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43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432화(432/675)
제 432화
[ 히든 던전, ‘안개 숲’을 완벽하게 공략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개인 공적치가 100,000point 상승합니다. ] [ ‘안개의 정수’를 획득하였습니다. ]세운과 이하늘이 던전을 빠져나왔을 때, 하늘에 닿을 듯이 기세등등하게 솟아 있던 자이언트 아룬은 이미 썩은 나무처럼 시든 채로 쓰러져 있었다.
“어…… 그러니까. 저거, 저희가 저렇게 만든 거죠?”
“……아마.”
던전이 시련 그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회귀 전의 세운은 모든 플레이어를 통틀어 가장 많은 던전을 탐험했던 만큼, 그때에도 지금과 비슷한 경우가 존재했다.
던전 중에서도 초 희귀 던전. 시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중요 던전을 공략하는 경우, 이렇게 시련 자체가 변화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는 기껏해야 몬스터 한 종류가 사라지거나 환경 요소 하나가 바뀌는 정도였는데.’
자이언트 아룬은 62층의 시련을 이루는 주축이다
그런 주축이 무너지게 될 줄이야.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무너진 자이언트 아룬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으니 왜인지 튜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세운을 전담 마크하고 있으니 무너진 아룬은 이미 목격했을 거고, 관리소 역시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게다가 길드 성향까지 발동할 줄이야.’
– 62층의 시련, 흔들리는 숲에 존재하는 ‘흉화(凶花) 아룬’을 무너트렸습니다.
– 디아블로 길드의 성향 ‘파멸의 구원자’가 강화됩니다.
이는 던전을 빠져나오자마자 세운과 이하늘의 눈앞에 떠올라 있었던 메시지였다.
흉화 아룬.
던전의 보상으로 나타난 아룬의 본질인 성화와는 다르게, 탐욕에 물들어 타락해 버린 62층의 거대한 아룬을 뜻하는 말이리라.
탑의 시련들이 멸망한 차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이 차원을 멸망시킨 근원이 바로 아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 저거 백현 씨 아닌가요?”
“맞네. 여기서 저 정도 수의 언데드를 지휘하고 있을 사람은 또 없을 테니까.”
아룬이 무너진 여파인지 모든 플레이어가 아룬을 피해 멀찍이 피해 있는 지금. 유일하게 아룬의 곁에 붙어 있는 자가 있었다.
바로, 백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미 쓰러진 아룬에게 공격 지시라도 내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백현 씨!”
“아, 두 분 다 오셨군요. 이거, 두 분이 쓰러트리신 겁니까? 하하, 역시 대단합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나저나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실험 좀 하고 있었습니다.”
“실험이요?”
“직접 보여드리는 게 더 빠르겠죠. 이거, 보이십니까?”
백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지면을 뚫고 보랏빛 넝쿨 수십 개가 튀어 올랐다.
흔들리는 숲을 지나오며 수많은 몬스터를 상대해 왔기에 그 정체가 식물형 몬스터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보시다시피 식물형 언데드를 완전히 통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설마, 아룬을 언데드로 만드는 중인 겁니까?”
“역시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맞습니다. 시련의 주축이라고는 해도 결국에는 몬스터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비상식적이라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뭐든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수확은 있습니까?”
“음, 사실 조금 회의적입니다. 실험을 진행하면 할수록 이게 본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전체가 겉껍질에 불과한 것 같달까요.”
백현이 턱을 짚으며 아룬을 올려보았다.
이전이면 몰라도, 지금이라면 세운도 백현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지금 바닥에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는 아룬은 던전의 끝에서 보았던 성화 아룬의 흉체(凶體)일 뿐이다.
아니, 사실 본체를 눈앞에 둔다고 하여도 아룬을 언데드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을 것 같다.
“아쉽지만, 실험은 이 정도로 마칠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룬이 쓰러져 버렸으니 시련이 어떻게 될지.”
이는 세운 역시 궁금한 사항이었다.
과연, 관리소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뭐, 간단하지.”
사실, 예상가는 답은 있었다.
– 62층의 시련, 흔들리는 숲의 ‘흉화(凶花) 아룬’이 쓰러져 해당 시련에 존재하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시련 통과 자격이 부여됩니다.
– 10시간 이후 모든 플레이어는 다음 시련으로 강제 이동됩니다.
– 가능하면 그 전에 준비를 끝내고 자의적으로 이동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일단 플레이어를 전부 보내고 시련의 수복이나 변경을 준비하겠지.”
이곳이 65층이나 70층의 시련처럼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시련이면 몰라도, 62층에 시련에서 까다롭게 굴 이유는 없을 테니까.
관리소 입장에서는 이게 가장 적은 리스크로 일을 해결하는 방법이었을 거다.
“세운 씨, 어쩌실 거예요?”
“난 바로 올라가야지.”
생각보다 이번 층에서 시간을 많이 사용했다.
조만간 색욕의 마신을 찾아갈 생각이기도 하고, 영원의 화원을 들르는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세운으로서는 시간을 낭비할 겨를은 없었다.
가능하다면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길드원보다 늦지 않게 70층의 시련에 도착하는 게 지금의 목적이었다.
“그럼 저도 올라가야겠네요. 이 이상 혼자서 채집할 게 남아 있을 것 같지도 않구요.”
“저도 같이 올라가겠습니다. 다음 층에는 무슨 몬스터가 있을지 기대되는군요.”
“그래.”
– 62층의 시련 ‘흔들리는 숲’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히든 던전 ‘썩은 뿌리’ 공략 완료.
…….
– 히든 퀘스트 ‘흉화 아론’ 완료.
– 히든 던전 ‘아룬의 뿌리 감옥’ 공략 완료.
