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1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21화(417/675)
제 421화
– ‘미스트 메이커’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체력이 2, 지력이 3 상승합니다.
미스트 메이커.
알고는 있지만, 직접 상대해 보니 생각 이상으로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 하나라도 부족하면 완전히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했겠네.’
녀석이 내뿜는 안개는 대부분의 마법을 막아냈고, 몽글거리는 피부는 대부분의 물리 공격을 흘려보냈다.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세운은 회귀 전의 지식과 여정의 지침표의 도움을 받아 녀석과의 전투를 끝낼 수 있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건 자신이 먹어 보았던 진미 중에서도 일품이라며 눈을 반짝거립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려댑니다.
베엘제붑도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아직 체력이 남았지만, 네임드 몬스터를 쓰러트린 여파인지 세운의 주변으로 몬스터가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슬금슬금 멀어지고 있는 게, 세운을 피하고 있는 모양이다.
‘굳이 바로 올라갈 필요는 없겠지.’
안개가 아무리 자욱해도 여정의 지침표만 잘 따라가면 무리 없이 몽환의 숲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몽환의 숲에는 생각 이상으로 얻을 게 많다. 61층의 시련부터는 필드의 크기가 넓은 만큼 수많은 히든 피스와 던전들이 숨어 있었으니까.
“형니임- 살- 제발- 어디이-!”
저 멀리서 들려오는익숙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세운은 숨겨진 던전들을 찾아 나섰다.
* * *
61층의 시련, 몽환의 숲에 들어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여정의 지침표를 따라 직진으로 달려간다면 세운의 속도로 보아 하루 만에 통과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세운은 전력 주파 대신 던전 탐험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 히든 던전, ‘안개 숲’을 완벽하게 공략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개인 공적치가 100,000point 상승합니다. ] [ ‘안개의 정수’를 획득하였습니다. ] [ 히든 던전, ‘안개 폭포’를 완벽하게 공략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개인 공적치가 140,000point 상승합니다. ] [ ‘여정의 등불’을 획득하였습니다. ]…….
무려 열 군데가 넘어가는 히든 던전을 찾아내 공략할 수 있었다.
아직 시련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100만 포인트 이상을 얻은 것은 물론, 다양한 아이템까지 확보하였다.
61층부터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값진 게 많았으니 경매장에만 내놓아도 큰 공적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도 있었네.’
여정의 등불.
안개를 포함해 각종 방해로부터 목적지를 밝혀주는 일회성 아이템이다. 세운의 고유 스킬 여정의 지침표의 하위 호환 느낌이랄까?
그 외에도 이하늘에게 주면 좋을 법한 안개초라든가 고창석에게 줄 만한 광석 등, 아공간 주머니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세운이 자기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을 보였다.
‘나도 많이 달라지긴 했네.’
예전이었으면 이런 아이템들을 얻어도 그저 경매장에 넘기거나 혼자 처리할 방법을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아이템을 얻자마자 누구한테 줄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무래도 데스힐에서 회귀에 대해 말하고 인정을 받은 이후로 길드에 더 큰 정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이제 슬슬 올라가 볼까.’
주위에 있는 히든 던전은 얼추 정리가 끝났다.
아무리 세운이라도 61층에 존재하는 모든 히든 던전을 찾는 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효율이 떨어졌기에 이 정도면 충분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합니다.
베엘제붑이 즉각 반응했지만, 어차피 다음 시련으로 올라가도 몬스터는 계속 등장한다.
“튜리크.”
– 응.
튜리크의 날개를 펼쳐 빠르게 비행했다.
안개 때문에 방향 감각도 어긋나고 날개의 움직임도 영 이상했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동하는 동안 혹시나 하고 길드챗을 펼쳐보았다.
대부분 아직까지 헤매고 있었지만, 최수창이나 해리처럼 이미 시련을 통과한 이들도 있었다.
둘의 조언 덕분인지 다른 사람들도 슬슬 저마다의 공략법을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거의 다 도착했네.’
안개가 더욱 깊어져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그 와중에도 여정의 지침표가 강렬한 신호를 보내 이 앞이 몽환의 숲의 끝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탓.
날개를 접고 사뿐하게 착륙한 세운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안개로 인해 새하얘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나무 두 개.
61층의 시련에는 여러 개의 출구가 존재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나무 사이가 숲에서 가장 많은 출구 유형 중 하나였다.
그렇게 62층을 향해 나아가려던 중.
– 어? 저기…….
이제 날개를 접고 잠들려던 튜리크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곧이어 성흔에서 빠져나와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
– 여기, 익숙한 기운. 느껴져.
“익숙한 기운?”
– 응, 익숙한 기운.
이 주위에 무언가가 있었나?
여정의 지침표는 여전히 61층의 출구인 두 개의 나무 기둥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회귀 전의 세운 역시 출구 주변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적은 없었다.
세운은 자신의 본능 이상으로 여정의 지침표를 믿지만 어딘가 홀린 것처럼 움직이고 있는 튜리크를 혼자 가게 둘 수는 없었다.
“같이 가자.”
– 고마워. 조금만 가면 돼. 가까워.
세운이 튜리크를 따라 두 개의 나무 기둥을 지나쳤다.
공간상으로 봤을 때는 이렇게 움직여도 숲을 빠져나가는 게 정상이지만, 몽환의 숲은 그리 간단한 구조가 아니었다.
만약 그런 구조였다면 한 방향으로 쭉 움직이기만 해도 시련에 통과했을 거다.
방금 발견한 나무 기둥 사이처럼 특정한 출구로 빠져나가야만 시련을 탈출할 수 있다.
