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0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11화(407/675)
제 411화
다음 날 아침.
세운이 간단하게 세면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오는데, 입구 쪽이 소란스러웠다.
열 명가량의 사람들이 입구에서 여관 주인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옷차림을 보아하니 플레이어는 아니고 데스힐의 주민으로 보였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절대 나쁜 의도는 아닙니다.”
“그 악마들을 무찔러준 분들이 이곳에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감사 인사라도…….”
“그분들 덕분에 제 동생의 안식을 제대로 기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리던지. 외부인은 여기 못 들어와.”
“아이고, 부탁드립니다…….”
언뜻 들은 대화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들 모두 흑십자에게 당한 신도들이나, 그 신도들의 가족과 친구들인 모양이다.
여관 주인 역시 같은 데스힐의 주인으로서 상황은 이해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람들을 막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에 세운이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저들 중에 세운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세운이 나타나자마자 문 앞에서 바글거리던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더니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그, 뭐라 해야…….”
“정말 감사합니다! 여행자님 덕분에 저희 데이브가 그놈들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 악마 놈들이 제 자식놈을 잡고 협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가를 바라신다면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
그들이 바글바글 몰려와 세운 앞에 자리를 잡자, 여관 주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섰다.
세운 역시 여관 주인을 탓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곳은 여관일 뿐이라 경비병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지금까지 혼자 저들을 막아내고 있었던 것만 해도 충분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두가 세운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을 때, 그들의 사이에서 돌연 남자 하나가 벌떡 일어서 세운에게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섬뜩하게 빛나는 흑십자 문양이 새겨진 단검이 들려 있었다.
“주교님의 복수를!”
퍽!
다만, 뒤이어 들려온 건 단검으로 세운의 복부를 찌르는 소리가 아닌 둔탁한 타격음이었다.
뒤이어 눈알을 까뒤집고 쓰러지는 남자.
애초에 무리 사이에서 느껴지던 미약한 살기를 느끼고 있던 세운은 기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럴 생각이 없었습니다! 서, 설마 잔슨이 아직 그놈들에게 빠져 있었다니!”
“무슨 일…… 어?”
적절한 시기에 잠에서 깬 이하늘이 1층으로 내려왔다.
인기척을 들어보니 소란 때문에 잠에서 깬 길드원들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모양이다.
상황을 파악한 그녀가 세운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달려왔지만, 세운은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가리켰다.
“해독제, 만들 수 있겠어?”
“음…….”
이하늘이 만든 해독제는 세운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나다.
본래 독은 그에 맞는 해독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그녀가 만든 해독제는 독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어지간한 독은 하나의 포션으로 해독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까.
다만, 지금 쓰러진 남자가 중독된 건 독이 아니다.
마약.
단순한 해독제로 해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약 성분을 빼기도 어렵지만, 성공적으로 빼내더라도 한동안 부작용을 견뎌야만 했다.
“이거, 검은 숲에서 난 흑향초로 만든 마약이죠? 가능할 것 같아요. 흑십자의 창고에 있던 재료 중에 잘 어울리는 소재가 있었거든요.”
“저, 정말이십니까?”
“확실한 건 해 봐야 알겠지만, 마약의 주성분이나 해독 소재도 가지고 있으니 오전 안으로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사, 사실 이런 사람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놈들이 사라진 건 좋지만, 마약을 구할 수 없게 되어 폭주하고 있는 이들이 데스힐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염치없지만, 부디…….”
그들이 성녀를 대하듯이 이하늘 앞에 머리를 숙인다.
그 순간, 세운의 앞으로 메시지 하나가 떠오른다.
– 강화된 길드 성향 ‘파멸의 구원자’로 인해 길드의 버프 중 하나가 강화됩니다.
– 디아블로 길드의 민첩성 버프가 상승합니다.
‘이건?’
이유도 나타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버프 강화 소식에 세운의 눈이 크게 뜨였다.
하지만, 길드의 성향에 맞게 행동한 덕분에 그에 맞춰 보상을 내려받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소란을 듣고 내려온 유서아도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며 놀라는 중이었다.
“세운 씨, 이거 혹시…….”
“맞아.”
어젯밤에 유서아에게 말한 길드를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
그걸 벌써부터 찾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데스힐에 이바지하는 데 신경 써야겠는데.”
* * *
세운이 계획을 알린 직후, 디아블로 길드는 곧바로 흑십자 길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찾아 나설 필요도 없었다.
디아블로 길드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자마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선해서 우르르 찾아왔으니까.
“저, 정신이 드니? 괜찮아?”
“엄마……. 제가 무슨. 제가 어째서……?”
“괜찮단다. 이제 다 괜찮아. 괜찮아. 흑흑…….”
가장 먼저 시작된 건 흑향초에 중독된 신도들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실상 흑십자의 신도 대부분이 중독자였으니 그 수는 천을 가뿐하게 넘길 정도였다.
다행인 점이라면 혹시나 길드원이 중독되는 경우에 대비한 것인지 흑십자의 창고에 흑향초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약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이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녀님!”
“아니에요. 성녀라니…….”
“약 한 번으로 이렇게 완벽하게 저희 아들을 치료해 주셨으니. 아니, 저희 데스힐 전체를 치료해 주셨으니 성녀라 불러야 마땅하지요.”