– 총 누적 공적치 2,65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62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셋 모두 시련 통과를 외쳤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워낙 많은 던전을 공략하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공략한 아룬과 관련된 것들 덕분에 당연하게도 결과는 1위였다.
겨우 한 층을 올랐을 뿐인데 무려 이백육십오만이라는 공적치가 들어왔다.
옆에 있던 이하늘의 눈이 크게 뜨인 것을 보니 그녀 역시 만만치 않게 많은 공적치가 들어온 모양이다.
“다음 시련에서도 무작위로 배치되겠죠?”
이하늘이 아쉬운 듯이 중얼거렸지만, 만약 같은 곳으로 배정되더라도 세운은 혼자 떠날 생각이다.
같이 다닌다면 동료의 성장을 방해하게 되는 것은 물론, 세운은 혼자서 찾아야 할 것들이 많았으니까.
그렇게 62층의 시련을 떠나며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그런데.
움찔-
착각일까?
어두워지는 시야 끝에서 희미하게 아룬의 줄기가 꿈틀거린 걸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열매가 모두 수확되고 성화의 꽃잎이 뜯기고, 양분으로 삼던 죄인들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아룬의 줄기가 움직일 리가 없을 텐데.
설마, 백현의 실험이 성공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럴 리가 없지.’
자이언트 아룬을 언데드로 만들다니. 말도 안 되지 않는가?
본격적으로 시련 간의 이동이 시작되며 찾아오는 미약한 멀미에 세운이 눈을 감았다.
* * *
“튜닝, 자네 말이 맞았군.”
“시련의 주축이 쓰러진 것치고는 멀쩡해 보이시는군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거든. 저 흉화라는 놈.”
62층의 시련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소.
아룬이 쓰러진 직후, 당연하게도 이곳은 난리가 났다.
모든 직원이 현재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으며, 거대한 모니터에는 성좌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었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십니까?”
“매뉴얼대로라면 초기화가 정답이지만, 잘 모르겠군. 자네도 알지 않나. 최근 윗분들과 연락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거.”
“그렇죠.”
“큰 문제는 없을 거라네. 다만, 저 플레이어가 70층에서도 이런 짓을 해 버리면 그때는 진짜 문제가 생기겠지.”
튜닝의 말을 듣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둔 터라 상황은 생각보다 빨리 진정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쓰러진 아룬을 일으킬 수는 없겠지만, 큰 문제로 이어지진 않으리라.
“그건 그렇고, 자네는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건가?”
모든 관리인이 62층의 시련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튜닝은 홀로 개인 화면을 틀어 다른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관리소의 팀장이 궁금한 마음에 고개를 삐쭉 내밀어 살펴보니, 개인 화면에는 62층에서 볼 수 없는 모래 폭풍이 휘날리고 있었다.
“음? 모래라면, 스카베 아닌가?”
“맞습니다.”
“갑자기 스카베는 왜 살펴보나? 자네 업무랑도 전혀 상관없는 곳인데.”
“네, 상관없습니다. 다만, 최근 정세운 플레이어의 행보를 지켜보며 수상한 방향이 짚여 이리저리 살펴보다 보니…….”
“수상한?”
“이거 보이십니까?”
튜닝이 사막의 어딘가를 가리켰다.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는 사막 위로 작은 오아시스가 펼쳐져 있었다. 이상한 점이라면…….
“……검은 오아시스?”
“네. 모래 폭풍이 이렇게나 부는데도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끔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최근 자네의 감시 대상이 처단하고 있다는 그…….”
“네, 아우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더 이상하지 않나. 고층도 아니고 10층 수준에서 갑자기 놈들이 발견될 이유가 있나?”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튜닝이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돌렸다. 그곳에는 스카베의 사막에 항시 몰아치고 있는 거대한 모래의 소용돌이가 존재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제 자리에서 꼼짝없이 모래를 휘날리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휘날리는 바람이 평소보다 더욱 흉포해 보인다.
“고작 10층이라 관리인들마저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큰 이변이 생길까 봐 말입니다.”
* * *
– 63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우글거리는 숲
– 낮이든, 밤이든. 이곳에서는 풀벌레 우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 그 수많은 풀벌레 중에서는 꽃을 키우고 씨앗을 옮기는 선한 벌레도 있지만, 숲을 썩히고 땅을 썩히는 해충 역시 존재합니다.
– 숲에 선의를 베풀고, 다음 시련에 도전하기 위해 숲의 해충을 지우십시오.
다음 시련에 도착했지만, 보이는 건 이전 시련과 마찬가지로 드넓은 숲이었다.
다만, 시련의 내용에서 알려줬듯이 사방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가득 들려왔다.
“이번은 다 같이 진행하는 시련인가 본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 길드챗을 보니 다른 분들도 일단 한곳에 모여 있다는 듯합니다. 세운 씨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63층의 시련, 우글거리는 숲.
해충을 지우라는 가벼운 시련처럼 보이지만 이 시련은 소형 레이드 식으로 진행되는 전투에 집중된 시련이었다.
개인으로 도전하기 어려운 곳인 만큼, 시련에서도 이곳은 플레이어들을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시켜 무리 사냥을 권장한다.
하지만.
“아니. 유서아한테 안부나 전해 줘.”
“역시 혼자 가시는군요.”
“알겠어요. 저희는 일단 길드에 합류할게요. 아, 혹시 뭐 전할 말이라도 있나요?”
“전할 말이라…….”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라면 세운 이상으로 디아블로 길드를 잘 지휘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시련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아도 저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이번 시련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할 말이 있다면…….
“붉은 해충을 주의…… 아니, 자신이 있으면 붉은 해충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전해 줘.”
“알겠어요. 세운 씨도 조심하세요.”
이 정도가 딱 적당하리라.