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2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72화(421/675)
제 72화
사방에서 천장의 잔해가 무너져 내린다.
절벽 위에서 감상할 때는 그저 장관이었지만, 그 속으로 파고드니 잔해의 위협은 압도적이었다.
보스 몬스터고 뭐고. 자칫 방심하면, 세운 자신이 만들어 낸 잔해에 자신이 깔려 버릴 판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탐욕의 권능을 일으켰다.
어차피 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건 미리미리 써두는 게 최고니까.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머맨의 지느러미 ]– 상반신은 사람의 몸을, 하반신은 물고기의 꼬리를 한 반인반어. 남성의 모습을 한 몬스터로, 추악한 모습을 하고 머메이드를 지키는 강인한 전사이다.
뿌득!
뿌드드득!
세운의 손가락 사이에서 피부가 뜯어지더니 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팔목의 가장자리에는 상어의 그것과 닮은 지느러미가 돋아났는데, 푸른빛이 바다와 무척 잘 어울렸다.
머메이드의 아가미와 머맨의 지느러미.
두 가지의 보물이 적용되며, 세운의 몸은 어엿한 인어(人魚)의 형체가 되어 있었다.
‘인어의 소재를 이런 식으로 쓰게 될 줄이야.’
머메이드는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세운이 탑을 오르기 시작할 때쯤에는 이미 멸종했다고 알려진 종족.
그들이 멸종한 이유가 바로 이 소재 때문이었다.
탑을 오르다 보면 층 전체가 바다로 이루어진 구역도 존재한다.
그때 인어의 소재를 적절하게 가공하면 지금의 세운처럼 물에서의 움직임과 호흡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있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인어가 목숨을 잃었고. 덕분에 탑에서 인어의 소재로 만들어진 장비는 황금보다 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소재를, 장비로 가공하는 것도 아닌 힘 자체를 흡수하게 된 것이다.
‘그럼, 가 볼까?’
솨아아!
지느러미가 자라나는 동안,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던 천장의 잔해를 부드럽게 피해 낸 세운이 무언가의 입구를 향해 헤엄쳤다.
세운 역시 바다로 이루어진 층을 공략해 보았기에 수영 실력에 자신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인간.
하지만, 탐욕의 권능은 인간으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 영역을 가뿐히 극복하게 해 주었다. 오히려, 잔해를 피해 도망치고 있는 몬스터보다 더욱 빠르고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마치, 깃털과 같은 움직임.
잔해더미로 인해 소용돌이치는 해류에 적절하게 몸을 맡기며, 잔해를 피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간다.
그 와중에 그 어떤 몬스터도, 세운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내공을 통해 ‘킬케르가식 은신술’이 강화됩니다.
잔해 사이로 몸을 숨기며 몬스터들의 사각을 집요하게 노린다.
킬케르가식 은신술은 바다에서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었기에 본래 이런 사용은 불가능했지만.
세운은 이미 킬케르가식 은신술에 익숙해진 것은 물론, 응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아갔다.
거기에 머맨의 지느러미까지 더해지자, 이런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케르르륵-”
어느덧 산란장의 바닥 가까이 도착한 세운의 눈앞에 입구를 지키는 대형 몬스터들이 보였다.
집게가 하나 떨어져 있거나, 한 면의 비늘이 통째로 벗겨진 등. 다들 떨어지는 잔해를 막느라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남은 무기가…….’
세운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떠올려 보았다.
오우거의 수장 ‘크락 카틀락’을 무찌르고 얻은 쌍도끼나 황금성의 성주 ‘골드 가든’을 쓰러트리고 얻은 할버드.
거기에 세운이 평소에 사용하던 어금니 단검과 성주에게서 훔친 다섯 개의 무기 중 세 개가 부서졌다.
탐욕의 권능.
강대한 힘을 지닌 만큼, 그 힘을 발휘하려면 질 좋은 무기들이 필요했다.
그마저도 C급 무기로 낼 수 있는 보물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으니.
덕분에 세운에게 남은 쓸 만한 무기는…….
‘세 개 정도인가.’
성주에게서 훔친 무기 두 개와 회귀 전의 악연 ‘찰스 맥그리거’에게서 강탈한 무기 하나.
그게 전부였다.
세운은 그중에서도 지금의 상황에 가장 적절해 보이는 무기를 하나 집어 들었다.
[ 흑요석 장창 ]분류 : 창
등급 : C
설명 : 날카로운 흑요석 창날이 달린 장창. 창대는 질 좋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탄력이 대단하다.
능력 : 1. 흑요석 창날 – 절삭률이 50% 상승한다.
2. 탄력 있는 창대 – 공격, 방어 시 받는 충격을 20% 감소한다.
3. 검은 유리 – 공격력이 30% 상승하는 대신 내구도가 50% 더 빠르게 감소한다.(수리 불가)
바닷속에서는 물의 저항력 때문에 검이나 둔기를 휘두르는 것보다는 창을 내지르는 게 더 유리했다.
특히, 흑요석 장창의 능력. 날카롭긴 하지만 내구도가 낮은 흑요석답게, 꽤나 공격적인 능력이 붙어 있었다.
내구도가 낮은 만큼, 단단한 갑각이나 바위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당장에라도 깨져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만 조심하면, 어지간한 건 다 뚫어 버릴 수 있다는 거지.’
이곳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전투나 무너진 잔해로 인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놈들 중에 제대로 된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는 놈은 거의 없었다.
갑각이나 비늘만 조금 조심한다면, 충분한 위력을 낼 수 있다는 소리다.
솨앗!
세운이 떨어지는 잔해를 박차고 빠르게 쏘아지듯 헤엄쳤다.
