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0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05화(401/675)
제 405화
그 시각, 흑십자 거주지의 외곽 부근.
그곳에서는 디아블로와 흑십자 길드원들이 한데 뭉쳐 뒤얽히며 거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방해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하늘 씨!”
“알겠어요!”
– 플레이어 이하늘이 ‘독에 잠긴 병동’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이하늘이 ‘피에 젖은 병동’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이하늘이 ‘저주에 물든 병동’을 사용합니다.
…….
이하늘이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걸쭉한 액체가 터지며 적군 위로 흩뿌려졌다.
피부에 닿으면 상처를 벌리고 혈관을 자극하는 혈액. 숨만 쉬어도 폐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신경계를 교란하는 극독. 감각을 멀게 하고 공포를 자극하는 저주까지.
그녀의 힘은 이러한 대인전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게다가.
쨍!
“다들 지칠 때마다 제 주위로 와주세요. 지속형 포션을 사용했으니 체력이 차오를 거예요.”
“허허. 고맙네, 하늘 양.”
그녀의 힘은 마르바스에게 받은 권능이 끝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만들어 낸 포션을 사용하여 아군을 치료하거나 적을 공격하는 등, 마신의 힘이 없더라도 그녀는 훌륭한 연금술사였다.
그 힘 덕분에 디아블로 길드는 흑십자를 상대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크아아악!”
“왜, 왜 회복이 안 되는 거야!”
“젠장, 아파! 아파! 아프다고!”
흑십자 단원들에게 생겨난 트롤 같은 회복력은 어디까지나 상처에 한정된 힘이었다.
물론 독 역시 남들보다는 빨리 회복되었지만, 그 통증마저 없애주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회복력과 힘으로 만족해하던 흑십자들이 지금은 끝없는 고통에 좌절하는 중이었다.
그중에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기 싫다며 전투를 포기하고 자리에 주저앉는 이들마저 생겨났다.
그렇게 디아블로 길드가 수적 우세를 이겨내며 팽팽하게 흑십자 길드원을 막아내는 중.
그 중심에는.
콰아아앙-!!
“잘 버티는군.”
“내가 할 소리다.”
강한철이 흑십자의 수호병, 데니를 상대하고 있었다.
두꺼운 주먹과 거대한 대검이 충돌할 때마다 충격파와 함께 먼지가 퍼져나가고 대지가 움푹 파여나간다.
압도적인 힘과 힘의 충돌.
그럴 때마다 강한철의 근육이 꿈틀거리고, 데니의 전신 갑옷이 팽창한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네 힘에는 이미 적응했으니. 그 힘으로는 날 쓰러트릴 수 없다.”
빈말이 아니다.
데니는 강한철의 힘을 완벽하게 받아내고 있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저 전신 갑옷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강한철과 공격을 주고받을 때마다 충격을 흡수하여 피해를 최대한 줄여주었다.
그런다고 해도 충격을 100% 흡수할 수는 없지만, 데니는 강림의 주체 중 하나.
일반적인 길드원들보다도 더욱 강한 회복력 때문에 그 정도는 기별도 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네 그 힘은 유지하기가 힘들어 보이는군. 결국 시간 싸움에서 내가 이길 수밖에 없다.”
“닥쳐라!”
콰앙!
강한철의 주먹이 연신 휘둘러졌다.
개전부터 시작하여 진군, 격돌, 함성에 격파까지.
그가 탑을 오르며 익혀 왔던 모든 기술을 쏟아부었지만, 데니는 묵묵하게 그 공격을 버티며 대검을 휘둘렀다.
그럴수록 강한철의 몸을 덮고 있는 악어가죽에 자잘한 상처가 쌓이고 쌓여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상황은 바로 옆에서 싸우고 있는 유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흐으, 어떻습니까? 아시겠습니까? 뭐가 진짜이고, 뭐가 가짜인지?”
데니와 함께 나타난 남자의 몸이 열 개로 늘어나 있었다.
주변에는 그와 똑같은 모습을 한 시체들이 수십 구나 쓰러져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늘어나는 남자의 분신을 쓰러트리며, 유서아는 확신할 수 있었다.