이렇게 나무 기둥 뒤로 돌아가 봤자 다시 미궁에 빠질 뿐이다.
그래, 분명 그래야 하는데…….
‘뭐지?’
무언가 이상했다.
단순히 안개가 짙어지는 게 아니라 안개가 물길처럼 일렁거리고 있었다.
– 이쪽이야. 조심해.
감각이 심각하게 어긋나는 기분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튜리크를 뒤따르는 경로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곳의 안개가 난폭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길을 벗어나 저 소용돌이에 노출되면 보통 방법으로는 탈출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 왜 여기 있는 거지? 아닌데. 어째서…….
“뭘 말하는 거야?”
– 내 친구. 아니. 친구였던……. 사라진 친구야.
튜리크의 친구라면 같은 정령을 말하는 걸까?
세운이 알기로 정령계에서도 공포의 정령은 튜리크 혼자라고 알고 있는데.
– 아주 오래전에. 내 유일한 친구였어. 자주 보진 못했지만. 친구였는데.
정령계의 시간은 인간계와 다르다. 때문에 정령이 말하는 시간의 기준 역시 인간과 다르다.
튜리크가 ‘아주 오래전’이라고 할 정도면 못해도 몇백. 아니, 몇천 년 전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 이 앞이야. 이 앞인데…….
튜리크가 움직임을 멈췄다.
주변의 안개는 손가락만 잘못 까딱해도 침입자를 끌어들일 것처럼 더욱 사납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튜리크만 따라가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 막혀 있어, 안 열려. 왜? 나, 왔는데…….
안개로 이루어진 벽이 튜리크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안개가 뭉치고 또 뭉친 것처럼 새하얗고 단단해 보이는 벽은 튜리크의 애원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세운도 한 발 앞으로 나가 벽을 만져보니, 분명 안개가 뭉쳐서 만들어진 벽임에도 엄청난 단단함이 느껴졌다.
“튜리크, 여기 들어가고 싶어?”
– 응. 내 친구, 느껴져. 이 안에 있어. 보고 싶어.
“알겠어.”
세운과 계약하여 성흔 속에서 지내고 있는 튜리크는 이미 세운과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전에 루시퍼 앞에서 똑바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불가능했을 터다.
그녀와의 계약에 이런 사항까지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이미 큰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 큰 도움을 받으며 같이 지낼 입장으로서 그녀의 바람을 들어줄 이유는 충분했다.
까앙!
세운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뒤랑달을 휘둘렀다.
고작 안개일 뿐인데 석벽을 후려친 것처럼 검이 튕겨 나갔다.
아니, 어지간한 석벽이라도 뒤랑달을 이런 식으로 튕겨내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이번에는 내공을 담은 일격을 내질러 보았다.
붉은 검기를 넘실거리며 휘둘러진 뒤랑달이 이번에는 종이를 자르듯이 부드럽게 안개 벽 위를 스쳐 지나갔다.
다만…….
‘안 통하네.’
안개 벽을 자른 건 아니었다.
세운의 검은 그저 안개 벽을 통과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일정 강도 이상의 물리 공격은 그대로 흘려보내는 특성을 지닌 모양이다.
화륵!
이번에는 불이다.
안개를 구성하고 있는 물을 모조리 증발시킬 생각으로 열화를 일으켰지만,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개가 더욱 짙어지며 안개 벽이 더욱 새하얗게 일렁였다.
그렇게 갖가지 공격을 사용하던 중.
‘바람.’
세운은 드디어 안개 벽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모든 마법에 꿈쩍도 하지 않았던 안개 벽이 바람 마법을 사용했을 때 유일하게 미약한 흔들림이 보였기 때문이다.
여정의 지침표 역시 세운에게 안개 벽의 약점을 전달해 주었다.
문제라면 이 안개 벽이 7서클의 바람 마법에도 흩어지지 않았다는 점.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나찰의 보패, 파초선 ]– 철선 공주라 불리는 나찰녀의 보패. 한 번 휘두르면 강풍이 일어나고, 두 번 부치면 비바람이, 세 번 부치면 태풍이 일어난다 일컬어진다.
세운이 만병지함을 통해 붉은 부채 하나를 꺼내 들었다.
데스힐에 머무르며 길드원들이 데스힐에 이바지하고 강해지기 위해 수련할 동안 세운 역시 가만히 있던 게 아니었다.
수련에 집중하는 한편, 더욱 다양한 마몬의 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창석에게 다양한 장비의 제작을 부탁했다.
보구의 힘을 버틸 수 있어야 하니 희귀하고 강력한 소재를 구해 오면서까지 만들어 낸 장비들.
이 부채 역시 그 수많은 장비 중 하나였다.
“튜리크, 물러나 줄래?”
– 응…….
부웅!
세운이 부채를 휘두르자 7서클 마법과 비등할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 일어나 주변의 안개를 휩쓸었다.
다만, 그럼에도 눈앞의 안개 벽은 아름드리나무처럼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세운은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부채를 휘둘렀다.
부웅!
부채가 본래 크기의 두 배가량 커졌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더욱 강력해진 강풍과 함께 소나기처럼 빗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안개 벽이 괴롭다는 듯이 갈대처럼 흔들렸지만, 여전히 힘겹게 제 자리를 지켜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세 번째 부채질.
– 잔조선(殘爪扇)이 ‘파초선’에 잠든 바람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파초선’을 통해 화산진압(火山鎭壓)이 재현됩니다.
후우우우웅-!!
세 번째 부채질로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찰의 부채, 파초선.
제아무리 강력한 화염을 내뿜는 화염산이라도 부채질만으로 불길을 깡그리 잡아 버린다고 알려진 파초선의 바람에.
스륵-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안개 벽이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