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1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14화(410/675)
제 414화
여덟 개의 촉수가 일제히 세운을 향해 쏘아진다.
다만, 여태까지의 촉수와는 다르다.
촉수의 끝이 꾸물거리더니 뒤랑달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은 시작일 뿐. 다른 촉수들도 각종 병기의 형태를 이루며 세운을 공격해 온다.
아우터로 만들어진 창이 복부를 노리며 쏘아지고, 철퇴가 머리 위에서 쇄도한다.
사방에서 암기 같은 것들이 공기를 가르며, 등 뒤에서는 둔탁한 망치가 공기를 짓누르며 다가온다.
“아, 네 설명이라면 굳이 필요 없어. 대충은 알고 있으니.”
파앗!
사방에서 쏘아지는 무기의 중심에서 세운의 몸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공격은 물론 회피까지 가능한 ‘부르트강’을 사용한 건 정답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반격을 날리기는 어려웠다.
남자의 등 뒤로 이동하는 순간 로브가 펄럭이며 또 한 번 아우터가 앞길을 막아섰으니까.
“이름, 정세운. 마신의 계약자. 마몬의 보물로 회귀한 것으로 추정되며…… 과거의 행적은 알 수 없음. 이번 굴레에서 주의해야 할 인물 중 하나. 다만.”
하지만, 아우터가 앞길을 막아선다고 피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세운이 부르트강의 힘과 무공을 적절히 응용하여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약한 공격은 쳐내고, 강한 공격은 비껴낸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위험한 공격은 부르트강의 이동 능력으로 피해 낸다.
그러다 순식간에 도달한 남자의 등 뒤로 뒤랑달을 휘두른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아우터는 전부 재꼈다고 생각하고 휘두른 회심의 일격.
그러나…….
“우선순위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군.”
꽈악!
남자가 입고 있던 로브가 휘날리며 세운의 검을 잡아냈다.
저건 단순히 몸을 가리기 위한 로브가 아니었다. 저 로브 자체가 아우터.
아니, 어쩌면 걸치고 있는 외투는 물론, 신체 대부분까지 아우터가 아닐까 싶었다.
거기에 스스로를 ‘폐왕’이라 칭한 것을 보면…….
‘설마, 침식 따위가 아니라 아우터 그 자체인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우터에게 저 정도의 지능이 있는 경우도 없고, 숙주 없이 제대로 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점점 그쪽으로 확신이 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저 남자를 지금 이 자리에서 쓰러트려야만 한다.
– 바위를 쪼갠 검, 뒤랑달이 ‘부르트강’에 무지개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부르트강’을 통해 빛의 인도가 재현됩니다.
남자의 로브에 꽁꽁 묶여 있던 뒤랑달이 일곱 색으로 빛난다.
부르트강에 담긴 빛은 평범한 빛의 기운이 아니다.
헤임달이 지키고 있는 무지개다리, 미드가르드와 아스가르드를 잇는 유일한 통로라 일컬어진 비프로스트의 힘이 담겨 있다.
그 힘은 물리적인 제한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스륵-
검날은 곧 프리즘에 닿은 빛처럼 굴곡 하며 남자의 로브를 벗어났다.
“루인.”
– 크릉!
반대편에서 남자의 아우터를 경계하던 루인이 세운의 검 속으로 흡수되었다.
이제는 굳이 명확한 명령을 내리지 않고 시선만으로도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 덕분이다.
“본래 가장 위험 요소라 판단했던 크로노스의 딸X보다는…….”
남자의 몸에서 추가로 튀어나온 아우터들이 뒤랑달의 검로를 막아냈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뒤랑달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방패처럼 넓게 펼쳐진 아우터는 그대로 통과해 굴곡 하고, 검으로 변해 경로를 방해하려 해도 뒤랑달의 굴곡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그렇게 결국…….
푹!
뒤랑달의 검 끝이 남자의 등 정중앙을 꿰뚫었다.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검 끝을 내려보던 남자가 무심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네놈이 가장 큰 위험 요소였나.”