‘가짜가 아니야.’
저 모두가 진짜.
이해할 수 없지만, 가슴을 찌를 때 느껴지는 촉감도 진짜였고 피부를 베일 때 느껴지는 통증 역시 진짜였다.
“그럴 수밖에요! 제가 가진 능력인 분열(分裂)이라도 합니다. 체력을 절반가량 소모하여 실체를 가진 분신을 소환하는 능력입니다만…….”
남자의 몸이 또다시 두 개로 늘어났다.
거의 일 분 간격으로 남자의 몸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분열하지 못하도록 한 번에 제압하려 해 보았으나, 남자는 무척이나 민첩했다.
타란튤라의 거미줄로 움직임을 저하시켜도 분신을 이용해 본체를 탈출시키고 새롭게 분열을 반복했다.
“이 힘! 이 힘 덕분에 체력이 회복되어 무한히 분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실로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유서아는 강한철 못지않게 강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빠른 속도와 바알의 힘인 극독, 전술 같은 것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그녀에게는 저런 적을 상대할 때 필요한 강력한 광역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야 해.’
유서아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라면 체력이 먼저 바닥나는 건 자신들이다.
저쪽은 강림이라는 힘으로 지속적으로 체력을 회복하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결국에는 패배하고 만다.
‘또 세운 씨에게 도움을 청할 수는 없어.’
유서아가 숨을 차분하게 내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변의 지형지물, 아군과 적군의 분포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어 전략을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서아가 붉은 눈빛을 번뜩이며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으, 도망치시는 겁니까? 뭐, 좋습니다! 등에 칼을 꽂는 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니까요!”
유서아가 이동한 곳은 먼 곳이 아니었다.
바로 강한철과 데니가 싸우고 있는 바로 옆의 전장. 아니, 그보다는 강한철과 데니의 딱 중간에 끼어들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리라.
“도망치려고 하니 이성이 마비되신 겁니까? 스스로 무덤으로 굴러가다니, 흐으. 수호병님?”
“잠시 지원하지.”
데니를 중심으로 유서아의 주위에 남자의 분신들이 둘러싸였다.
꼼짝없이 포위된 상황에서, 강한철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내려놓았다.
라일락에서 유서아와 수십, 수백 번 검과 주먹을 부딪친 그였기에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거, 잠깐 빌릴게요.”
“제자리에만 가져다 둬라.”
“걱정 마세요.”
“무슨 소리들 하시는 겁니까? 흐으, 알 거 같습니다. 유언이라도 남기고 있는 거군요!”
타앗!
스무 명으로 늘어난 남자가 유서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빈틈 하나 없는 완벽한 포위망. 도망칠 구석은 없었고, 한 명을 제치더라도 남은 하나가 완벽히 커버할 수 있는 진형이었다.
유서아라고 해도 섣불리 대항하기 힘들어 보이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무모하군.”
유서아는 데니를 향해 뛰어들었다.
자신에게 뛰어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지만, 데니가 자연스럽게 대검을 집어 들어 그녀를 제압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는 유서아의 진짜 속도를 알지 못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네 번째 다리’를 사용합니다.
타다닷!
“……!”
유서아의 몸이 일순간, 네 개로 늘어나는 듯했다.
도저히 뭐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늘어난 여덟 개의 쌍검 중에서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공격은 하나도 없었다.
거기에 날카로운 검 끝에는 극독까지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데니는 검을 쳐내는 것을 포기하고 갑옷을 촘촘하게 조여 노출된 피부를 완전히 차단했다.
푹-
재빠른 판단이었지만, 모든 검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여덟 개의 검 중에서 하나의 검이 데니의 목 뒤에 박혔다.
그렇다고 해도 검 끝의 아주 일부만 박힌 것뿐이라 데미지 자체는 거의 없었다.
극독이 침투하는 것 역시 스스로 근육을 조여 혈관을 막는 것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빠르군. 하지만, 얕다.”
근육을 조임과 동시에 그의 전신 갑옷 틈새가 유서아의 검을 꽉 아물었다.
