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2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68화(420/675)
제 68화
부스스-
과연, 헤라클레스의 무기.
방금 휘둘렀던 둔기는 나름 C급 무기였기에 한 번 정도는 버티지 않을까 싶었는데.
단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놋쇠 곤봉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노움의 압축 광물’이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이걸로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인 것은 물론, 브레스를 내부에서 터트려 이차 피해까지 입히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한 거예요? 브레스를 막아 내다니…….”
“설명은 나중에. 일단 저놈부터 쓰러트리고.”
전투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자욱한 먼지를 뚫고 다라칸의 머리가 위로 떠올랐다.
반쯤 찌그러진 놈의 콧구멍에서 하얀 수증기가 스팀처럼 뿜어져 나왔다.
‘거 더럽게 단단하네.’
이번 일격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마몬의 보물창고를 개방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공격을 퍼부어 봤자 놈을 죽이기는 힘들다는 것을.
만약, 죽인다고 해도 가지고 있는 무기를 전부 소모해야 할 것이다.
애초에, C급 무기로 구현해 낼 수 있는 보물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크오오오오-!!”
놈의 포효 한 번에, 주위에 자욱하던 먼지가 깡그리 날아갔다.
엄청난 위압감이 담긴 포효였지만, 성흔이 빛나고 있는 세운에게는 여전히 통하지 않았다.
성흔의 힘은 리엘과 정령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다만, 몬스터에게는 달랐다.
“키에에에엑!”
“꾸릉! 꾸릉!”
“카앗! 카아아앗!”
결계 밖에서 폭군의 분노에 떨고 있던 몬스터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몸을 떠는 것을 멈추고, 눈이 벌겋게 물들며 세운이 세워둔 결계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빨이 떨어지고, 지느러미가 찢어지고, 비늘이 벗겨져도 신경 쓰지 않는다.
버서커(Berserker).
다라칸의 포효로 인해 광폭하에 걸린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별로 없겠는데.’
마나석을 모조리 투자했다지만,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았다.
이대로라면 길어봤자 5분. 아니, 3분도 못 버틸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그 안에 저놈을 쓰러트려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몬스터의 파도에 휩쓸려 버릴 테니 말이다.
‘그래도 첫 타는 제대로 먹였으니.’
방금 제대로 일격을 먹일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놈이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면, 다시 이런 기회는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시작부터 마몬의 보물창고까지 개방하여 일격을 날린 것이다.
쿵, 쿵, 쿵!
다라칸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세운과 리엘에게 다가온다.
거대한 덩치 때문에, 놈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듯이 땅이 떨려온다.
“계획 있어요?”
“역린을 찾아봐야지.”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았는데, 용종의 약점을 잘 알고 있네요.”
“내가 앞에서 어떻게든 비벼볼 테니까, 뒤에서 보조 좀 부탁해.”
“알겠어요.”
“맡겨줘!”
“도와줄게!”
“힘내!”
“나쁜 용! 내가 혼내 줄 거야!”
손잡이만 남은 둔기를 버리고,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아직 마몬에게 뒤랑달을 돌려받지 못한 지금, 세운이 가진 무기 중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철컥.
황금성의 성주, 골드 가든을 쓰러트리고 얻은 무기. ‘골든 할버드’였다.
튜토리얼에서 얻은 무기답지 않게, 무려 B급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무기.
이거라면, 다라칸의 공격을 받아내거나 상처를 입히는 게 가능할 것이다.
‘사용하기 어렵겠는데.’
할버드.
도끼창이라고도 부르는 이 무기는, 창의 모습에 도끼날이 달려 있는 무기다.
폴암의 일종으로 ‘투구를 쪼개기 위한 도끼’라 불리는 만큼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데, 파괴력이 강력한 만큼 단점도 존재했다.
길이가 길어 일반적인 도끼보다 다루기 어렵고, 무거운 도끼날에 의해 일반적인 창처럼 빠르게 다루기도 힘들었다.