그 모습이 꼭, 어뢰가 발사되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쿠웩!”
한창 열심히 잔해를 막아 내던 몬스터 한 마리가 세운의 모습을 발견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푸우욱!
가재 모습을 한 몬스터의 떨어진 갑각 사이로, 세운의 몸이 파고들었다.
내부를 헤집는 잔혹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반작이는 흑요석 창날을 선두로 세운의 몸이 빠져나왔다.
즉사.
단단한 갑각과 날카로운 집게를 내세워 상위 개체로 군림하던 몬스터 하나가 일 초도 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시이잇!”
동료의 죽음을 깨달은 몬스터들이 연이어 덤벼왔다.
하지만, 가볍게 잔해를 피해 내는 세운과 달리 녀석들은 입구를 지키기 위해 잔해를 막아 내야 하는 상태.
그 제약 속에서, 세운은 말 그대로 물고기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푹!
푸부북!
씨 서펜트의 입에 들어가 내장을 헤집고 꼬리를 뚫고 나온다.
대왕오징어의 촉수를 피해, 머리통을 꿰뚫는다.
공격을 반복할수록 공격이 더욱 익숙해지며 이제는 회전력까지 이용해 대형 몬스터 사이를 날뛰었다.
‘전기 마법을 못 쓰는 게 조금 아쉽지만.’
바닷속이라고 전기 마법이 만능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바닷물은 분명 전기가 잘 통하지만, 사방이 바닷물이기에 전기 마법을 사용하면 대상 지정이 되지 않고 사방으로 전류가 퍼져 나간다.
어지간한 수준의 고전류가 아니면, 전류가 분산되어 적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
게다가, 컨트롤을 조금만 실수해도 시전자인 세운에게 역으로 전류가 닥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물속에서 효율이 높은 물 마법을 사용하자니, 적 몬스터 역시 물 속성 저항력이 높았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을 쥐고 물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푹.
-흑탑의 묘리에 따라 ‘라이트닝 웨이브’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파지지직!
“끄르르륵-”
이 역시, 사용하기 나름이다.
광범위 공격은 어려웠지만, 적의 몸에 창을 찔러넣고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 정도는 충분했다.
수중계 몬스터인 놈들은 전기 저항력이 낮은 만큼, 이러한 공격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결과를 자아냈다.
그 결과, 폭식의 권능을 통한 지속적인 기운의 흡수로, 세운은 드디어 목표하던 바를 하나 더 이룰 수 있었다.
-파극심공을 통해 단전에 일 갑자의 내공을 쌓았습니다.
-무공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내공이 혈맥을 순환하며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승한 내공의 수치에 따라 사용하는 모든 무공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사용하는 무공의 파괴력이 더욱 상승합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탑의 역사를 갱신하였습니다.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000point가 상승하였습니다.
드디어, 일 갑자의 내공을 쌓는 데 성공했다.
무공의 진수는 바로 일 갑자의 내공을 쌓는 데부터 시작한다.
지금까지 세운이 사용하던 무공들은 따지고 보면 반쪽짜리에 불가했다는 뜻이다.
세 번째 마나 서클도 만들었으니, 어쩌면 탑에 진입하기 전에 일 갑자의 내공을 쌓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 목표를 이루고 말았다.
-성좌, ‘다섯 번째 날’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당신의 업적을 축하합니다.
성좌, 다섯 번째 날. 프레이야의 축복이 눈앞에 떠올랐다.
당장 튜토리얼에서 리엘 리프레인과 계약을 했으면서, 어째서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지 의문이었지만 딱히 곤란한 건 없었기에 메시지를 가볍게 넘겼다.
‘이제 들어가 볼까?’
한바탕 날뛰다 보니 입구를 지키던 대형 몬스터들이 전부 쓰러져 있었다.
입구에 들어가 보니 거대한 동굴이 나타났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 것 같고, 몬스터들이 벽을 파내어 만든 곳 같았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지만, 걱정 없었다. ‘밤 올빼미의 눈’ 덕분에 동굴의 미약한 빛이 모여 세운의 시야를 밝혀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몬스터는 더 없는 것 같은데.’
던전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보스 몬스터의 주위에는 강한 몬스터들이 자리 잡고 있게 마련이다.
입구를 지키던 몬스터들도 충분히 강했지만, 세운이 예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던 중.
‘빛이다.’
동굴 안쪽에서 초록빛이 스며 나왔다.
보스 몬스터가 가까워졌음을 알아챈 세운이 전투태세를 다잡았다.
천장의 잔해가 모두 떨어지면 몬스터들이 알아채고 들어올지도 모르니, 무기를 또 하나 잃게 되더라도 새로운 보물을 사용하여 보스 몬스터를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동굴을 빠져나온 후, 세운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산란장이라더니, 이런 거였나.”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 정도 양이면 신선한 알탕을 질리도록 먹을 수 있겠다며 크게 환호합니다.
수백, 수천 개의 알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야광 물질이라도 듬뿍 발린 것처럼 말이다.
덕분에 공동에는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 다섯 번째 웨이브의 몬스터가 다 여기서 태어난 건가?’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크기도, 종류도 다른 개체의 몬스터들이 이곳에서 모두 태어났다니.
그렇다면, 누군가 이 알들을 낳고 관리한다는 말인가?
그런 고민은 발을 몇 걸음 내딛지 않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두근! 두근!
공동의 중앙. 투명한 막 안에, 수백 개의 알을 품고 있는 존재.
막은 심장처럼 규칙적으로 수축하며, 안에 연결된 알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있었다.
그 안쪽에서.
“인간……이신가요?”
성숙하면서도 기괴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