이하늘의 해독제 제조 실력이 엄청나다는 점이었다.
본래 흑십자에서 만든 해독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만들어 낸 해독제는 체내에 일말의 마약 성분이나 부작용도 남기지 않았다.
복용하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중독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물론 심리 쪽은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그 이후는 보호자들이 해결할 문제였다.
해리를 포함한 디아블로 길드원 몇몇이 검은 숲에 찾아가 흑향초를 모조리 뽑아냈으니 마약이 다시 생겨날 가능성도 없었다.
“여기, 세 명 잡아 왔어요.”
“수고했어요.”
“이제 슬슬 다 잡아 온 것 같아요. 숨은 사람들도 정필 씨가 거의 다 찾아냈거든요.”
“다행이네요. 슬슬 재료가 다 떨어져 가던 참이라.”
흑십자가 무너진 이후.
신도들은 대부분 성당에서 기도를 하거나 가족에 의해 끌려왔지만, 이성을 잃고 데스힐을 정처 없이 떠돌거나 숨은 이들 역시 존재했다.
그런 이들 역시 전부 수색하여 중독을 풀어가던 중이었다.
데스힐에서 제공해 준 명단도 다 지워져 가니, 이제 얼마 안 가 흑향초에 중독된 자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저, 정말 이게 우리 집이란 겁니까?”
“도시가 너무 칙칙해서 좀 화사하게 꾸며봤어요!”
“아, 색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 도색은 얼마 안 걸리긴 하는데, 회색으로 칠해 줄까요?”
“괜찮습니다! 정말 너무 좋습니다! 이 빚은 어떻게…….”
“자재도 지원받고 있구, 신전에서도 대금 지불한다고 했어요! 감사할 필요 없어요!”
“언니, 저기에는 어떻게 지을까?”
“이번에는 좀 높게 지어보자!”
“응!”
쌍둥이 자매는 데스힐의 재건축을 맡아주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고, 안 그래도 도시의 노후를 해결하려 고민 중이던 데스힐의 사대 신전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다.
이외에도 고창석이 생필품을 만들어 주거나 강한철이 철거를 돕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데스힐에 디아블로 길드의 손길이 들어갔다.
그 결과.
– 강화된 길드 성향 ‘파멸의 구원자’로 인해 길드의 버프 중 하나가 강화됩니다.
– 디아블로 길드의 이동 속도 버프가 상승합니다.
– 강화된 길드 성향 ‘파멸의 구원자’로 인해 길드의 버프 중 하나가 강화됩니다.
– 디아블로 길드의 마법 공격력 버프가 상승합니다.
세운이 노린 것처럼, 디아블로 길드의 버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쉼터에서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길드전으로 길드 성향이 강화된 효과인 듯했다.
덕분에 흑십자 길드의 수작질로 망가져 있던 디아블로 길드의 이름은 나날이 유명해졌다.
심지어는…….
“안녕하십니까, 피스톨 길드의 대표로 찾아왔습니다.”
“어쩐 일로…….”
“최근 디아블로 길드가 데스힐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저희 길드도 감명을 받아 한몫 거들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흑십자 길드의 위세에 의해 숨죽이고 있던 길드들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데스힐은 흑십자가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괜히 밉보였다가는 다음 쉼터로 가지 못하는 이상 데스힐 내에서 행동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질 테니까.
다음 쉼터로 오를 실력이 되지 않는 이상, 데스힐에 얼마나 거주할지 모르는 그들 입장으로는 디아블로 길드를 도와 데스힐에 좋은 이미지를 심으려는 속셈이 훤히 보였지만.
“알겠습니다. 그럼, 재건 현장을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데스힐은 넓다. 그에 반해 디아블로 길드는 실력은 뛰어나도 인력은 많지 않다.
아쉽게도 데스힐의 전통 때문에 백현의 언데드를 활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그들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사람을 쓴다고 성향으로 인한 버프 강화가 멈추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며칠.
단 며칠 만에 길드 버프를 열 번 넘게 강화할 수 있었다.
당장 체감이 될 정도의 버프량에 세운도 놀랄 정도였다.
‘이런 정보를 다른 길드장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리는 없고…….’
아마, 상위 길드를 다스리는 길드장들이 암암리에 알고 있던 숨겨진 정보가 아니었을까?
그런 정보라면 세운이 대도서관에서 책을 아무리 읽고, 시련을 아무리 열심히 탐험해도 알아낼 수 없었을 테니까, 몰랐던 것도 말이 된다.
“다들 준비됐지?”
“네!”
세운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본래 흑십자의 성당이 있던 건물이 강한철의 주먹질에 완전히 폐허가 되고, 주변으로는 운석 파편을 이용해 만든 벽이 넓게 둘려 있었다.
혹여나 아우터가 뿜어져 나와 데스힐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낸 경계였다.
– 크릉…….
루인 역시 미리 빠져나와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길드원들은 모두 고창석이 운석으로 만든 무기와 방어구로 재정비했고, 백현은 이전에 만들어 낸 운석을 박은 언데드를 소환했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하나.
“가자.”
데스힐의 지하에 잠들어 있는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