갔는데. 가까이 다가가니까 화살표가 아래쪽으로 기울던데요?”
“기울다니……. 그럼 설마!”
유서아가 무언가 알아챈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세운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도착이다.”
* * *
[ 튜토리얼 두 번째 장 – 이동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웨이브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4,000point를 제공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튜토리얼 두 번째 장을 훌륭하게 끝마쳤습니다!
-튜토리얼 두 번째 장을 54시간 41분 만에 완료하였습니다.
-목적지까지의 도착 시각을 크게 단축하여 튜토리얼에 참가 중인 모든 인원에게 4,000point를 추가로 제공합니다!
“저, 정말 도착한 거야?”
“끝났다! 이번에도 통과했어!”
화살표가 급격히 기울며 직각을 이루는 순간, 유서아의 예상이 적중하며, 튜토리얼의 두 번째 장에 막이 올랐다.
단 한 번의 시련도 피하지 않고 직진으로 전진한 덕분에 도착 시간도 크게 단축되어 많은 공적치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모두가 즐거워할 때, 세운은 혼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 등은 아닌가 보네.’
세운이 알기로, 두 번째 장에는 순위에 따라 그에 걸맞은 추가 공적치가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 시스템 창에는 순위에 대한 언급 대신, 단축된 시간에 대한 언급만이 존재했다.
이미 다른 누군가가 먼저 두 번째 장을 끝냈다는 뜻이었다.
아마 세운의 클랜과 달리 짐도 챙기지 않고 곧바로 목적지까지 직행한 파티가 있는 것이겠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히든 피스에 비해서는 오히려 손해니까.’
순위권으로 획득하는 공적치보다, 세운이 히든 피스로 획득한 공적치의 양이 훨씬 높았다.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던 중, 전방에서 정체 모를 몬스터의 울부짖음이 크게 들려왔다.
“그어어어-!!”
고개를 돌려보니, 박정필의 정보처럼 필드에 수많은 몬스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부엉이 머리를 한 곰, 아울 베어. 기다란 손톱을 드러내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늑대 인간, 워울프. 흙으로 된 몸을 가진 난쟁이, 노움 등.
그들은 주변의 다른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위치를 고집하고 있었다.
박정필이 말한 ‘사냥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때, 사람들의 의문을 해결해 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목적지까지의 도착시간이 단축되어 남은 시간 동안 추가 혜택이 발생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자리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몬스터 사냥 시 1.5배의 추가 공적치가 제공됩니다.
-‘튜토리얼 세 번째 장 – 충돌’까지 남은 시간 113시간 17분
“충돌? 자리 선점? 도통 무슨 말인지…….”
“서아 씨, 어떻게 할까요?”
“으음…….”
세 번째 튜토리얼에 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았다. 알 수 있는 정보는 ‘충돌’이라는 이름뿐.
몬스터 사냥 시 추가 공적치를 제공해 준다는 것은 좋았지만, 세운을 제외하고는 공적치에 크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때문에 유서아도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간만의 휴식을 누리며 세 번째 튜토리얼을 기다릴지. 아니면 추가 공적치를 획득하며 앞으로 나아갈지.
그렇게 모두가 유서아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쯤.
“세운 씨?”
세운이 앞으로 나아가 몬스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곧, 세운의 주위에 하얀 서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온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서리의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무수하게 많은 얼음송곳이 되었다.
[ 프로즌 웨이브(Frozen Wave) ]– 청탑의 얼음계 공격 마법으로써 차갑고 날카로운 얼음의 파도를 일으켜 적을 공격한다.
세 번째 서클이 생겨난 후 처음 사용하는 3 서클 마법.
세운의 서클 기반이 ‘청탑의 수련법’이었던 만큼, 청탑의 마법을 사용하니 안정감이 엄청났다.
게다가, 거기에 흑탑의 묘리까지 겹쳐지니.
-흑탑의 묘리에 따라 ‘프로즌 웨이브’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투명한 얼음송곳이 검게 물들어 갔다.
일렁거리던 냉기도 검은 기운을 머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세 개의 서클 중에 두 개의 서클이 흑탑의 묘리를 받아들인 덕에, 어둠의 속성력을 가장 많이 받은 듯했다.
곧이어, 세운이 활짝 펼쳤던 주먹을 꽉 쥐는 순간.
파바바밧!
시린 냉기와 함께, 검은 송곳이 몬스터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얼음 조각의 수는 눈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았고, 냉기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조차도 순식간에 얼려 버릴 정도로 차가웠다.
당연하게도, 이에 닿은 몬스터들은.
“그-어어…….”
몸이 얼어가기 직전, 아주 짧은 신음만 남긴 채 차갑게 굳어가야 했다.
몸이 얼자마자 들이닥친 얼음송곳은 몬스터의 몸을 산산조각 냈고, 바닥에는 딱딱하게 얼은 몬스터의 잔해만이 가득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건 또 새로운 조리법이라며 시원한 먹잇감에 대한 기대를 드러냅니다!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깊숙이 들어간다.”
피부를 찌르는 냉기보다 차가워 보이는 세운의 눈빛에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