성주, 골드 가든이 할버드를 자유자재로 사용한 건 강한 근력이 뒤를 받쳐 주고 뛰어난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세운은 폭식의 권능 덕분에 할버드를 다룰 만한 근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그라드 제국식 부창술(斧槍術) ]– 그라드 제국의 기사들이 할버드를 다루기 위해 배웠던 제국의 고유 부창술. 오랜 전쟁을 통해 발전한 창술은 방어구를 무시한 채 적을 압도한다.
실력뿐이었다.
붕, 부우웅!
세운의 손에서 골든 할버드가 빠르게 회전한다.
도끼날이 공기를 살벌하게 갈라내며, 파공음이 주위로 퍼져 나간다.
깡!!
시야를 뒤덮으며 다가오는 다라칸의 손톱을 쳐냈다.
폭식의 권능으로 강해진 근력과 그라드 제국식 부창술, 그리고 회전의 가속도가 가득 담긴 공격. 그 일격에 그 거대한 다라칸의 손톱이 거짓말처럼 휘어지며 세운을 비켜나갔다.
“크르르-!”
다만, 정작 훌륭하게 공격을 쳐낸 세운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강한데.’
할버드를 쥐고 있는 손이 얼얼하게 아파왔다.
정면으로 공격을 막은 것도 아니고, 태극검의 묘리까지 활용하여 공격을 흘려보낸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손바닥이 쓸려 붉게 물들었다.
게다가, 골든 할버드 역시 아직까지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웅웅 떨려대고 있었다.
‘하긴, 애초에 한두 명이 잡을 수 있게 나온 몬스터가 아니니까.’
분노한 바다의 폭군, 다라칸.
본래 다섯 번째 장에 참가하는 플레이어 전체가 합심하여 공략해야만 하는 몬스터다.
놈은 어지간한 성벽쯤이야 두세 번 부딪히는 것만으로 부서트리는 괴물이니까.
그런 놈을 단 두 명이서 공략하고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었다.
그렇다면.
‘더 강하게 나가는 수밖에.’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전장의 패도, 방천화극(方天畵戟) ]– 후한 말의 군벌, 당대 최강의 무장으로 알려진 여포 봉선(呂布 奉先)이 사용했다고 알려진 패도의 무기.
골든 할버드에 보물의 힘이 깃들었다.
방천화극. 삼국시대 최고의 맹장이라 알려진 여포 봉선의 무기.
세운이 여태껏 사용해 왔던 신의 무기들과 비교하자면, 격이 조금 떨어질지는 몰라도.
‘오히려 좋아.’
그런 만큼, 그 힘을 견디거나 발현하기에는 다른 무기들보다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방천화극의 힘이 깃든 무기는 세운이 가진 무기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무기인 골든 할버드.
그러니 최소한 다른 무기들처럼 한 번 사용하고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리엘!”
“제 이름은 어떻게…….”
“계속 보조 부탁해! 3분 안에 놈의 역린을 찾아내야 하니까!”
“……알겠어요!”
세운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을 느낀 리엘이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등을 밀어주던 바람의 정령 말고도 사대 속성의 힘이 깃들어왔다.
“태워 버려!”
화륵!
불의 정령이 할버드에 깃들며, 불 속성 특유의 공격성이 생겨났고.
“내가 버텨 줄게!”
꽈득!
대지의 정령이 몸에 깃들며, 몸이 바위처럼 단단해지는 듯했다.
“힘내!”
츄르륵.
마지막으로, 물의 정령이 세운의 몸과 무기를 크게 감싸 안으며 푸른 기운이 생겨났다.
움직임이 한결 부드러워진 것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일종의 정령빙의(精靈憑依). 아니, 아직 그 정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보이니 스피릿 인챈트(Spirit enchant)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이거라면.’
타앗!
포효도 통하지 않고, 브레스에 실패하고, 근접 공격까지 실패하자 다라칸이 크게 격분하며 세운을 죽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런 놈을 향해, 세운이 도약하였다.
안 그래도 높은 민첩에 보법, 정령의 힘까지 실리니 그 움직임은 말 그대로 바람과 같았다.
콰앙!!
세운과 다라칸이 충돌하였다.