이로써 유서아는 이 자리에 속박되거나 검 하나를 포기하거나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분열되어 있던 남자 역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흐흐으, 끝입니다. 마지막은 역시 등 뒤로 단검을 박는 것으로 끝내도록 하지요. 분명, 아름다운 최후일 겁니다.”
남자의 분신들이 모조리 유서아를 향해 뛰어들었다.
정체 모를 극독이 발린 단검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그 상황에서도 강한철은 주먹을 들어 올리지 않았고, 유서아는 두 눈을 붉게 물들이며 입을 열었다.
“쳐라.”
– 플레이어 유서아가 ‘데니’를 지배합니다.
“……알겠다.”
데니의 동공이 일순간 유서아의 그것과 똑같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고는 검의 손잡이가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거대한 대검이 괴롭다는 듯이 비명을 내지르자, 그것을 신호탄으로 발을 내뻗으며 검을 쭉 휘둘렀다.
대검이 조각조각 부서지더니 사복검(蛇腹劍)처럼 나누어져 뱀처럼 길게 벌어졌다.
“수, 수호병님!”
퍼걱!
유서아를 향해 돌진하던 남자의 분신들이 한순간에 반으로 썰려 나갔다.
공격 범위가 대단하다고는 하나 남자의 속도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니가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탓에 반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심지어 늘어진 사복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확인 사살을 하듯 남자를 터트렸다.
강한철을 상대할 때도 보여주지 않은 기술.
아무래도 마지막 순간을 위해 아껴두었던 비기인 듯했다.
결국, 그 비기의 먹잇감은 아군이 되었지만 말이다.
“……무슨!”
곧바로 정신을 차린 데니가 뒷목을 향해 우악스럽게 손을 뻗었지만, 유서아는 이미 자리를 떠난 이후였다.
죄책감을 느낄 틈도 없이 그의 정수리에서 툭, 하는 작은 충격이 느껴졌다. 유서아가 그의 투구를 밟고 뛰어오른 것이다.
“젠장, 젠장! 시간만 조금 벌면……!”
공중에는 한쪽 팔이 잘려 나간 남자가 피를 흘려대며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분신이 모두 쓰러지고 본체마저 크게 당했지만, 강림 덕분에 시간만 지나면 체력을 회복하고 분신을 늘릴 수 있다.
“아쉽게도 그럴 시간은 없을 거예요.”
푹!
“커헉!”
–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독니’를 사용합니다.
데니의 머리를 박차고 날아오른 유서아가 남자의 심장에 쌍검을 쑤셔 박았다.
그러고는 끈적한 녹색의 극독을 그 안에 주입하였다.
서열 1위의 마왕, 바알의 힘이 깃든 극독이 심장에 주입된 이상 그가 다시 일어날 일은 없었다.
그에게 남은 미래는 평생 동안 극독의 고통에서 헤엄치거나 극독에 못 이겨 목숨을 잃거나, 그도 아니라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단지, 그것뿐이었다.
“감히……!”
데니는 죽어가는 동료의 모습에 분노했다.
그의 성격상 저기 죽어가는 남자가 일대일로 승부하여 정당하게 패배하였다면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조금 달랐다. 자신의 손으로 동료의 목을 벤 거나 다름없는 상황.
솔직히 그게 비겁하다고 외칠 수는 없었다.
자신들은 현재 제물까지 바쳐 ‘강림’을 사용해 저들을 상대 중이고, 방금 자신의 몸을 지배하였던 힘 역시 유서아의 정당한 힘이었으니까.
지금 그가 분노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동료를 베었다는 죄책감을 억누르기 위함이었다.
그가 분노를 터트리기 위해 유서아를 향해 내달렸지만.
쾅!!
“비켜라!”
“사용은 끝났나?”
“네, 조금 도와 드릴까요?”
“아니.”
데니가 노성을 터트렸지만, 강한철은 듣지 않았다.
대신 목을 좌우로 움직이며 우득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전신의 근육을 한층 더 크게 펌핑했다.
“이제 슬슬 몸이 다 풀려가던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