가슴이 꿰뚫렸음에도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남자의 모습이 괴기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세운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파멸’이 깨어납니다.
아우터에게는 역시 파멸의 힘이 천적이다.
거기에 지금 세운의 검에는 루인까지 깃들어 있었으니, 그 힘은 평상시의 배 이상이었다.
성흔의 빛을 옮겨 받아 뒤랑달이 검붉게 물듦과 동시에 남자의 가슴이 타들어 가듯이 치익 거리며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과연, 이런 느낌이었군. 그들이 무서워할 수밖에 없겠어.”
세운이 이 기세를 이끌고 검을 움직이려던 찰나.
꾸륵!
남자의 몸에서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얼굴의 변화.
잔혹하게 일그러져 있던 피부가 불룩거리더니 고름이 터지는 것처럼 검은 물을 토해 냈다.
당연하게도, 그 전부가 아우터.
뒤랑달에 깃든 파멸의 힘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의 아우터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 기회에 없앨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소한 ‘학습’의 준비는 해 둬야겠지.”
재빨리 검을 회수한 세운이 만병지함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산호탑주에게 받은 ‘그로잉 헤츨링’의 마나 핵이 빛나고, 루인이 재빠르게 그 속으로 옮겨왔다.
‘브레스.’
콰아아아-!!
그로잉 헤츨링의 능력 중 하나인 드래곤 브레스.
세운이 평소에 지팡이의 마나 핵에 모아두었던 마나를 전부 소진하며 용의 숨결을 쏟아냈다.
루인이 스며들고, 성흔이 빛나고 있는 만큼 이 공격 전부에 파멸의 힘이 담겨 있다.
“학습…… 불가라. 학습을 하기도 전에 무섭다고 피해 버리니 제대로 학습을 할 수가 없군. 샘플이라도 떼가고 싶지만, 그것도 어려운가.”
용의 숨결은 강력했다.
밀폐된 운석 내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숨결에 닿은 아우터가 불붙은 신문지처럼 빠르게 타들어 갔다.
그런데도 아우터의 양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터는 마치 바다와 연결된 것처럼 끝도 없이 쏟아졌다.
‘더…… 밀어붙여야 해!’
저렇게 몸이 타들어 가고 있는데도 아우터의 양은 줄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났다.
이윽고 늘어난 아우터가 꾸물거리며 형체를 만들어 갔다.
저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저게 완성되는 순간 세운이 남자에게 이길 가망성이 극히 낮아진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덜컥!
“왜 이렇게 늦는……!”
천장의 뚜껑이 열렸다.
강한철을 중심으로 길드원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것을 보아 다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모양이다.
어지간하면 길드원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모두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이 남자만은 지금 쓰러트려야 한다.
“강한철!”
“알겠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파’를 사용합니다.
역시, 강한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바로 뛰어내려 주먹을 내지른다.
일반적인 공격이라면 몰라도 그의 주먹에는 운석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건틀렛이 착용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콰직!
“꾸르르르륵-!”
한참 부풀어 오르고 있던 아우터의 정수리가 찌푸려지며 그 파동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세운 씨!”
파바바밧!
뒤이어 뛰어내린 유서아가 바알의 왕관을 착용한 채로 바람처럼 아우터의 전신을 휩쓸었다.
그녀의 쌍검 역시 고창석이 운석을 가공하여 만든 무기였기에, 아우터의 전신에 새겨진 상처는 회복되지 못하고 검은 물을 뿜어댔다.
“저도 가겠습니다!”
“형니이임!”
그 외에도 디아블로 길드원 전원이 운석 표면의 작은 구멍을 통해 하나씩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최수창이 운석으로 만들어진 작살을 집어 던지고, 김미정이 운석으로 촉을 만든 화살을 쏘아낸다.
박정필은 직접 들어오지 않고 위에서 수류탄 같은 걸 던지고 있었는데, 운석 조각을 집어넣은 건지 그게 터질 때마다 아우터가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저마다의 개성을 이용하여 훌륭하게 아우터를 제압 중이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은.
“물어뜯으십시오.”