사티로스의 성흔과 드래곤 피어가 흩어지며 몬스터들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공포에 떨었다.
‘가능하다.’
이번 충돌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정령들과 방천화극의 힘이 더해지자, 다라칸의 공격도 충분히 버틸 만했다.
이제 남은 건, 역린을 찾는 것뿐.
쾅, 콰과광!!
밀리지 않겠다는 확신이 서자, 세운은 더 이상 다라칸의 공격을 피해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물론, 단순무식하게 돌진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라드 제국식 부창술에 태극검의 묘리를 섞어 공격을 흘려보내거나, 너무 강한 공격이라면 니추공을 이용해 교묘하게 공격 범위를 피해간다.
한 차례 강한 공격이 지나간 후, 그 빈틈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 한 손을 놈에게 뻗는다.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버스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데미지를 입히는 것까지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시야를 가리기 위한 마법.
하지만, 세운에게는 예상치 못한 지원군이 하나 붙어 있었다.
“내가 도와줄게!”
화르륵!
불의 정령이 힘을 보태 주자, 폭발의 위력이 크게 올라갔다. 거의, 한 서클 위의 마법을 사용하는 수준이다.
덕분에 다라칸은 화끈한 충격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고, 그사이 세운이 놈의 품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내공을 통해 그라드 제국식 부창술의 제이 초식, 박격부(搏擊斧)가 강화됩니다.
쿠웅!!
폭발의 여파로 정신을 못 차리던 아래턱에 세운의 할버드가 박혀 들어갔다.
이미 ‘헤라클레스의 놋쇠 곤봉’으로 코뼈가 내려앉은 상태에서 아래턱에 가해진 충격.
다라칸은 그 거대한 충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고개가 높이 들어 올려졌다.
그 순간, 빠르게 눈을 움직이던 세운이 마침내 목표를 발견해 냈다.
‘저기다.’
목과 가슴이 연결되어 있는 그사이에 비늘 하나가, 유난히 번들거리고 있었다.
역린. 용의 몸에 있는 비늘 중에서 딱 하나, 거꾸로 붙어 있는 비늘로 모든 것에 완벽하다 알려진 용의 유일한 급소이기도 했다.
어쩐지 코뼈가 내려앉았을 때도, 포효를 내지를 때도 고개만은 절대 안 올린다 싶더니, 그게 다 급소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나 보다.
목표를 확인한 세운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마법을 펼쳤다.
-흑탑의 묘리에 따라 ‘그라운드 웨이브’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나쁜 용!”
쿠구구구!
이번에도 역시 대지의 정령이 세운과 합을 맞춰 주었다.
삼 서클인 세운으로서는, 다라칸이 딛고 있는 대지의 절반을 울리는 게 고작이었지만, 정령이 도와주자, 놈의 뒷발까지 진동이 이어지며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쿠웅!
다라칸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내리며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그라운드 웨이브에 의해 갈라진 대지가 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좋았어!’
이것으로 놈의 사지를 묶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이대로 다시 한번 놈의 머리를 쳐올리며 역린을 공략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세운이 예상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다.
“크와아아악!!”
콰과과과괏!!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부터 준비하였던 걸까?
고개를 내린 다라칸의 입에서는, 푸른 물길이 대포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쿵!
몸을 굴려 간신히 피했지만, 세운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다만.
“지켜 줄게!”
대지의 정령이 힘을 내보이며 충격이 크게 흡수되었다.
덕분에 갑옷이 조금 찢어지는 것 정도로 다라칸의 브레스를 피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라칸의 브레스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사방에 쭉쭉 뻗어 나갔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리엘은 금방 공격을 눈치채고 몸을 피했지만, 결계는 그렇지 못했다.
카르멜더식 방어마법진의 특성상 내부에까지 공격이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쿠구구구궁!
결계를 지탱하고 있던 마나석은 그렇지 못했다.
브레스에 직격당한 자리의 마나석이 1/4 넘게 부서져 나가며, 결계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시이잇-”
“쿼륵! 쿽!”
수백의 몬스터가 감히 자신들의 주군을 공격하는 두 인간을 몰아내기 위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