“그어어어-”
“그어어어어-”
백현이 운석을 박아 넣어 만든 언데드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렸다.
그것들은 추락과 동시에 아우터의 몸에 달라붙더니 몸을 아끼지 않고 손톱을 휘둘렀다.
자세히 보니 그 손톱마저 운석으로 되어 있었기에 대놓고 붙어 있어도 침식되는 일이 없었다.
길드원의 지원이 더해지자 부풀어 가던 남자의 몸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운석을 이렇게까지 활용할 수 있는 건가. 대단하군. 그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 그들이 학습하는 만큼, 너희도 발전하는 것은.”
이제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목소리가 운석 내부를 웅웅 울려댔다.
질퍽거리며 온갖 공격에 저항하던 아우터가 일순간 멈추며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갔다.
“조금 더 학습시키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계획을 앞당겨야겠군.”
“총공격!”
남자가 내뱉는 말에서 세운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이곳을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기에 세운이 목소리를 높이고 뒤랑달을 새로 꺼내 쥐었다.
세운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길드원들이 전원 비장의 수를 사용하였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종전(終戰)’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이하늘이 ‘죽은 병동’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김미정이 ‘검은 별의 만찬’을 사용합니다.
…….
세운이 라이트 마법을 꺼뒀음에도 온갖 공격이 쇄도한 탓에 운석 내부가 터질 듯이 빛났다.
다양한 효과음이 얽히고 얽혀 고막을 울려댄다.
딱딱하게 경화되어 있던 아우터가 유리창처럼 깨지며 검은 조각이 사방에 비산한다.
그 틈을 노리고, 세운이 달려간다.
– 내공을 통해 파극암검의 제삼 초식, 천공(天孔)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운석의 표면을 부수기 위해 사용하였던 파극암검의 제삼 초식, 천공. 하지만, 지금 사용하는 건 그때와 조금 달랐다.
운석의 표면을 부술 때는 본래의 초식을 응용하여 변형된 버전으로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파극암검의 정석.
천공(天孔)이라는 초식에 담긴 의미를 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며, 뒤랑달을 위로 치켜들었다.
단전에서 시작되어 전신을 거칠게 휘몰아친 내공이 단숨에 오른손의 성흔을 통과하여 뒤랑달의 검 끝에 집중되었다.
콰창!!
뒤랑달의 검 끝에서 빠져나간 검은 빛이 아우터의 중심을 꿰뚫고, 이에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천장의 구멍을 통해 하늘 위로 치솟았다.
데스힐 특유의 음울한 구름이 꿰뚫리며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그 공격 때문에 도망갈 타이밍을 놓쳤는지, 상체만 원상태로 돌아온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다만, 세운은 방금의 공격 여파로 후속 공격이 힘든 상태.
그때, 천장의 구멍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이 붉은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루인, 이것 좀 물어줄래요?”
“루인!”
– 크릉!
아르카나가 대낫을 던지는 것을 확인한 세운이 곧바로 뒤랑달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반동으로 튕겨 나간 루인이 재빨리 튀어 나가 아르카나가 던진 대낫을 악물었다.
그와 동시에 루인이 문 대낫이 색을 잃고 흑백으로 변하고, 반대로 아르카나가 든 흑백의 대낫이 색을 되찾아 간다.
“링크(Link).”
카지노의 창고에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기술.
그녀가 중력의 힘을 그대로 담아 아직 몸 전부를 원상태로 되돌리지 못한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
서걱!
남자의 가슴에 대각선으로 긴 상처가 생겨났다.
상처에서는 붉은 피 대신 새까만 액체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뒤랑달로 가슴을 꿰뚫었을 때도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지 못했는데.
가장 약한 타이밍에 허점을 노린 덕분인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일격을 먹이는 데 성공했다.
“이건 또 무슨. 도대체, 네놈이 얽히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로군.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자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던 아우터가 넓게 퍼져 남자의 몸을 둥글게 감싸 안았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운명에 어긋난 역행자(逆行子)여.”
푸화앗!
그 시꺼먼 액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으로, 남자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